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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스카치에라의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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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7.11.07 22:11
최근연재일 :
2018.02.10 20:3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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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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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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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DUMMY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검을 휘두르는 순간부터, 그리고 습격자의 검이 향하는 곳을 보았을 때부터 직감적으로 예상한 결과.


"미, 미야아아아아아?!!!"


"쿨럭.."


미처 습격자의 검을 모두 피하진 못했던건지, 발치에서 상처를 입곤 바닥에 쓰러져있던 키니를 향한 그의 검.


나로선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


키니를 향한 검을 대신 몸으로 받아내면서 틀어져버린 자세로 겨우 할 수 있었던건 목을 노리던 검을 어깨에 박아넣는것.

충분히 치명상이 될 수 있는 곳에 검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습격자의 기세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 끄아악!"


옆구리를 파고들어와있던 검이 휘둘러져 나간다.

뚫어낸 옆구리를 마저 베어내듯.


"미양! 먀아아! 먕! 먀아! 먀아아아!!"


나에게서 쏟아진 피로 온 몸이 빨갛게 젖은 키니가 버둥거리며 울부짖는다.

나에게로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려는 듯 바닥을 긁으면서.


나 또한 키니를 습격자로부터 보호하려 버텨보지만 몰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주저앉고말았다.


"크흐윽...끄아아...!"


이런 상처를...그것도 몸집이 나보다 작은 키니가 당했다면 이미 절명했겠지?

다행이다. 다행이야...


"..날 죽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크흐"


고통에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와중에도 귓가에 선명히 들린 그 목소리.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곳을 향해 시선을 옮기니, 여전히 내가 휘두른 검이 어깨에 박혀있는 손으로 검을 옮겨쥐는 습격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절반...아니, 그 이상의 목적은 달성한것 같으나..."


그는 그 뒤에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으며 어깨에 박힌 검을 향해 손을 뻗어간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난 그를 죽이지 못했다.

기껏 어깨에 칼을 박아넣었을 뿐이다.


키니를 지킬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의 복수를 할지의 두가지 갈림길에서 난 한치의 고민도없이 키니를 선택한거다.

키니는 아직 내가 지킬 수 있는...내 소중한 가족이니까.


"이대로 기다리면 넌 그대로 죽을테지만, 그러긴 싫군"


그의 비어있는 손이 어깨에 박혀있는 검을 향해 다가간다.


"동료의 검을 함부로 쓴것도 그렇지만 내 몸에 상처를 입힌것이 더욱 더 화가난다.

그러니 너는 더욱 고통스럽게 죽여주겠다"


고통스럽게?


"살려달라고 빌어도 소용 없..."


"..아직 안끝났어"


"..뭐?"


가타부타 떠드는 습격자가 벌어준 잠깐의 시간.

이제껏 말 한마디 없던 습격자의 장황한 말을 듣고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더이상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손에 감은 것의 감촉을 아직은 생생히 느낄 수 있을 때,


눈 앞의 습격자가 그 살기를 오롯히 나에게 쏟아내며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할 바로 이 때가 기회이니까.


"안, 끝났다고!"


난 놈을 죽이지 못했다.

'아까'는.


팟! 파라락!


"?!"


습격자의 어깨에서 뽑혀져 날아오는 검.


미리 검 손잡이에 몰래 감아두었던 천을 잡아당기자 거칠게 회전하며 날아오는 검은 맨손으로 잡아내기엔 너무나도 위험해보였다.


실제로 검을 잡아낸 내 손은 미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탓에 검신을 잡아 깊게 베어져간다.


"이깟거쯤이야..!"


손이 베이는 것 쯤, 이미 옆구리를 길게 베인 지금 별것도 아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


"?!"


갑작스럽게 자신의 어깨에서 뽑혀져 날아간 검을 시선으로 쫓던 습격자는 이내 그 검이 어디에 머무는지 그 눈동자에 담는다.


그 시선이 무언가의 감정으로 물들기도 전.


나는, 포식자로부터 절벽으로 내몰린 한낮 사냥감으로서 오만함과 우월감에 빠져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조차 망각한 포식자에게 목숨을 내던지듯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


크게 벌려진 옆구리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 만큼이나 엄청난 고통에,

말 그대로 목숨을 댓가로 얻어낸 또 한번의 순간에,

남아있던 모든 힘을 그러모은 내 몸이 마지막으로 단 한번 허락한 기회에,


비명과도 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습격자의 가슴으로 검을 빠르게 찔러낸다.


"흐읍?!"


허나 빠르게 몸을 틀어내는 놈의 가슴을 꿰뚫기는 커녕 갈라내지도 못한 채 스쳐지나가는 검.


애초에 내가 가지고있던 커다란 정글도보다도 얇고 짧은 주제에 무거웠던 검이었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검은 무거웠고 나는 몸에 힘이 대부분 빠져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난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크아압!"


옆구리의 고통은 어느순간부턴가 사라진 후.

분명 아팠는데, 비명이 저절로 나올만큼 끔찍한 고통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내 몸 속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놓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아픔이 느껴지질 않는다.


더해서,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과 몸 이곳저곳에 수놓아진 상처로 인한 피로마저도.


물론 힘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그저 검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집중력에 습격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수 있는 멀쩡한 정신만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퍽!


"흐큭!"


검을 내지르는 기세 그대로 피하는 데에 모든 균형과 힘을 몰아버린 습격자에게 덮치듯 부딪힌다.


그저 놈의 방향으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했듯, 습격자들의 검은 생각보다 짧았으니까.


푸각!


"끄으아아아!!!"


쓰러지는 힘과 검 자체의 무게, 그리고 내 몸의 무게까지 모두 실어버린 그 검을 다시 잡아당겨 넘어지고있는 놈의 가슴에 박아넣었다.

검이 짧은 덕택에 붙어있던 영거리의 자세에서도 무리없이 검의 가드부분까지 습격자의 가슴에 박을 수 있었던 나는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는 놈과 함께 땅에 뒹굴고 만다.


"허억...헉..."


아주 짧은, 그저 두번의 공방.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만으로도 금방 의식이 아득해져온다.


나 또한 회생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기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신기한 이 상황에서 나는 그저 밑에 깔린 습격자의 시체 위에 겹쳐 누워 가쁜 숨만을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


"미양, 먀! 미야아! 먀아!"


키니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어디있는지, 상처는 깊은지 확인하고자 고개를 돌려보지만, 아니 돌리려 해보지만,

고개는 돌아가지 않는다.


시선만이라도 돌려 키니의 위치를 확인해보려해도,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평소처럼 키니를 들어안고 괜찮냐는 말 한마디만 건네보고 싶었지만,

몸에는 단 한줌의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하악...카, 카학! 쿨럭!"


입에서 토해져나오는 것이 뭔지...그것마저 보이지않고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방금까지 희끗하게 보이던 시야마저도 무언가가 가린 듯 까맣게 물들어버린다.


..이게, 죽는건가..?


"..크, 크욱!..."


그럴만도 하겠지. 옆구리를 그만큼 깊게 베어버렸으니.

흘려낸 피도 피지만 워낙 깊은 곳을 찔리고 베인탓에 내장또한 성하지 않을거다.


뭐..상처를 입은 순간 살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했으니까.


그냥 끝이 오기 전 눈앞에 있는 습격자를 단 한명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고 싶었을 뿐.


무언가가 목구멍을 억지로 벌려내고 올라오는 느낌에 그것을 입 밖으로 뱉어내듯 기침을 내뱉곤 묘하게도 침착한 상태로 지금을 받아들인다.


죽는거야 뭐, 지금까지고 몇번이나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만한 인생을 살았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아온게 신기할 지경이기도 하니까.

쓸데없는 고집으로 번 내 고생이었지만...그래도 지금까지 나름 잘 살아왔고 마을 사람들과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원인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가시켜 살아온 어린시절을 반성이라도 하듯, 이젠 마을을 지키겠다고 말할만큼.


아버지가 유서에 남기신 내 의향만을 물었던 아버지 자신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마음먹을 만큼.


"쿨럭!..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세상에서 홀로 누워있는 듯한 느낌.

외로움, 그리고 이상할만큼의 안도감.


아, 그래 이 안도감..뭔지 알았다.

이제 곧 부모님을 뵐 수 있을거란 기대섞인 안도감이다.


내 얼굴, 몰라보시면 어떡하지?


'--!..!!...---!'


'...응?'


그렇게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내던 검은 세상에 덧씌워내듯 다른 얼굴이 떠오른다.

어디서 많이 본, 앳된 여자아이의 익숙한 얼굴.

그리고 그 소녀의 옆에서 희뿌옇게 뭉개진 또 다른 여자의 실루엣.


누굴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것 같은데..

자꾸 나한테 뭐라고 말을 거는것같기도 하고..

아 그건가? 나와 같이 저승으로 갈 사람들인가?

사람...은 아니겠지. 영혼?


'...뭐든 어때'


지금은 아직 그쪽으로 갈 순 없으니까.

아직 죽지는 않은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꺄아아아!!!"


귓가를 따갑게 찌르는 니르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지만, 그런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새까만 늑대들이 지척까지 다가와 그 검게 일렁이는 몸 보다도 더욱 새까만 입을 흉악하게 벌려내고 있는 모습을 시선 끝에 담자마자 다시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려나간다.


쿵! 콰직!


"하아..! 하아....!"


숨은 이미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상태.

어깨의 고통 때문인지 품 안에 올바르게 안을 수 없는 니르의 팔을 목에 둘러 매달듯 한 채 달리는 통에 숨은 평소의 몇배나 더 빠르고 가쁘게 차올라온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아..!


"어, 언니! 왼쪼..!"


"?! 후아?!"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을 향해 뛴 내 뒷발을 무언가가 스쳐지나간다.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소름이 돋을만큼 날카로운 무언가.


시큰거리는 통증으로 보아 상처를 입은 듯 하지만..달리는 데엔 아직 무리없으니까!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정신없이 도망가며 불에 타오르는 건물 안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따라오는 늑대들이 들어오지 못할만한 좁은길은 무조건 들어가 통과해보기도 하며 달리는 터라 지금이 어디쯤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그런 수많은 고육지책과 방해에도 여전히 뒤에 따라붙은 늑대들은 그 수가 줄어들지 않으니 더욱 미칠노릇.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지...슬슬 한계가 가까워져 온것은 확실하다.


이젠 테미가 돌아와서 구해줄거란 기대를 하기에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올 때 쯤,


"언니! 저, 저기서 오른쪽으로!"


"으응?!"


달려가던 길 앞쪽을 가리키며 소리치는 니르의 말에 바로 나타난 오른쪽 길로 내딛은 발을 박차며 뛰어들어간다.


"크윽!"


준비할 수 없을만큼 바로 앞에 그 길이 나타난 탓인지 갑작스레 꺾여버린 발목에서 심상치않은 통증이 전해져온다.


접질린걸까? 하필 이럴때에?!


"괘, 괜찮아 언니?!"


"괜찮아, 나는, 괜찮아!"


전혀 안괜찮지만.

한 팔로 겨우 품에 안은 니르의 얼굴을 눈짓으로 내려다보니 이미 눈물콧물로 범벅이된 얼굴을 하염없이 찡그리며 두 눈 가득 눈물을 담은 채 올려다보는 그 얼굴엔 가릴 수 없는 걱정과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조금만 더!'


이 앞에 뭐가 있을지, 내가 어떻게 해야 저 늑대들을 따돌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건,


품 안의 이 아이만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으니까!


"?!"


그 일념만으로 하염없이 달려가던 내 귓가로 쇠와 쇠가 강하게 맞부딪히는 뾰족한 소리가 들려온다.


멀지 않은 곳, 어디선가 누군가가 싸우고 있을 '무기'가 맞부딪히는 듯한 그 소리에 더 이상 저 괴물들을 따돌릴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던 나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박차나간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지금까지 기대왔던 것과는 다른 희망이 있다면, 제발, 제발!


[크롸락!]


"꺄..?!"


빠각! 콰직! 쾅!


불에 휩싸인 양 옆의 건물들이 무언가의 강한 힘에 의해 하나 둘 무너져간다.


뒤에서 전해져오는 피부를 찌르는 듯한 살기에 간신히 피해내곤 있지만, 이미 두어번 늑대들의 발톱이 할퀴고간 상처를 몸에 새긴 나는 그 발톱이 매섭게 다가오는 것 만으로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마를 새 없이 흘러내렸다.


불타는 건물이라 그 내구도는 한없이 약해졌을거라지만, 그렇더라도 그 건물을 무너트리는 늑대들의 발톱과 힘은 결코 무시할만한게 아닐테니까.

분명 그 생김새나 니르의 말에 의하면 늑대, 그것도 익히 아는 회색 늑대임에 틀림없을텐데 저 무지막지한 덩치와 힘, 그리고 '회색' 늑대인 주제에 새까만건 무슨 이유에서야?!


아무튼, 직격당하거나 조금이라도 강하게 스친다면 그걸로 끝이야!


"?! 앗..뜨거워!"


어느샌가 머리에 옮겨붙은 불씨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방이 불에 타는 목조 건물들이다. 주변을 가득 메운건 새까만 연기와 끊임없이 토해져나오는 수많은 불씨들.


그나마 목에 팔을 두르고있는 니르가 급하게 꺼주었으니 망정이지, 머리가 전부 타다못해 몸에까지 불이 옮겨붙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


지금껏 이 긴머리에 옮겨붙지 않은게 신기할정도로 많은 그 불씨들과 연기로 가득한 길을 뜨거움을 견디며 달려나간다.


아까보았던 이 길의 마지막도 코앞이다!


타닷!


[키아악! 크롸..]


쿵! 와르르!


달리던 길을 빠져나와 넒게 트인 공간에 나오자마자, 다행스럽게도 지나쳐온 건물이 스스로 무너져내리며 길을 막아버린다.


따라오던 괴물들이 저 잔해에 깔려버렸으면 정말 좋았으련만...


"하악..하아..학.."


그리고 곧 온 몸을 무겁게 짓눌러오는 엄청난 피로감.

근육에서 전해져오는 팽팽한 근육통과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입게된 상처들, 그리고 알고도 애써 무시했던 상처들에게서 전해져오는 쓰라린 통증도 더해 다리는 금방이라도 꺾일 듯 후들거린다.


"언니..! 나, 나 내려줘! 내려줘도 돼!"


"아..아직 위험..."


"언니 더 이상 힘들잖아! 니르는, 니르는 괜찮아!"


이미 목에서 팔을 풀어낸 니르의 간곡한 목소리에 등 뒤로 둘렀던 팔에 힘을 푼다.

그러고보니 도망치는데에 전념하느라 힘을 좀 세게 주었을지도 모르는데...아프진 않았을까?


"언니?! 아프지 않아?! 괜찮아?!"


내가 묻고싶은 말이었는데..


"언니는 괜찮.."


안심시키려던 말을 전부 꺼내기도 전, 극심한 두통과 함께 찾아온 멀미에 시야가 무너지고 몸 또한 같이 무너져내린다.


한계에 가까워지진 않았을까 했는데...역시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해있었나보다. 그 한계를 넘어서 버린걸수도 있고.


"언니이이?!!"


땅에 무릎꿇으며 무너져내린 나를 부축하듯 받쳐든 니르의 얼굴이 바로 눈 앞에.

아까도 도망쳐오면서 보고 느낀거지만 니르는 내 걱정을 하기보단 자신의 걱정을 먼저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토록 힘든 상황을 그저 겪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인데다 고통이었을텐데..


"괘, 괜찮아..그보, 그보다 회색 늑대들은..?"


니르에게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을 다 끌어모아 웃어보이곤 잘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돌려 빠져나온 길을 돌아본다.


아직도 불타고있는 무너진 건물 잔해로 막힌 그 길에는 늑대는 커녕 강아지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보이는건 그저 일렁이는 불꽃과 그 그림자 뿐.


"어..없어 언니.."


"..다행이다..."


나도 두 눈으로 보고있는 광경이지만 니르의 말을 듣자마자 몰려든 안도감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몸의 힘이 메마른 땅에 물 한두방울 떨어지듯 사그라져버린다.


지극히 우연한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늑대들의 추격을 따돌린건 틀림없으니까.


"..어..언니이...언니, 언니이이...."


"...."


나와 마주보며 땅에 주저앉은 니르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한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아니, 고정시킨건 고개 뿐.


그 눈동자는 쉴새없이 움직이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마을이..마을이이..."


더 흘릴 눈물이 있었을까?

불타오르는 마을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며 힘없이 그저 같은말만 되풀이하는 니르는 두 눈에서 그쳤던 눈물을 다시 흘려내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까보다도 더욱 많이, 더욱 서글프게.


"..니르야"


움직이지 않는 손, 움직이지 않는 팔, 움직이지 않는 어깨, 움직이지 않는 다리, 움직이지 않는 머리...


제발 움직이라는 신호에도 꿈쩍않던 몸을 어떻게든 기어가듯 니르에게 다가가 그 불안하게 떨리는 자그마한 몸을 품안에 껴안는다.


이런 아주 사소한 행동에도 온몸의 근육들은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이 입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걸 애써 참아내며 니르를 달래보려 더욱 꼬옥.


"...!!"


아프다. 순간 눈 앞에 번개가 번쩍일정도로.

정말 간신히 비명을 삼켜내고 내 품에서 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불타는 마을을 향한 니르의 시선을 가리듯 그 머리를 보듬어 안는다.


나조차 보기 힘든 광경이다.

분명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중앙 광장에 피어오른 커다란 불꽃을 바라보며 축제의 여흥을 즐겼었는데..


같은 불꽃이지만 전혀 다른 불꽃이, 그보다도 더욱 커다랗게 마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문득 그 몇시간 전의 광경을 떠올리다 기시감이 느껴져온다.


분명 눈 앞의 광경이 눈에 익지는 않는다. 불에 휩싸인 이 모습을 어디선가 보았을리 만무하니까.


다만 이 장소가 너무나도 익숙해서,


"...응?"


의아함에 주변을 둘러보던 내 눈에 그 모습이 들어온건, 그것 또한 우연이라봐도 무관하리라.


"누구...지?"


저 멀리 한켠에서 싸우고있는 두명의 남자들.

꽤나 거리가 있기에 금방 누구인지 분별이 가진 않았지만, 둘 중 한명은 온몸을 검게 물들인 모습이 꼭 방금 전까지 뒤따라오던 늑대의 모습과 닮은 탓에 그들이 싸우는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혹여라도 위태위태해보이는 상대를 쓰러트린 저 검은 남자가 이곳으로 오진 않을까 싶어서.


혹시 들려왔던 쇳소리가 저들에게서 나는 소리였을까?

그렇다기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는 의문에 더욱 집중하며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그리고 이내 나는 위태위태한 그 인영이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격통에도 참았던 비명을 내질러버렸다.


"루...루시안님?!!"


"?!!"


품 안에서 그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던 니르가 소스라치며 고개를 든다.


루시안님과 보낸 시간이 나보다 월등히 오래된 니르는 순식간에 그 인영이 누구인지 알수 있었는지 그 큰눈을 더할나위없이 부릅뜨며 그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짖었다.


"루시안 오빠?!!!"


역시, 역시 루시안님이었어!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본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곳에 계신거지? 왜 저기에서 싸우고 계신거야?!


왜 이 중앙 광장에 루시안님이?!


다가가보려 다리에 힘을 준다.

몸은 말을 듣지 않지만 그래도 저렇게 위태로운 루시안님을 그저 보고있을수만은 없었으니까.

내가 힘이 되어드릴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불타오르는 마을의 불빛으로 온통 붉게 물든 중앙 광장을 가로질러가기엔 분명 넓지는 않았던 이곳이 왜 이리도 넒어보이는지.

루시안님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내가 닿을 수 있을런지.


정말 딱 그 생각만을 했을 뿐이었다.

고작 숨을 두어번 쉬는 정도?


하지만 이때의 난 몰랐다.

그 짧은 사이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 꺄아아악!!! 루시안 오빠아아아!!!"


"루시안니이임?!!"


그가, 몸에 검이 박힌 채 무너져내린다.

땅에 무릎을 꿇은 채, 배에 검이 박힌 그는 고통스러운지 몸을 웅크리려하지만 이내 뽑아내는 것이 아닌 '휘두르는' 검은 남자의 검에 옆구리에서 피가 쏟아져나오는 것이 이곳에서도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더라도 확연히 알 수 있을만큼 뿜어져나오는 피와 충분히 예상되는 그 상처.


늦은걸까? 지금이라도 달려가면 늦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 확실한건,


고민하기엔 늦었다는거!


"니르야 여기 가만히 있어야해!"


"나, 나도, 나도 갈거야!"


위험한 곳이다.

어쩌면 방금전까지 뒤따라오던 늑대보다도 훨씬 위험한 것이 저곳에 있다.

그런곳에 니르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없지만..


니르의 두 눈에 어려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안된다는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니르에겐 루시안님은 애틋한 감정을 품고있는 대상.

말하자면, 짝사랑.

첫사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어린아이가 더 많은 사람을 좋아해봤을거란 생각도 들지는 않지만 사람이란 모르는거니까.


하지만 적어도 눈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만약 나라면, 테미가 저렇게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면...


"..절대로 떨어지지마!"


"아, 알았어 언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저히 니르의 따라오겠단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가자.


루시안 님에게 더 위험한 일이 생기기전에!


"?! 언니이!!"


"응?"


루시안님의 이름이 아닌 날 부르는 니르의 외침에 달려나가려던 발을 멈추고 몸을 돌린다.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 뒤따라 오려던 니르가 얼굴이 새파래진 채 고개를 위로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 올려다 본 밤하늘에선,


"무...무슨..?!!"


마을에 내리던 큰 덩어리들이 그 궤적을 틀어내고 있었다.

아직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데다가 하나하나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커다란 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모를정도로 격하게.


바로 내 머리 위를 향해서.


"아...아아..."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상.

마을이 불타오르곤 무언가에 의해 공격을 받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이 상황보다도 더욱 비현실적인 모습이 실제로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그 무엇이 저렇게 궤도를 꺾어내며 내릴 수 있는거지?

그 정체를 알수없는 것이 만들어내는 이유를 알수없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괴기스러웠고, 공포스러웠고, 신비했다.


루시안님에게 달려가려던 다리를 멈춰세우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정도로.


"..! 이, 이럴때가 아냐..!"


그리고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겨우 들었을 때 쯤 무얼하던 도중이었는지 떠올린 나는 황급히 루시안님이 있던곳으로 시선을 내린다.


자꾸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위태롭던 루시안님이 어떻게 될런지...


"..어?"


보이지 않는다.

분명 땅에 무릎을 꿇고있던 루시안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를 공격하던 검은 인영마저도.


"어디로..사라진거지?"


"루, 루시안 오빠가 없어졌어...?"


이게 대체 무슨일인걸까.

이건 꿈일까? 지금 당장은 깰 수 없는 악몽같은?

차라리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루시안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마을이 이렇게 불타오르며 온 사방을 지옥과 같은 소리들로 채우지도 않았을텐데.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다.


사방에서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 그리고 하늘에서 이곳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정체모를 커다란 덩어리들, 쓰라려오는 몸 이곳저곳의 상처들이 이건 의심할 여지 없는 현실이라고 외치고있으니까.


그리고 루시안님이 있던 자리에 '전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저...검은 안개는..?"


땅에 모여있는 검은 안개.

보편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와는 분명히 다른 그 검은 안개는 끊임없이 일렁이며 땅 위에 고여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세상에서 감추듯이.


"....!"


주저하는 나와는 달리 그 검은 안개를 본 니르는 망설임없이 그곳을 향해 달려나간다.


무슨 위험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지금 그토록 위험천만한 행동은 말려...


"..읏!"


말리긴 누굴 말려?!


잠시 멈춰있던 다리에 힘을 주어 니르의 뒤를 따라간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현실에 내려온다.

여름이 되면 내리는 비처럼, 겨울이 되면 내리는 눈처럼 그건 마치 당연하다는 듯.

담담히, 거스를 수 없도록.

그것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무얼 할수 있을지 모르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내가 무얼 해야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이 눈 앞에 있다면,

주저하는 건, 단 한순간만으로도 이미 차고도 넘쳐!


욱씬.


"크...으?!"


접질린 발목, 커다란 나무 조각에 거칠게 헤집어진 어깨, 늑대들에게서 도망치며 얻은 수많은 상처들이 연달아 지르는 비명에 금방이라도 땅에 나뒹굴듯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가느다란 정신의 한 줄을 꽉 붙들어잡아 겨우겨우 움직여 검은 안개를 들여다보며 무릎꿇은 니르의 옆에 간신히 닿는다.


"오빠! 오빠아아!"


검은 안개를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니르는 그저 루시안님의 이름만을 목놓아 부르며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검은 안개의 밑에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가슴에 칼이 깊숙히 박힌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감싼 남자가 누워있었다.


"아...이, 이건..."


그리고 그의 가슴께에서만이 아닌 다른곳에서도 흘러나온듯한 엄청난 양의 피.

땅에 무릎을 꿇은 니르의 다리를 적시는 그 피 웅덩이는 과연 사람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양의 피인지 의심이 갈정도로 많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것을 떠올릴 만큼.


"루시안니임!!"


일렁이는 검은 안개가 대체 무엇인지 그걸 걱정하고 따질새는 없었다.

그 안에 루시안님이 있다면, 이 피가 루시안님이 아닌 그 밑에 깔려있는 남자에게서 흘러나온것이라 믿는다면 아직 늦지는 않았을테니까.

결코, 결코 루시안님이 죽었으리란 건....


콰앙! 쿵!


"오빠!...꺄악?!"


"흐앗?!"


눈 앞의 검은 안개에 몰두해있던 나와 니르를 갑작스레 덮치는 강한 진동과 흙더미들.

니르를 뒤에서 감싸안으며 그게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던, 있을 수 없는 궤적으로 틀어져 내려온 그 수많은 '덩어리'들이 중앙 광장에 떨어져 내린거다!


쿵! 퍼벅! 콰지직!


땅에, 먼저 떨어진 덩어리 위에, 불타는 건물 위에.

중앙 광장을 빼곡하게 메우기 시작하는 덩어리들은 서로 부딪혀 뭉게지기도하고 쌓이기도 하며 그렇게 하나 둘 땅으로 내려앉고있었다.


그때마다 튀어오르는 흙더미들과 충격파에 품 안에 감싸안은 니르와 그 아래의 검은 안개만을 보호하는게 고작이지만, 아직 이곳까지 저 덩어리가 떨어지지 않은게 천만다행...


"?!"


..이란 생각에 고개를 든 내 눈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머리위를 가득 메우며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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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에라의 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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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 [만남] : Epilogue. 밤이 밝은 뒤 찾아온 시간은. 18.02.10 112 0 13쪽
45 Chapter [만남] : @. 밤이 밝아오는 사이에. 18.02.10 75 0 34쪽
44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5) 18.02.10 90 0 27쪽
43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18.02.10 80 0 27쪽
42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3) 17.12.22 87 0 23쪽
41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2) 17.12.18 114 0 27쪽
40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1) 17.12.16 100 0 19쪽
39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8) 17.12.15 105 0 22쪽
»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17.12.14 110 0 26쪽
37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6) 17.12.13 86 0 34쪽
36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5) 17.12.12 85 0 34쪽
35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4) 17.12.10 92 0 23쪽
34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3) 17.12.09 85 0 32쪽
33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2) 17.12.08 105 0 22쪽
32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1) 17.12.07 134 0 23쪽
31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6) 17.12.06 102 0 27쪽
30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5) 17.12.05 89 0 23쪽
29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4) 17.12.04 103 0 25쪽
28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3) 17.12.03 78 0 22쪽
27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2) 17.12.02 105 0 23쪽
26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1) 17.12.01 98 0 24쪽
25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9) 17.11.30 122 0 22쪽
24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8) 17.11.29 98 0 24쪽
23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7) 17.11.28 85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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