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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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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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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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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7,983

작성
23.03.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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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2. 우주의 대장장이

DUMMY

“ 그래! 너희를 죽이러 왔... 읍읍.. “

“ 넌 좀 가만히 있어..! “

노인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첫 만남부터 하는 말이 죽이러 왔냐니...

계산을 끝마친 춘향이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아리나가 반응하여 틀어막는다.

“ 그..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만 저희는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

노인이 앞에서 말하는 피렌을 바라보다 뒤에서 입막음 당하고 있는 춘향을 한번 쳐다본다.

“ ...저 녀석은 무시해주세요. 정신이 나갔거든요. “

“ 우씨...! 모처럼 알아서 정보를 술술 불겠다는데 왜 그걸 이용하지 않는 건데?! “

살고 싶으면 아는 걸 내놔라! 라고 말하려던 춘향의 계획이 무산되자 볼을 부풀리고 삐져버렸다.

뭐.. 춘향이 삐진 거니까 상관없지.

“ 그렇다면.. 자네들은 어디서 왔는가? “

“ 아.. 그.. 지구라는 행성에서 왔습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

라티안이 혹시 모를 가능성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 처음 듣는군... 나는 이 2630번 공방을 맡은 메르티 케이크라 한다네.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

자신을 메르티 케이크라고 소개한 노인은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불안에 떨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 아.. 그... “

피렌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며 아리나를 바라본다.

“ 엣.. 나? 그... 어.... “

전쟁을 하다 모든 적을 죽이고 행성을 파괴하고 거기 있는 아무 차원문이나 타고 들어와 보니 이곳이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당황한다.

“ 호... 혹시... 지도가 좀 있을까요...? 우주에 대한.. “

“ ...흐음.. “

아리나의 말이 끝마치기도 전에 노인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

마나의 떨림이 없어지고 그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차분한 노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 ..자네들. 우주로 항해한 것이 처음이군..? “

그 순간 모두가 숨을 죽인다.

...

“ 역시... 그냥 죽이는 게 낫다니.. 읍읍..!! “

춘향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고 낫을 만들어내기 직전에 아리나가 다시 한번 춘향의 입을 틀어막는다.

이번엔 무기도 꺼내려고 했던지라 앨리스까지 가세해 춘향을 억누른다.

“ ..그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

“ 허허허.. 지구라는 처음 들어보는 행성에 처음 들어보는 언어, 거기다 우주에서 지도라는 물건을 찾는 자는 누가 봐도 처음 여행하는 것이라고 알 수 있을걸세. “

살짝 어리둥절해 하는 피렌의 모습을 보며 메르티는 설명해 주었다.

너무나도 넓고 끝도 없이 펼쳐진 이 우주에서는 지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유명한 곳은 은하 중심으로부터 좌표를 입력해 위치를 계산해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좌표를 계산해 낼 수 있는 우주선은 함선에만 달 수 있었기에 라티안 일행에게는 당장에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 어.. 그럼 혹시.. 우주선은 여기서 구할 수 있나요? “

앨리스에게 몰래 우주선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아리나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메르티는 씁쓸하게 왼팔의 소매를 걷어 손목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붉은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전혀 모르는 팔찌다.

뒤를 돌아 앨리스와 춘향의 얼굴을 확인해보았지만.. 역시나 모르는 모양이다.

“ ...모릅니다만. “

“ 이곳을 테르케시아행성이 점령하고 우리를 노예로 삼은 게 몇천 년 전인지 모르겠군.. 이 팔찌는 그때 우릴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 모두에게 채워졌다네. 이 팔찌에는 우주로 떠나서는 안 된다던가, 특정 마나 파동이 닿으면 반응하여 몸의 마나가 터져나가는 등 다양한 저주가 깃들어 있지.. 그 목록 중에는 부유 석이라는 돌이 있다네. 이곳의 집을 짓는 데도 사용하지만 우주선의 상하조절을 가능하게 해주는 돌이라네. “

집을 공중에 띄우는데에도 부유석에 마나를 주입해 집의 바닥에 설치해놓으면 마나량에 따라 높이가 정해져 공중으로 뜬다고 한다.

우주에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제외하고는 배를 움직이게 할 동력이 없으므로 이 부유석을 깔아 마나량을 조절하여 위나 아래로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부유석을 만지면 붉은 팔찌가 반응해 심장을 폭파시켜버린다고 메르티는 설명했다.

“ 우린 이 붉은 팔찌의 저주 때문에 우주선을 만들 수 없네. 평생 여기에 갇힌 셈인 거지. “

듣기에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살아온 세월이 두 자릿수인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최소 몇천 년간 이곳에 갇혀서 일하고 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춘향의 머리에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는 듯 활짝 웃으며 제안한다.

“ 그럼 간단한 거 아냐? 우리가 그 팔찌를 풀어줄게! 쉽게 풀 수 없으니까 하고 있을 거란 건 알아! 그.. 펠랑뭐시기를 싹~ 쓸어버리고 해제할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잖아? “

역시나 또 사람을 죽이려는 생각밖에 없어 보였지만 춘향과 앨리스가 있다면 이들을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시켜 줄뿐더러 지구로 갈 수 있는 수단까지도 확보하는 것이니 나쁘지 않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또 싸우게?... 애초에 그 행성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

“ 이 늙은이는 노예라며? 죽이는 게 아니고 노예로 삼았다면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뜻 아니겠어? 차원문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다섯이서 크람을 깨부수고 난 뒤이다 보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근데.. 또 싸우자는 건가...?

“ 허허허.. 자네들의 말대로라면 좋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네.. “

춘향이 의아한 듯 다시 쳐다본다.

“ 엥? 어째서? 복수하고 싶지 않아? 자유롭고 싶지 않아? “

“ ..이미 펠랑케시아는 우리의 손에 의해서 파괴되었다네. “

“ ....응? “

“ 후후후.. 과거 이야기를 좀 해줄까.. “

먼 과거. 무력으로 침략당한 공방의 사람들은 오직 펠랑케시아의 군사력을 높이기 위한 무기와 방어구 제작을 강제로 시켰다고 한다.

온갖 핍박과 고문을 견뎌내며 남몰래 무기를 모은 대장장이들은 펠랑케시아 행성으로 파견을 갔던 수많은 대장장이의 손에 의해 멸망했으며, 붉은 팔찌를.. 이 저주를 풀어낼 수 있는 열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미 다 죽인 이후에나 알게 되었다고 한다.

“ ..그곳의 왕은.. 이름은 모르겠다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더군... 지금의 너희에게는 영원한 저주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머지않아 파멸할 것이라고 하더군.. “

실제로 펠랑케시아의 눈에 띄고 난 뒤부터 수많은 별이 우주에 펼쳐졌으며, 그 뒤로 다양한 외계인들이 이곳으로 와서 무기와 방어구를 사 갔다고 한다.

메르티의 말에 의하면 하늘에 별이 많이 뜨게 된 것은 이 은하에서 전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별이 되었다는 인증한 것이며, 수많은 별과 함께 다가올 위협에 대해 전쟁을 준비하라는 신의 표식이라고 한다.

신께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장기 말들을 표시해두고, 말들끼리 서로를 공유한다나 뭐라나..

지구의 하늘을 떠올린 아리나가 앨리스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 이거.. 우리에게도 있던 일이지..? “

앨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메르티의 말에 집중한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일부 제약은 있다고 한들, 먹고 살 수 있는 장사는 가능하니까.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다시 한번 어느 한 곳에서 독점하기 위해 침략할 가능성도 있다고 여겼던 대장장이들은 한가지 법을 만들었다.

대장장이들은 외계인들에게 집을 나눠주어 그곳에 차원문을 설치하고 소수의 인원만 들어올 수 있게끔 했다고 한다.

차원문은 마나의 양에 따라서 통과하는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차원문을 통과하려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으며, 그 덕분에 갑작스레 벌어지는 침략은 미리 알고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 그렇게 우리는 저주받은 몸으로 평화를 누릴 줄 알았다네... 그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

“ ..? 누구? “

“ ..크릭 레베른. 그자는 우주를 떠도는 떠돌이에 불과하지. 하지만 세력은 하나의 행성급으로 거대한 느낌이야.. 어떻게 번역되어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우주의 해적이지. “

해적.

바다에서 배를 습격해서 빼앗고 죽이는 강도들이다.

우주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조금 다른 표현이겠지만 이 반지가 해석하기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해적인 모양이다.

“ 처음 이곳에 들른 크릭은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 ‘ 맘에 드는군. 우리가 너희 모두를 잘 써주도록 하지. ‘ 라고 말이야.. “

그 뒤로 대장장이들은 크릭을 쫓아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점점 손님들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 아마 무슨 수를 쓴 거겠지... 우리가 그들에게 합류할 수 있도록, 그들이 내려주는 희망을 무릎 꿇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활을 차근차근 부수고 있는 것이야.. “

“ ..어? 하지만.. 여러분들은 우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

메르티는 아리나를 보며 웃는다.

“ 허허.. 그렇단다.. 하지만 크릭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 모르는 게 당연해. 누가 자신이 노예가 되었다는 증표를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겠는가?.. 결국 우린.. 크릭의 수하로 들어간다고 해도 죽은 목숨인 게야.. “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죽은 이유, 라티안 일행을 보고 죽이러 왔냐고 묻는 이유,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말을 해주는 것도 전부 곧 죽을 운명이란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을까.

“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오랜만인지라 말이 길어졌구먼... 아무튼 이곳에서 우주선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네. 뿐만 아니라 크릭이 들이닥친다면 자네들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네.. 그러니 얼른 볼일을 끝내고 자네들이 왔던 차원문을 통해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네. “

메르티가 라티안 일행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에서 말을 마쳤다.

라티안 일행은 왔던 차원문을 통해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 차원문을 아무 데나 타고 들어갈 수도 없다.

그것만으로도 선전포고로 취급당할 가능성도 있었으며, 돌아가야 할 지구와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 아.. 이것도 인연인데..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가져가게나.. 그 반지도 선물로 주도록 하지. 물론.. 많은 언어는 번역할 수 없긴 하다만..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라티안 일행은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슬픈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물건을 가져갈 수 있겠는가.

눈으로만 주변의 무기와 방어구, 도구들을 바라본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보자마자 느껴지는 세련됨은 기술력이 우월하다는 것이 겉으로도 보였다.

이렇게 멋진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니...

그 순간 라티안의 머릿속에서 아까 춘향이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 번뜩인다.

“ 혹시 우주선을 만들 기술은 있나요? “

“ ...이 공방에 사는 대장장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물건이라면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다네. “

“ 그런데 만들지는 못한다는 거죠? “

부유석이라고 하는 돌을 포함해서 몇 가지의 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마나를 읽어내 작동하기 때문에 만질 수 없다고 한다.

메르티는 고개를 끄덕이고 피렌과 아리나는 어딘가 불안하다는 듯이 라티안을 바라보았다.

“ 저희는 기술은 없지만 그 이상한 붉은 팔찌는 없어요. 그리고 우린 우주선이 필요하구요! 혹시 그 기술을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없나요?! “

“ 라티안..! 민폐도 정도가 있지..! “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찾아온 외계인이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한다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심지어 본인들은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는데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 데 도와달라고 한다.

그것도 곧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 흐음.. 제자로 받아달라는 건가..?... 자네 창조는 할 줄 아는가?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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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6. 마지막 부탁 23.03.19 261 1 13쪽
119 115. 표류 23.03.18 260 1 14쪽
118 114. 오랜 연구 끝에 도달한 결과는 23.03.17 260 1 17쪽
117 113. 이길 수 없다면 적어도 한대정도는 23.03.16 262 1 12쪽
116 112. 목숨을 내주고 목숨을 가져간다 23.03.15 26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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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97. 역공 23.02.28 26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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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5. 마지막 한 수 23.02.26 262 1 12쪽
98 94. 자신만의 영역 23.02.25 26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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