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이라니?
기묘한 출렁거림과 빛이 사라지고 남은 거울에 떠오른 글자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칭호 : 용사 소환에 말려든 다른 세계의 상인
직업 : 상인 레벨 1/10
근력 : 1
마력 : 1
체력 : 1
지력 : 1
순발력 : 1
기술력 : 1
행운 : ?
스킬 : 상점 . 감정 . 창고 . 언어해석
‘어라...? 뭐지? 분명 저 커플은 레벨이 150까지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난 10이지...?’
내가 말없이 거울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 있던 회색 로브의 궁정술사가 의아해하며 거울을 보고 난 뒤, 나와 같이 굳는다. 군인 남자의 용사와 알바 여자의 현자가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어느덧 조용해진 공간.
“어서 발표하도록 하게나 궁정술사여”
용사와 현자를 발표할 때와 다르게 한참 조용히 있자 왕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고 정적이 가득했던 공간은 다시 웅성거림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회색 로브의 궁정 술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폐하 이 자는 용사 소환에 말려든 일반인...으로 보이옵니다.”
매우 황송하단 듯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노인과 그 말을 듣고서 살짝 움찔하며 표정이 굳는 왕 그러나 다시금 위엄 있는 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흠... 그러한가... 혹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이나 그런 것은 없는가?”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궁정술사에게 질문을 하는 왕.
“직업이 상인이고 스킬도 평범하며 재능도 낮은 것 같아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폐하.”
단언하는 회색 로브의 궁정술사의 목소리에 계속 하여 웅성거리는 장내. 그리고 나와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커플.
“그래... 그럼... 용사를 소환한 우리의 책임도 있으니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릴 동안 도움을 궁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도록 하지.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바이옵니다. 폐하.”
위에서 대화 하는 상황을 보아하니 나는 싸움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대로라면 바로 내쳐질 것 같다.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지만 나타난 현실은 이 꼴이다.
“크흠... 상인이여, 그 능력으로는 마왕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용사님과 현자님이 성장하여 마왕을 쓰러뜨릴 동안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회색 로브의 궁정술사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하고 말을 한다.
“제 생활은 어떻게 되는 거죠?”
“폐하께서 최소한의 지원을 하여 주신다고 합니다.”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소리죠?”
전혀 다른 세계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내쳐지면... 어떻게 살겠는가? 덜컥 지원해준다는 소리만 듣고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나몰라라~하면? 그저 전 세계와 같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겨우겨우 벌어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왕실의 증표를 드릴 것이니 걱정은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지원금이 떨어지면 그 증표를 들고 왕성에 찾아오시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하겠는가? 아는 사람도 없고 해준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쓰린 속을 삼키며 알겠다고 대답을 하자 궁정술사는 왕에게 말을 전달한다.
‘거참 왕도 들었을 텐데, 그걸 또 말해야 하나...’
조금은 삐딱한 생각을 하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곧이어 왕의 중후한 음성이 들려온다.
“그럼 이야기를 해 둘 테니. 이 자를 따라가도록 하게나.”
곧 왕이 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써서 건네주었고 그 자는 그것을 받고 나에게 와 어딘가로 데려간다. 커플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정중하게 여러 명에게 둘러 싸여 전설의 무기인지 뭔지를 가지러 왕궁 보물고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한다.
‘허... 취급 하는 것 좀 봐...’
씁쓸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그 자를 따라갔고 그 자는 창고 같은 곳에서 하나의 자루를 꺼내 그 안에 무엇을 담기 시작한다.
“이 자루에 한동안의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금을 담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증표는 왕실을 상징하는 증표입니다. 마음대로 사용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부디 지원금이 떨어졌을 때 왕실로 찾아와서 사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데려간 곳에서 있던 사람이 묵직한 주머니와 증표를 나에게 주면서 주의를 주었고 그럼 저는 이만... 하면서 바로 떠나갔고 그렇게 나는 왕성에서 쫓겨나듯 나오게 되었다.
‘으음... 증표를 가지고 다시 오면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렇게 큰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아 보이는군. 증표는... 일단 없는 것으로 생각하자.’
방금 나에게 증표를 준 사람의 표정을 떠올린다. 마지못해 준다는 그런 표정... 그렇다고 한다면 우선은 이 지원금으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직업이 상인이라고 하였으니 관련 된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까?’
솔직히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두근거리는 것도 있었으며 아직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그런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고민 해봐야 해결 될 거면 진즉 다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겠지! 일단 부딪혀 보자! 아자! 아자! 파이팅!”
그렇게 나는 전혀 관련도 없었지만 상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채로 새로운 생활이 시작하기 위해 기합을 넣는다. 옆엔...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우선은...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해 봐야지?”
입고 있는 옷의 주머니를 뒤져본다.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 가지고 있어야 할 물건은 하나도 없고 그저 옷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으음... 아무것도 없네... 아, 맞아 지원금이 있으니 확인을 해봐야지.”
손에 들고 있는 묵직한 주머니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금빛 찬란히 고운 자태를 뽐내시는 금색 동전과 은색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개수를 세어보니 금색 동전이 10개 은색 동전이 50개, 이게 얼마만큼의 가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금빛 찬란한 광채를 보니 아마 한 달 이상은 충분할 거라고 생각해 본다.
“상인이라... 딱히 상인으로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는데 상인이란 말이지...”
본 세계에서는 좋게 말해 이것저것 나쁘게 말해 잡것의 일을 했을 뿐 물건을 파는 일은 전혀 한 적이 없다. 짐작 가는 거라곤 생활하기 급급한 자금이었기 때문에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 했던 기억뿐이다.
“스킬이라... 강하게 떠올리면 된다고 했지?”
궁정술사 왈 타인이 직업이나 능력을 보기 위해서는 감정 스킬이 있어야 하고 또한 감정 기술도 높아야 한다고 하였다.
궁정에 있던 거울은 고대의 아티팩트 급으로 거울을 만진 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감정의 거울이라고 한다.
감정은 일반인 100명중 1명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창고는 상인이라면 100명중 1명 상점은 상인이라면 전부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우선 감정을 확인해 보도록 하였다. 감정이라고 강하게 생각하자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 감정 : 물건을 감정한다. 타인의 능력을 감정한다. F 등급까지 가능 -
“으악! 이게 뭔 소리여!?”
갑자기 머릿속에 울려퍼진 소리에 놀라며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진정하고 다시금 떠올려본다.
- 감정 : 물건을 감정한다. 타인의 능력을 감정한다. F 등급까지 가능 -
‘으음... 거울로 본 능력치도 그렇고 이렇게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소리... 마치 게임 같네... 다른 세계라고 하지만... 뭐랄까 조금 무섭다. 그렇지만 적응해야겠지? 어디보자... F등급... 은 뭘까?’
- F등급 : 재능의 최하위 단계. 1~10 레벨이 보편적으로 해당된다. -
궁금하다고 생각 되는 것이 바로 바로 떠오른다. 이것이 감정이라는 스킬의 효과인 것 같다.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보아하니 적응만 한다면 상당히 편리한거 같다.
얼마일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살아야 할 곳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다음으로는 창고를 알아보려고 감정을 하여 본다.
- 창고 : 물건을 보관 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공간. 보관하려는 물건을 들고 넣겠다는 생각을 하면 수납이 가능하며 꺼낼 때엔 물건을 떠올려 꺼내면 된다. 현재 적재 가능한 무게 10Kg -
‘호오... 이건 또 편리한 스킬이구먼, 10Kg까지 들어가는 도X에몽 주머니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창고에 금전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넣으려고 생각한다. 상당한 무게였기에 계속 들고 있던 팔이 슬슬 저려오려고 하였기에 바로 실행하여본다.
그 주머니를 넣으려고 속으로 생각하자 신기하게도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가 사라지면서 다시금 머릿속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 창고 : 가죽 주머니, 10골드, 50실버. 남은 적재량 5Kg -
들고 있던 지원금의 무게가 무려 5Kg이나 한다는 거에 놀랐고 그걸 계속해서 손에 들고 있던 바보 같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책망한다.
‘땅에 내려놓고 했어도 되었을 텐데... 기껏해야 근처에 경비병 밖에 없잖아! 쟤들이 훔쳐가겠냐! 아이고 바보 같아라! 증표도 집어넣자, 이건... 없는 거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들고 있던 증표도 창고에 집어넣고 난 뒤 상점까지 알아보려고 하였지만, 옆에서 정자세로 서있는 경비병이 혼자 중얼거리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가슴을 치며 이상한 짓을 하는 나를 아까부터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있기에 일단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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