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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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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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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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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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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글자수 :
847,014

작성
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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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사라진 하성우(1)

DUMMY

아기즈의 대탐험이 정신없이 지나간 다음 날, 윤혜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 유도진 헌터님, 윤혜성입니다.

“네.”

- 이번에 경찰과 합동해서 하성우와 반밤 길드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데, 혹시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아, 예. 어제 살짝요. 하성우가 사라졌다면서요.”

- 맞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한 것은 역시나 하성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그녀는 나조차 처음 듣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 하성우가··· 유도진 헌터님과 같은 게이트에 들어가는 게 확인되었는데···.


······예? 그게 무슨 소리죠? 하성우가 나와 같은 게이트에 들어가 있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 그녀에게 되물으니, 오히려 그녀는 내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 진짜 이번엔 안 죽이지 않았느냐! >

‘맞아···.’


하성우는커녕, 그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본 적이 없었는데···.


- 좀 더 자세한 건, 저희 측에서도 조사해 봐야 하는데···. 유도진 헌터님이 게이트에서 나오기 몇 초 전, 하성우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목격되었습니다.

“······제가 나오기 몇 초 전에요?”

- 네. 정말 단 몇 초 만에 게이트에서 엇갈린 게 아닐까 합니다만···.


그녀는 한때, 강한주 살해 혐의로 나를 조사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지금 하성우의 실종 건에 관해서도 나를 의심할 수 있는 위치였다.


“윤혜성 헌터님. 어떤 생각인지 알 것 같긴 한데, 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 알죠, 압니다. 혹시 하성우가 헌터님을 스토킹해 왔다는 건 알고 계셨습니까?

“예? 저를요?”

- 정확히 말하면, 스토킹보단 헌터님의 흔적들을 모으고 있더군요. 헌터님 집에서 나온 쓰레기라던가···.


아···.


그녀의 말에 자동으로 인상이 쓰였다.


“그···. 자세한 내용은 또 나중에 만나서 해 주시나요?”

- 예. 만나서 해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언제, 시간 내셔서 저희 길드 사무실로 와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오늘 가겠습니다.”


그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하성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변태적인 사람이었다.


“아니, 지금 가도 되나요?”

-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알아야 했다.


이 나쁜 기분을 풀어야 하기도 했고.


물론, 운명 길드의 사무실에 깽판 치겠다는 건 아니고···.



* * *



“아, 유도진? 다른 S급이랑 다르지.”

- 끼리릭?

“우리 집에 가면 사진이 있긴 한데, 여기서 나갈 수가 없잖아.”

- 끼릭?


한편, 사라진 하성우는 여전히 게이트 안, 낯선 공장 안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로봇형 몬스터.


지금 하성우가 있는 공간은 그 로봇들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리고 그중 특별해 보이는 단 한 곳.


시험관 안에 한 개의 더미 로봇이 들어있었다.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특수한 액체 속에서 더미 로봇은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수많은 로봇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카르셀을 따라 이세계로 넘어와 버린 하성우.


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시험관 앞에 쭈그려 앉아 시험관 안에 들어있는 더미 로봇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끼릭? 끼리익···.

“어? 너가 갈 수 있다고? 무슨 그런 헛소리를 해. 너는 그 시험관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면서.”

- 끼릭! 끼이익!


마치 대화를 하고 있는 듯, 더미 로봇의 사소한 움직임을 하성우는 이해하고, 대답했다.


- 어휴···. 선생님, 제가 문을 열어드릴 테니, 이제 그만 공장을 비워주실 순 없습니까?


그때, 공장 한편에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던 카르셀이 한심한 듯, 하성우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얘가 여기 있으라잖아. 너는 조용히 해.”

- 아니···. 그 로봇이 무슨 말을 한다고 자꾸 대답하시고 그럽니까. 저도 귀신이지만, 너무 무섭습니다···.

“너 따위가 어찌 큰 뜻을 헤아릴 수 있겠냐.”


그때였다.


달그락하고 하성우의 옆에 무언가 리모컨처럼 생긴 것이 떨어진 것은.


- 끼릭, 끼리익.

“그래? 이게 우리 집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고?”

- 끼릭···.

“당연히 갖다줄 수 있지. 유도진에 대한 모든 걸 너한테 줄 수 있어.”

- 끼릭···.

“고마워···. 집에서 사진들을 가져오면··· 유도진이 될 수 있단 얘기지?”


이윽고 하성우가 리모컨을 주워 들고 버튼을 누르자, 그의 앞에 게이트 하나가 나타났다.


게이트 너머로는 하성우의 방이 보이고 있었다.


수많은 쓰레기봉투. 그리고 책상에 올려둔 수십의 휴지 조각들.


유도진이 땀을 닦은 손수건, 뜯어진 운동복 조각.


유도진의 모든 것이 그의 방 안에 남아있었다.


“씨x···. 몇 개가 줄었잖아!”


쓰레기장 안에도 분명 각자의 위치는 존재하는 법.


자신이 가장 애장하던 유도진의 쓰레기들이 사라졌던 것을 발견한 하성우가 역정을 냈다.


- 끼릭···.

“그래···. 이거라도 충분하면 이걸 줄게.”


하성우는 시험관 속에 든 더미 로봇의 부탁대로 자신의 방에 모아둔 쓰레기들을 하나둘씩 시험관 앞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아이고! 이 무슨! 더러운 쓰레기를 공장 안으로 들여놓는 겁니까! 안 치우십니까! 아이고···.


그 모습을 본 카르셀은 빗자루를 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벌레조차 외면한 최악의 쓰레기들을 바라보다 기겁하며 빗자루를 휘적거렸지만, 지금 하성우의 눈에 있어서 카르셀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 끼릭···.

“유도진이 어떻게 싸우냐고? 이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유도진이 활약한 영상 모음집을 저장해 놨거든? 잠깐만.”


이번에는 컴퓨터 자체를 뜯어서 게이트 안으로 집어넣는 하성우.


그런 그의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 * *



“으으···. 비위가 좋네요···. 잘도 이런 걸 파헤치고···.”

“대한민국 경찰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그분들이 가져다주셨거든요.”


운명 길드의 사무실, 회의실에 도착하자 책상에 늘어선 것은 내가 버린 쓰레기들이었다.


내가 치킨을 먹으면서 썼던 젓가락, 내가 코를 푼 휴지. 심지어는 올이 다 나가버린 옷과 팬티까지···.


“이거 다 유도진 헌터님의 물건···. 맞으시죠?”


물론 그사이에 준혁이나 은진이 버린 쓰레기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확실히 내가 버린 쓰레기들이었다.


“네···.”

“아직, 하성우 그 사람의 집에 더 있다고 하는데···.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가야 합니까···?”

“가면 좋죠. 하성우를 완전히 매장하려면···.”


하성우의 집, 그러니까 현장은 지금 현재 일반 경찰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하성우가 나타나 경찰들을 위협할 경우, 주변에서 대기하는 길드원들이 현장을 덮친다는 플랜까지 짜놓은 상태였다.


“더러우면 안 가셔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것 말고도, 그 사람 집에 있는 것들이 진짜 유도진 헌터님의 것인지 확인도 해야 하고···.”

“알겠습니다···. 가 볼게요. 기분이 좀 더럽지만, 가야죠.”


길드 사무실에서 내가 버린 쓰레기들을 확인한 이후, 나와 윤혜성은 곧장 차를 타고 하성우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 3층입니다.”


윤혜성은 현장이 익숙한 듯, 주변에 대기 중인 경찰들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곤 3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찌릿.’


내 심장 부근이 주변에 흐르는 마력을 감지했다.


‘게이트···?’

< 주변에 없지 않느냐···. >

‘이 느낌은 분명···. 게이트야.’


윤혜성의 뒤에서 마력의 흐름을 느낀 나는 곧장, 그녀를 제치고 앞으로 달렸다.


3층, 경찰들이 문을 막고 있던 그 장소.


폴리스라인이 여러 겹 있는 그 장소에서, 게이트의 마력이 느껴졌다.


“윤혜성 헌터님, 주변 사람들 대피시켜요!”

“예?”


그리고 그와 동시에···.


- 쾅!


굳게 닫혀있던 하성우의 집 문이 날아갈 정도의 엄청난 풍압과 함께 강한 바람이 집 안에서 불어 나오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열렸어요. 여기···.”

“알아들었어요. 프레스토!”


윤혜성도 내 다급한 목소리에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자신의 몸에 바람을 휘감았다.


그리곤 곧장 3층부터 집 문을 강제 개방하며 안에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모두 대피하세요! 게이트 폭주입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윤혜성을 뒤로하고, 나는 하성우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 끼릭?


그러자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더미 로봇이었다.


그것도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있는, 더미 로봇.


“오랜만에 보네···.”


이전에 대공동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다.


생김새는 여전히 헌터 협회에서 사용하는 더미 로봇과 다르지 않았지만,


< 몬스터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력이 느껴지는구나. >

‘내가 잘못 느낀 거 아니었지?’

< 잘 크고 있다니, 뿌듯한지고···. >


그 더미 로봇에서는 몬스터의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단···. 저 녀석을 이 건물에서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피어 이터를 뒤로 깊게 뺀 뒤, 앞으로 내지르며 고블리자를 사용했다.


강한 바람으로 더미 로봇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고블리자!”


피어 이터의 창끝에 마력이 모이면서 마력 칼날이 형상화되던 그때였다.


나를 발견한 더미 로봇은 들고 있던 막대기를 뒤로 깊게 뺀 뒤 앞으로 내지르는 공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끼리익···?


‘고블리자···?’


그러자 곧바로, 막대의 끝에 마력이 맺히더니 내가 사용하는 고블리자 같은 바람 칼날이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유도진 헌터, 멍하게 있을 시간이 없지 않아요? 에어월!”


몬스터가 고블리자를 사용한다는 것에 잠시 몸이 굳었던 내 앞으로 윤혜성이 빠르게 다가와 바람벽을 만들어 공격을 상쇄시켰다.


“뭔가 이상하군요. 여기···.”

“예?”

“텅 비어 있어요···.”


윤혜성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방 안을 둘러보자, 그녀의 말대로 방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녀가 사진에서 보여줬던 쓰레기봉투들도, 컴퓨터도, 벽에 정성껏 붙여놓았던 내 사진들도 모두 말이다.


“이게 뭘 뜻하는지는···. 저 녀석 먼저 해치우고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러게요.”


몬스터가 고블리자를 사용할 리가 없었다.


고블리자는 고블린과 리자드맨의 공격을 나만의 스타일로 합성한 스킬이었으니까.


‘우연이겠지.’


나는 다시 피어 이터를 뒤로 뺀 뒤, 앞으로 내지르며 고블리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우연이 아니었다.


더미 로봇은 내 행동을 바라보더니···.


- 끼릭, 끼이익···.


마치 거울을 마주보는 것처럼 고블리자를 준비했으니까.


작가의말

저, 인생 첫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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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7 공략! 무한의 군단!(1) NEW 23시간 전 8 1 12쪽
146 한일, 동맹을 맺다(3) 24.06.14 10 1 11쪽
145 한일, 동맹을 맺다(2) 24.06.13 12 1 12쪽
144 한일, 동맹을 맺다(1) 24.06.12 9 1 12쪽
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0 1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2 1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2 1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3 1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14 1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2 1 11쪽
137 유도진은 일본으로(1) 24.06.05 12 1 12쪽
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15 1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18 1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4 1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7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7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8 2 12쪽
130 보이드 타입: 불명이(3) +1 24.05.29 19 2 11쪽
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0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8 2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22 2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9 2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3 2 15쪽
» 사라진 하성우(1) 24.05.23 26 2 11쪽
123 고장 난 아기즈(5) 24.05.22 23 2 12쪽
122 고장 난 아기즈(4) 24.05.21 20 2 13쪽
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3 2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0 2 12쪽
119 고장 난 아기즈(1) 24.05.18 24 2 14쪽
118 리치, 카르셀(2) 24.05.17 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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