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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스카치에라의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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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7.11.07 22:11
최근연재일 :
2018.02.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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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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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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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6)

DUMMY

마을에서 축제를 알리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네번째로 울리는 정오의 오늘.


햇빛이 내리쬐는 탓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열기가 한데 모여있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축제가 중반에 접어든 오늘도 여전히 마을은 후끈한 열기와 북적이는 소란이 사그라들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있었다.


"이쯤되면 무척이나 덥군요. 아직 그럴 날씨는 아닐텐데"


"날씨가 화창한것도 있겠고, 마을 사람들 대다수와 상회의 사람들까지 모두 이곳에 모여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모여서 풍겨내는 열기가 생각보다 엄청나네요"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이 주스가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많이드시진 마세요. 나중에 배앓이할지도 몰라요"


"주의하도록하죠"


데카 열매로 만든 주스를 한번에 들이키며 그런 얘길하면 설득력이 참으로 크겠네요. 그쵸?


주스를 담는 통으로 사용하는 속이 빈 단단하고 큰 나무 열매의 윗부분을 잘라낸 부분에 입을 대곤 내용물을 한번에 들이마신 테미는 앉아있던 자리 옆에 빈 나무 열매 통을 내려놓는다.

이미 그곳에는 같은 종류의 빈 나무열매 통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데카 열매는 많이 먹으면 속이 쓰려오기때문에 적당히 먹는게 좋은데...테미의 얼굴은 아직까진 전혀 속이 아픈 기색도 없이 멀쩡하다.


"데카 열매를 주스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이 마을의 여러분들은 굉장히 뛰어난 식도락문화를 가지고 계시군요"


"수도에는 없나요?"


"수도 주변에서 이토록 신선한 데카 열매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니까요"


"아...하긴, 이 주변에서 많이 나는거지 다른 지역에선 꽤 드문열매라고 들었어요"


"학교에서 배우신겁니까?"


"아뇨, 상회 사람들한테서요"


눈 앞을 지나쳐가는 마을 사람들의 인사에 일일이 답하며 고개를 숙이는 내 옆에서 테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상회 사람들에게? 마을에서 상회 사람들과 자주 접하십니까?"


"자주까지는 아니지만, 어제 광산까지 가던 길 기억하시죠? 예전엔 그 길을 통해 상회 사람들이 광산까지 왕래하곤 했었거든요.

가끔 길을 잃어버린 상회 사람들이 제가 살고있는 공터에 나타나곤 했었죠.

그 때 들었어요. 공터 주변에 나 있는 데카 나무를 보곤 다들 놀라더군요"


"공터 주변에 데카 나무가 많나요?"


"꽤 많아요. 그 주변 숲 속은 위험한 편이라 마을에서도 채집을 나오지 않기에 아마 지금쯤 주렁주렁 열려있을걸요?"


"나중에 숲 속을 한번 들어가봐야겠군요"


"위험하다니까요.."


주의를 줘보지만 어째 아랑곳 않는듯하다.

하긴, 어제 갱도 안의 공동에서 보았던 그녀의 몸놀림정도면 숲 속에서도 어지간한 맹수들이 아니고서야 크게 위험한일은 없을지도.


"하나 더 먹어도 됩니까?"


"..대답 듣기전에 이미 손에 하나 더 들고 계시네요"


바로 옆에 펼쳐져있는 매대에서 데카 열매주스를 건네받아든 테미는 곧은 자세로 오크통에 걸터앉아 나무 열매 통을 입으로 가져간다.

몇개째인지 셀수도 없는 그녀 옆의 빈 나무 열매 통을 질린듯 바라보다 또 하나의 질리는 광경으로 시선을 옮긴다.


"호잇! 얍! 이얏!"


"아, 아아?! 니르, 이거 잡힌거 맞지?! 그렇지?!"


"아직이야 에밀리 언니! 아직 큰 녀석은 안에 남아있어!"


"으으~...! 어째서 이렇게 안나오는거야~?!"


흙이 담긴 나무상자가 길게 이어붙어져있는 곳 앞에서 수많은 어린 아이들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공작영애와 니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마을에 닿자마자 어떻게 알곤 입구에 나타난 니르에게 잡혀서 곧바로 여기까지 끌려온게 한참 전이니까.

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거야...?


"슬슬 움직여야할텐데요"


"..테미 씨도 별로 움직이고 싶지 않으신것 같은데요?"


"데카 열매주스를 파는 곳이 이곳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른데도 있어요"


"귀찮습니다"


"...이제와서 느낀거지만, 당신이나 공작영애나 이제껏 마을 사람들이랑 내 앞에선 내숭떨고 있던거 맞죠?"


"그런건 조용히 넘어가 주시는게 남자의 매너라는 겁니다.

루시안 님은 여성분들께 인기가 없을듯 하군요"


"....."


하아, 대체 나에 대해 뭘 안다고...칫. 정곡을 찌르다니.

그나저나, 진짜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 듯 싶다.

아침에 듣기론 이러려고 마을에 온게 아니었을텐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밀려올라온 한숨에 놀랐는지, 머리속에서 고이 잠들어있던 기억 하나가 화들짝 놀라 얼굴을 내민다.





"마을을 시찰하신다구요?"


울타리를 만드는 소음이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공터 한가운데의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내 앞에 나타난 공작영애는 비척거리는 몸짓으로 테미가 준비한 나무상자에 조심스에 앉으며 눈을 부빈다.


"네에...마을이..하아암~..어떤 모습인지 아직...둘러보지 못했, 으니까요...

루시안 님..께, 안내를..."


"...아직 잠이 부족하신것 같은데 오늘은 좀 더 주무시는게..."


"그럴수는!....없,어요...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럼 졸지나 말던가요.."


어젯밤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걸까?

그 원인이 나한테 있지는 않을까 순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내색은 않았다.

나는 할 말을 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꺼내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게 오히려 그 기억을 다시금 끄집어내 공작영애의 정신적 피로도를 더욱 가중시킬수도 있으니..


"아직 아침 이른시간이에요. 조금 더 주무신다해도 마을을 돌아보는 것 뿐이라면 금방 끝날테니 여유로울텐데.."


"저녁에, 후아암...할일이..있으..니까..요"


눈도 제대로 못뜨네.


"그 졸음에 찌든 몸으로 밤까지 움직이겠다구요?

쓰러지지나 않을까 싶은데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꾸벅꾸벅 조는 공작영애의 뒤에 선 테미를 살짝 올려다보았다.


"...저도 좀 더 주무시길 권해드렸지만 아가씨께서 워낙 완고하셔서"


"테미 씨라면 권하는게 아닌 억지로 재우실 수 있으시지 않나요?"


"아가씨의 개인시녀인 제가 어찌 그런 일을"


"오히려 개인시녀이기에 공작영애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조치해야하는것 아니에요?"


"....."


아, 입을 굳게 다문거보니 정곡이구나.


"테미는...많이 걱정 해줬어요..제가, 잠을 설친..게, 잘못..."


"...하아..잠깐 기다려요"


"으응...?"


"테미 씨, 혹시 주변에 공작영애가 앉아있는 것과 같은 나무상자가 하나 더 있다면 가져다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어딘가 불만스러운 기색이 느껴지는 듯 하면서도 아닌 듯한 테미가 몸을 돌려 기사들이 한창 바쁘게 움직이는 곳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눈꼬리에 담으며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간다.

계속 저러고 있으니 나까지 졸려지는 느낌이야.

그게 아직 남아있으려나?


"미야아..."


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문을 굳게 닫아두었던 집으로 다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침대 위에서 배를 드러낸 채 여전히 잠에 빠져있는 키니는 내버려두고, 방 한켠에 있는 선반에 다가가 나무줄기로 엮은 통을 꺼낸다.


딸칵, 뚜껑을 열자 굳이 안을 확인할 것도 없이 싸한 느낌의 강렬한 향기가 물씬 풍겨나오며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넉넉히 남은것 같은데. 이정도면 좀 많이 써도 되겠다.


"미, 야아? 먀..미양, 먀아.."


나한텐 기분좋은 정도의 싸한 향기였지만 후각이 예민한 키니에겐 꽤나 자극적이었는지 잠에 취한채로 몸을 뒤집은 키니가 침대에 코를 박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통 안에 손을 넣어 집어든 것을 뭉쳐 키니에게 던졌다.


비록 머리에 날아가 맞았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코에...


"미야아아아아!!"


향기때문에 놀란건지 아니면 무언가가 갑작스럽게 머리를 때린 느낌에 놀란건진 모르겠지만 온 몸의 털을 세우며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난 키니는 그 길 그대로 열려있던 문 바깥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생각보다 훨씬 크게 놀란 키니의 반응에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향기가 주는 기분좋은 상쾌함 때문인지 어딘가 즐거워진 기분으로 선반 옆 불씨가 남아있는 화로 위의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기울여 선반에서 꺼내 준비한 나무 컵 세개 안에 각각 뜨거운 물을 붓는다.


컵 안에 미리 덜어놓은 나무줄기 통 안의 내용물이 뜨거운 물과 만나 그 향이 가지고있던 억센 부분이 둥그래진 채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와 함께 얼굴을 포근히 감싸오는 것을 눈을 감으며 콧 속 깊숙히 들이마셔본다.

누군가에게 내어본적이 없는터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상태보단 나아질테니까.


표면을 곱게 다듬은 나무 판 위에 컵을 올려들고 집을 나선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졸고있는 공작영애의 앞까지 다가가 테미가 준비한 나무 상자위에 들고있던 나무 판을 그대로 올려놓았다.


"자요. 이거 마셔봐요"


"...우응..? 이게..뭐에요..?"


"마셔봐요. 독 탄거 아니니까"


독을 타진 않았지만, 조용히 손을 내밀어 컵을 집어든 테미가 먼저 맛을 보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건 그녀가 당연히 할 일이니까.

이내 별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본인 몫의 컵을 내게 건네받은 테미는 들고있던 컵을 공작영애에게 내밀었다.

무거운 손길로 컵을 받아든 공작영애도 멍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컵 안의 내용물을 한모금 입에 머금고는 눈을 번쩍.

아 역시, 효과가 있구나.


"!...화아...이거 뭘로 만든 차인가요?"


"야생 박하잎이에요"


"야생 박하잎?"


공터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수있는 야생 박하잎은 재배하는 것보다 그 향이 월등히 강한편이다.

게다가 공터 주변 숲 속에서 나는 박하잎은 다른 야생의 박하잎들보다 그 성질이 억센 탓에 그 특유의 억센 맛과 향이 졸릴 때는 딱이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그 향을 거칠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두 손으로 나무 컵을 감싸며 야생 박하차를 마시는 공작영애의 얼굴에 어느샌가 졸음이 가시곤 살며시 미소가 떠올라 있는 걸 보아하니 그녀에겐 딱 좋은 정도인가보다.


"..후우...지금껏 마셔봤던 박하차보다 훨씬 향이 강하네요"


"그렇죠? 졸음을 쫓아내기에 좋을거에요"


"..감사합니다 루시안 님"


고개를 숙이는 공작영애의 모습에 무심코 멋쩍어진 나도 남은 컵을 손에 들고는 야생 박하차를 한모금 입 안으로 흘려보냈다.

솔직히 계속 눈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졸고있는 공작영애가 답답한 마음과 내 탓일지도 모른다는 미안한 마음이 섞이고 섞여 뭐라도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던 차에 생각난건데...

고맙다는 인사를, 이렇게 정면으로 받는다는게 익숙치 않다보니 좀 쑥스럽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차를 전부 마시고도 쉽사리 컵을 내려놓기 어려운 분위기가 내려앉았을 때 쯤 마주앉아있던 공작영애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감사에는 굉장히 아낌없네요 공작영애는.

제가 어제 한 일이 감사를 받을 일이었나요?"


"뭐랄까요..루시안 님께 계속 폐만 끼치는 것 같은데 너그럽게 대해주시니까요"


잠은 깨끗히 가셨는지 평소의 차분한 얼굴로 돌아온 공작영애는 손 안의 나무 컵을 살며시 나무 판 위에 내려놓으며 그 깨끗한 눈동자에 진지함을 담아 옅은 미소를 짓곤 나를 바라본다.


고맙다는 말을, 감사하다는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듣는것과는 달리 왠지모르게 그녀에게서 감사하단 말을 들으면 굉장히 멋쩍은 기분이 든다.

이름이 어머니와 같아서 그런걸까?

...마지막은 괜한 생각을 떠올린것 같네.


그리고 내가 너그러운지도 잘 모르겠고.


"너그럽다라...자각은 없네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할 말을 한 것 뿐인데요"


"그런 자각이 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너그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건 대단한 천성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보니 칭찬에도 인색함이 없으시군요"


"칭찬을 한다는 자각은 없네요. 그저 저는 솔직하게 제가 느낀걸 말씀드리는 것 뿐이니까요"


어색한 분위기가 사그라든건 좋지만, 그 빈자리를 쑥스러움이 차고 들어오는것도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이런 종류의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은 익숙치않아서...


"...음, 크흠"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두어번. 화제를 전환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작영애는 그럴 필요도, 생각도 없는지 말을 이어나간다.


"루시안 님께서 저의 비밀을 알고 나신 뒤에도 절 도와주시겠단 말씀을 해주셨을 땐 정말 기뻤어요"


"..마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이지만요"


"저도 마을에 위험을 끼치고싶은 생각은 없어요. 루시안 님이 이 탄트라 마을을 소중히 생각하시듯, 저는 이 이트비아 왕국의 모든분들이 소중하거든요"


어제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 아니, 같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지금 다시 꺼내는 이유는 아마도 공작영애가 잠을 설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리라.

역시...나 때문에 못잔거네.


"...마을을 시찰하신다면서요?"


미안할 필요도, 미안해 하지도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본능적으로 생겨나는 멋쩍은 마음은 어쩔 수 없기에 억지로라도 대화의 주제를 돌려보려 원점을 끄집어내본다.

그런 내심을 눈치챈걸까. 옅은 미소를 짓던 공작영애는 그 미소를 조금 더 진하게 베어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직 마을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으니 마을의 구조에 대해 파악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공작각하께 마을의 현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자그마한 마을이라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진 않지만..."


문제가 딱 하나 더 있다면,


"지금 축제기간이라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상회의 사람들까지 가세한 축제다.

마을 사람들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인원들까지 가세한 축제 한 가운데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 구조를 돌아본다는건 그다지 쉬운일이 아닐거다.

물론 그녀가 탄트라 마을에 체류하고 있을동안에는 계속 이 상태일테니 언제하던 비슷할테지만, 오늘처럼 잠도 제대로 못자 피곤할 때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오랜시간 걷는다는게 그리 좋은 생각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둘러보고 싶은 거에요"


"? 어째서죠?"


"마을 내의 치안을 대신 맡고있는 글렌로우드 기사단의 기사들에게 좀 더 빨리 자세한 마을의 구성을 알려주기 위해서에요.

축제기간동안 치안을 맡고있으면서 마을의 구조도 모른다는건 어불성설이잖아요.

그리 많은 인원을 투입할 순 없으니 마을에 대한 파악도 지지부진한 상태일거에요. 첸드릭 경이 마을 내에서 원활히 돌아다닐수 없던 이유도 있었겠구요.

그 부분에선 루시안 님과 함께 다니는 제가 더 유리할테니까요.

어차피 언젠간 해야할 일, 모두에게 도움이 될수 있도록 하는게 좋죠"


휘하의 기사들을 위해 피곤함에도 아랑곳 않고 직접 마을을 발로 뛰며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내겠다라..


"..졸린건 어떠세요"


"아, 이제 괜찮아요. 완벽히 깼어요"


"그럼 가시죠. 안내해 드릴테니"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루시안 님"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공작영애의 태도에 감회를 받아서, 어차피 해야할 일 지금 당장 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문득 그녀가 다른 무언가에 대해 지금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부탁한다면 내가 과연 매몰차게 뿌리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루시안 님이 느끼시는 바는 아주 잘 압니다. 아가씨는 가끔 자각이 없으신채로 반칙을 하시거든요"


"응? 테미 그게 무슨말이야?"


"...옆에 오래 계시다보니 잘 알고계신가보네요"


"아, 아니 루시안 님? 대체 서로 무슨말씀을 하고계신건지.."


나와 테미의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얼굴로 쉴새없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공작영애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한숨을 많이 쉬십니까"


"요즘들어 늘었네요"


"무슨 일 있으신건가요"


"테미 씨가 아주 잘 아는 일이에요"


"저는 죄많은 사람이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도저히 모르겠네요.

주스나 마저 드세요"


"예"


하긴 뭐 조합장님에게 안내는 맡겨놓으라고 말한데다가 어제 갱도 안 공동에서의 일로 공작영애가 시토피엔스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참이기도 했으니 이렇게 따라다니는 건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피곤한 공작영애가 이렇게 한숨 돌리는 걸로 피로를 풀 수 있으면 그것도 괜찮은거겠지.


귀찮음은 어쩔 수 없지만.


"어라? 오빠 왜 고개 숙이고 있어?"


"루시안 님! 이거보세요!"


아, 드디어 끝났나보다.

지척에서 들리는 공작영애와 니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시선을 향하니 눈동자를 따갑게 찔러오는 밝은 햇살 안에서 그보다 더욱 밝은 미소를 짓고있는 공작영애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잡았어요!"


뭘 잡았다는 걸까.

환한 미소로 아이같이 신나하는 공작영애가 내민 손을 내려다보니, 그곳엔 꼬리가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자그마하니 귀여운 쥐과의 동물이 기절한 듯 늘어져있었다.


"...퀴넥?"


"아 이게 퀴넥이라는 동물이군요? 쥐인가요? 아니면 두더지?"


"땅굴을 파며 돌아다니는 습성이 있지만 두더지는 아니에요. 쥐과의 동물이죠.

근데 그거 계속 그렇게 들고있으면..."


말이 끝나지도 않은 그 순간에, 공작영애의 손에 들려있던 퀴넥의 꼬리가 갑작스레 뚝, 하곤 끊겨버린다.


"?! 아, 아아?!"


기절한듯 축 늘어져있던건 위장이었는지 가벼운 몸놀림으로 땅에 내려선 퀴넥이 재빠르게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공작영애는 울상을 지은 채 잘린 꼬리가 들려있는 손만을 퀴넥이 사라진 곳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그럴줄 알았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갈거에요. 참고로 퀴넥은 '땅 속의 도마뱀'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생긴건 쥐인데말이죠"


"그걸 미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손 안에서 잘린 채 기괴하게 팔딱이는 꼬리를 안타깝게 내려다보고있는 공작영애를 위로하듯 그녀의 등을 쓰다듬던 니르가 갑자기 흡, 하는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낸다.


"? 왜 그래 니르야?"


"아, 아니...저기 언니언니, 그거 언니가 다 마신거야?"


"음?"


니르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역시나, 테미의 옆에 쌓여있는 빈 나무열매 통을 보고 놀랐나보다.

근데..그새 꽤 많이 늘었는데? 대체 얼마나 더 마셔야 성이 풀리는거야?


"이거 말인가요. 네 제가 마신겁니다. 뒷처리는 확실히 하도록 할게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냐 언니...배 안아파?"


"괜찮습니다만?"


"헤에..."


놀라는 것도 이해가 가는게, 데카 열매는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다고 했지만 그 '많이'라는 기준이 꽤 낮은 편이다.

자두만한 크기의 데카 열매를 열개정도 먹으면 속이 쓰려오기 시작하니까.

그런데다 즙을 내어 주스로 만들었으니, 지금까지 테미가 마신 주스 안에 들어간 데카 열매는 얼추 세어봐도 족히 백개는 넘을거다.


"나는 그거 주스 하나 다먹으면 배아파..."


"그런가요? 맛있는데 많이 드실 수 없다는 건 아쉽군요"


"언니는 데카 열매를 좋아하나봐?"


앉아있는 탓에 눈높이가 같아진 테미에게 눈을 반짝이며 다가간 니르는 그녀의 무릎에 손을 올리며 얼굴을 가까이 다가간다.

스스럼없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오는 니르에게 놀라거나 본능적인 거부감에 뒤로 물러날만도 한데, 테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니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수도에선 이만큼 신선한 데카 열매를 접할 수 없기에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죠"


"헤에~! 그렇구나아!"


테미의 대답을 듣곤 더욱 환한 미소를 얼굴 한가득 지은 니르의 이어진 한마디에 그런 평정심으로 가득차있던 테미의 얼굴이 일렁인다.


"그럼 언니 오늘 아침에 내가 구운 빵 먹어볼래?! 저기서 팔고있는데! 데카 열매를 넣어서 타르트를 만들어봤어!"


"?!"


아, 이건 못벗어나겠다.

그나저나 '팔고'있다니...데릭 아저씨와 루디 아주머니를 어떻게 함락시킨걸까.

설마...먹였나?!


"아, 아니, 저는 괜찮..."


"에이 언니 사양하지 말구우~ 많이 구웠는데 하나도 안팔려서 많이 남아있거든! 원하는 만큼 줄게!"


"!...!!..."


니르의 데카에 대한 집념은 알아줘야겠다. 이번에도 설마 타르트 파이부분에 데카 나무의 가루를 넣진 않았겠지?

그 이전에 니르가 저토록 당당하게 빵을 권한다는 건 이번에도 자신작이라는 얘기니까...명복을 빌게요 테미 씨.


"(..살..려주시죠...!)"


"....."


팔을 잡아끄는 니르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테미는 입모양만으로 내게 도움을 청해온다.

흐음...


"(..어떡할까요~?)"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에이 먹는다고 안죽...)"


"(...말은 끝까지 하시죠?)"


생각해보니 타르트잖아요? 빵 안에 잼같은걸 넣는것보다 파괴력이 더 셀것 같았거든요.

그거라면 확실합니다!


"(!! 이...이 피도 눈물도 없는...!)"


보증하듯 힘껏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 나에게 테미는 너무나도 고마운지 눈을 한껏 치켜뜬 채 넘치는 기쁨에 입술을 깨물고있었다.

얼마나 기쁜지 항상 표정이 빈약하던 그녀가 이 순간만큼은 표정이 휙휙 바뀔정도네.

그럼 장난은 이쯤...


"니, 니르야! 나! 그 타르트 나도 주면 안되니?!"


"오! 언니두?! 그럼 그러엄~ 언니도 줄테니까 따라와!"


"!!"


이런, 니르에게 동조자가 생겨버렸다!

흥분한 기색으로 손에 들려있던 꼬리를 내던진 공작영애를 향해 힘차게 손짓하는 니르.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서 짙은 갈색피부가 더욱 어두워진 채로 힘없이 고개를 늘어트린 테미.

가만히 보고있자니 꽤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이쯤 해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니르야. 미안하지만 나중에 가도 될까? 지금 공작영애와 테미 씨는 할일이 있어서"


"웅?"


고개를 돌리는 니르에게 고개를 살짝 저어주자, 금새 표정이 축 시들어간다.

반대로, 테미의 얼굴엔 혈색이 되돌아왔고.


"그렇구나...언니들 바쁘구나..."


"그, 그렇습니다. 저와 아가씨는 할 일이..."


"아, 나는 그 정도의 여유는 충분할거라 생각.."


"아가씨!"


"꺅? 가,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테미!"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지른 공작영애를 제지한 테미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있었다.

이젠 어딘가 애처롭기까지하다.

하긴 안먹어봤으면 모르겠지만 이틀전에 이미 니르의 빵을 경험해 보았으니까...


"저녁에 할 일이 있다고 여유가 없다지 않았었나요 공작영애?"


"루시안 님....하, 하긴 그렇죠.."


게다가 공작영애도 자기 자신이 저녁에 할 일이 있으니 마을에 대한 시찰은 빨리 끝내야한다고 했었으면서.

마지못해 수긍하는 공작영애의 모습을 올려다보던 테미는 어느샌가 돌아온 옅은 표정의 얼굴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꾸벅인다.

그 눈안에 햇빛이 비춰 반짝이는 무언가를 담아놓고서.

..우, 우는건가?


"히잉...이번에 구운 타르트는 내 역작이라서 꼭 맛보여주고 싶었는데...

들어가는 비전 에센스도 개량했구..."


"여, 역작?"


"데카 열매를 얹은 타르트라니...기대됬는데..."


자신작을 넘어 역작이라니. 이건 진짜로 목숨이 위험할 뻔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다들 바쁘다니까..."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잡고있던 테미의 손목을 놓은 니르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땅에 시선을 떨어트린다.

참 빵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니르지만...제발 부탁인데, '개량'과 '개성'에서 좀 떨어져줬으면 좋겠다.

저번에 먹었던 실패작은 맛있었단말야.


아무튼 시간도 시간이니만큼 이쯤에서 니르와 헤어져야 할 때다.

퀴넥을 잡으며 놀았던 시간덕에 공작영애의 정신적 피로감은 꽤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그만큼 시간은 흘러 슬슬 해가 한쪽으로 치우쳐지기 시작했으니까.

마을을 안내하는 것 정도야 금방...


"어라? 루시안 님, 여기 계셨습니까?"


"응? 오긱스 평기사님? 여긴 어쩐일로..."


안도와 아쉬움이 맴도는 우리들의 사이로 젊은 기사가 주저없이 끼어들어온다.

공터에서 울타리 공사에 한창일 그가 여긴 왜...


"비슈트 수석기사님의 전언을 전달하기 위해 한참이나 찾고있었습니다.

아, 물론 공작영애 아가씨께"


"..근데 왜 날보고 인사한겁니까"


"저희는 그정도로 막역한 사이 아닙니까"


우리가? 언제부터?

혼자서 나와 막역한 사이가 된 오긱스 평기사는 능글맞은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내 어깨에 부딪혀온다.


쿵!


"...아픕니다 루시안 님"


"아, 저는 다리가 풀려 넘어지시는 줄 알고 받쳐드리려 그랬죠.

막.역.한 사이에 그정도 배려는 당연하잖아요?"


살짝 힘을주어 되받아치긴 했지만.


"비슈트 경이 제게 어떤 전언을...?"


어깨를 문지르며 원망스럽단 눈초리의 오긱스 평기사에게 공작영애는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아침일찍 첸드릭 경과 교대를 위해 마을로 향한 그가 굳이 공터에 있는 오긱스 평기사를 시켜서 공작영애에게 전언을 보낸다?

무슨 일이길래 그가 이리도 비효율적인 일을...


"저녁의 조사는 첸드릭 경이 직접 진행하신다고 하시며, 때문에 루시안 님께 안내를 부탁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첸드릭 경이? 게다가 루시안 님을 데리고?"


오긱스 평기사의 말을 들은 공작영애의 얼굴이 굳어진다.

무슨일이지?


"정말 첸드릭 경이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


"네. 첨언으로 아가씨께 판단을 맡기신단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첸드릭 경.."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지 관자놀이를 부여잡은 공작영애가 고개를 무거이 숙인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일인데?


"저기, 무슨 이야긴지 저도 설명을 좀.."


"아가씨. 괜찮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도 찾아내지 못했을텐데, 이쯤되면 숲 속을 잘 아는 분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렇지만 루시안 님이 만약 그걸 보게된다면..."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해달라니까요?"


왜 날 내버려두고 내 얘기를 하고있는거야 이 사람들은?


"...루시안 님"


"네?"


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공작영애의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기울인다.


"루시안 님께서는 마을을 지키고싶다고 하셨었죠?"


"그랬죠"


"..부디, 아무런 일도 없기를"


"??"


의미를 알 수없는 말만을 꺼낸 공작영애는 오긱스 평기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뭐야 뭔데 이러는건데?


"확인했습니다 아가씨.

루시안 님도 괜찮으십니까?"


"아니 저기요 이보세요들...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고 괜찮냐고 물어봐줄래요?"


"루시안 님께서는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솔직히 얘기해 당신. 그 이유를 말하는게 귀찮아서 그런거지?"


"아시면서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한대만 때려도 되요?"


"안됩니다. 아픈건 싫어하는 성격이기때문에"


능글거리는거 진짜 꼴보기싫다..


"하아...진짜 뭐가 뭔진 당췌 모르겠지만,"


흘깃, 시선 한쪽에 들어온 공작영애는 난처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가죠. 가면 알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첸드릭 경께서 여유인원과 함께 가신다고 하셨으니 저와 함께 시간에 맞춰 가시면 되겠습니다"


"그 여유인원이 당신이군요?"


"여유인원이라니,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시는 첸드릭 부단장님과 비슈트 수석기사님의 안목이 대단하신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당신이 본인 입으로 여유인원이랬잖아요.

일 좀 해요 당신은. 오죽하면 부단장과 수석기사라는 분들이 나서서 일을 시키려고 하겠어"


"비펠트가 제가 할일을 모두 끝내버리니 어쩐답니까"


"...대륙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게 정말 다행이네요. 전선에 나가 싸우면 오긱스 평기사님은 친우에게 뒤에서 칼 맞을지도 모를텐데"


"전 뒤를 절대 내주지 않습니다. 그게 아군이더라도"


"예예 그러시겠죠"


이 사람이랑 대화하는건 좀 피곤하달까, 워낙에 뻔뻔히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되받아치니까 말리는 느낌이 든단말이지.


아무튼, 공터에 있었을 그가 마을에서 공터로 전한 전언을 다시 마을로 와서 공작영애에게 전달한 이유는 지금 완벽히 손이 비어있는 사람이 그 하나뿐이기에 그런거란 사실은 잘 알겠다.

무슨 이유인지 정말 미치도록 궁금하긴 하지만, 가면 알게되겠지.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계속 애쓰는것도 지치고, 난처해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캐묻는것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그리고 마침 잘됬네. 오늘 공작영애는 좀 피곤한것 같으니 마을에서의 일정을 끝내면 휴식에...

어 잠깐.


"그럼, 그럼 저녁엔 아무 일 없는거야 언니?!"


"응? 그러고보니 그렇게되네?"


"그럼 저녁에 타르트! 타르트 먹으러 와!"


"그래도 되려나..?"


머뭇거리며 내 쪽을 살짝씩 힐끔거리는 공작영애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게 저녁의 일정을 떠맡기고 자신은 여유를 즐긴다는게 영 미안한거겠지.


근데 내가 여기서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랬다간 후폭풍이 워낙 두려워서..

니르가 지금 날 보고있단말야.


"와아! 에밀리 언니가 놀러온다아! 테미 언니도 놀러온다아!"


"나, 나는..."


손을 마주잡고 기쁜 얼굴로 방방 뛰는 공작영애와 니르를 앞에 둔 테미가 파랗게 질린 입술을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돌아보며 첸드릭 경에게 반드시 협조를 해주리라 굳게 다짐하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타르트 먹고싶네요 타르트.

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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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에라의 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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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 [만남] : Epilogue. 밤이 밝은 뒤 찾아온 시간은. 18.02.10 112 0 13쪽
45 Chapter [만남] : @. 밤이 밝아오는 사이에. 18.02.10 75 0 34쪽
44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5) 18.02.10 90 0 27쪽
43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18.02.10 80 0 27쪽
42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3) 17.12.22 88 0 23쪽
41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2) 17.12.18 114 0 27쪽
40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1) 17.12.16 100 0 19쪽
39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8) 17.12.15 105 0 22쪽
38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17.12.14 110 0 26쪽
37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6) 17.12.13 87 0 34쪽
36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5) 17.12.12 86 0 34쪽
35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4) 17.12.10 93 0 23쪽
34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3) 17.12.09 85 0 32쪽
33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2) 17.12.08 106 0 22쪽
32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1) 17.12.07 135 0 23쪽
31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6) 17.12.06 102 0 27쪽
30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5) 17.12.05 89 0 23쪽
29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4) 17.12.04 103 0 25쪽
28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3) 17.12.03 78 0 22쪽
27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2) 17.12.02 106 0 23쪽
26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1) 17.12.01 98 0 24쪽
25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9) 17.11.30 122 0 22쪽
24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8) 17.11.29 99 0 24쪽
23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7) 17.11.28 85 0 23쪽
»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6) 17.11.27 91 0 29쪽
21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5) 17.11.26 98 0 32쪽
20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4) 17.11.25 108 0 27쪽
19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3) 17.11.24 150 0 26쪽
18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2) 17.11.23 103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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