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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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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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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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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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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57. 신을 화나게 해서는 안돼

DUMMY





“ 아아... 니아언니...! “


데니는 어린 나이에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벗어나 아무도 없는 외부로 나가 얼어 죽었으며


니아는 모두와 함께 부디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얼어 죽었다.


두 사람은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보며 절대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 감동적인 재회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 ..케리...?! “


근데 케리는 누군데.


“ 언니..! 다시는 못 보는 줄 알고...! 흑...! “

“ 아아.. 케리였구나...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미안해... “

“ 저.. 저.. 잠시. 케리.. 요? 이 아이는 데니인데..? “


이 감동적인 재회에 다른 이름을 부르는 니아를 보고 당황한 라티안이 끼어들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니.. 차가운 게 맞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색해진 느낌이랄까.


“ 아.. 그.. “

“ 제.. 제가..! 제가 설명할게요 언니..! “

“ 설명? “


데니는 갑자기 라티안의 앞으로 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러면 난감한데.


“ 무.. 무슨.. “

“ 사실.. 데니는 가짜 이름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가짜 이름을 알려주라고 배워서...! 죄송해요..! “


아니 그래서 왜 가명을 댔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거지만..

...어린아이의 머리로는 이게 한계인 건가.

라티안은 고개를 들어 니아를 바라보자 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데니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어 말한다.


“ 저희가 사는 지하는... 생각보다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점점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범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 범죄를 막을 인력은 부족하고.. 점점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잃어갔죠. “


하긴.

점점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워지고 태양 빛은 멀어져만 가고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에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지만

어쨌든 인간은 행성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기에 결국 얼어붙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저 신에게 기도드리는 일.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납치 감금이 많았죠..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지하세계였어요.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가명을 만들어내라고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어요.

생각이 안 난다면.. 부모님의 이름이라도 대라고 가르쳤죠.

덕분에 납치범들도 아이를 납치해봤자 부모를 알아낼 수가 없어 아무런 이득도 보지 못한 채로 잡히니까 아주 조금은 범죄가 줄어들었죠. “


상황 자체는 매우 좋지 않았지만

그런 좋지 않은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지혜는 빛을 내고 있던 것이다.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 거짓말로 모두를 속여 자신을 잡아도 아무런 이득이 없게끔 만드는 것.

여차하면...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어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이 죽어 도움이 된다는 생각 자체가 가족들에게는 슬픈 말이지만..

그 정도로 지하세계의 사회는 참담한 수준이었던 거겠지.


“ 그러니..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배운 대로 행동한 것이니.. 부디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지금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이유는..

우리는 이들에게 있어서 외계인이며 구원해주러 온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쁠 만 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고개를 드세요. 데니. 아니 케리. 아니.. 어.. 음. 일어나줄래? “


뭐. 진짜로 괜찮기도 하고.

오히려 라티안은 자신이 죽어가던 상황에서도 배운 것을 확실히 써먹을 만큼 대단한 아이라고 느꼈다.


“ 혼동이 없도록 다른 가족들에게도 말해둘게요. 모두 이해해줄 테니 걱정 마시고.. 그.. 데니...? 케리..? 뭐.. 뭐라고 불러야 해? “

“ 데니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저도 케리 말고 데니라고 부르겠습니다. “


우리에게 맞춰주는 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라티안은 편해서 좋았다.


“ 그럼 데니. 여기서 니아씨랑 같이 지낼래? “

“ 어.. 네! 그럴래요..! “


어린아이였기에 지금은 아리나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람과 곁에 있는 것이 아리나에게도, 데니에게도, 니아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 니아씨도 언제든 인원을 선별하면 우리에게 말해주세요.

한 번에 50명을 다 선별할 필요도 없고, 직접 얼굴을 보면서 고르고 싶다면 동행도 해드리겠습니다. “

“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

“ 어~.. 또 뭐 전해야 할 말이 있었나..? “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정도가 끝이려나..

라티안은 자연스레 팔찌를 통해 물어보려다가 데니와 니아를 번갈아 가면서 보고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 어~ 그.. 두 분이 지내기에는 조금 좁으니까 이따가 확장 공사를 해드릴게요. 침구류라든지 필요한 건 카ㄹ... “


어.

어.

어어.

어어어어 잠깐 어. 이름 말하면 춘향이랑 아리나가 죽여버린댔는데 어.


“ 카... “


어어어어어어어 잠깐.


“ 카.. 켁켁..! 켁.! 어우 잠깐 사레들려서..! 켁켁! 크흠흠.. 이따가 이것저것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다드릴 테니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말해주세요 음음. 크흠.. 켁켁 음.. “


...

...

“ 네. “


...넘어갔나..?

넘어가 준 건가..?

...아씨..

뭐가 어찌 됐든 이미 카린의 이름을 절반가량 말해버린 건 변함이 없다.


어떻게든 기침을 하며 라티안의 훌륭한 연기력으로 넘기려고 했으나 상대의 반응이 굉장히 무미건조해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검이라도 맞부딪치면 알 수 있을 텐데..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미리 아리나에게 가서 먼저 사과를 하면 용서해주려나...?


사실 니아는 별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생각이 없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라티안은 이곳이 알파 은하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칫 이름을 잘못 외우게 했다간 미래가 바뀌어 우리 은하와 알파 은하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

사라지지 않는 은하가 되어버리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은 원래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는걸.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가장 주의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고작 이름 한 번 부르는 것도 엄청 신경이 쓰였다.



“ ...어.. 언니.. 우리가 실수 한 걸까요...? “

“ ...글쎄..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시네.. “


심지어 고개를 돌릴 때는 약간 짜증까지 냈던 것 같았다.

우리를 구해준 외계인.. 아니. 그들은 스스로 우주 여행자라고 불렀지만..

적어도 니아가 보았을 때 그들은 단순 외계인이 아닌 신적인 존재들이다.


우리를 구원해 줄 신의 기분을 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니아는..

어떤 식으로든 그분의 기분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진 거라고는 자신의 몸 밖에 없지만..

그거라도..

이 미천한 몸이라도 바쳐서 우리 인류를 구원해야만 한다.


“ ...데니. “

“ 네 언니.. “

“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놀라울 만큼.. 따뜻하다.

분명 눈보라가 몰아치고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도 훤히 보일 만큼 새하얀 눈들이 눈앞의 시야를 전부 틀어막고 있을 정도로 강한 추위가 몰아쳐야 하지만..


외계인분들이 만든 주황빛이 감돌고 있는 네모난 판으로 연결한 이 땅 위에서는 양손을 끌어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외계...

이것이.. 신...

그들은.. 우리의 생각을 아득히 넘은 뛰어난 자들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상에서는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은 지상에 땅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끼릭.. 끽... 끼리릭.. 끽..!


“ 아앗..! “


니아는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이 기분을 느끼다 무언가 신기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서는 깜짝 놀라 넘어져 버렸다.


인간의 몸 따위는 순식간에 찍어 눌러버릴 만한 거대한 고철...

아니.. 그런 고철로 만든 네 개의 다리.

얼굴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우물쭈물하는 것 같달까..

난감한 것 같달까...

어쩌면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 니아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인다.


“ 죄.. 죄송해요..! 길을 막고 있어서..! 지.. 지나가세요..! 죄송합니다..! “


그렇게 얼른 길을 비켰지만 니아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거대한 다리는 계속 제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움직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어.. 어디 불편하신.. 가요..? 그.. “


그러더니.. 갑자기..


-끼릭.. 끽... 끽... 쿵...!!


쓰러졌다.


“ ..어... 힉..! 괘.. 괜찮으세요..?! “

“ 앗..! 벌써 다 썼네..! 이런... 미안해.. 챙겨줬어야 했는데.. “


그때.

예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니아는 깜짝 놀랐다.


이 거대한 고철... 여성분이셨던 걸까.

다 썼냐는 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챙겨준다니.. 그런 과분한..

니아는 감사히 고개를 숙인다.


“ 아닙니다.. 이렇게 살려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





태양 에너지를 전부 소모해버리는 바람에 주저앉은 거미 로봇의 코어에서 케트라시움을 제거하고 새로운 케트라시움으로 교체하던 다르시는 흠칫 놀란다.


분명..

분명... 거미 로봇이 말을 했다.

조신한 여자의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마.. 마.. 마마.. 말을.. 했... 어...? “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신기했던 것일까.

아니면..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


“ ..죄송합니다.. “




아니.. 죄송할 건 없지.

아무리 조이스틱이라는 것으로 움직이는 기계라지만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주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인간 쪽에서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맞지.. .. ..

대체 춘향은 언제 이런 걸 베리슈에게 부탁해서 업데이트했는지 모르겠다.


“ 아니.. 아니야.. 괜찮아.. 응. 괜찮아.. 잠깐 놀랬을 뿐이야. 힘내줘서 고마워. 금방 움직이게 해줄게. “

“ 아앗.. 그.. 네 감사합니다.. “

“ 아냐아냐.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


...


“ 저기~.. 그~.. 두.. 둘이 뭐해..? “

“ 에? “

“ 네? “


정말로 천사처럼 하늘 위에서 날갯짓하며 거미 로봇 위로 올라온 카린이 로봇을 기준으로 양쪽을 번갈아 보며 이상한 듯이 쳐다본다.


“ 아니.. 어..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둘이.. 좋아해? “


좋아하냐고 묻기엔 일단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기에 다르시도, 니아도 로봇의 옆으로 넘어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해보았다.


“ ...누구.. “

“ ...아. 그.. 니아라고 합니다.. 그.. 지하에 사는.. “


이 사람이 그 소문의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르시는 급하게 입을 틀어막고 자신이 말한 것에서 혹시 실수한 것이 있는지 체크해본다.


이름.. 마나.. 케트라시움.. 뭐.. 기술.. 어.. 음.. 아무것도 말 안 했겠지..?


카린은 그런 난감해하는 다르시의 앞에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와 니아를 바라본다.


“ 그래서. 니아는 왜 여기에 있는데? 필요한 거라도 있어? “

“ 앗..! 그.. 그런 건 아니고... “


왠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 니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 ..그.. 저희를 도와주신 분이.. 조금 화나신 것 같아서.. 걱정돼서... “

“ ..화..? 누가? “

“ 약간 붉은 머리의 남자분.. “


붉은 머리. 남자.

라티안..?


“ ..그. 어.. 걔가.. 화가나? 에? “


라티안이 화가 난다?

그런 경우가 있을까?

아니 화를 전혀 안 내는 아이는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라티안이 화를 낼 때는 모두가 최선을 다해 싸울 때 혼자서 무기력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화를 낸다.


생각해보면 라티안은 가족에게 특별히 화를 낸 적은 딱히 없던 것 같다.

그런 녀석이.. 화를 냈다고..?


“ ..알려줘서 고마워. 가볼게. “

“ 저.. 저도 같이..! 가능하면 직접 사과드리고 싶어서.. “


뭐. 무슨 이유로 화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니아때문에 화가 난 거라면 함께 가는 것이 낫겠지.


“ 어~.. 두.. 둘이 갔다 와. 나는 일해야 해서.. “

“ 응! 그.. 화이팅! “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까지 귀찮은 일일 줄이야..

카린은 니아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손을 잡고 모두가 있을 중앙 임시 거처로 향했다.







작가의말

끼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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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 556. 기다리던 신은 없다 24.05.27 6 0 13쪽
565 555. 부디 우리의 앞길에 빛을 비춰 주소서 24.05.24 4 0 13쪽
564 554. 알파 은하의 인간 24.05.23 9 0 13쪽
563 553. 그래서 살려? 죽여? 24.05.22 8 0 15쪽
562 552. 테라포밍 24.05.21 8 0 14쪽
561 551. 알파 은하 24.05.20 10 0 13쪽
560 550. 최종 확인 24.05.17 9 0 13쪽
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7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6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10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10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13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9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7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8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9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8 0 14쪽
549 539.5 어색한 항해 24.05.02 12 0 13쪽
548 539. 윌의 거래 24.05.01 14 0 15쪽
547 538. 끝나지 않은 전쟁 24.04.30 11 0 13쪽
546 537. 차원이 다른 존재 24.04.29 11 0 17쪽
545 536. 돌아간 시선 24.04.28 1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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