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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스카치에라의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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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7.11.07 22:11
최근연재일 :
2018.02.10 20:3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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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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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DUMMY

은빛 빛줄기는 불꽃과 어둠의 경계선을 뚫고 날아가 괴물에게 닿는다.


퍽! 커다란 파육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커다란 괴물의 손톱.

그 손톱을 감싸고있던 검은 무언가가 터져나가며 사방에 검은 가루를 흩뿌려낸다.


마치 땅에서 쏘아낸 커다란 화살처럼, 괴물의 크기와 비등한 커다란 기사가 내지르는 은빛 창의 궤적처럼 빛줄기가 작렬한 곳에 뚫리는 커다란 구멍.

그리고 그 구멍을 통과해 새빨간 눈동자 한가운데에 박힌 것은 커다란 화살도, 창도 아닌.


일개 '소년'의 모습이었다.





"루..시안님?!!"


떨어지는 와중에도, 점점 죽음이 가까워져오는 도중에도 저 새빨간 눈동자에 검을 박아넣곤 매달려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분명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있던 루시안님이, 어떻게 저기에?!


그가 살아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의문, 당황스러움..

그 모든것이 뒤섞여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패닉에 빠진 나는 떨어지고 있다는 지금 상황마저 잊어버리곤 니르를 품안에 끌어안은 채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빠?"


"?! 니, 니르야?!"


그런 나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건 품 안에서 들려온 미약하지만 감정이 깃들어있는 니르의 목소리였다.


"어..언니..? 오빠, 오빠는...?"


여전히 초점은 흐려져있지만 그것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 니르는 눈을 깜빡이며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니르가 다시 제정신을 찾은건 정말 다행이다. 다행인데...


왜 하필이면 이럴때?!


"...헤?"


그리고 소녀의 눈동자가 무언가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게된 그 순간.


"꺄아아아아악?!!"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인지한 니르는 흩날리는 머리카락 아래에서 얼굴 한가득 두려움을 담아내며 비명을 질렀다.


"언니, 언니이! 여기, 이거, 꺄아악!!"


"니, 니르야! 움직이면 안돼!"


공포심에 버둥거리는거야 어쩔 수 없는거긴 하지만 그러다가 다시 놓칠지도 모른단말야!


니르의 몸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어 움직이는 니르를 꽈악 껴안았다.


"언니이이이!!"


'...어쩌면 좋아 이걸?!'


차라리 니르가 떨어지고 나서 정신을 차렸다면 좋았으련만.

두려움에 젖어 한껏 치켜떠진 니르의 커다란 눈동자가 눈물로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고있자니 곧 마주할 추락의 순간에 극심한 걱정이 앞섰다.


이대로 떨어져내린다면, 적어도 아래에 있는 나는 죽음을 면치 못할테고 니르 또한 운이 좋아야 큰 부상을 입고 살아남을 수 있을텐데...

그 고통을 니르가 이렇게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이토록 작은 몸에 오롯이 겪는다면...


'제발...제발 누군가 도와줘!!!'


닿지않을 소원을, 기적이라는 이름의 손길을 바라는 나와,


"꺄아...아아아!!!"


목청껏 비명을 터트리는 니르.

보이지 않는 신이라던지 그 무언가의 힘이라던지...뭐라도 좋으니 제발 구해주길 바라는 그 절실한 요청은 닿는 곳 없이 허망히...


"미야아아아아!!!"


대답이 들려왔어?!!


어디선가 화답하듯 들려온 울음소리에 우왕좌왕하는 내 시선 안으로 불쑥 나타난 것은 전혀 생각치도 못한 동물의 얼굴이었다.


아니, 이런 울음소리와 이 얼굴은 내 기억속에 단 하나밖에 없긴하지만.


"키, 키니?!!"


"미양!"


"꺄아아..아?! 키니?! 키니가 있어?!"


대체 어디서 나타난건지 어느샌가 니르의 등 뒤에 올라타있는 키니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니르의 옷을 뒷발의 발톱으로 강하게 쥔다.


...응?


"미야아아!!"


"키니..? 지금 뭐....흐햐악?!"


"꺄악?!"


펄럭!


순식간에 눈 앞을 가리는 커다란 천.

순간 강한 힘이 끌어당긴 니르를 하마터면 놓칠뻔한 팔에 반사적으로 더욱 힘을 준 내 눈 앞으로 곳곳에 잿가루와 흙먼지가 묻어 얼룩진 커다란 천이 펼쳐져있었다.


이게, 뭐지?


"!!..!!!...?!!"


"아? 응? 어? 흐엑?"


그리고 뒷발로 옷을 쥔 니르의 등에서 입과 앞발로 천을 붙들곤 몸을 곧게 편 채 바들바들 떨고있는 키니.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상황에 도저히 따라갈수가 없었다.

니르도 마찬가지인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그저 좌우로 홱홱 돌리고만 있었고.


허나 하나 알 수 있는건, 키니가 펼친 커다란 천 덕분에 낙하속도는 조금씩 줄어가고 있다는 것.


물론 떨어지며 보았던 대지와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던데다 제아무리 속도가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꽤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이대로 떨어진다면 크게 다치는 건 피할 수 없으리라.


다만 니르는 조금이라도 더 무사하겠지. 그게 천만다행이다.

나는 뭐...떨어지면 아프겠지.


그렇게 곧 추락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그 순간 시야는 까맣게 물들어간다.


"...!!"


곧 찾아올 고통에 두려움으로 닫히는 눈꺼풀.

허나,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은 오지 않는다.

대신 찾아오는건, 익숙한 포근함. 그리고 익숙한 존재의 기척.


"이런 위험한 곳에서 주무시면 안됩니다 아가씨"


"...? 테, 테미..?"


살며시 실눈을 뜨며 대체 얼마나 더 남았는지 확인하려던 내 눈에 들어온것은 나와 니르를 한꺼번에 두 팔에 안은 채 뒤이어 떨어져내리는 커다란 천으로부터 물러서는 갈색 피부의 여인이었다.


그토록 애타게 찾아 부르짖었던,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까지 들었던 내 소중한...


테미.


"테미!!"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가씨.

니르님도,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리고 키니도..고마워요"


"먀아!...먀?!"


"테미이!!"


"언니이!!"


입에 물고있던 천의 끝자락을 퉤 뱉어내곤 의기양양하게 일어나 고개를(턱을) 치켜드는 키니를 사이에 둔 채 나와 니르는 동시에 테미의 목을 끌어당기며 부둥켜안는다.


살아있었어...!

테미가, 테미가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구!


"이리도 뜨거운 해후라니. 저는 다른의미로 지금 위험합니다"


"쓰잘데기 없는 농담만 늘어놓는 그 쓸데없이 차가운 목소리도 역시 테미야..!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언니..! 고마워 언니 정말 고마워!!"


죽어서 영혼이 된 이후일리도 없다. 테미의 몸이 만져지고 테미의 목소리가 들려오니까.

그녀는 살아있는거다.

어디 있던건지는 몰라도..그런것따윈 중요한게 아니니까.


"자자 진정하세요 아가씨, 니르님.

아직 이곳은 위험합니다"


"아...으, 응"


"응..언니"


등을 살살 문지르며 나와 니르를 타이르는 테미의 손길에 힘을 주고있던 팔을 풀어낸다.

사이에 끼어 버둥거리던 키니도 그 틈을 타 내 어깨위로 뛰어올라와 한숨을 푸욱, 내쉰다.


맞아, 여긴 지금 위험해.

나에게도, 테미에게도, 니르에게도 그리고...


"맞아..루시안님?!"


루시안님, 떨어지며 보았던 괴물의 눈동자에 매달려있던 루시안님은?!


"루시안님...?"


"오빠?! 오빠가 있어?!"


무슨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테미의 품에서 루시안님의 이름을 듣곤 뛰어내려간 니르의 뒤를 따라 급하게 벗어난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가 꺾여지며 그대로 자리에 무너지고 만다.


"아가씨?!"


"언니!"


"아..아냐 난 괜찮아.."


추락의 순간이 너무나도 강렬했던 탓인지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나마 니르는 무사히 땅을 디디고 서있는게 다행이랄까.


테미와 니르의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몸을 지탱한 나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루시안님이 있던 곳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그건 루시안님이었다.

은색 빛무리 안에 휩싸인 채 날아가 괴물에 눈에 검을 박아넣은 그 실루엣, 그 얼굴은 분명...


"...응?"


아무것도 없었다.


새빨간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가씨"


"아...분명 저기에 루시안님이..저, 정말 정말이야 루시안님이 저기에..!"


"아가씨, 진정하시고 더욱 위를 보세요"


"아..아아...어, 언니...저건..."


있어야할 곳에 분명 보았던 사람이 보이지 않아 패닉에 잠긴 내 귓가로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떨어져내린다.

분명 평소와 같은 테미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차분한 어조.


하지만 그 안에 깃들어있는 감정은,


'긴장'이었다.


"무슨....흡?!"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 위를 바라본 나 또한, 테미와 니르가 눈에 담고있는 그 모습을 보곤 경악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왜 갑자기..."


괴물의 눈동자가 있던 위치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곳엔 분명 괴물이 있었다.

허나 괴물이 몸에 두르고있는 어두운 그림자때문에 그것이 괴물이라고 순간 인식할 수 없었을 뿐.

분명 새빨간 눈동자가 있어야할 위치에 있는 것이 괴물의 새까만 몸체였기에 그것을 밤하늘로 인식했을 뿐.

찾고있던 새빨간 눈동자는..


까마득히 높은곳에서 더욱 커다랗게, 더욱 붉게 물든 채 타오르듯 일렁이며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리는 새까만 구름을 땅으로 떨어트리며.





"..쿨럭!"


폐부에 들어찬 먼지를 뱉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지 최대한 충격파를 상쇄했다곤 하지만 몸 이곳저곳은 삐걱거리며 고통을 호소하고있었다.


"..크으...저리는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으며 일으킨 상체 위를 훑어본다.

단단하게 몸을 감싸고있던 가죽갑옷은 이미 곳곳이 터지거나 찢어져 일부는 몸을 일으킨 반동으로 후두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내리고, 그 안으로 보이는 찢어진 옷 안쪽의 피부는 긁힌 상처와 박혀있는 자그마한 나무조각들, 뾰족한 돌들이 피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런 꼴로 땅 위에 드러누웠던게 대체 얼마만이더라...


"..후우"


기억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도 떠오르지 않는 과거회상은 그쯤에서 접고, 말을 듣지 않아 접혀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접어올려 땅을 디디고 천천히 일어선다.


손톱이 내리쳐진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 거의 모든 충격파를 한몸에 받아낸 첸드릭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몸을 일으킨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던 근육들이 몸 곳곳에서 자극을 받으며 재차 서로를 밀어내고 당겨내기 시작한다.


비틀비틀 몸을 주체할 수 없는 잠깐동안의 시간동안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며 감각을 되찾아 비로소 땅 위에 허리를 펴고 오롯이 일어선 그 때.


"...허어..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있는건가..."


현실이라곤 도저히 인지할 수 없는 광경을 눈에 담은 첸드릭은 몸 속 깊은곳에서 밀려올라온 탄식을 그대로 뱉어낸다.


도저히 그 끝을 알수없는 크기의 괴물.

분명 쓰러지기 전 보았던 괴물도 그 크기는 엄청났지만 지금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이런 크기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이 현실에 나타날 수 있을지 의심부터되는 믿지못할 그 크기에,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는 그 끝을 눈에 담을 수 없을만큼 커다란 괴물의 몸집에 첸드릭의 심장은 또다른 두려움으로 옥죄어져갔다.


만약...방금전의 손톱이 이만한 크기의 몸집에서 휘둘러진다면?


"..젠장...공작각하께선 이런 것까진 생각하지 못하셨을텐데..."


탄트라 광산으로 떠나기 전 글렌로우드 공작각하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이미 스카치에라의 경고가 있었기에 어느정도의 상황은 예상하고 계셨을테지만...


이건, '예상'이라는 영역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시험'은 커녕 목숨이나 부지하면 다행이겠군"


문득 머리속에 떠오른 공작각하와의 또 다른 대화에 절로 얼굴이 구겨진다.


시험?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그 생사부터 확인해야하지 않을까?


공작각하가 어째서 그리도 그에 대한 시험을 신신당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쯤이면 실패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애시당초 그를 시험한다는 건 마을이 이 지경이 되는 순간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어젯밤부터 이미 논외로 쳐야 할 문제가 되었으니까.

예상을 벗어난 지금, 미리 짜놓았던 계획따윈 불에나 던져버리라지.


무엇보다 이미 첸드릭은 그런것따윈 신경조차 쓰고있지 않았다.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제기랄"


[---!!!!]


그토록 염려했던 커다란 '무언가'가 저 하늘 높은곳에서부터 검은 구름과 함께 떨어져내리고 있었으니까.





"후..."


일단 여기까진 왔는데..


"이 다음은 어쩌지.."


눈을 뜨자마자 떨어져내리는 공작영애와 니르의 모습을 보곤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집어들고 그녀들을 향해 육박해가는 무언가를 향해 온힘을 다해 뛰어오른것까진 좋았지만...


계산없이 한 행동이었으니만큼 예상치 못한 일을 해냈을 때 그 이후를 어찌 해야할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몸에 힘이 넘쳤던들, 아무리 상처가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히 나아있던들..

이런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게다가 그 반짝이던건 다 뭐였담.

그리고 나...


어떻게 아직 살아있는거지?


"게다가 이건 뭐냐 대체.."


[....]


눈 앞에서 바삐움직이는 새빨간 개미가 빽빽히 들어차있는 것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안그대로 검을 박아넣은 곳에서부터 피처럼 흘러나오는게 신경쓰였는데..피는 아닌것같고.


이 투명한 막같은걸로 가둬져있는 저것들은 다 뭐지?


살며시 손을 들어 코앞에 있는 그 막을 꾸욱 눌러본다.


[...--]


싸악, 눌린 곳으로 두툼하게 느껴지는 막 너머 새빨간 것들이 몰려드는게 꽤나 혐오스럽다.


징그러..


"아니 애시당초 이 무식하게 커다란건 언제 나타난거야?"


분명 습격자를 쓰러트린 후 눈을 감는 순간까지 마을 중앙광장엔 이런건 없었다.

이만한 크기를 눈치채지 못한건 아닐테고, 그럼 내가 쓰러진 이후에 생겼단건데...


슬쩍 눈을 내려 바라본 놈의 몸체엔 새까만 안개같은것이 둘러져 꾸물꾸물 움직이고있었다.


이것도 꽤나 혐오스러운 모습이다.


아마 내가 조금만 더 어렸어도 바지에 뭔가를 지렸거나 꿈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대체 뭐 이리 징그럽게 생겨먹었대?


"옛날 동화에서부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전해져내려온 흔하디 흔한 괴물의 모습...인가?"


더군다나 움직이지도 않는게 괜시리 기분나쁘다.

저어기, 팔을 뻗으면 닿을곳에 있는 내 상체만한 검은 동공마저 미동도 없고..


..음?


"..뭘 보고있는거야?"


눈동자가 미동조차 없다는건, 어찌되었든 무언가를 보고있다는 것.

어깨너머로 최대한 고개를 비틀며 바라본 동공 앞에는 역시나 '무언가'가 검은 줄기에 얽혀 들려있었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분명 눈에 익은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든 그 순간.


[---]


피잉!


"?! 크, 윽?! 뭐, 뭐야!"


머리를 저릿하게 만드는 찰나간의 고음.

귀를 파고들어와 그 안쪽 깊은곳을 날카롭게 찔러내는 듯한 그 고통에 무심코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어디서 들려온건지는 굳이 찾을필요도 없었다.


계속 시선을 고정시키고있던 '금색 막대'가 눈에 보일정도로 떨릴때마다 또 다시 같은 고음이 날 덮쳐왔으니까.


피잉! 핑!


"크?! 으...아아..!"


귓속에서 무언가 뜨끈한것이 흘러나오는 감촉이 턱까지 이어지며 떨어져내리는 듯한 느낌.

무의식적으로 귀를 막았던 비어있는 한쪽 손을 눈 앞에 가져오니 아니나다를까,


손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흠뻑.


머리속이 진탕이되는듯한 고통.

의식이 멍해져가는 가운데 점점 검을 잡고있던 손아귀 힘이 풀려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시선은 금색 막대에서 떼지 않는다.


그 막대는 단순히 고음을 울려대는 것만이 아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빛을 검붉게 물들여가고 있었으니까.


그 기괴한 모습에 점점 커져만가는 불안감이 눈동자를 금색 막대, 아니 이젠 검붉은 막대로부터 뗄 수 없게끔 했으니까.


피핑! 피잉! 핑! 핑!


"큭, 크흐, 크..아아..아악!"


'흘러나오던'피가 고음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조금씩 '뿜어져'나오기 시작한다.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그 존재감을 여실히 과시하던 금빛의 막대는 이젠 주변에 조금씩 녹아들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고, 몽롱해져오는 의식 때문에 이내 내 시야에서 모습을 감춘다.


시야가 어두워진다.


...왠지모르게 익숙한기분인데.


[---, ---]


뭐라고...말을 하는것 같은...


[...죽어]


"...응?"


아주 미약한, 하지만 엄청난 살기를 띈 그 목소리가 몽롱한 의식속에 떠오른 후.


슉, 퍼억!


"...쿨럭"


뾰족한 무언가가 등부터 꿰뚫어오는 느낌에 속에서 밀려올라오는 것을 기침과 함께 뱉어낸다.


[죽어, 죽어]


그리고 그대로 내 몸은 무언가에 의해 뒤로 당겨진다.

여전히 검을 잡고있던 손은 굳어버린건지 풀리지 않았기에 눈동자에 박혀있던 검도 같이.


'...죽으라고? 또?'


거듭 드는 의문이지만 내가 죽었었나? 라는건 차치하고...


분명 이 느낌은 무언가가 등에서부터 내 가슴을 꿰뚫고 들어온것이다.

그것도 꽤나 뾰족하고 두꺼운것이.

아마도 검과같은 무기는 아닐것같은게 꾸물꾸물 움직이는 듯한 감촉이 꿰뚫린 부분에서 계속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일반적으로 '치명상'이라 불리는 상처를 입었다는 거다.

충분히 즉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근데...


'안...죽는데?'


아프긴 하지만, 뭔가 내게서 멀리 떨어져있는듯한 통증..이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할까. 마치 눈 앞에서 가슴을 꿰뚫린 사람을 생생히 바라보며 '아프겠다..'라는 감상과 함께 그것이 너무나도 생생함에 있어서 나 또한 괜시리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 그런기분?


이래서 어디 죽겠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아니 그러니까 죽겠냐고.


[죽어]


퍼벅!


[죽어]


퍽!


[죽어]


퍽! 퍼억!


'...와 지금 설마 나 온 몸이 꿰뚫려있는거야?'


주변 어디에도 내 몸을 비출만한 것이 없기에 눈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아, 아직 머리는 괜찮은것 같은데 고개를 숙여보면...


[죽어]


콰직!


'...어라'


고개가 안숙여지네.

그보다 방금, 뭔가 관자놀이쪽을 강하게 때려온듯한...


'...설마'


그리고 어둠.


눈 앞이 새까맣게 물든다.

강제로 세상과 분리된듯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머리도..당했나?'


이쯤이면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머리가 관자놀이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무언가로 이어져있는듯한 느낌이 드니까.

내 생각을 읽은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머리는 가만히 놔뒀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머리를 공격해올줄은 몰랐어.


..나 왜 이렇게 여유롭지?


[..--]


피잉! 핑..핑...피이잉...


대체 언제 머리를 뚫렸고 어째서 머리가 뚫린 채로 이렇듯 침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과 파악을 거듭하는 와중에 계속 울리던 뾰족한 소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머리속으로 느껴지는 소리인지라 이것도 머리가 뚫린 지금같은 상황에선 안들릴 줄 알았는데..

분명 급박한 상황일진데 어째서 이리도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지금의 난 죽을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피이잉...핑....핏..!


'..돌아왔다'


이윽고 울리던 소리가 사그라듦과 동시에 갑작스레 세상이 되돌아온다.

어두운 밤하늘, 보이는건 다를바없는 암흑이지만 달빛만은 온전히 남아 세상을 비추는 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있는지는 선명히 보일정도로.


[--..---]


시야에 보이는 괴물의 눈동자 안에서 꾸물거리던 붉은 개미들이 조금씩 그 막을 찢어내고 바깥으로 기어나온다.

그리곤 자신들의 몸을 겹쳐 금빛 막대로 다가가 주저없이 막대를 감싸든 채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새빨간 개미들.


그래, 그것은 정말 '개미'였다.


마을이 습격당한 뒤 보았던 새까만 괴물들이 숲 속의 야생동물들이었다면 개미도 그 영향을 받았을 수 있었겠지.

그럴 수 있지.

무척이나...징그럽지만.


검붉게 물든 막대를 조금씩, 하지만 착실하게 자신의 눈동자 안으로 옮기는 개미들은 서로의 몸을 붙잡고 물고늘어지며 만들어낸 팔에서 마치 빗방울처럼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수많은 소모가 있더라도 절대 끊어질것같지 않은 살아있는 것들의 팔.


눈 앞에서 벌어지는 환상과도 같은 모습에 그저 넋을 잃곤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만본다.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기괴하고 끔찍하면서도 신비로운 구석이 있었기에,

그 붉은 일렁임에 마치 홀린듯.


점점 눈동자였던 것과 가까워지는 막대를 따라 시선은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막대가 괴물과 맞닿는 것과 동시에,


파바바박!


"?!"


모든것이 터져나가며,

모든것이 다시 이루어진다.


눈동자가 있는 자리엔 내부의 개미들을 감싸던 막이 터져나가고,

개미들도 덩달아 터져나가며 붉은 연기를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한다.


몸체를 이루던 검은 안개와도 같은 것들은 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 마냥,

불쑥, 불쑥. 곳곳에서 융기가 일어나며 부피를 더해간다.


괴물의 '성장'.


작은 새싹에서 돋아난 나무가 자라나 거목이 되듯, 괴물은 그렇게 몸집을 부풀리며 커져간다.

크게, 높이.


저 아래의 대지가 아득히 보일정도로.


[.....]


그리고 마침내 성장을 끝낸 괴물은 새로이 태어난 눈동자에서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붉은 빛을 대지에 쏘아보낸다.


저 아래의 있는 사람들을 보는건가?

이만큼 커다란 눈동자라면...사람들의 표정까지 보일지도 몰라.


온 몸이 꿰뚫린 채 막연한 생각을 떠올리며 밑을 내려다보던 내 귓가로 다시금 무언가가 전해져온다.


[..정화]


'응?'


정화?

갑자기 무슨 정화...


[제단의 정화]


그리곤 밤하늘을 뒤덮으며 모여들기 시작하는 검은 구름.

괴물이 제단의 정화라는 말을 거듭할 수록 달빛을 막아내는 구름은 점차 늘어만간다.


...잠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구름이...검다고?


[정화]


"?!!"


몸을 지탱하던 것이 사라진다.

분명 나를 죽이려던 것이었겠지만 나를 살리고있던 것이기도 했던 수많은 검은 줄기들이 한데모여 검은 구름 안으로 솟구쳐 올라간다.


떨어지며 보는 그 모습은 밤하늘 아래에 또 다른 밤하늘이 나타난것처럼.

메워지지 않았던 틈새 사이로 보인 달이 곧 사라지며 검은 구름은 온 하늘을 뒤덮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하늘을.


그리고 나는 추락.


검은 구름도, 추락.


'으으...아아아!!!'


입 밖으론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검은 구름을 담고있던 눈 앞이 순간 은색 빛무리로 뒤덮인다.

괴물에게 달려들며 보았던 은색 빛.


그보다 훨씬 진하고 훨씬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은빛이 몸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그나마 느껴지던 고통이 빠르게 사그라들어간다.


"..아아아!!"


이윽고 목소리까지 돌아와 가슴속에서만 한껏 내지르던 비명을 시원스레 질러낸 후 움직일 기미조차 없던 내 팔은 마치 당연하다는 것마냥 저혼자 앞을 향해 박아넣듯 들려있던 검을 휘두른다.


팍!


"..하?"


진짜로 박힐줄은 몰랐어.

이리도 운 좋게 괴물의 몸에 검을 박아넣을 수 있었다는 건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눈 앞이 온통 은빛으로 물들어 뭐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덕택에 추락사는 면했는데..


"상처가 또..없어졌어?"


몸이 대체 어떻게 되어버린건지...내가 그저 붙잡혀 있던게 아닌 몸 전체가 꿰뚫려 있었다는건 내 옷을 흠뻑 적신 피를 보아서 알 수 있었다.

이건 분명 나은거다. 그 짧은 사이에.


눈앞에 쳐져있던 은색 커튼이 사라져간다.


역시나 괴물의 몸에 박혀있는 검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다음은 검을 굳세게 붙잡고있는 한 소년의 피투성이 손이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어느샌가 눈 앞까지 육박해온 검은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단 느린...윽?!"


빠직, 빠지직.


눈 앞에서 터져나가는 괴물의 팔.

괴물의 몸체와는 어느정도 간격을 두었는지 서로간의 사이에 공간이 조금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에게서 중구난방으로 뻗어져나온 팔이나 줄기같은 것들이 검은 구름에 닿자마자 부서져나간다.


산산히, 검은 가루를 사방에 뿌려내며.


"뭐...?! 크윽!"


또 다시 몸속으로 파고들어오는 검은 가루와 그로인해 다시 재발해오는 통증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어오지만,


지금은 정신 차려야한다!


저 구름에 닿으면 나도 저것들처럼 터져나갈 수 있으니까.


빠직! 퍽, 콰직!


"흡?!"


검을 붙잡은 손에 온 힘을 주어 괴물의 몸과 밀착한 내 등 뒤로 검은 구름이 지나간다.

미처 피하지 못해 살짝 검은 구름에 닿은 어깨가 딱 그부분만이 속살을 드러낸 채 터져나가있었다.


"저건 대체 뭐길래..?!"


그저 닿는것 만으로도 모든것을 터트려버리는 파괴적인 힘.

그 무게도 무게니거니와 구름 안에 담겨있는 의지는 분명한 '모든것의 파괴'였다.


제 몸까지 터트려버릴정도의 철저한 파괴.


그렇다면...


"저 아래의 사람들은?!"


틈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마을 중앙광장에는 아직 사람들이 있었다.

만약 이 구름이 이대로 마을 한가운데에 떨어져내린다면...


등줄기를 타고 싸늘한 소름이 퍼져온다.


무아지경으로 괴물에게 달려들면서 보았던 테미와 공작영애, 니르는 물론이고 아직 곳곳에서 화마를 진압하고있을 마을 사람들과 기사들, 예기치못한 화재와 습격에 부상을 입고 곳곳에 퍼져있는 상회의 사람들까지..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

죽을것이다. 내 발치에서 조금씩 빠르게 떨어져가는 저 구름이 마을을 덮친다면.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 구름을 피하기엔 구름은 너무나도 거대했고 마을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으니까.


"...윽?!"


힘껏 깨문 입술에서 흘러내려 턱에 고인 피가 목덜미로 흐르는 것에도 개의치않고 치켜든 시선이 향한 이글거리는 괴물의 눈동자.


괴물은, 저 갑작스레 마을에 나타난 무자비한 살육자는 그런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커다란 눈동자 한가득 담아내려는 듯 뚫어져라 대지 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것은, 분노.


어떤 목적을 위해 아무런 죄도없는 마을사람들을 희생시키려하는 괴물의 그 의도에 살면서 느껴본적 없던 순수하고 치열한 분노가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올라 온 몸을 달궈온다.

뜨거움은 그렇게 퍼지고 퍼져나가 부모님의 유품이 끼워져있는 손가락에까지 달하고,


"?!"


순간 오른손 검지에 끼워져있던 반지로부터 엄청난 열기가 삽시간에 내 전부를 집어삼켜버린다.

분노의 뜨거움과는 종류와 정도를 달리하는 말 그대로 몸을 녹여버릴듯한 열기.


마치 내 분노에 화답하듯, 그 열기는 두근거리는 내 심장소리에 맞춰 점점 그 정도를 키워가고있었다.


[..크륵?]


괴물의 눈동자가 대지에서 나로 향한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그 눈동자에선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지만,

'무언가'는 읽어낼 수 있었다.


눈동자 한가운데에 선명히 새겨져있는 세로의 은빛 선.


위 아래로 쭉 찢어진 검은 동공 한가운데를 가르는 그 선은 나에게 손짓하며 이리로 오라고 부르는 듯 했다.


다가와서 그 손에 들린 검을 박아넣으라고.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건 그런것 뿐이야!"


거리는 멀지 않다.


군데군데 울퉁불퉁한 곳이 있다곤 하지만 절벽과도 같은 괴물의 몸을 타고 올라가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닐테고 더군다나 저 눈동자가 나를 확인한 그 이후 또다시 괴물의 몸에서 무수히 솟아난 검은 줄기가 날 노리고 다가오고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겁은 나지 않았다.


"으,랴아아아아!!"


몸을 위로 튕겨냄과 동시에 괴물의 몸에 박혀있던 검을 빼들고 솟구치는 내 앞에,

바람을 가르는 매서운 소리를 동반한 뾰족한 줄기들이 나에게 육박해온다.


신기하게도, 그 모든것이 두렵지 않았다.

전혀.


작가의말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갑작스런 일들이 겹쳐 일어나는 바람에 경황이 없었네요...

연재가 늦어진단 공지도 올리지 못하고...죄송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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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 [만남] : Epilogue. 밤이 밝은 뒤 찾아온 시간은. 18.02.10 111 0 13쪽
45 Chapter [만남] : @. 밤이 밝아오는 사이에. 18.02.10 74 0 34쪽
44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5) 18.02.10 89 0 27쪽
»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18.02.10 80 0 27쪽
42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3) 17.12.22 87 0 23쪽
41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2) 17.12.18 114 0 27쪽
40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1) 17.12.16 100 0 19쪽
39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8) 17.12.15 104 0 22쪽
38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17.12.14 109 0 26쪽
37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6) 17.12.13 86 0 34쪽
36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5) 17.12.12 85 0 34쪽
35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4) 17.12.10 92 0 23쪽
34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3) 17.12.09 85 0 32쪽
33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2) 17.12.08 105 0 22쪽
32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1) 17.12.07 134 0 23쪽
31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6) 17.12.06 101 0 27쪽
30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5) 17.12.05 88 0 23쪽
29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4) 17.12.04 101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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