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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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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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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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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장 난 아기즈(4)

DUMMY

“나······. 왜 이 구멍이 낯익지?”

“예? 낯이 익어요?”


마치 거대한 거인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발자국 모양 그대로 나 있는 커다란 구덩이는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었다.


거대한 구덩이. 그리고 하늘에 뜬 세 개의 달까지. 희미하지만 분명 기억의 한구석에 남아있는 장면이었다.


- 사아악? (무슨 일입니까, 보스?)

“아! 생각났다! 오크 게이트! 옛날에 오크 게이트에서도 이런 구덩이를 봤었구나.”

“아 진짜요?”

“망고를 처음 만났을 때였는데 그때도, 지금도 도마뱀이랑 있네···? 아하하.”


신기한 듯 구덩이를 바라보는 내 표정과는 달리, 드라코는 무언가 심각한 듯,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사아악···. (그렇군···. 여기도 그자의 영역이란 말이군.)

- 끼룩··· 끼루욱···.


드라코는, 결코 이 구덩이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설마···. 진짜 이만한 몬스터가 있다고?’

< 용도 있는 세계에 무엇이 없겠느냐. >

‘그···렇게 말하면 그렇긴 한데···.’


곰이 말하기론, 엄청 거대한 몬스터의 키는 땅과 하늘을 연결할 정도이며, 그가 걸음을 옮길 땐 땅이 파여 주변에 구덩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군단장급이려나···?’


구덩이를 살펴보던 나는 드라코의 말에 학부모들을 바라보았다.


- 사아아악···. 삭, 사악. (아무래도···. 보스는 저 밑에 있는 것 같네.)

- 끼룩··· 끼루우욱···.

- 사악, 사아악, 스으윽. 슥. (나를 등 뒤에 태우는 것은 무리겠지만, 저 아이들을 내려다 줄 순 있겠지?)

- 끼룩! 끼룩!


드라코는 무언가 고민을 하더니, 옆에 있는 리글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곤 곧바로 세 마리의 아기 샐러맨더들이 모두 그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 즉시 리글은 구덩이 속으로 날아들었다.


“사악, 사아악? (뭐야, 어떻게 된 일이야?)”

- 스으윽, 스윽. 슥, 스윽. (제가 리글에게 부탁했습니다. 아이들을 저 아래로 태워다 달라고.)

“삭? 사아악! 사악! (그게 무슨 말인데? 아래에는 왜?)”


구덩이 속에서는 묘한 마력이 풍겨오고 있는 상태였다.


- 스으윽, 스윽. 슥스으윽. (느껴지시지 않습니까? 희미하지만, 보스의 기척이 저 밑에서 느껴집니다.)

“아!”


보스 몬스터가 그 구덩이 속에서 자신만의 부대를 이끌고 전투를 준비 중인 듯했다.


그때,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던 리글이 다시 위로 올라오더니 드라코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지, 다시 갈매기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 끼룩, 끼루욱. 끽끼룩.

- 사악, 사악, 스으으윽. (그렇군요. 역시, 저 아래에 보스 몬스터가···.)

- 끽! 끼루욱! 끼룩···.

- 스윽, 스으윽. 삭스윽. (걱정하지 마세요, 리글. 우리 아이들이 고블린들에게 질 것 같습니까?)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몬스터들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아이를 전장에 풀어놓는지.


< 그게 몬스터들의 섭리인 게다. 그리고 저들이 망설이지 않는 것은··· 그저 ‘고블린’이지 않느냐? >

‘그래도···.’


아, 물론······.


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구덩이 주변을 기웃거리는 리토만은 그대로였다.


- 삭스으악!!!!! (페트라!!!!!)


그의 모습에 영문도 모르고 구덩이 속을 바라보던 지형 또한 마찬가지였다.



* * *



“앞으로 여기부터는 실버 님과 여러분들끼리만 나아가셔야 합니다.”

“여태까지 그래왓자나여, 리글!”

“으읏···. 그래도 지금부터는 저희의 개입이 일절 없다는 이야깁니다.”

“리글은 아무것도 안 햇스면서!”


리글이 구덩이 안으로 아기즈를 데려다주었을 때, 리글은 아기들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꺼냈지만, 아신이 리글의 말을 되받아쳤다.


“마자! 마자! 리글은 올라가서 쉬어. 그동안 동굴 안에서만 날아다니느라 찌뿌둥햇다고!”

“맞는 말이다. 게다가 그대, 무엇을 걱정하는 것이냐! 레드 드래곤, 그레고르 님의 후손인 이 플레임이 있는데!”


이날, 리글은 정말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게이트에서 태어날 아기 그리폰들을 자신이 과연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그리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아···. 알겠습니다. 그럼 아신 님, 실버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것정마! 우리한테는 그레고르도 잇고! 페트라도 잇자나!”

“······그게 걱정이란 겁니다!”


실버는 정말 세상에 갓 나온 뭣도 모르는 아기 그리폰이다.


아신은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며, 장난치기 바쁜 어린 샐러맨더였고.


이제 막 사춘기 후유증이 와서 거만하기 짝이 없는 샐러맨더 플레임까지.


‘하필 리토 님의 아들이 가장 정상이라니···. 아이러니하군.’


리글은 걱정되는 마음을 품으며 다시 구덩이 위로 올라갔고, 아신은 멀어져가는 리글을 바라보며 앞발을 흔들었다.


“자! 이제 우리끼리 놀면 되는 거야! 모두, 신나게 놀자!”


아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짠 듯이 기지개를 한번 시원하게 켜곤 앞으로 달려 나갔다.


“멜팅!”

“깃털 수리검!”


리글의 덩치가 거대한 덕분에, 이미 아기즈의 위치는 적들에게 발각된 지 오래였다.


기지개를 켜고 제일 먼저 적들을 향해 나아간 것은 플레임과 실버였다.


화염방사기 같은 위력의 화염을 뚫고 실버의 깃털이 차례로 적들에게 날아갔다.


“이건 또 무슨···.”

“저 아이들은 다른 영토의 아이들이 아니더냐! 어찌 우리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이냐!”

“모두 전투 준비를···!”


몬스터 대 몬스터.


갑옷고블린들은 난생처음으로 겪는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망설였다.


군단과 군단 사이에서 이렇게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상당히 큰 오해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억울하면 너도 우리 쪽으로 붙던가!”

“시, 싫다!”

“그럼 나랑 놀자! 물뿜뿜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갑옷고블린 한 마리 곁으로 다가간 아신이, 이내 입에서 물을 뿜었다.


“이··· 이게 뭐라아암···.”


물대포에 밀려, 멀리 내던져진 갑옷고블린.


그 고블린은 잠시 기절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이번엔 조용히 있는 샐러맨더 페트라에게 달려들었다.


“왜 우리 구역으로 넘어와서 깽판을 치는 거냐고!”


그리고는 철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샐새앨러!”


하지만 철검이 페트라에게 닿기도 전에, 페트라의 입에서는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정도의 푸른 불꽃이 나와 그의 철검을 녹여버렸다.


“이, 이건 오버밸런스잖아!”

“억울하면 아저씨도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시던가.”


새로운 마력이 체내에 무지막지하게 차오르는 시기, 사춘기.


그렇기에, 이 시기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평소보다 높은 위력의 공격을 사용한다.


빛보다 빠르게 돌진한다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방망이를 휘두른다든가 하는 식의 공격을.


정작,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공격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말이다.


“나 말이야! 지금 너무 행복해!”


언젠가부터 푸른 불꽃을 사용하던 페트라가 행복한 표정을 짓자, 순간 전신이 불꽃에 휩싸이더니 그 불꽃이 페트라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응? 속이···. 이상해···.”


그러더니 페트라는 갑자기 속이 더부룩하다며 입 안에서 무언가를 게워 냈다.


입에서 나온 것은··· 푸른 불덩이 세 개였다.


“이게 뭐지?”


페트라가 그걸 살펴보기도 전에, 푸른 불덩이들은 곧장 공중으로 떠올라 페트라의 몸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오······. 이거 뭐야? 짱이다!”


서클 플레임. 불꽃 마법을 사용하는 헌터들도 상당한 마력을 요구한다는 스킬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페트라였다.


“아신! 이거 봐! 내가 공격하면 나 따라서 또 공격해 준다?”

“헐! 너무 멋지다!”


페트라의 주변을 돌고 있는 불꽃들은 그의 공격 한 번에, 한 번씩 세 번을 추가 공격하는 효과를 보였다.


“모두 전열을 가다듬어라! 상대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기 샐러맨더들이다!”

“우리, 우리 고블린 중에서는 사춘기 단계에 있는 아이들이 없나?”


상대편 진영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갑자기 찾아온 적들. 그리고 그 적들이 하필, 다른 영역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몬스터들이라는 것.


“잠깐, 근데 우린 지금 전쟁 준비 때문에 게이트에 있지 않아?”

“맞아···.”

“근데 쟤들은 어떻게 왔는데!?”

“그··· 그러게?”


그러다 문득, 고블린들은 자신이 인간 세계 침략을 위해 게이트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자다! 그자가 분명해!”

“몬스터들을 잡아먹는 인간···. 그 인간을 따르는 몬스터들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자가 우리를···.”

“인간, 그 인간을 찾으면 저 아이들도 우리에게 무릎 꿇겠지?”


이제 남은 갑옷고블린의 숫자는 고작 열 마리.


어영부영하던 사이, 반 이상이 전멸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장! 결단을···.”


한 마리의 갑옷고블린이, 전투 현장을 보고 있던 황금빛 갑옷고블린에게 무릎을 굽히며 물었다.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상으로 올라가서 그 인간을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 것이다!”


이 황금빛 갑옷고블린은 게이트의 주인으로, 이제 막 전장에 들어선 초짜 보스였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지금 가장 당황한 자는 황금 갑옷고블린이었다.


‘이제 막 인정을 받고 처음으로 전장에 투입되었는데···. 고작 저런 아이들에게 발린다고? 아니, 애초에 급이 다르다곤 해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하지만 자신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의 군사들도 동요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황금빛 갑옷고블린은 표정을 감추고, 위엄있는 장군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모두, 지상으로 향한다. 지상으로 가서, 인간을 죽인다!”

“죽인다! 인간!”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열 마리의 갑옷고블린들이 보스의 한마디에 감동하며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인간을 주겨? 설마······. 우리 보스를 주길 거야?”


걷는 길마다 거대한 물기둥을 소환하는 작은 샐러맨더 한 마리가 황금 고블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가 보스를 죽여? 우리를 놔두고 간다고?”


황금 고블린의 뒤에는 세 개의 불꽃을 몸에 감고 있는 또 한 마리의 샐러맨더가 해맑은 표정으로 길을 막아섰다.


“위엔 내 친구가 있는데, 그에게 손이라도 댄다면···. 그레고르의 후손인 내가 널 죽일 거야.”


좌측에서도 한 마리.


“재밋다! 동굴 밖은 정말 재밋는 세상이구나!”


우측에서는 아기 그리폰 한 마리가 황금 고블린과 그의 부하들을 둘러쌌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아기들에게 포위당한 것이다.



* * *



- 키에에에에엑! (이건 말도 안 돼!)


한 마리의 갑옷고블린이 구덩이 밖으로 날아올랐다.


- 털썩.


어찌나 강한 공격에 당했는지, 어떻게 그 높이에서 지상까지 날아올 수 있었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근데 얘는 왜 갑옷이 금색이야?”

“형···. 이거 다 황금이에요. 벗겨요!”

“엥? 진짜?”


구덩이 밖에서 광석을 채집하고 있던 지형이, 고블린 곁으로 다가오더니 갑옷을 살펴보곤 말을 꺼냈다.


황금이라는 소리에 나와 지형은 하던 일을 내버려 둔 채로, 황금을 파밍 하기 위해 그가 입은 갑옷들을 벗기기 시작했다.


- 끼에엑···. (내 황금 제국의 꿈이···.)


그것은 갑옷을 벗기니, 영락없는 평범한 고블린이었다.


황금빛 고블린은 마지막 한 마디만을 남긴 채, 눈을 감았고··· 우리는 황금을 모두 챙긴 뒤, 다시 하던 일을 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가 아기즈를 기다리면서 하던 일은 페스트 리븐의 파밍이었다.


“형···. 여기에 있는 광석들 다 페스트 리븐이에요.”


지형의 말에 의하면, 거대한 존재가 밟고 지나간 그 구덩이의 겉 부분은 전부 페스트 리븐으로 코팅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는 지형이 페스트 리븐을 캐기 편하게 주변을 다듬어 주고 있었고, 지형은 열심히 곡괭이로 페스트 리븐을 채집했다.


- 사아악, 사악. 삭. (전투가 끝난 것 같군요. 리글, 아이들을 데려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끼룩, 끼룩.


그리고 그 사이, 전투가 끝났다며 드라코는 리글에게 다시 한번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와 달라 부탁했다.


작가의말

길가에 버려진 아다만티움, 비브라늄 못 참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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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한일, 동맹을 맺다(2) 24.06.13 12 1 12쪽
144 한일, 동맹을 맺다(1) 24.06.12 9 1 12쪽
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1 1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3 1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3 1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4 1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15 1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3 1 11쪽
137 유도진은 일본으로(1) 24.06.05 13 1 12쪽
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15 1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8 1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4 1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7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7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8 2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9 2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0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8 2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22 2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9 2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3 2 15쪽
124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6 2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3 2 12쪽
»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1 2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3 2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0 2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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