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호이베 님의 서재입니다.

스카치에라의 투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호이베
작품등록일 :
2017.11.07 22:11
최근연재일 :
2018.02.10 20:3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4,575
추천수 :
3
글자수 :
520,254

작성
17.11.23 13:55
조회
102
추천
0
글자
22쪽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2)

DUMMY

"열 아홉사알?!"


"! 왜, 왜 그러시죠?"


준비를 끝마치고 나온 왜인지 모르겠지만 목에 키니를 두르고있는 공작영애와 테미, 공사를 위해 남겨둔 기사들을 제외하고 비슈트 수석기사를 포함한 다섯명의 기사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환담을 나누던 중 나이를 물어오는 공작영애의 질문에 난 나름 성심성의껏 대답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놀라는거지?


"열아홉살이라니. 그보다 더 보고있었는데요"


"테미 씨. 정말 진짜 솔직히 말해줘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그만큼 성숙해보인다는 말입니다"


그거 칭찬 아니잖아요. 그냥 둘러대는 거잖아요. 내가 애 인줄알아? 그걸로 넘어가게?


"아니 성숙해보이고 말고..."


"루시안 님, 정말, 정말 열 아홉살이신가요?"


"...맞는데요"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치켜뜬 채 코앞까지 다가온 공작영애의 새하얀 얼굴이 시선 한가득 차오르자 볼이 화끈거리며 달궈져온다.

가, 가까워...눈 큰거봐...아, 좋은 향기가...


"미야아아~!"


"윽?"


가슴께를 두드리는 느낌과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시선을 내리니, 공작영애의 목에 둘러져있던 키니가 내 가슴을 두드리며 나와 공작영애를 그 붉은 눈으로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키니, 그런거 아냐"


"먕! 미야아앙!"


"아니래두"


'맞잖아! 지금 홀린듯 빤히 쳐다보던거 맞잖아! 이상한 생각 했잖아!'라는 듯 날 올려다보며 쉴새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키니를 안아들고는 어깨위로 올린다.


"미야앙!"


투다닥!


"아야"


내 뒤통수에 두툼한 세가닥 꼬리를 차례대로 작렬시킨 키니는 그제서야 성이 풀린건지 내 어깨위에 앉아 아까보단 살짝 떨어진 공작영애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성이 난건진 모르겠는데..게다가 공작영애에게 그리도 잘 따르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열 아홉살...열 아홉살이라니...이 피부가...이 얼굴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건 비단 키니뿐만이 아니었다.

잘 걷고있던 걸음을 멈춘 채 날 빤히 바라보며(주로 얼굴을) 무언가를 계속 읆조리는 공작영애는 대체 왜 이러는건지...


"테미 씨...공작영애가 갑자기 이상해지셨네요"


"곧 괜찮아지실겁니다. 사람은 자신이 지니고있던 신념과 믿음이 부숴졌을 때 잠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요"


"신념? 믿음?"


내 나이가 그정도로 엄청난 일을 했어?


"자 아가씨, 걸음이 멈춰계십니다. 계속 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피부가...동안..."


"아가씨도 충분히...그 나이대로 보이십니다. 너무 그런 외적인것에 신경쓰지 마세요.

아가씨는 내면이 매우 아름다우시니까요"


"....그거 지금 나한테 시비거는거지?"


"돌아오셨군요 아가씨. 어서오세요"


째릿 노려보는 공작영애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흘려낸 테미는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 탓에 걸을 수 밖에 없게된 공작영애가 움직이는 것을 따라 일행들도 천천히 숲 길을 걷기시작했다.


"..루시안 님이 열 아홉살이셨다니...그보다 어리신 줄 알았어요"


"나이가 좀 들고나서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 나이에 어리게 보인다는 건 이유를 막론하고 그다지 칭찬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데요"


"워낙에 잘생기셔서?"


"..왜 의문스러운겁니까 그게"


"워낙에 피부가 깨끗하셔서!"


"그게 본질인거군요"


내가 피부가 깨끗했었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미야아"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해?"


슬슬 내 볼을 앞발로 문지르는 키니도 내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흠...근데 그게 뭐 어떻다는걸까.


"그렇다면 루시안 님, 굳이 아가씨께 말을 높이실 것 없이 친구처럼 대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나이도 같으신데"


"테미!"


"..이제 삼일 본 사람을요? 게다가 귀족을? 그거 그래도 되는건가요?"


"안될건 없지요. 짧은 시간을 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정은 싹트는 법이고, 그것은 태생적인 신분 차이에 얽매이지 않는것이니까요"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의 내용이 떠오르네요.

'왕자와 평민'이었나?"


분명 왕자와 평민이 친구가되고, 둘의 우정이 왕자 주변 인물들에게 쉴새없는 방해를 받자 서로 손을 잡고 나라를 떠나는 그런 이야기였지.

언제 읽었더라? 그거 재밌었는데.


"아 그 동화말이죠? 저도 읽었었어요. 나중에 테미가 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거라고 했을 때 많이 놀랐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거라구요?"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테미를 바라보며 황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전 지금 많이 놀랐네요..."


"그렇죠? 그 동화의 내용이 워낙 그런것들이니까요"


동화의 내용을 떠올렸는지 즐겁게 웃는 공작영애의 얼굴이 숲 길을 뒤덮고있던 높은 나무사이로 새어들어온 햇빛에 비추어 반짝거린다.


그 금발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미소 때문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잘게 부서지는 듯한 환각에 무심코 눈을 비비고 말았다.


"응? 눈에 뭐라도 들어가신건가요?"


"아, 아닙니다.."


걱정스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가까이 다가온 공작영애에게서 무의식적으로 살짝 물러나버린 나는 나도 모르게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춰보려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루시안 님"


"아뇨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니고...그냥 제가 고개를 돌린 자리에 비슈트 수석기사님이 계셨을 뿐인데요"


"이곳이 루시안 님의 눈에 들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인겁니까"


"...일일히 그런데에 연극처럼 반응하지 말아주실래요?"


"오, 송구스럽습니다"


한 쪽 손으로 이마를 짚곤 다른 손을 가슴께에 살짝 올린 비슈트 수석기사는 곧은 자세로 걸으며 고개를 살짝 저어낸다.

이것도 한두번 봐야 멋있다고 느껴지지, 계속 볼때마다 이러니 이젠 뭔가 무덤덤해져간다.

살짝 질리기도 하는것 같고...


"그나저나 루시안 님, 광산까지는 이 길을 따라가면 되는겁니까?"


"네 맞아요. 마을을 거치지 않고 광산까지 바로 이어진 길이라 금방 도착할거에요"


집이 있는 공터에서 광산을 향하는 길은 두곳이 있다.

마을을 거쳐 광산으로 향하는 길과 공터를 감싼 숲의 한켠을 좀 들어가면 나오는 길을 따라 바로 광산까지 가는 길.

전자는 완만한 곡선모양으로 광산까지 이어진 길이기에 좀 돌아가게되고 지금 걷는 이 숲 속길을 따라 바로 광산에 가는게 훨씬 빠르게 광산까지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숲 속에 남겨져있는 길이라...위험한 곳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예전엔 위험했죠?"


"예전엔?"


"마을이 생겼을 당시만해도 동굴이 이곳저곳에 뚫려있던 탄트라 광산과 이어진 길이었으니, 숨어살만한 본거지가 필요한 숲 속의 강도들이나 도적들이 애용하던 길이었거든요 여기"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런 위험한 길이었으면 제가 여길 안내했겠어요?"


초기 마을을 형성하던 과정에서 그와 같은 탄트라 광산에 숨어살던 도적들과 강도들에게 수많은 공격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매번 조합장님과 데릭 아저씨,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손도 못써보고 퇴치당하기 일쑤였다는 이야기도.


"도적들과 강도들은 한번 신뢰를 둔 은신처를 쉽게 버리는 일이 없다고 알고있습니다만..."


"그 은신처에 신뢰를 없애버리면?"


"..참 대단한 일들을 하셨습니다 탄트라 마을의 정착민 분들께서는.."


대단했다고 들었지.

탄트라 광산이 광산이 아닌 그저 암석으로 이곳저곳이 뒤덮인 산이었을 당시로부터 탄트라 광산에 광물이 매장되어있다는 것을 알게된 마을의 초기 정착민들이 몇달에 걸쳐 탄트라 광산 속에 숨어살던 도적들과 강도들을 모조리 내 쫒아버렸다고 하니까.


물론 그들이 그리 쉽게 이곳을 떠나지는 않았다.

'마을'이 생겼다는 건, 약탈할 것이 생겼다는 거니까.


그 이후로도 마을을 몇번이고 덮쳤지만 수확은 거의 없다 시피했던 그들은 이내 포기하고 마을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 목적에 자주 사용되던 곳이 바로 이곳.


적당히 은신할 곳이 많은데다가 '상회'의 사람들이 좀 돌아가더라도 비교적 평탄한 길을 선호하기에 광산에서 직접 광물을 출하하던 예전엔 그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덕택에 나도 혼자 살기 전, 그리고 혼자 살게 된 후 참 많이 시달렸었고.


지금이야 뭐, 그런 족속들은 다들 탄트라 광산지대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이 길도 광물 출하를 광산에서가 아닌 마을에서 하는것으로 바뀐 이후 상회의 왕래 자체가 줄어들었기도 했고.


"과거 헤놋 왕국이 지닌 무력의 핵심이었던 '거인기사' 톨로즈 가문의 후예가 있는 마을이니 그정도는 가벼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태어나기도 전 일이라 자세한건 잘 모르니까요"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그저 지나가듯 들은게 전부였다.

'대단했다', '손 쉬웠다'이런 종류의?

이 둘이 서로 양립한다는게 참 신기하지만..뭐 그렇다니까.


데릭 아저씨도 워낙에 자기 이야기를 안하시는 분이라...오죽하면 그런 출신 이력을 지니고 계셨는지 어제나 되어서 알았을까.


"그런데 루시안 님, 마을이 축제기간이라 지금 광산에는 아무도 계시지 않은건 아닌가요?"


비슈트 수석기사와 대화를 나누고있던 내 귓가에 공작영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돌린 채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있던 덕택에 화끈거리기 시작하던 얼굴이 좀 가라앉아서 다행이다.


"그런일은 없을거에요.

물론 마을이 축제기간인데다 광물 출하일까지 겹쳐 현재 광산은 휴업상태이긴 하지만..그래도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광산에 번갈아가면서 광부들이 상주해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미리 마을에 연락해두었기도 하구요"


"그렇군요"


아마 정말 광산에 아무도 없다면 연락을 받은 조합장님이 어떻게든 광부들 몇명을 광산으로 보냈으리라.

도울 수 있는건 전부 도우겠다고 하셨으니까, 그 정도 도움은 바로 해주시겠지.


게다가 광산에 관련자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공작영애와 나만을 보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일테니까.

조합장님이 도움을 준다는 걸 떠나서 광산을 방문하는 '귀족'에게 제대로 된 안내가 가능한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는 걸 조합장님이 모르실리가 없잖아.


"그런데...첸드릭 경은 계속 마을에 계시는 건가 보군요"


"오늘까지만입니다. 마을 간이숙소에 배정된 기사들에게 필요한 제반사항이나 마을 안에서 활동함으로서 필요한 수칙들을 점검하느라 지금까진 마을에 계셨습니다만 오늘부턴 저와 위치가 바뀌게 될겁니다"


마을 이야기가 나온김에 궁금했던 걸 물으니 의외로 쉽게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마을에서 뭔가 중요하게 할일이 있는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것만도 아닌것 같다.

그럼 내일부턴 아침에 첸드릭을 더 자주보겠네.


"제가 마을로 가는게 아쉬우십니까"


"전혀요"


"의연하십니다. 티를 내지 않으시려는 그 고고한 자세에 경의를..."


"진짜 아닌데요"


아쉬울것도 없는 관계인데 뭘 아쉽냐는건지 일일히 과장된 행동으로 사람말을 들어먹지 않는 비슈트 수석기사를 일별하곤 정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제 슬슬 도착할때가 됬는데...


"저곳인가요?"


때마침, 숲이 끝나가는 지점이 눈에 들어오며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두개의 인영이 나무로 만들어진 방책과 문 앞에서 왔다갔다 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광부들일까? 이쪽을 눈치챈건지 제자리에 멈춰서서는 빤히 바라만 보고있는데...


"..응?"


어라? 갑자기 숲으로 사라진다.

뭐지? 무슨 일이 생겼나?


"갑자기 저분들은 왜 숲으로 들어가시는거죠?"


"글쎄요..."


내가 묻고싶은 말인데.

발걸음을 좀 빨리해서 광산 입구까지 서둘러본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거면 도와야지.


"...왜 아무도 없을까요"


얼마 지나지않아 닿은 광산 입구에는 썰렁함만이 감돌고있었다.

방금 전까지 앞에 서있던 두개의 인영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 흔적조차 없고, 그들이 사라졌던 양쪽 길가의 숲을 봐도 발자국이라던지 울창한 수풀이 사람에게 쓰러지거나 밟힌듯한 흔적은 전혀 남아있질 않았다.


"..다들, 같은걸 본거 맞죠?"


일행 모두가 끄덕이는 모습을 둘러보곤 다시 광산입구로 시선을 옮긴다.

그럼 내가 잘못본건 아닌데다 헛것을 본것도 아닐텐데...?


"흠..이상상황이라, 루시안 님께선 아가씨와 함께 잠시 이곳에 계셔주시겠습니까?

광산 안쪽을 먼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아뇨, 제가 다녀올게요"


"루시안 님께서 직접?"


"광산 구조에 대해서 모르시잖아요. 저도 빠삭한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알고있으니까 제가 가는편이 낫겠죠"


소수만 데려온터라 나를 제외한 모두는 남아서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사라진 의심스런 그 두명의 정체와 행적을 모르는 이상.


"괜찮으시겠습니까?"


"오히려 혼자가는게 더 편해요. 잠깐만 기다리고계세요"


굳게 닫힌 높은 광산 입구의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 다가가 손을 대본다.

역시, 섬세한 가공은 되어있지 않기에 딱 좋을 정도로 거친 질감이다.

오래된 세월의 여파인지 군데군데 파인곳도 있고.


"...흣!"


밀어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광산에 도착하면 정문 옆의 벨을 크게 흔들랬지?


"벨이...없는데?"


벨이 있었을만한 자리는 남아있다.

무언가 매달려 있었을법한 끈은 잘려있고, 벨 자체는 어디에 갔는지 찾아볼수도 없는 흔적만이.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


아무래도, 안에 들어가봐야 어떤 일이 생긴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안에 누가 있어서 소리질러봤자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테니...

게다가 혹시라도 안에 아무도 없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쓸데없는 소모일테니까.


딱 좋은 정도의 거친 질감인데다 저 위까지 불규칙적이긴 해도 파인곳이 있으니 그다지 힘들진 않겠지.

알맞은 거리를 재며 뒤로 조금씩 물러나다가, 딱 좋은 거리에 멈춰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어깨위에 앉아있던 키니가 목을 둘러오는 것과 동시에,


"스읍..후!"


타닷, 탁!


발돋움. 대여섯걸음 정도 떨어져있던 거리를 세번의 도움닫기로 줄여 문을 향해 뛰어오른다.

그리고 앞꿈치가 닿을 때 쯤 문으로 내뻗은 양손을 번갈아 아래로 쓸어내린 반동으로 다시한번 문을 박차올라 문 중간쯤 파여있는 곳에 손을 넣어 몸을 지탱한다.


문에 달라붙을 정도로 가까운 상태에서 쓸어내린터라 두 손과 가슴팍이 살짝 얼얼해져온다.


"후아..."


생각보다 깊게 파여있던터라 안정감있게 문에 달라붙은 자세에서 다시한번 앞꿈치로 문을 차내며 팔로 몸을 끌어올려 다음 홈으로.


탁! 파박!


그렇게 다음 홈을 찾아가며 높은 문의 정상까지 타고 올라간다.

나무를 타거나 숲속에 깎아지른 듯 솟아올라있는 둔덕의 절벽부분을 돌아가기 귀찮아 타고 올라가던게 도움이 된건지, 이렇게 높은 위치는 처음 올라와보지만 그래도 나름 수월하게 올라온 내 자신에게 뿌듯함이 느껴진다.


"...손가락 까졌네"


상처는, 영광으로 생각하자.


"와 여기 진짜높다.."


"먀아아"


광산을 둘러싼 숲 지대보다도 땅 자체가 경사를 지닌 곳에 설치되어있는 문이기에 시원하게 탁 트여있는 주변 경관을 키니와 함께 둘러본다.

무심코 궁금했기도 했고, 혹시라도 아까 사라진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키니, 뭔가 보여?"


"미야아, 먀"


키니가 앞발을 뻗으며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오, 뭔가 보이긴하네. 공작영애 일행이.


"..으이그.."


키니의 머리를 살짝 꼬집듯 엄지와 검지로 쥐고는 그들을 내려다본다.

다들 빤히 나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이 정도 높이가 되니 표정이 보이질 않는다.

너무 기다리게하는것도 미안하니까 빨리 문 안쪽을 확인해 볼...


"루-!!...거--뭐하-거..-!...빨---!!"


"응?"


그 때, 문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위해 고개를 돌려 문 안쪽을 내려다 본 내 시선 안에 고개를 치켜든 채 나를 향해 무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남성이 들어온다.

멀어서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장을 보니 광부인듯한 그 남자는 두 팔을 치켜들며 발을 동동 구르고있었다.


"..일단 내려가볼까"


계속 여기 위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으니, 문 안쪽에도 파여있는 홈을 하나하나 디디며 땅으로 뛰어내려간다.


타닥!


"후아~..오랜만에 운동했다"


"네 이녀석 루시안! 저 위에서 뭘 하고 있던게냐?!"


"어라? 지냑 아저씨?"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히며 몸을 푸는 날 향해 새빨개진 얼굴로 윽박지르는 배불뚝이 중년의 남성.


"아저씨가 여기 어쩐일로.."


"어쩐일은! 네가 조합장님께 공작영애를 모시고 광산에 온다고 했다면서!

덕택에 축제 도중에 마누라한테 잔소리 한바가지 듣곤 미리 광산에 와 기다리던 참이었다!"


"광산에 상주하고 계신 분들은 따로 안계신거에요?"


"다른 사람들이 광산의 뭘 알겠냐! 적어도 나정돈 되야 광산의 대해 이래저래 설명할 수 있지!"


하긴 일반 광부들보단 광산의 현장책임자인 지냑 아저씨가 같이 있는편이 더 편하긴 하겠지.

괜히 광산 현장책임자가 아닐테니까. 지냑 아저씨는 광산에서만 20년이 넘게 일해오신 분이시기도 하고.


"그나저나! 너는 저 위에 위험하게 왜 올라간게냐?!"


"아 참, 그거말인데요"


잔뜩 화가난 얼굴로 나를 꾸짖는 지냑 아저씨에게 아까 전 문 밖에서 보았던 두명의 인영에대해 알고있는지 묻는다.

화나지 않은 날보다 화가 난 시간이 더 많다는 지냑 아저씨니까 이렇게 큰 목소리로 윽박지르는 건 그냥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사람? 두 명이라면..아까 상회의 사람이라는 놈들이 오긴 했지!"


"상회요?"


상회의 사람이 마을에서 동떨어진 여기는 왜..

광물출하일은 이미 지났고, 마을에 남아있는 상회의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기위해 남아있는 사람들이나 자신들이 속한 상회에서 짐마차를 보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뿐일텐데?

이제와서 광산에 올 이유가 있나?


"갑자기 상회사람들이 여기는 왜 와요? 광물은 모두 출하했잖아요?"


"잊어버린게 있다고 하더구나! 칠칠치 못하게!"


"잊어버린거? 흐음..."


뭘 잊어버렸길래...


"뭔지 물어봐도 대답 안해주길래 이 안에는 댁들이 잃어버린게 있을 리 없으니까 썩 마을로 돌아가라고 한 참이었다!"


"아, 그런거였구나"


아무리 광물출하일이더라도 상회의 사람들이 직접 광산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워낙 많은 보석이나 희귀한 금속을 생산하는 광산이다보니 혹시 모를 절도와 같은 행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런것 때문에 광물 출하장소를 마을로 바꿨으니 오죽하겠어.


그럼 아까 그 두명의 인영은 마을로 돌아간것일지도 모르겠네.

잘 닦여있는 길은 놔두고 왜 숲을 향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거야 뭐 나름 사정이 있겠지.


"그 두명이 저와 공작영애 일행을 보곤 갑자기 숲으로 사라졌지 뭐에요.

들어올때 벨을 울리려고 했는데 벨은 떨어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있던데요?"


"그러냐?! 축제 전에 광산 주변을 점검하라고 보낸 녀석들이 대충했나보구나!

축제 같은거에 들떠선!"


"그러는 아저씨도 아주머니께 축제인데 광산에 출근한다고 욕 한가득 먹었다면서요.."


"난 내 할일은 다 해놓았으니 상관없다!"


아주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시는것 같지만요.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켜두고 일단 지냑 아저씨에게 문을 열어달라 부탁해본다.

그러려고 문을 넘어와놓곤 지냑 아저씨랑 대화나 나누고있었네.


철컥, 턱.


나에게 고개를 끄덕인 지냑 아저씨는 문에 다가가 안쪽에서 잠궈둔 걸쇠를 열곤 천천히 밀어낸다.

그래도 뭐 아무일도 없으니 다행이다. 어째 벨도 끊어져있고 어딘가 슬쩍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길래 걱정했는데.


"...루시안 님!"


문이 미처 다 열리기도 전에 사람이 두어명 통과할 정도의 틈으로 누군가가 뛰어들어온다.

어? 어어?


"괜찮으신가요?!"


"아니..전 괜찮은데요..안괜찮을 이유가 있지도 않구요.."


"미야아? 미야! 먀아!"


키니에게 견제를 받으면서도 내 앞까지 다가와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어보는 공작영애는 놀란 얼굴로 숨을 들이마쉰다.


"저만한 높이를 맨손으로 넘어가곤 아무렇지도 않다구요??"


"저 정도야 뭐.."


숲 안에는 이보다 더 높은 나무도 수두룩한데 뭘.

잡을 곳과 디딜곳이 빈약해서 그렇지, 나무를 타는것과 별 다르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절벽을 타던 경험까지해서 이정도는 어렵지도..


"..제가 그랬죠 아가씨? 그 나이대로는 안보인다고"


"그것도 성숙해보인다는 뜻인가요 테미 씨?"


그냥 시비 맞는거같은데 이정도면.

그나저나 당신은 지금 부담스럽게 날 훑어보는 이 사람이나 어떻게 좀...


"그쪽이 공작영애시오?!"


"?!"


차례대로 문을 지나 들어오는 공작영애 일행의 뒤에서 문을 잠그고 돌아온 지냑 아저씨의 목소리에 공작영애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고마워요 지냑 아저씨. 키니도 아저씨한테 앞발로 박수를 보내고 있네요.


"아, 아 네. 글렌로우드 공작가의 여식인 에밀리 글렌로우드라고 합니다"


"지냑 브론키라고 하오! 이 탄트라 광산의 현장책임자를 맡고있소!

어제 무대 위에서 보았는데 말을 아주 잘하더군!"


"아, 그..칭찬 감사합니다?"


호통치듯 울려퍼지는 지냑 아저씨의 목소리에 공작영애는 연신 흠칫거리고 있었다.

처음 본 사람은 아마 화가 난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냑 아저씨는 저게 평소 모습이다.


그저 목소리가 좀 큰데다 호탕한 성격까지 더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쉽게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 시원시원한 그 성격때문인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도 해서 금방 오해가 풀리는 편이지.


몇번 뵌적은 없지만 그 사이에 그런 오해가 풀렸을 정도로.

나도 처음엔 꽤나 긴장했더랬다.


"축제를 만끽해야 할텐데 고생이 많소이다!"


"아니, 저는 할 일이 있으니까요.."


"이런 날엔 일은 어른들이 하고 아이들은 맘껏 뛰노는거요!"


"그게 그럴수는..."


"그러니 내 이곳에서의 일이 최대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하리다! 무얼하면 되오?!"


"아, 응, 그게...저기 그러니까..."


..공작영애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작가의말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거죠.

저한테도 아주 절실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카치에라의 투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관련 공지 18.02.10 76 0 -
46 Chapter [만남] : Epilogue. 밤이 밝은 뒤 찾아온 시간은. 18.02.10 112 0 13쪽
45 Chapter [만남] : @. 밤이 밝아오는 사이에. 18.02.10 75 0 34쪽
44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5) 18.02.10 90 0 27쪽
43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4) 18.02.10 80 0 27쪽
42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3) 17.12.22 88 0 23쪽
41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2) 17.12.18 114 0 27쪽
40 Chapter [만남] : 06. 어둠을 찢어내는 달빛. (1) 17.12.16 100 0 19쪽
39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8) 17.12.15 105 0 22쪽
38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7) 17.12.14 110 0 26쪽
37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6) 17.12.13 87 0 34쪽
36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5) 17.12.12 85 0 34쪽
35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4) 17.12.10 93 0 23쪽
34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3) 17.12.09 85 0 32쪽
33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2) 17.12.08 106 0 22쪽
32 Chapter [만남] : 05. 마을을 집어삼키는 칠흑의 그림자. (1) 17.12.07 135 0 23쪽
31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6) 17.12.06 102 0 27쪽
30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5) 17.12.05 89 0 23쪽
29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4) 17.12.04 103 0 25쪽
28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3) 17.12.03 78 0 22쪽
27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2) 17.12.02 106 0 23쪽
26 Chapter [만남] : 04. 그것은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1) 17.12.01 98 0 24쪽
25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9) 17.11.30 122 0 22쪽
24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8) 17.11.29 99 0 24쪽
23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7) 17.11.28 85 0 23쪽
22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6) 17.11.27 90 0 29쪽
21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5) 17.11.26 98 0 32쪽
20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4) 17.11.25 108 0 27쪽
19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3) 17.11.24 150 0 26쪽
» Chapter [만남] : 03. 아가씨의 비밀. 그리고.. (2) 17.11.23 103 0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