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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스카치에라의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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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7.11.07 22:11
최근연재일 :
2018.02.10 20:3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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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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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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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4)

DUMMY

공작 영애와 지냑 아저씨가 서있던 일행의 제일 선두까지 기사들에게 부축을 받아가며 내려가자 눈 앞에 굳게 닫혀있는 나무 문이 눈에 들어온다.


맨 뒤에 서있을 땐 얼핏 보여서 무언가 했는데 가까이에서보니 꽤나 단단하게 만들어진, 정말 '빛하나 새어나가지 않을 듯한' 문의 모습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딜보고있는게냐 루시안!"


"죄, 죄송해요 아저씨"


평소보다는 작지만 주의스러운 기색이 어려있던 지금까지와 달리 조금은 커진 지냑 아저씨의 호통에 시선을 옮겨 고개를 숙인다.

불러서 온건데 다른데에 신경이 팔려버렸으니 지냑 아저씨도 화를 내실만하지..


"사실이냐 루시안?!"


"네, 네? 사실이라뇨?"


헌데 아무래도 화가 나신듯한 그 이유가 단지 그것때문만은 아닌것 같았다.

뜬금없이 사실이냐고 물어봐도 뭐가 사실인지 모르는데...?


"네가 조합장님께 이 마을의 '어디던' 공작영애를 안내한다는 역할을 떠맡았다는게 사실이냔말이다!"


"아...네 맞아요...?"


중간에 뭔가 좀 걸리긴 하지만 조합장님이 내게 부탁하셨던게 맞으니까 사실은 사실이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이 앞에 뭘 주의해야 할지 알려줄테니 잘 기억하고 있거라!"


"...네?"


사실은 나도 지냑 아저씨의 이런 몰아치는듯한 대화법이 살짝 거북스럽다. 따라가질 못하겠다고 해야하려나?

머뭇거리며 일단 지냑 아저씨가 늘어놓으시는 주의할 것들을 애써 귀담아 듣는다.

어차피 이 앞은 지금껏 걸어온 갱도와는 다른곳일테니 주의해야할것도 달라지긴 할테니까.

들어야될걸 듣는거긴한데..근데 왜 나한테만 알려주시는거지?


"..여기까지 다 들었느냐?!"


"아, 네!"


"다 기억하고 있느냐?!"


"네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 난 먼저 올라가마! 안에 커다란 모래시계가 있을테니 들어가자마자 뒤집어 놓고 모래가 전부 내려가기 전에는 올라오거라!

실수 없이 하거라 믿고 있으니!"


"네 알겠습....네?!"


쏟아내듯 자기 할말을 마친 지냑 아저씨가 비슈트 수석기사를 위시한 다섯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지나온 갱도를 다시 뒤돌아 올라간다.

갑작스러운 지냑 아저씨의 행동과 기사들의 모습에 당황한 나에게 다가온 테미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따로 할일이 있기에 비슈트 수석기사님과 지냑 현장책임자님은 먼저 올려보냈습니다.

이곳을 점검하고 올라가서 처리하기엔 시간이 비효율적으로 들테니까요"


"아, 아니 그래도 지냑 아저씨가 계시지 않는다면 여러모로 설명이라던지가.."


"이 앞으론 설명은 필요 없어요. 안의 구조는 미리 전해들었으니까요"


나무 문 앞에 서있던 공작영애의 말에 당황스러움이 가시기는 커녕 더욱 심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세명만 남겨두고 전부 올려보내야할 필요가 있을까?

만에 하나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어쩌려고?

게다가 지냑 아저씨는 어째서 저리도 쉽게 우리들만 남겨두고 올라가신거지?


설마 나 때문에? 내가 마을의 '어디던' 안내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날 믿어서 그냥 올라가신거야?


어후...그러시면 안되는데..


"궁금하신게 많으신것 같습니다만, 조금만 참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대답해주시지 않을것같았으니까 묻지도 않았어요"


"루시안 님은 눈치가 빠르신 편이시군요"


"눈치라기보단 경험이죠"


테미라는 이 사람이 자신이 불리하거나 득이되지 않을만한 이야기에 대해선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와 보낸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공작영애도 빈틈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저리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있으니 그 빈틈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으리라.


어찌되었든 이들을 데리고 다시 올라갈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지냑 아저씨와 기사들은 이미 눈에 보이지도 않을정도까지 멀어진 후였다.

안내뿐만이 아닌 감시의 역할도 맡고있는 내가 따로 올라갈 순 없으니까 조용히 따를수밖에..

..조용히는 못있겠다. 불만이 없는건 아니니까.


"열어도 될까요?"


"어차피 들어가실거잖아요? 열지 않으면 못들어갈텐데요 뭘"


"...기분을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루시안 님"


무심결에 볼멘소리를 해버렸지만 솔직하게 건네오는 사과와 미안하다는 듯 눈꼬리를 내리며 시무룩해진 공작영애의 모습에 도리어 내가 잘못한듯한 기분에 사로잡혀버린다.

...지냑 아저씨 앞에선 그리도 당당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있더니 왜 내 앞에선...


"아가씨도 소녀이니까요 루시안 님. 이 모습이 원래모습에 가깝습니다"


"테미?!"


"..아까 아침에도 묻고싶었는데 테미 씨는 어떻게 제가 말하지도 않은걸 알고는 대답하는겁니까"


"어른의 감입니다"


웃기고있네.


"...생각보다 거친분이시군요 루시안 님은"


"내가 뭘 했다구요?"


"방금전에는 생각만이 아니라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는데요"


"어두워서 잘못보신거겠죠"


갱도 벽을 메운 시토리움으로부터 발해지고있는 빛이 있긴 하지만 절대 밝다고는 할 수 없는 갱도 내부이다.

사람 표정정도는 충분히 잘못볼 수 있을만한 밝기이니만큼 그 가능성이 매우 크리라.

그니까 웃기지 마요 테미 씨.


"또 그러시네요"


"으아악?!"


"...푸훗"


문을 등지고 돌아서 나와 테미를 바라보던 공작영애는 입을 가리며 즐겁다는 듯 웃는다.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있으신건가요"


"아, 아뇨..테미와 이렇게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저 이외에는 처음봐서요"


친밀? 이게?


"삼일동안 저와 루시안 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신뢰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그렇죠 루시안 님?"


"일방적인 신뢰관계를 쌓은걸 저에게 물으셔도.."


"루시안 님은 쑥스러움이 많으신 분이시군요"


"...그러는 테미 씨는 꽤나 뻔뻔하신 분이신것 같네요"


"아가씨 아가씨, 루시안 님께서 저에 대해 너무 많은걸 알아버리신 것 같습니다"


"후후..테미가 루시안 님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 둔 이유를 알것같네요"


"...네? 절 여기 남겨둔 이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바라보는 공작영애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두워서 그런걸까?

그 미소는 어딘가 한층 더 '그녀다운'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녀답다라는 말을 쉽게 쓸만큼 그녀에 대해 내가 잘 알고있지는 않지만 그정도로 자연스러운 듯한..그런 미소를 띄고 있는듯했던건 어두운 탓에 잘못본걸까?


역시 이 갱도는 어둡다. 테미가 이상한거였어.


"일단 들어가죠. 시간을 더이상 지체할수는 없으니"


몸을 돌려 다시 문을 향한 공작영애의 옆으로 테미가 다가가 문에 손을 올려놓는다.

계속 느꼈지만 역시 이 둘...이렇게 의도적으로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곤 대답 안해주는게 참 닮았단말야.

답답하지만, 그럴때마다 항상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할 화제로 전환해버리니 캐물을수도 없고.

으...답답해.


끼이익.


그렇게 혼자 답답해하는 날 내버려두곤 공작영애와 테미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어?"


그리고 문 너머, 분명 '시토리움'이 채굴되고있다는 그곳에 펼쳐진 새까만 암흑.

칠흙같은 그 어둠을 눈 앞에두고 본능적인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버렸다.


"이건 생각보다도 어둡군요"


"미리 얘기는 들었지만 이정도로 어두울줄은..."


그나마 갱도에서 비추는 시토리움의 빛이 새어 들어가 문 안쪽 어느정도는 보이지만, 그 이상은 마치 무언가로 가린것처럼 빛 한점 마저 새어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 크음.."


쿵, 쿵, 쿵.


심장의 박동이 더욱 빠르고 강해진다.

아까까진 조금 거슬릴정도였다면 지금은 몸 전체로 느껴질만큼 커졌달까.

이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 공작영애와 테미에게 들리지나 않을까싶을정도로 커다래진 심장소리에 입고있던 갈색 셔츠위로 가슴을 살살 문질러보지만 겨우 그정도로 진정될것같지는 않았다.


"루시안 님"


"...네"


"괜찮으신겁니까?"


"괜, 찮아요. 그냥 뭐랄까...이런건 처음봐서 그런거겠죠"


돌아보는 테미의 눈빛에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레를 쳐보지만 실제로 괜찮진 않으니 어떻게 비춰질런지..

걱정시키는것도 싫고, 그럴만한 일도 아닌것같은데다가 이들만 내버려두고 몸이 안좋은것같으니 올라가보겠단 말을 꺼낼수도 없으니까 그저 참을 수 밖에.


"근데 이토록 어두운곳을 어떻게 들어가시려고..."


"음...분명 지냑 현장책임자님께서 말씀하셨던게 이 주변에 있을텐데요.."


열려있는 나무문을 지나 조금씩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공작영애는 사방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직은 갱도의 빛이 비추는 곳에 있기에 눈에 보이는 그 모습은 그저 두 팔을 위로 치켜들곤 휘적거리기만하는 모양새.


"...뭘하고있는걸까요"


"체조?"


"다 들려 테미"


여유롭게 농담을 꺼내는 테미와 맞받아치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들리지 않을정도로 조용히 심호흡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살짝 먼지가 섞인 갱도 안의 공기가 폐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느낌은 썩 불쾌한 것이었지만 덕택에 심장의 박동이 조금은 사그라든것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들 뿐이지 내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걸지도.


"아, 여기있네요"


이윽고 찾던것을 발견했는지 공중에서 무언가를 잡는 듯 손을 쥔 공작영애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잡아당긴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공간.


화악.


"으, 으윽?!"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무슨일이 일어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예고라도 좀 해주고...!


"무언가 했더니 천막으로 가려놓았던거군요. 행여나 바깥으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하기 위함이었나보네요"


"응 그런것같아. 이곳까지 내려와 작업하는 사람은 지냑 현장책임자님 단 한분이라고 하셨었으니 비밀 유지를 위해서 이 빛을 바깥으로 새어나가게 할 수는 없었겠지"


"갱도에서 일하시는 다른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는게 더 신기할 따름이군요"


"그 부분은 뭐 나름의 방법이 있지 않겠어?

그나저나...이게 고밀도의 시토리움인거구나.."


"갱도 벽을 따라 박혀있던 시토리움도 신기했지만 이건 그 궤를 달리하는군요"


나를 제외한 공작영애와 테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정도로 밝은 건 아닌가? 순간 멋쩍은 기분에 주춤거리며 손을 내리곤 눈을 조심스레 떠보니,


"...우, 우와아..."


칠흑같은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나무 문 너머의 공간이 밝은 자줏빛으로 물든 채 눈 안으로 들어온다.


군데군데 무너져있거나 파여있는 탓에 균일하지는 않지만 원형으로 다듬어져있는 공동.

윗면이 뾰족한 사다리 꼴로 한 점을 향해 비스듬이 솟구쳐있는 천장 한가운데를 받치며 선 커다란 나무기둥과, 그 나무기둥에 빗살처럼 이어져 공동 벽에 박혀 천장을 지탱하는 수많은 나무 갈비살들.


그리고 그 나무 갈비살들 사이로 보이는 천장에 빼곡한 밝은 자줏빛의 시토리움과 공동의 바닥과 벽에도 오밀조밀하게 박혀있는 시토리움들이 일제히 그 빛을 환하게 밝히며 공동 내부를 비추고있었다.


자연에는 있을 수 없는, 자연적인 빛.

그 신비함에 그저 멍하니 공동 내부를 하염없이 둘러보고만 있었다.


"밀도가 짙어질수록 하얀색을 띈다더니, 그 이상의 밀도를 가지게 되면 원래의 색을 되찾는건가보군요"


"그렇다기보단 하얀색일 땐 어느 수준의 밀도를 가짐으로서 성질이 변한다는것같아"


"다른 성질을 띄기 때문에 다시 자주빛으로 돌아온다는 건가요?"


"지냑 현장책임자님의 말씀대로라면?

채굴하게 되면 그런건 상관없이 밝은 회색을 띄게 되니까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더라구.

고밀도의 시토리움은 지냑 현장책임자님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계신다지만"


"정말 신비한 금속이군요 시토리움은.."


타박,타박. 공동을 울리는 발걸음소리를 내며 한가운데를 향해 들어가는 공작영애와 테미의 대화는 이 공동을 눈 앞에 두고도 의연한듯하다.

나만 이리도 충격적인건가?

어째 다들 익숙하달까, 아니 그보단 이 공동의 모습이 그다지 중요치 않은듯한...


"루시안 님! 이쪽으로 오세요!"


"아...?"


멍하니 둘을 바라만보던 나에게 어느샌가 공동 한가운데까지 다다른 공작영애는 손을 흔들며 나를 재촉한다.


사방의 시토리움에서 뻗어나온 밝은 자줏빛으로 가득 차있기에 일견 신비한 느낌과 뭔지모를 기묘함까지 느껴지는 공동 내부에서 손을 흔들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이 장소와 매우 닮아있는듯한, 왜인지는 몰라도 공동에 녹아들어있는 듯한 분위기가 풍겨져나오고 있었다.


"...대체 이게 다 뭘까.."


너무나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듯한 그런 모습들에 본능적으로 거리낌마저 느껴진다.

처음보는 모습에 느껴지는 거리낌이랄까. 쉽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것 같은 그런...

아까까진 이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갱도를 나서는건 안될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생각에 선택을 달리한 내 자신이 조금은 후회스러워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서야 돌아갈 수는 없는일이다.

심장의 박동도 언제부턴가, 아니..공동 내부에 시토리움 불빛이 환하게 밝아진 그 순간부터 언제 그랬냐는듯 잦아져있었고 지냑 아저씨도 날 믿는다고 하셨으니...

솔직히 지금의 나는 올바른 판단을 하고있으리란 자신이 없다. 눈 앞에 이런 풍경을 두고도 이성적일수는 없는거잖아.

그러니까, 가자. 오라잖아.


열린 나무 문에 들어서서 바로 옆에 놓여있던 내 허리까지 오는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는 공작영애와 테미가 있는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생각이 많으신것 같은데, 이제 곧입니다. 궁금해하셨던 것들에 대한 답을 이제 곧 보실 수 있을거에요"


그녀들의 눈 앞까지 다가간 나에게 테미가 건넨 그 말은 일종의 신호였을까.

몸을 돌려 눈 앞의 나무기둥을 마주하고 선 공작영애는 고개를 치켜들고는 천장의 한 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천장을 올려다보고만 있는 공작영애를 빤히 바라만 보고있길 한동안.

문득,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의문에 테미에게 시선을 옮긴다.


"저기, 방금 답을 '볼 수 있을'거라는 게 무슨 의미..."


그리고 그 의문의 답을 포함한 모든것이 갑자기 내 몸을 덮쳐왔다.


"?!"


그건 순간적인 일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는 사이에, 그보다도 더 짧은 순식간에 내 몸을 강하게 옥죄고 지나간 무언가의 손길.


손길? 아니다. 그건...마치 커다란 푸딩에 온몸이 빠져들어가는 것과 같은 뭔가 질척이고 답답한 느낌.

몸 곳곳의 온갖 구멍을 통해 굉장히 끈적거리는 액체가 새어들어오는 듯한..불쾌함과 어째서인지 편안함 또한 공존하는 기분.

순간이었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 그것에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무언가가 강제로 내 몸속을 휘젓고 지나간듯한 그 여파때문인지 시선 안의 공작영애의 모습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모습은 일렁이고 있었기에.


"..아아.."


공동 내부를 환하게 밝히던 모든 시토리움들의 빛이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나와 테미가 서있던 자리는 다시금 암흑속으로,

그리고 그녀가 서있는 곳에 공동 내부를 비추던 모든 자줏빛이 모여 그녀를 집어 삼킨다.

마치 그 빛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마냥.


수많은 곳에서 그녀를 향해 쏘아져온 그 빛에 녹아들듯 그녀의 모습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저..저대로 놔두어도 되는건가요..?"


의연하게 선 테미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버린다.

이 현상 자체도 기묘하지만, 그 이전에 공작영애가 저런 모습을 띄고있는걸 그저 바라만보고 있어도 되는걸까?


"괜찮습니다. 시토리움을 선별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것이니까요"


"...선별? 의식?"


저게 의식이라는 것 이전에...시토리움은 '선별'한다는 그녀의 말에 강한 의구심과 위화감이 느껴졌다.

광물을 선별한다는 것 자체는 광물을 채굴하고 난 뒤 선광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녀는 광부가 아니다. 그저 공작가의 영애일 뿐.

그런 그녀가 광물을, 시토리움을 '선별'한다고?


...잠깐만.


'..시토리움에 대해, 시토피엔스에 대해 알고계시나요?'


갱도를 내려오며 테미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토피엔스. 시토리움에 대해 반응하며 시토리움을 지님으로서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사람들.

그 현상을 발휘하는 능력으로 하여금 '스카치에라'라는 곳에서 국가간 전쟁을 대신한 외교전, 속칭 '대리전쟁'을 치르고있는 자들을 일컫는 명칭.

겉으로 보아선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지만 인간으로선 가질 수 없는 '힘'을 지닌 그들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


바닥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그녀 주변을 자주색 빛들이 뭉쳐있는 동그란 구체 여러개가 맴돌기 시작한다.

그녀 주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이 움직이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람한점 없는 공동 안에서 점점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 안쪽으로 드러난 숨겨져있던 그녀의 가냘픈 목덜미에 선명히 새겨진 '문양'


학교에서 배웠던 시토피엔스에 대한 특징 중 가장 커다란, 시토피엔스들 특유의 문양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빛을 머금고있었다.


"공작영애가...시토피엔스, 라는건가요?"


"이트비아 왕국 역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시토피엔스이십니다.

지냑 현장책임자님을 올려보낸건,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이죠"


"...그런.."


왕국 최초의 시토피엔스.

전혀 예상조차 못했던 사실에 머리속을 수없이 메우던 생각들이 깨끗하게 사라져버린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체조차 의문스레 여겨졌던 사람들이었다.

대륙 어딘가엔 '스카치에라'라는 곳이 존재하고, 그곳에선 대륙 내의 각국을 대표해 '대리전쟁'이라는 형태로 대신 외교적 분쟁을 해결하는 '시토피엔스'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은 바람을 일으키거나 땅을 갈라지게하고 불을 일으키기도 한다는...실로 동화같은 이야기.

마을에서만 계속 살아왔기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저 외지인들의 입을 타고 흘러오다 과장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저 스카치에라라는 곳에서 원탁을 둘러싸고 서로의 눈치를 보며 피가 튀지 않을 뿐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로 와전되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눈앞에 마주한 '시토피엔스'라는 존재가 그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란 증명을 몸소 보이고있었다.


"설명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이곳에서 오랜시간을 있을 수는 없기에 미리 루시안 님께서 시토피엔스에 대해 알고계신지만 확인했었습니다.

아예 모르는것보단 조금이라도 알고계시는게 혼란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혼란스럽지, 않은 건 아닌데요"


"눈앞에 이런 모습을 실제로 보고있는데 혼란스럽지 않을수는 없겠지요.

그저 혹시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을 뿐"


만약 내가 시토피엔스라는 존재에대해 모르고 있었다면?

눈 앞의 이 모습을 보고 패닉에 빠졌을지도 모르는일이다.

'혹시라도 모르는 일'에 대해 미리 방비하는 건 공작영애를 곁에서 보좌해야할 테미에겐 당연한 일일테지만...


"..그렇다면 절 그대로 올려보냈으면 됬을텐데요?"


"이 마을에서 적어도 한분은 공작영애가 시토피엔스라는 사실을 알고계셔야했으니까요"


"그게 저라는 건가요?"


"적어도 루시안 님은 이 사실을 주변에 퍼트리지 않으실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체 뭘보고..."


"마을이 위험해지는건 원치 않으시다고 하셨지요?"


"....."


고개를 돌려 테미를 바라본다.

공작영애에게 집중되어있는 시토리움의 자줏빛이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가며 비추는, 여전히 표정이 옅은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눈빛은 그 무표정 너머에 또아리틀고있는 그녀의 본심을 여과없이 내게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협박, 하는건가요"


"협조를 부탁드리는 겁니다"


이건 함정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마을 내에서 고밀도의 시토리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기위한 '시토피엔스'가 본인의 정체를 주변에 들키지 않고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아군'을 만들기위한 함정.


그리고 그 함정에 걸려든, 모든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는 '나'를 눈앞에 둔 테미는 날카로운 눈동자 안에서 먹이를 집어삼키기 직전의 뱀과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숨기는 것마저 필요없어졌다는 듯이.


"이 사실이 축제중인 마을내에 퍼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게다가 광물출하일이 가까웠던 탓에 마을 내에는 상회의 사람들마저 남아있는 상황.

이럴 때 퍼지는 소문은 순식간에 왕국을 너머 인접한 국가에도 퍼져나가게 될겁니다"


한걸음, 그녀는 몸을 돌려 내게 다가온다.

거대한 뱀에게 온몸이 휘감긴듯한 압박감이 한층 더 강해진다.


"마을을 누구보다 염려하고 지키고자하는 의지가 강한 루시안 님께서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 잘 알고계시겠지요.

탄트라 광산지대와 국경을 맞닿고있는 파르탄 공국의 무식한 돼지들이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탄트라 마을에 고밀도의 시토리움이 채굴되는데다 현재 이트비아 왕국 역사상 최초의 시토피엔스가 '발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류중이라면..."


한걸음, 더.

애초부터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던 그녀가 코가 맞닿을 거리까지 다가온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는 감정이, 오롯이 내 눈동자 속으로 거침없이 밀려들어온다.


"..스카치에라까지 갈것도 없이, 탄트라 마을은 한순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


그녀의 말은 최악을 그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충분한 가능성을 품고있는 것.

같은 눈높이에 선 그녀의 눈동자 속 나를 바라보고있는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내게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고있었다.


"...대체 왜 여기까지 직접 찾아와서 고밀도의 시토리움을 가져가려는거죠?

왕국 권력 2위라면서...왕궁 직속상회를 통해 은밀히 가져가면 되는거잖아요.

당신들도, 그리고 우리 마을에게도 그 편이 훨씬.."


"시토리움이 시토피엔스에게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아무거나 괜찮은게 아니에요.

'선별'한다는게 그 이유때문입니다. 아가씨께 맞지 않는 시토리움은 제 아무리 고밀도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를 대부분 잃어버리게되거든요


게다가 제 아무리 왕궁 직속상회가 비밀리에 움직이더라도 그 행적이 없어지지는 않는 것.

고밀도 시토리움이 어느곳으로 향하는 지 그 흐름을 주시하고있을 왕국 내의 첩자들에게 빌미를 줄 수는 없으니까요"


내 항의에도 그녀는 담담하게 맞받아친다.

그녀의 그 말대로라면...공작영애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직접 시토리움을 고르는 이유는 충분하리라.

하지만 그건, 그녀들의 사정일 뿐이다.


"마을을...위험에 빠트릴 요소를 만들면서까지 이래야하는겁니까?"


"그런 위험을 방지하기위해 루시안 님을 이곳에 남긴겁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보셨길래 절 택하신건지 모르겠지만...제가 지금 이 곳에서 당신들을 방해한다면요?

마을의 안위를 위해 당신들을 이곳에서, 이 마을에서 내 쫒는다면?"


"그렇다면..."


그리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 앞에서 그녀의 모습이 단순히 사라진게 아니다.

시야가, 비록 희미한 불빛만이 가끔 비추어오던 그녀와 내 사이였지만 그보다도 더욱 칠흙같은 어둠이 내 눈동자를 덮어온것이다.

물리적인 무언가로인해.


"...큭?!"


"저도 루시안 님께 심한짓은 하고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떤사람인지 이 짧은 시간동안 보아오며 판단한 제 평가로선 당신은 아군으로 만들었을 때 많은 힘이 될 분.

루시안 님이 마을에서 가지고있는 위치와 마을사람들이 당신을 보는 시선을 보아 그건 제 생각보다도 훨씬 클겁니다.

그러니 루시안 님이 저희의 아군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 그 어떤 방법이던지 가리지 않을생각입니다.

이와같이...저희들의 적이 될 여지가 있다면,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불안요소를 배제시킬겁니다"


어느샌가 그녀는 내 오른팔을 뒤로 꺾으며 눈을 가린채 움직임을 봉쇄시키고 있었다.

눈으론 따라갈수도 없는 속도로, 나는 순식간에 눈 앞에 빤히 서있던 그녀에게 뒤를 잡혀버렸다.


"혀..협조를 바란다던 거...아니었나요.."


"협조를 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모르겠지만요"


"큽..."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냉기어린 목소리에 뒤로 꺾인 팔에 힘을 주어보지만 굳게 버티고있는 그녀의 손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그 어디에도 없을정도로 완벽히 제압당했다는게 뼈저리게 느껴진다.


숲 속에서 혼자살면서 이런저런 험한일을 참 많이 겪어온 나다.

수명의 강도들에게 둘러싸여 칼을 겨눠져도 보았고, 커다란 덩치의 힘이 센 야생동물과 도망치다 못해 맞서 싸운적도 있었다.

나름 몸을 쓰는건 자신있는데...지금 이 순간 테미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말했듯, 루시안 님께서 아군이 되어주신다면 무엇이든 할겁니다.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 들어드리죠.

돈을 원하십니까? 평생 써도 산더미처럼 남을만한 돈을 드리지요.

작위를 원하십니까? 공작각하께 건의드려 명예기사서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드리지요.

마을의 안전을 원하십니까? 저희들이 모든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면 마을에 수비대를 주둔시켜드리도록 하죠.

아니면, 여자? 이 몸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얼마든지...."


"테미!!!"


"?!"


귓가를 간질이는 그녀의 숨결이 머리속을 조금씩 휘저어가는 와중, 갑작스레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에 눈을 가리고있던 테미의 손이 움찔, 떨려온다.


"뭐하는 짓이야! 당장 루시안 님을 놔드려!"


"....."


엄청난 분노를 띈 공작영애의 호통소리에 시야가 조금씩 밝아져온다.

'선별'은 이미 끝났는지 다시금 자줏빛으로 가득 찬 공동의 한가운데에서 주변의 빛에도 지지않을만큼 붉어진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는 공작영애의 모습 또한, 눈에 들어온다.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테미! 아까 루시안 님을 믿어도 될거란건 이런짓을 하려했던거였어?!"


성큼성큼 걸어오는 공작영애는 화가 가라앉긴 커녕 가까이오면 가까이 올수록 더욱 분노가 차오른 눈빛으로 테미를 노려본다.

그리고 내 뒤에 서있던 테미의 위치때문에 그녀는 그대로 내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테미와 공작영애의 사이. 이윽고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공작영애가 날 비켜가 테미를 향하려할 때.


"네가 이런 짓을 하다니...실,"


"그만둬요 공작영애"


"...루시안 님?"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내 팔에 공작영애는 놀란 듯 커다래진 눈동자로 날 바라본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아직 눈빛에선 분노가 가시지 않은 그녀의 큰 눈망울을 마주보며 살며시 고개를 젓는다.


"...일단 돌아가죠. 여기서 할 일은 끝나신것 같으니..

게다가 시간도 늦었습니다"


어깨너머로 바라본 문가의 모래시계는 어느샌가 사락이는 모래비를 더이상 뿌리지 않고있었다.

지냑 아저씨가 얘기했던 제한시간은 이미 끝났다. 할 말이 있다면 올라가서 해도 늦지 않겠지.


"하지만, 테미가 루시안 님께..."


"숙소로 돌아가서 이야기 나누죠.

우린...할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은것 같으니"


이내 미안함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공작영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 내 뒤에서 여전히 굳은 자세로 서있는 테미의 얼굴엔 그녀를 본 짦은 시간동안 처음으로 확연히 알 수 있을만큼 놀란 기색이 떠올라있었다.

내가 공작영애를 막은것에 대해 예상을 못한듯한 얼굴이다.

...오늘 안에 이야기를 전부 나눌 수 있을까.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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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에라의 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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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 [만남] : Epilogue. 밤이 밝은 뒤 찾아온 시간은. 18.02.10 112 0 13쪽
45 Chapter [만남] : @. 밤이 밝아오는 사이에. 18.02.10 75 0 34쪽
44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5) 18.02.10 89 0 27쪽
43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18.02.10 80 0 27쪽
42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3) 17.12.22 87 0 23쪽
41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2) 17.12.18 114 0 27쪽
40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1) 17.12.16 100 0 19쪽
39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8) 17.12.15 105 0 22쪽
38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17.12.14 109 0 26쪽
37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6) 17.12.13 86 0 34쪽
36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5) 17.12.12 85 0 34쪽
35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4) 17.12.10 92 0 23쪽
34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3) 17.12.09 85 0 32쪽
33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2) 17.12.08 105 0 22쪽
32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1) 17.12.07 134 0 23쪽
31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6) 17.12.06 101 0 27쪽
30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5) 17.12.05 89 0 23쪽
29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4) 17.12.04 103 0 25쪽
28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3) 17.12.03 77 0 22쪽
27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2) 17.12.02 105 0 23쪽
26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1) 17.12.01 98 0 24쪽
25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9) 17.11.30 122 0 22쪽
24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8) 17.11.29 98 0 24쪽
23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7) 17.11.28 85 0 23쪽
22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6) 17.11.27 90 0 29쪽
21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5) 17.11.26 97 0 32쪽
»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4) 17.11.25 108 0 27쪽
19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3) 17.11.24 150 0 26쪽
18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2) 17.11.23 102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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