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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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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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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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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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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쥬드그룹의 레이첼

DUMMY


밤이 깊어갈 무렵 호세가 망루에 왔다.


"이곳에 온 지도 꽤 되었군. 자넨 집이 그립지 않나?"


호세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왜인지 이곳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겐 어차피 돌아갈 곳이 없었고 기다리는 가족도 없었다. 가족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건 애초에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연방의 우성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진 나는 생식 능력을 가질 수 없다. 아직 불완전한 존재인 슈퍼인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는지 유전자 조합의 부작용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 시대의 인간은 고독하다. 모든 세대의 인간이 그렇게 느꼈을까. 가끔은 생식불능이라는 나의 태생적 한계가 내게 약점이자 어쩌면 희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적어도 또 다른 고독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테니.

내게 유일한 가족은 프리티뿐이었다. 집이 그립지 않냐는 호세의 말에 프리티의 목소리가 더욱 그리워졌다.


"난 돌아갈 곳이 없어요. 딱히 가족이랄 만한 것도 없죠."


"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것들이 있지 않나."


"네오서울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죠. 모든 건 연방의 통제하에 관리되니까요."


내 말에 호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왕은 말수가 적군요.”


“그런 편이지. 다들 마음에 상처가 있을 테니.”


“그렇겠죠. 그 역시 사막의 수용소에서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 자네처럼 사정이 있을 거야.”

따지고 보면 왕이나 나나 이들에게 더 낯선 존재일지 모른다.


호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없이 망루 맞은편 나무에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병에 밀봉된 술이었다.


"풀께란 술이야. 테킬라의 기원이 된 멕시코의 술이지. 용설란 수액으로 만든 거야. 들어가서 마시게."


용설란이란 백 년에 한 번 개화하는 백 년 꽃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풀케는 용설란의 단맛을 이용해 만들었다. 연방이 생기기 수백 년 전 이곳을 침략한 스페인 침략자들은 자신들의 증류법으로 이 풀께를 데킬라로 거듭나게 했다.


언젠가 멕시코 남쪽에 자리 잡은 파나마 운하를 거쳐 남미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중에 몇 번이고 풀케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쫓겨 다니는 지금, 한 병의 풀께라도 과분한 것이다.


"그 술은 창조와 파괴의 연속이라는 멕시코에 살던 고대 아스텍인의 세계관이 담긴 술이야."


호세가 말했다. 그는 신의 존재를 믿는 걸까. 신의 존재가 점점 무의미해지는 시대였다. 그래서 더욱 신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신이든 악마든 이 시대는 초월적인 존재가 필요하다. 절망이 깊어지면 무언가 기댈 대상을 찾는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그 밤 블록 하우스로 돌아간 나는 호세가 건넨 풀께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밤새 고대 아스텍인들의 망령이 되살아나 나를 덮치는 꿈에 시달렸다. 새벽녘 잠에서 깨어났고 동이 틀 때까지 멀리서 들려오는 짐승 소리에 뒤척여야만 했다.


.

.

.


-조심해. 가까이 가면 안 돼.


-다들 사람들을 깨워.


웅성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순찰대가 돌아온 모양이다. 버기카의 엔진 소리와 호세를 부르는 소리가 마을 중앙 광장을 가득 메웠다. 다급한 목소리로 봐서 누군가 이 마을을 침입한 건지도 모른다.


머리맡을 더듬어 침상 가까운 곳에 풀어둔 리볼버를 찾아들고 재빨리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했다. 광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경계를 풀고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잃어버린 성에서 탈출한 여자가 이곳까지 왔어. 사막을 헤매고 다녔던 것 같아."


왕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검은 비니에 둥근 안경을 쓰고 있었다. 짙은 갈색으로 코팅된 안경 탓에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이 일련의 상황에도 꽤 침착했다.


왕의 말대로 광장엔 한 여자가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조금 전 순찰대가 발견해 데리고 왔다고 했다.

여자는 오랫동안 사막을 헤맨 것 같았다. 진흙과 모래가 범벅된 여자의 피부는 햇볕에 검게 타 금세 갈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혹독한 밤의 추위를 여러 번 거친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정신을 잃은 여자에게선 전사의 느낌을 받았다.


"발견된 지점은 대략 타이탄 바위 근처였어요."


오전 순찰조의 리더 미카엘이었다. 여자를 발견한 것도 그였다. 타이탄 바위라면 내가 헤매던 바위산 지대에 있는 커다란 바위다.


"우선 여자를 의료실로 옮기고 간호해 줘. 싼따나, 샤샤. 미츠 언니를 돕도록 해."


호세의 말에 그녀들은 여자를 부축해 마을 중앙에 있는 큰 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강당이나 의료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미츠는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는 일을 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미츠는 여자의 팔목에 링거 주사를 놓고 맥박과 체온을 쟀다.


"며칠간 사막을 헤맨 것 같아요. 가벼운 찰과상에 체력 소모가 심한 것뿐이에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미츠가 말했다. 기쁘다고도 그 반대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낯선 존재가 마을에 온 것이다. 낯선 이는 신비하기보단 위험스러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아이들은 광장에서 놀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어른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외지인은 신기한 존재였다.


온종일 마을이 떠들썩했다. 사막에서 사람이 발견되는 일이 드문 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숨죽이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사막의 수용소에서 돌아오는 이들이 많나요?”


나는 함께 경계 근무를 서는 하비에게 물었다.


“종종 있는 일이지. 자네가 오기 전에도 몇 명이 초원지대에서 발견됐지.”


하비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왜요? 겁나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겁이 나는 건 사실이야. 자네한테도 한동안 경계심을 품었으니."


그가 말했다. 하비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겁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해적방송의 프로듀서를 맞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하비, 전부터 궁금했어요. 당신은 왜 여기에 있죠?"


호세에게 들은 말이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내 말에 하비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초이, 자네와 비슷하지 않을까?”


"네?"


"이 세계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자네를 여기까지 몰아넣었지 않았나?"


"그래요. 그것이 지금 저를 이곳에 있게 했죠."


"나도 마찬가지야. 나의 조상은 수백 년 전 멕시코 혁명에 가담했지. 조상이 살던 땅에 에스파냐의 군대가 들어왔을 때도, 미합중국과의 전쟁에서 북부지역을 잃을 때도, 백 년 전 연방정부에 의해 강제적 흡수 통합이 이루어질 때도 항상 자유의 편에서 싸웠지. 난 메스티소가 아냐. 순혈의 인디오지."


메스티소라면 중남미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오와 에스파냐계, 포르투갈계 백인과의 혼혈인종이다.


"오해하지는 마. 난 민족주의자가 아니니까. 그렇게 태어나서 그럴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저항자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거야. 연방이 멕시코를 통합하기 전부터 이곳엔 무수한 반 연방 조직이 존재했지. 나는 지하 혁명 단의 전사들 사이에서 태어났지.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용맹한 전사였네. 전사의 운명을 타고난 거지. 알다시피 나는 겁이 많아. 하지만 운명을 거스를 순 없어."


"그렇군요. 그것이 당신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인가요?"


"나는 갈 곳이 없어. 가족을.. 아내와 딸을 잃었지. 연방군에 의해. 오 년 전이야. 그리고 이곳으로 흘러들어왔지."


하비의 슬픈 눈이 고개를 들었다. 문득 호세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하비에게 있어 살아 있다는 건 투쟁이라고. 잃어버린 가족을 잊지 않기 위한,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투쟁.


"이곳도 언젠가는 연방군에게 진압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겠지. 언젠가 이곳이 연방에 해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말이야. 하지만 나는 끝까지 이곳을 지킬 거야."


나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하비의 말처럼 어떤 이에게는 혁명이란 것이 그 자체가 운명이자 생존 방식이자 삶의 이유일 수도 있다. 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이봐요. 미츠, 타냐, 하비!! 깨어났어요. 여자가 깨어났다고요."


멀리서 샤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샤샤가 마을을 뛰어다니며 말했다.


"여자가 깨어났대요. 하비."


여자가 깨어났다. 그녀 또한 사연을 담고 이곳에 왔겠지. 이 마을에서 낯선 자의 등장은 늘 두려움을 몰고 왔다. 나 역시 지금은 그녀를 경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깨어난 여자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그녀는 산따나가 가져다준 냉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하비와 호세는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그녀를 경계했다. 짙은 색안경으로 가려진 왕의 눈빛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었다.


"여, 여긴?"


정신을 차린 여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헤매던 사막에서 멀지 않은 마을이오."


호세가 말했다.


“그렇군요. 고..고마워요.”


여자는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고 다녔다고 했다. 폐허가 된 고대의 시가지 같은 바툰사막의 오래된 도시 유적을 지나 바위 지대를 들어서면 머잖아 이곳 초원지대가 나온다. 그녀는 황무지를 헤매는 동안에도 살아날 거란 희망을 품었던 걸까.


"왜 그곳에 갇히게 된 거요?"


호세가 물었다. 그녀는 묻는 말에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브, 브.아...ㄹ"


여자의 혼란이 계속됐다.


"아, 아 말이 나오지 않아..."


"바알의 카페?"


내가 말했다. 바알의 카페란 말에 여자는 놀라 나를 봤다.


"바알..,의 카페, 당신도 그곳을 아나요?"


여자가 물었다. 내 추측대로 그녀 또한 바알의 카페에 있었다.


"그래요. 나도 바알의 카페에 있었어요. 당신도?"


"네, 저도 그곳에서 활동했어요. 바알..그 자가 스파이었어요. 그자가 나를 가뒀죠. 수용소에서 그의 문장을 봤어요. 늙은 숫염소의 문장을.."


여자가 소리쳤다. 아직 혼란이 수습되지 않아 보였다.


"진정해요. 나 역시 그자의 계략에 빠져 사막의 수용소에 갇혀 있었어요."


"그럼 당신은···, 누구죠?"


"안드로이드 마이스터에요. 한국계"


바알의 카페에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는 건 닉네임과 소속기관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그마저도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여자는 나를 알까. 아니 내가 여자를 알 수 있을까. 그녀는 누구였을까?


"혹시, 휴머니티테크놀로지의?"


"네, 맞아요."


"다, 당신을 알 것 같아요. 당신이 폭로한 정보를 열람했어요. 난 쥬드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죠. 레이첼이 내 이름이에요."


그제야 나는 여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쥬드 그룹의 여대생으로 알려진 여자였다. 그녀는 내 정체를 알게 된 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여자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난 이 개월 전쯤 통곡의 벽 근처에서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저곳에 갇혔어요. 다들 어떻게 된 거죠?"


“나 역시 그곳에 갇혔죠. 여기 왕과 미츠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나왔죠.”


여자의 말에 나 또한 그곳에 갇힌 사실을 말했다. 나를 습격한 자가 C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카를로이자 바알인 그에 대해.


"진훈, 당신이 그걸 폭로할 때를 즈음해 바알이 사라졌어요. 그 후 바알의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당신도 같이 사라졌죠. 갑작스러운 증발에 남은 자들은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수용소에 갇혀 있었어요."


“수용소엔 누가 있던가요?”


“없었어요. 아무도 없는 그곳은 모든 게 자동으로 관리됐죠. 운동도, 식사도 기계음과 카메라가 모든 걸 관리했죠. 조금씩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더니. 어느 날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았죠.”


나 또한 그랬다. 내가 겪은 그 일을 레이첼도 겪은 것이다. 왜 그들은 잡아놓고도 방치하는 걸까? 설마 사막을 헤매다 죽을 거라 믿은 건가? 하지만 탈주자는 버젓이 살아 있다. 그것도 몇 명씩이나. 그 또한 운명이라 여긴 걸까?


"갇히기까지 아무런 정황도 없었나요? 정확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테러를 당했어요. 하마스와의 전격 휴전 칠십 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황금돔이 있는 옛 성전 터에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펑- 하고 폭발음이 들렸죠. 동시에 누군가 내 입을 막고 끌고 갔어요. 작년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아이와 함께였죠. 그 애의 이름은 에스델이었어요.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죠. 하지만 에스델을 태연했고 잡히지도 않았어요."


테러 현장에서도 태연한 채 있을 수 있다는 건 예상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사람에게서 뭔가 이상한 기운은 없었나요? 그룹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다거나."


"네 조금도. 아니 오히려 너무 적극적이었죠. 그엔 하마스와의 휴전에 반대하고 있었어요, 휴전은 반드시 새로운 도발을 불러일으킨다며. 알겠지만 우린 민족주의적 색깔이 강한 단체예요. 그녀는 팔레스타인과 치른 중동 전쟁사를 꿸 정도로 열혈 시오니스트였죠. 그녀가 주장하는 건 무장봉기였죠. 너무 급진적인 생각 때문에 경계 대상이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죠."


레이첼의 말대로라면 그녀가 말한 에스델이란 이름의 여자의 소행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에스델 또한 연방 보안국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보안국 소속의 스파이라면 얼마든지 연방에 해가 될 만한 자들을 솎아낼 수 있었다.

호세는 레이첼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고 얼마 후 어느 정도 알리바이가 성립했는지 레이첼에 대한 의심을 일단락 짓는 것 같았다.


"우린 연방에 피해 이곳에 숨은 자들이에요. 일부는 당신처럼 사막의 수용소에서 탈출했죠. 이곳에 거주하면서 해적방송을 전 세계에 쏘아 보내죠. 우리의 바람은 하나죠. 사람들에게 자신이 속한 이 세계의 이면을 폭로하는 것, 그것뿐이에요."


"방송? 아, 나도 알아요. 세상엔 연방에 반기를 든 자들이 쏘아 보내는 방송이 많다죠. 당신들이 내보내는 방송의 이름은 뭐죠?"


"굿모닝 월드. 자유의 소리예요."


"아, 당신들이었군요. 난 그 방송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아니 때론 동경하기도 했죠."


레이첼은 이들이 송출하는 자유의 소리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다.


"동경까지야. 어쨌든 고맙네요. 난 타냐, 이쪽은 미츠에요."


"오, 미츠와 타냐. 방송에서 목소리를 듣던 분들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팬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기쁜데요?”


“헤헤, 그러게요.”


그때 레이첼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레이첼의 얼굴이 빨개졌다.


“배고프죠? 여기 빵이라도 좀 드세요.”


싼따나가 여자에게 먹을 걸 건넸다. 레이첼은 허겁지겁 빵을 먹었다. 한 개의 빵을 욱여넣고 냉수를 마신 후에야 자기를 지켜보는 시선에 멋쩍었는지 웃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젊은 세대 여자다운 행동이었다.


“당장 떠날 게 아니라면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도 돼. 딱히 갈 곳도 없을 테니.”


호세의 말에 레이첼은 호세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레이첼도 나처럼 한동안 이곳에 머물 것이다. 친구로서 우리는 한동안 공동체에 머물게 되겠지. 언제까지 친구로 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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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신인류 프로젝트 23.06.27 22 0 16쪽
23 스낵카에서 만난 이들 23.06.21 24 0 15쪽
22 감시자의 눈, 누굴까 23.06.18 20 0 14쪽
» 쥬드그룹의 레이첼 23.06.15 21 0 16쪽
20 음악방송, ‘자유의 소리’ 23.06.13 21 0 16쪽
19 그들의 마이스터 23.06.11 23 0 14쪽
18 잃어버린 성체에서 벌어지는 일 23.06.07 21 0 15쪽
17 사막의 이방인 23.06.05 22 0 14쪽
16 늙은 숫염소 마크 아래에 23.06.03 22 0 15쪽
15 유랑자의 섬 23.05.30 23 0 14쪽
14 홀로그램이 사라지며 그곳에 나타난 건 23.05.29 23 0 10쪽
13 말뚝 코끼리, 그들은 왜 떠날 수 없는가? 23.05.27 25 0 13쪽
12 시바가 이끈 곳에서 기다린 건 23.05.25 26 0 14쪽
11 사라진 자, 바알 그는 23.05.22 25 0 16쪽
10 가나안의 신과 바알 숭배자 +1 23.05.21 28 1 14쪽
9 인간을 닮은 것 +1 23.05.19 26 1 14쪽
8 생각한다, 고로 나는 안드로이드다 23.05.18 26 1 15쪽
7 쇼는 됐고, 어쨌든 아일랜드산 기네스는 맛이 좋지 23.05.16 31 1 15쪽
6 그림자의 행방 23.05.15 29 1 14쪽
5 브로드캐스팅 타워의 시위 23.05.14 29 1 16쪽
4 누군가가 사용한 EMP 건 23.05.14 37 2 13쪽
3 바알의 카페, 그곳은 23.05.13 58 2 14쪽
2 루비,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23.05.13 74 2 15쪽
1 네오서울을 질주하는 안드로이드 +2 23.05.13 18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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