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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퐂흐스 님의 서재입니다.

노량에서 쓰러진 삼도수군통제사는 어찌하여 헌제가 되었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퐂흐스
작품등록일 :
2022.11.20 20:11
최근연재일 :
2024.05.08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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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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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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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9쪽

(26) 4장 - 아무도 쫓지 않는 도망자, 그토록 미련한 사람이 또 있을까 (4장 에필로그)

DUMMY

아들아.


나의 아들아.


내가 사랑했던 아들아.


내가 지켜주지 못했던 아들아.


그 많은 내 아이들 중에서도 유독 나를 닮았던 아이야.


저승으로 떠나가던 나를 붙잡았던 아이야.


시공을 초월하여 건너온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의 아들아.


면아···.





***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이미 수 해 전이옵니다. 그때 이 몸의 원래 주인은 고작 열 살쯤이나 되었을 작은 아이였지요.


이해할 수도 없었으나, 어찌할 도리도 없었습니다. 전 그저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몸도 자랐고, 저는 사람들의 눈에 그 외모가 띄어서 어느덧 죽은 동탁의 집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미천한 출신이라 이름도 딱히 없었다더니···.”


“···사실 기억할 수가 없었던 거였지요. 죽은 동탁은 저를 그저 무심하게 ‘초선’이라고만 불렀습니다. 그자가 저를 부를 일은 오로지 자신의 초선관이 필요한 순간밖에 없었으니까요.”


“···그자가 너를 어떻게 대했느냐?”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아버지께서 따로 복수하실 길도 없으실 테니, 그저 마음에 두지 마옵소서···.”







“···여포는 어떻게 된 것이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이냐?”


“여포는 동탁의 천한 시비였던 저를 지위고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조차 봐주지 않을 때, 그런 저를 유일하게 같은 인간으로 대접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날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제게 이토록 잘 해주냐고요.”


“···그랬더니?”


“어린 시절의 자신이 생각나서라더군요. 병주에서 유리걸식하며 언제나 생존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시절 말이지요.


어쩌면 저의 이 몸이 가진 외양에 반해서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여포가 제게 잘 해주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너에게 여포는 어떤 의미가 있는 사내냐? 진실로 그자를 지아비로 여기느냐?”


“그럴 리가요. 비록 이곳에선 아녀자의 몸이나, 저는 엄연한 사내이옵니다. 같은 사내에게 연정 따위를 품을 리 없지요.”


“···그렇다면?”


“단지 제가 어렵던 시절에 저를 유일하게 인간으로 봐주고 잘 대해주었던 은혜와 의리를 지키려는 것뿐입니다.


다른 모든 이의 눈에는 포악하고 잔인무도한 ‘삼성가노(三姓家奴)’ 여포지만, 제 앞에서만큼은 그저 순박하고 착한 시골 사내였을 뿐이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도 그 악행이 상당하지만, 저는 그자에게 분명 갱생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믿습니다. 그 여포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그자가 네 믿음을 은혜로써 보답해야 할 터인데···.”







“···이런 기이한 방식으로나마 너를 다시 만나니 좋구나. 내 너를 잃고서 많이 울었다.”


“아···.”


“나는 이 몸의 원래 주인인 황제 유협이 가여웠다. 겨우 열한 살의 나이에 감당치 못할 절망으로 스스로 자해까지 일삼았던 아이였다.


그런데 내가 이 어린 황제의 몸에 들어섬으로써, 나는 황제를 지켜줄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너를 지키지 못했던 내가 어린 황제를 지켜줄 힘만은 가질 수 있었다···.”


“아버지···.”


“난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이 몸의 원래 주인을 위한 일이기도, 또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난 너도 지금의 삶을 그렇게 살아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이곳에 더더욱 자주 와야겠다. 너도 보고, 여포도 계속해서 지켜봐야겠다.”


“만약 여포가 또 죄를 짓는다면, 여전히 그를 치실 생각이시옵니까?”


“···내 이 어린 황제를 위해서라도 필히 그리할 것이다. 그러니 네가 그자를 잘 지켜주거라.”


“···소자, 반드시 그리하겠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십시오···.”







“여포가 도통 올 생각을 안 하는구나.”


“면이 때문입니다. 여포를 닮아 기질이 억센 아이지요.”


“···그 이름은 네가 지어준 것이냐?”


“여포는 그 아이에게서 아명(兒名)을 벗기고 새 이름을 지어주려 했으나 도통 좋은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아버지(布)보다 더 부드럽게(緬) 살아가라고 그리 지어주었습니다.”


“비록 글자는 다르나, 소리는 같다.”


“저나 아버지도 그 몸은 다르나, 혼은 같지요.”







“가리포첨사 이영남도 우리와 함께 있다. 그자도 노량에서 내 뒤를 이어 죽었던 모양이다.”


“···아버지께서 전사하셨으니, 어머니께서 슬퍼하셨을 겁니다.”


“···그랬을 거다.


사수는 지금 이 집에 있다. 금군 장수 서황이 바로 그자다.”


“서황이라니, 도끼를 잘 쓰는 위장(魏將) 서황 말씀이옵니까?”


“···너도 연의를 읽었던 모양이구나. 나도 한번 읽어나 볼 걸 그랬다.”







“그 몸으로는 올해 몇 살이냐?”


“스물은 넘은 듯싶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이곳에선 네가 나보다 나이가 많구나.”


“그래도 아버지께선 여전히 조선에서의 모습이 느껴지십니다. 그때의 그 무인으로서의 기운도 여전하십니다.”


“···열한 살짜리 어린 황제에겐 어울리지 않는 살기(殺氣)다.”







“숨이 다할 때의 기억이 남아있느냐?”


“···왜적의 칼을 몸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숨이 끊어지진 않았습니다.


···많이 아팠습니다, 아버지···.”


“···미안하다. 내 너를 지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과 만백성을 지켜내셨습니다. 저는 그저 아버지께서 지키실 수 없었던 또 다른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제 죽음을 두고 그리 말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으로 올 때의 일은 기억나느냐?”


“아닙니다. 아버지께서는요?”


“···모든 게 하나둘씩 지워져 갔다. 모든 지식과 모든 기억, 심지어 네 할머니까지 모두 잊어갔다.


그런데 유독 하나의 기억이 끝까지 남아있었다. 나를 붙잡고선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었다.





면아···, 너만은 나를 끝까지 지키고 있었단다···.”



“···이 몸으로 들어와서, 매일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이 몸으로서의 삶이 고달플 때마다요.


어쩌면 아버지마저 이곳에 와버리신 일이, 다름 아닌 소자에게서 비롯된 일 일지도요···.”



“···그렇다면 난 네가 참 고맙다. 너를 이렇게 다시 보니 참으로 좋구나.


면아, 이 아비가 참으로 고맙다···.”





***





“아이고, 폐하! 이거 송구하옵니다, 제 딸년이 하도 잠을 안 자려 들어서···.


···무, 무슨 일이신지요?”



겨우겨우 딸 여면을 재우고 후원으로 돌아온 여포가 뜻밖의 분위기에 당황하여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순신과 면은 서로를 울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거 송구하오, 여후. 부인께 예전 일들을 이야기 들어서···.”


“···괜한 이야기로 성심을 흐리게 했나이다. 부디 용서하여 주옵소서, 폐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여후!”


“예, 예! 부, 부르시옵니까, 폐하!!”



번뜩 자신을 부르는 순신에 깜짝 놀란 여포가 부동자세를 취하며 몸을 가지런히 했다. 순신은 그런 여포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사람이 오늘은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말이지요.”


“그, 그러셨군요! 이, 이것 참 다행입니다···.”


“내 앞으로 여후의 집을 자주 찾아도 되겠소?”


“자, 자주요···?”



여포가 겁먹은 눈으로 조심스럽게 초선을 살펴보자, 초선은 눈물을 머금은 얼굴에서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놈은 언제나 환영이옵니다, 폐, 폐하!!”


“···고맙소. 자, 어서 앉으시오. 우리, 오늘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잖소?


오늘 밤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디 한번 즐겁게 보내 봅시다···.”



순신은 잃었던 아들 면과 이렇게 다시 재회하였다.


비록 예기치 못한 방식에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가졌던 예기치 못한 만남이었으나, 어찌 그 마음이 기쁘지 아니했겠는가.


모처럼 가슴이 오로지 기쁨만으로 가득해져 벅차진 순신은 그렇게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히며 아들 면을 돌아보았다···.





***





“···그, 러, 니, 까!!!


이 장문원이가 제대로 체력 챙기고 제대로 제 무기를 쓰면!!


당신 서공명 정도는 한 손으로도 거뜬하다, 이 말씀이야! 딸꾹!!”



“헨 소 느 로 더 거 뜨 나 다 이 맬 쓰 미 야!!


허어, 그래서 황상 폐하 아니었으면 지금쯤 술이 아니라 제삿밥 먹고 있었을 사람이 누구더라···? ···딸꾹!!”



“···젠장!!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붙어보는 거요!


그땐 정말로 봐주지 않을 테니 각오하시오, 공명!”



“흥, 바라는 봐요! 내 이렇게 빌 테니 제발 좀 봐주지 말아보시오, 문원!”







“크흡, 크하하하하하하하!!!”



···그 무렵 한때는 서로 흉기를 맞대던 두 사내가 이제는 서로 술잔을 맞대며 그렇게 새로운 우정을 키워내고 있었다···.



***



노량에서 쓰러진 삼도수군통제사는 어찌하여 헌제가 되었는가

(26) 4장 - 아무도 쫓지 않는 도망자, 그토록 미련한 사람이 또 있을까 (4장 에필로그)




작가의말

4장, 에필로그 화입니다.

지난 회차가 다소 길어져서, 이번 회차는 다소 짧게나마 특별하게 꾸며봤답니다!

예고된 대로 일요일인 내일은 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5장이 시작됩니다!

예고를 드리자면, 시기는 3년 뒤, 그리고 새로운 등장 인물 중심으로 흘러갈 예정이랍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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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2 간수
    작성일
    22.12.17 17:20
    No. 1

    초선으로 환생한 아들 면덕분에 목숨건진 여포로서는 더 사고치지만 않는다면 원역사와 달리 확실히 수혜자로 남을수있겠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고인물독자
    작성일
    23.05.04 20:47
    No. 2

    아무리생각해도 아들이 초선이라니 너무 무리수인듯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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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7장 - 물령망동 정중여산 (勿令妄動 靜重如山) 5 (7장 完) +2 23.01.09 758 12 13쪽
45 (45) 7장 - 물령망동 정중여산 (勿令妄動 靜重如山) 4 +1 23.01.07 725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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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8 +1 23.01.02 73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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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6 +2 22.12.31 775 13 13쪽
37 (37)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5 22.12.30 817 15 13쪽
36 (36)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4 22.12.29 801 14 13쪽
35 (35)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3 +2 22.12.28 803 13 13쪽
34 (34)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2 22.12.27 822 14 13쪽
33 (33) 6장 - 체(體)는 혼(魂)으로써 바뀌는지도··· 1 +2 22.12.26 883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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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5장 - 그를 대신할 사람은 마땅히 내가 되어야 해 4 +1 22.12.22 991 16 13쪽
29 (29) 5장 - 그를 대신할 사람은 마땅히 내가 되어야 해 3 +1 22.12.21 1,03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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