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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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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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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308

작성
24.05.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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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장 난 아기즈(5)

DUMMY

[system]

[영혼의 추적자가 주변 영혼을 흡수합니다.]

[영혼의 추적자가 주변 영혼을 흡수합니다.]

·

·

·

[영혼의 추적자가 주변 영혼을 흡수합니다.]


아기즈가 사냥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내 시야 한쪽을 시스템창이 가득 메웠다.


‘이걸 100개나 모아야 또 이동할 수 있단 얘긴가?’


사실 흥미는 있지만, 100개의 영혼이라는 제한 때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았다.


- 삐이이···. 뺘아!

- 쨔아! 쨔아아! (재밋섯다! 또 언제 와?)

- 사아악, 삭스윽. (이 몸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군.)

- 샤아아아··· 샤악···. (정말이지, 대책 없는 녀석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두가 크게 다친 건 아니라는 거였다.


여기저기 생채기들이 생겨 있었지만, 드라코는 금방 사라질 것들이라고 말했다.


“페스트 리븐은 다 채취했지?”

“어느 정도는요.”


나와 지형은 그 사이에 구덩이를 코팅하고 있던 ‘페스트 리븐’을 채취했다.


아직 구덩이 속까지 ‘페스트 리븐’ 광석이 많겠지만, 그것까지 모두 가져갈 기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고, 리글을 타고 내려가면서 채취하면 좀 더 수월할 텐데···.’


하지만 지형은 욕심부리지 않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리폰 위에 타는 게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아기즈의 첫 대모험은 끝이 났다.



* * *



- 혀엉···. 분명 다 좋아요. 정말 다 좋은데···. 왜, 뭔가 좀 이상할까요?


집으로 돌아간 이지형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지금 새벽 3신데, 넌 안 자?”

- 아니,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자려다 보니 시간이 벌써···. 아니, 근데 뭔가 이상해요.


‘그렇지. 이상하겠지.’


지금도 지형의 목소리 뒤로 들려오는 소리는···.


- 삭학학학. 스아아악! 사악! 사아악! (크하하학. 이런 하찮은 광물 따위, 이 몸이 녹여주겠네. 친구!)


웬 아저씨 목소리가 같이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 그게 의욕이 강한 건 좋은데···. 뭐랄까, 그때는 의욕만 앞선 어린아이였다면 지금은 의욕이 너무 과한···. 아저씨 같달까.

“맞아···. 걔 아저씨야···.”

- 예?


지형의 말에, 나는 낮에 있었던 드라코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 사아악, 사악. 사아악, 삭. (사춘기 후유증은 3~4일 정도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평범한’ 사춘기 후유증일 뿐이죠.)

“사악, 사아악? (그럼 평범하지 않은 후유증은?)”

- 사악, 사아악. 슥사악. (약이 필요합니다. 절벽이 있는 곳에서 자라는 약초가···.)


참고로 자신이 흑염룡이라고 주장했던 드라코의 후유증 역시, 절벽에서 자라나는 ‘바람풀’을 달여 먹고는 나아졌다고 한다.


“바람풀이라는 약초가 있대. 그걸 달여먹으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 얘···. 병 걸린 거예요?

“병이라면 병이긴 해···. 중2병.”

- 에?


지형의 계속된 질문에,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플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자신을 레드 드래곤 ‘그레고르’의 후예라고 하는 것이나, 정말 갑자기 변해버린 말투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 아···. 중2병이 왔구나. 근데 이게 평범한 중2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렇지. 드라코도 약을 먹어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 그레고르라···. 일단, 바람풀은 찾아봐야겠네요. 고마워요! 형!

“고맙긴···. 아, 스피커폰으로 바꿔줄래?”


내 말에 지형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곤, 스피커폰으로 바꿨다며 말을 전했다.


“사악, 사아악···. (위대한 레드 드래곤, 그레고르의 후손이시여···.)”

- 삭? 사아악··· 스윽삭. (오호라···. 그대는 나의 보스가 아니던가.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 사이 말투가 더··· 이상해진 플레임.


그는 자신이 정말 ‘그레고르’라는 위대한 몬스터의 후예라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었다.


“삭, 사아악. 삭. (그레고르는 무슨. 헛소리 말고, 이지형한테 피해 주면 바로 게이트로 끌고 갈 줄 알아라.)”

- 삭, 사악···? (뭣···? 지금 내가······. 피해를 준다고?)

“사아악, 사악. 삭. (얌전히 있어, 옛날처럼. 그냥 지형이 말 좀 잘 듣고 그래.)”


내 단호한 말에, 플레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알았다···.’라는 말을 하며 통화를 끝냈다.


‘곰···.’

< 무슨 일인가. >

‘혹시, 곰도 사춘기 후유증 때문에 지금 그 말투를 쓰게 된 거 아냐?’

< 뭐, 뭣이!? >


드라코가 말하길, 사춘기 후유증은 정말 어떤 컨셉으로 오는지 알 수가 없는 질병 중 하나라고 했다.


그 말은 즉···.


< 지금 짐이, 저런 후유증 하나 못 이겨서 이런 말투가 됐단 말이냐!? >


곰이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아님 말고.’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정말 아니란 말이다! >

< 그런 못 믿는 듯한, 마지못해 알았다는 태도가 불쾌하구나! >

<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짐과 대화를 하자꾸나! >


요란하게 울리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나는 스르륵 잠에 빠졌다.



* * *



“어찌 보면 다행이군요.”

“그러게. 아까 플레임은 아주 아저씨가 다 된 것 같던데.”

“페트라는 후유증 없이 지나갔어···.”


곤히 자고 있는 페트라와 아신의 옆, 드라코와 리토, 리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까 들어보니까 바람풀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아, 맞아요, 리글. 진짜 어릴 땐 바람풀 구하겠다고 그리폰 영역까지 넘어갔었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저 예전에 아기 샐러맨더들을 만난 적이 있거든요.”


드라코는 사춘기 후유증 당시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리토가 이야기하는 바람풀을 구하는 과정 또한 기억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게 언제쯤이죠?”

“아마, 세 번째 달이 지평선에 가까이 닿았던 날일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무언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리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이어 나가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흑염룡···.”


뜨끔.


리글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에 조용히 있던 드라코의 몸이 움찔했다.


“그때 흑염룡이라고 주장하던 친구의 병을 치유한다고···.”

“아···? 저희···. 과거에 만난 적이 있던가요?”

“그런가 봅니다, 리토님. 그 당시 어린 샐러맨더를 위해 저희 영역에서 자라던 바람풀을 꺾어준 기억이···.”


리글은 순간, 감격의 상황에 자신의 날개로 입을 막으며 두 마리의 샐러맨더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럼···. 그때 그 흑염룡 친구가···.”

“쟤예요.”

“아···!”


리글은 잠시, 드라코를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리글! 리글도 후유증 있지 않았어요?”

“저는 없었습니다. 그런 적···.”


하늘의 왕, 천공의 트리아.


그게 바로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던 리글···. 아무튼 리글은 후유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바람풀은 그리폰 영역에서만 자라나는 자생 식물이죠?”

“예···.”

“그럼 한번 가 보죠. 플레임을 위해서라도 찾아봐야겠네요.”


어쩌면 바람풀도 화염초처럼 자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드라코와 리토는 리글의 안내를 받으며, 그리폰의 영역으로 향했다.


“영역이 점점 커지는 것 같네···.”

“드라코 님은 그리폰 영역엔 처음이신가요?” “그렇죠. 창고 관리하기도 벅차서 말입니다···.”


말하다 문득 창고 정리를 하지 않는 도진에 대해 잠시 화가 났지만, 이내 자신의 속을 다스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드라코였다.


- 휘이잉~.


얼마쯤 왔을까, 동굴 바깥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야! 거기 서!”

“너 같으면 서겠냐!”

“이, 이 바보 녀석아!”

“뭐!? 바보? 너 말을 왜 그렇게 나쁘게 해!”


조금 더 앞으로 걸어 나가니, 이제는 어린 그리폰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어린 친구들이 많군요···.”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아예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아···.”


샐러맨더들이 처음 이곳으로 이주해 올 때, 성인 샐러맨더들이 대다수였던 것에 비해, 그리폰들은 그렇지 못했다.


성체는 10마리 남짓.


그래도 당시 게이트 안으로 옮긴 알들이 20개 이상이라 이들이 깨어난다면 복구는 가능한 인원수였다.


물론, 그런다고 전사한 그리폰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바깥이군요.”

“저희가 다니기엔··· 동굴이 너무 길어요···.”

“네 발로 좀 더 빨리 달리실 수 있지 않습니까?”

“아니···. 힘들다고요.”


그리고 머지않아 탁 트인 넓은 초원이 세 마리의 눈앞에 들어왔다.


리토는 고작 그 거릴 걸었다며 힘들어서 주저앉았고, 드라코는 신중히 동굴 끝 절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바람풀이 있을 건데···.’


과거, 자신이 화염초를 발견했던 것처럼 바람풀도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던 그때, 실버가 드라코의 콧잔등에 내려앉았다.


“이거 차자여?”

“으응···?”


아기라고는 하나, 못해도 농구공 정도 크기의 실버였기에, 드라코의 시야는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그때, 멀리서 드라코를 발견한 리글이 식겁하며 날아와 실버를 꾸짖었다.


“실버 님···. 드라코 님 콧잔등에서 내려오세요! 체통을 지키셔야 합니다!”


리글의 부리가 실버의 목덜미를 물어 간신히 드라코와 실버를 떼어놓았다.


그와 동시에 드라코의 시선은 실버가 물고 있던 작은 새싹으로 이어졌다.


“저건 바람풀···. 역시 있었구나!”

“바담풀? 이게 그거야요? 저기 마나!”


실버의 시선을 쫓으니, 정말 절벽의 맨 아래, 한 무더기의 풀들이 자라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풀이 맞긴 한데···. 아직 덜 여물었군요. 한 4일 정도는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일단 있다는 게 어디예요. 우선 제가 보스한테 이야기하겠습니다.”


바람풀이 있었다. 리글이 바로 어제까지 확인했을 때엔, 전혀 자라지 않았던 그 바람풀이···.


‘드디어··· 드디어···.’


바람풀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사실 리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리글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기쁨은···.


‘이제 광장의 찻집에서··· 바람풀 에이드를 마실 수 있는 건가!’


더 이상 화염초를 이용한 차를 안 마셔도 된다는 생각에 기쁠 뿐이었다.



* * *



늦은 새벽, 지형은 여전히 혼자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단조 망치로 이번에 구해온 ‘페스트 리븐’을 내리치고, 형태를 잡았다.


그 형태는 마치,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 지형의 핸드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 지금 드라코 애들이 바람풀 발견했다니까, 4일 정도만 기다려달래. 그때 수확한다고. ]


지형은 도진의 연락에 감사하다며 답장을 보내곤, 열심히 불꽃을 뿜어내는 플레임을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왜인지, 불꽃을 뿜고 있는 플레임의 눈이··· 지형의 작품이 완성되어 갈수록 더욱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새벽.


“여, 역작이야.”


지형은 어마어마한 걸 만들어 냈다.


작가의말

그레고르...

실존하는 몬스터가 절대 아닙니다!


플레임은 평범한 샐러맨더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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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1 1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3 1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3 1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4 1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15 1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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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4 1 12쪽
133 일본으로(3) 24.06.01 17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17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1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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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0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18 2 12쪽
127 사라진 하성우(4) 24.05.26 22 2 23쪽
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29 2 12쪽
125 사라진 하성우(2) 24.05.24 2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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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고장 난 아기즈(3) 24.05.20 23 2 12쪽
120 고장 난 아기즈(2) 24.05.19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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