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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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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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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7,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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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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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피폐한 전장 속 마지막 희망

DUMMY





전쟁에서는 당연하게도 직접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가장 박수받아야 마땅하고 가장 대단한 사람들이며 누구나 존중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장에 나가서 직접 싸우는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은 물론이고

당연하게도 죽은 사람 하나하나 다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한 사실은 전쟁에 나서는 사람도, 전쟁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가 다 알고 있어야 하며

모두의 뒤에서 전투하는 인원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더더욱 병력을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단 한 번의 지시로 내보낸 사람들이 전부 죽을 수도 있다.

그 말 한마디에

그 손짓 한 번에

그 명령 하나에 수치로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의 거대한 생명의 무게가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지휘관이 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어쩌면 지휘관 중에는 병력을 그저 체스 말 두듯이 움직여 일부러 죽게 두고 더 큰 이득을 취해오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 방법으로 한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 사람들은 죽은 건데 말이다.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일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버린 행위가 결코 칭찬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했냐고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조금의 희생도 없이

모두를 살리는 것이 가장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그 없는 방법마저도 만들어서 해야 하는 지휘관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피렌과 라라케니아는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 ...또 죽었어. 전장이 뒤바뀔 거야. 빨리 지원 보내야 해. “

“ ... “

“ 피렌? 빨리. “

이미.. 절반 이상의 길드가 전투를 치르고 다친 인원들을 복귀시키며 치료와 정비를 진행 중이며

남은 절반의 대부분이 현재 전투를 펼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라라케니아가 말한 부분에 지원을 보낼만한 인원은..

...

없다.

“ 보낼 수 있는 인원이 없어. 지금 그쪽으로 보냈다간.. 여기랑 여기. 이곳까지 위험해질 거야. 아니.. 뚫리는 건 확정이라고 볼 수 있어. “

“ ...그럼.. 다 죽게 내버려 두자는 거야? “

...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 ...후방에 배치한 길드 중에.. 펠 길드를 보낼게. 빈 우주선도 껴서 보내라고 하면.. 어떻게든 지금 있는 인원만큼이라도 보호할 수 있겠지. “

아마 라라가 가리킨 곳의 전투는 가면 갈수록 죽어 나갈 것이며

그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후퇴명령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주선의 성능에 따라 안전하게 따돌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피해 상황을 따져보면 안타깝게도 레베른의 우주선보다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후방으로 빼두었던 이미 한차례 전투를 치르고 정비 중인 대형 길드를 급하게 배치해 마치 지원이 온 것처럼 꾸며 레베른이 도망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상당히 도박 수를 둔 것이지만

전투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레베른 측에서도 다친 인원이 많기에 함부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 ...이대로면 안 돼. 아디나..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 “

레베른은 역시나 레베른이랄까.

안 그래도 전투력이 강한 레베른에 알 수 없는 에테르라는 힘까지 더해져 길드들을 학살 급으로 때려눕히고 있었으며 그나마 반격했던 것은 아디나와 앨리스가 참전한 전투를 중심으로 전략을 최대한 잘 짜서 레베른을 둘러싸는 형태로 전투를 펼친 덕분에 레베른의 총공격을 버틸 수 있는 상황까지 몰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칭송받아 마땅할 수준인 업적이지만 피렌과 라라케니아는 납득하지 못했다.

결국, 이 전쟁에서는 승리해야 하며 최대한 죽는 인원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잠깐 동안 생긴 앨리스와 아디나의 빈자리는 순식간에 밀려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이로써..

에테르에 잠식된 거대한 에이아가 은하의 중심부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게 되었다.

“ 최대한 전선을 우리가 있는 이곳까지 물러나자. 여기라면.. 마지막 한 번 저지할 기회가 생길 거야. 그게 최선이야. “

물론 신의 대리인인 아디나가 말하길 크릭 레베른이 은하의 중심부로 향하는 것은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다고는 했지만..

“ 흐음.. 그래. 그렇게 하자. “

은하의 중심부.

아디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은하는 은하의 중심부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레베른이 차지한다면 최초의 신이 이기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기세가 꺾여나간다.

이미 패배할 대로 패배한 우리 길드는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며

그나마 희망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신의 대리인이라는 아디나의 존재 때문이다.

“ 윌. 듣고 있지? 전선을 이곳까지 뺀 다음에 모든 전력을 모아서 한 번에 갈 거야. 그러니까 모든 길드에 후퇴명령을 내려줘. “

...

라라가 분명 팔찌를 활성화하고 말했지만..

평소처럼 윌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 윌? 팔찌 활성화해줘. 안 들려. “

...

“ 윌? “

“ 라라. 일단 긴급 연락망으로 직접 전달 부탁해. 내가 가볼게..!! “

피렌이 급하게 바람을 두르고 중앙 지휘실에서 벗어나 두 명의 에이아 은하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윌의 방이자 작업장인 정보 연락실로 향했다.


레베른이 이곳에 침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건 어려워 보이지만..

레베른의 능력을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만약을 대비하는 것도 좋겠지.

누군가가 침입해서 윌을 공격했을 가능성을 대비해 바람을 손에 쥔 채로 정보 연락실의 문 앞에 도착한 피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어젖히고 곧바로 주위에 마나를 퍼트리며 경계한다.

“ 윌..!! “

피렌이 바라본 정보 연락실에는.. 윌이 책상 위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을 뿐 그 누구도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아주 잠깐의 경계 이후 피렌은 급하게 달려가 윌의 상태를 파악해본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고.

숨은 쉬고 있으며

피렌은 자신의 마나를 윌의 몸에 살며시 집어넣어 흐름을 체크해보자 딱히 별다른 이상도 없었다.

이건..

과로다.

온몸에 마나가 활발하게 돌고 있는 피렌과 라라케니아는 피곤하기는 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에이아 은하 사람이었던 윌의 몸에는 네이렌과 함께하면서 마나를 머금었기는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양의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탓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주어야 한다.

물론 피렌도, 라라케니아도 서로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해가며 교대하고 있는 만큼

윌 역시 에이아 은하 사람 두 명을 뽑아서 3교대로 일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전장이라는 특수한 환경.

시간이라는 개념조차도 행성마다 다른 이 우주에서 평범한 인간인 에이아 은하 사람들은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 이런..! 윌님..! 일단 정보망은 제가 잡겠습니다 피렌님! “

피렌이 큰소리로 윌을 부른 탓일까

바로 옆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한 사람이 머리를 억지로 흔들며 다가와 급하게 정보망을 체크한다.

“ ...부탁드립니다. 안정제를 먹인 뒤 눕혀두고 저는 복귀할게요. “

참..

미안하지.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둘째치고 애초에 윌은 이런 일에 맞지 않던 친구다.

그저 한 행성에서 정보상으로 벌어먹고 있던 친구였을 뿐인데 전쟁 때문에 수많은 생명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로 사람들에게 죽으라고 지시를 하고 있으니..

아마 노동에 비해서 몇 배나 큰 피로감과 압박감이 몰려왔겠지.

“ 미안하지만 조금만 쉬어라 윌. 전쟁이 끝나면.. 정말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도록 지원해줄 테니. 이건 맹세코 약속이다. “

..카린한테는 미안하지만 윌에게는 이만한 보상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조금은 더 늘어버린 듯한 주름이..

왠지 피렌은 미안하게 느껴졌다.


“ 피렌. 윌은? “

피렌이 돌아온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라라케니아는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피렌에게 던져주며 넌지시 묻자 자연스럽게 자료를 받아 든 피렌이 자신의 기억과 대조하며 라라에게 답한다.

“ ..과로. 윌도 최대한 노력한 거겠지. 쉬면 나을 거야. 그래서. 이쪽은? “

“ 안전하게 퇴각하는 데 성공했어. 이미 다들 준비 중이었나 봐.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물러날 수 있을지도? “

“ 그건 다행이네.. “

아직 전력이 무너진 건 아니다.

물론 많은 수의 인원이 다치거나 죽었지만..

아디나와 앨리스가 합류한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수치다.

상대도 마치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승리한 전장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퇴각하는 우리 길드를 밀어버리기 위해 밀고 오는 것이 아닌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이 인원수를 나누어 정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점점 양쪽에서 정찰을 통해 얻는 정보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 정보가 줄어드는 것은 더이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며

레베른 쪽에서 정보가 줄어드는 것은.. 더이상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칼자루는 레베른이 쥐고 있다.

한 번 더 피 터지는 전쟁을 위해 우리와 마지막 전면전을 벌일지.

아니면 갑자기 모든 걸 무시하고 크릭 레베른과 합류해 은하의 중심부를 공격할지.

하지만 우리는 방패만 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레베른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빠르게 방아쇠를 먼저 당겨야 한다.

그러기 위한 수는...


‘ 피렌님! 카린님과 연락이 닿았어요! 아직 정보망 구축은.. 음.. 카린님께서 조금 더 노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에 사고가 있었는데 아마 곧 그쪽으로 출발하실 모양이에요! 아디나님께서도 다 같이 오신다고 합니다! ‘


마치 타이밍을 맞춘 듯이 한쪽 벽 전체를 감싸고 있는 홀로그램에 베리슈의 얼굴이 떠오르고 피렌을 향해 네이렌의 상황을 전달해준다.

인공 태양 쪽에서 하는 연락이기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어 이미 이 메시지를 받았을 때라면 아마 네이렌은 이미 출발했겠지.

기다리고 있었던 유일한 희망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피렌과 라라케니아는 서로를 보고 웃는다.

그리고 피렌은 얼른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베리슈에게 질문한다.

“ 베리슈. 그런데 사고는 뭐야? 그리고 왜 아디나는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오지 않는 거지? “

‘ 아 그게.. 듣기로는 네이렌 분들의 함선에 크릭 레베른이 나타났었다고 합니다. ‘

...

크릭 레베른이..

베리슈의 말을 듣자마자 급하게 라라케니아와 피렌은 은하 지도를 돌려가며 크릭 레베른의 위치를 추적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돌려봐도 보고받은 정보에 크릭 레베른의 위치는 드러나지 않았다.

“ ...에테르에 잠식된 에이아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은하의 중심부로 가고 있는데..? “

“ 그보다 우리가 제일 감시하고 있던 녀석이었잖아. 우주로 벗어나는 걸 본 적이 없어. “

그렇다는 건..

특별한 능력을 사용했다는 건데..

그 넓은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미세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작은 함선 위로 크릭이 옮겨갔다는 것은 참..

레베른에게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까지도 존재하나 보다.

“ ...이런 수는 고려하지도 못하는데.. “

대체 어디서 어떻게 갑자기 크릭 레베른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계산할 수 있을까.

이것이 크릭 레베른 고유의 능력일까?

다른 레베른은 이동할 수 없는 걸까?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히든카드로 남겨두는 걸까?

그렇다면 왜 하필 네이렌에게만 그 패를 공개한 걸까?

크릭 레베른이 단 한 번 움직였을 뿐인데도 수많은 의문을 남긴다.

아마 아디나는 네이렌이 안전하게 합류할 수 있게 하려고 함께 오는 모양인데..

...

뭐. 가족을 지키는 건 좋은 선택이니까.

다만..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오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느릴 텐데..

“ 그때까지 버티는 게 관건이겠군.. “

다시 자연스레 시간을 현재의 지도로 바꾸고 들어오는 정보들에 의해 자연스레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지도를 바라보다..

“ 음? “

잠깐 과거의 기록을 보고 오는 사이에 뭔가 많이 변한 느낌이랄까.

“ 피렌. 잠깐만.. 이거.. 큰일인데..? 길드에서.. 지시를 무시하고 이쪽으로 오고 있어.. “

갑자기 이렇게 나와버리면 곤란한데..

“ ...이유는? “

“ ...우릴.. 더는 못 믿겠대. “





작가의말

지친다

이제 끝내자

전쟁 너무 싫다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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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555. 부디 우리의 앞길에 빛을 비춰 주소서 24.05.24 4 0 13쪽
564 554. 알파 은하의 인간 24.05.23 9 0 13쪽
563 553. 그래서 살려? 죽여? 24.05.22 7 0 15쪽
562 552. 테라포밍 24.05.21 7 0 14쪽
561 551. 알파 은하 24.05.20 9 0 13쪽
560 550. 최종 확인 24.05.17 8 0 13쪽
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7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4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8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10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12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9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6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8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8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7 0 14쪽
549 539.5 어색한 항해 24.05.02 12 0 13쪽
548 539. 윌의 거래 24.05.01 13 0 15쪽
547 538. 끝나지 않은 전쟁 24.04.30 10 0 13쪽
546 537. 차원이 다른 존재 24.04.29 10 0 17쪽
545 536. 돌아간 시선 24.04.28 11 0 14쪽
544 535. 크릭의 계략 24.04.27 10 0 16쪽
543 534. 과거의 질문에 대한 답 24.04.26 12 0 13쪽
542 533. 기다렸던 호위 24.04.25 16 0 14쪽
541 532. 위험한 작전 24.04.24 15 0 13쪽
540 531. 돌아갈 집 24.04.23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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