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낙타의 공수래
늙은 낙타의 공수래
서의시
늙은 낙타 오늘도 어김없이
몸집보다 더 큰 리어카 배에 메고
온 천지 밤낮을 헤맨다.
저건 폐지가 아니고 우리 손자 공책
저건 깡통이 아니고 우리 손자 연필
처럼 보이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늙은 낙타 밤낮도 없다
시간을 잊은 듯
그냥 눈이 뜨여져 주면 거리로 나온다.
늙은 낙타 손은 두텁다.
세월만큼이나 겹겹이 쌓인 굳은살이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픈 것도 모르는 거 같다
이내 배고픈지 마른 빵을 하나 사
맛도 없이 배부름도 없이
꾸역꾸역 메마른 입으로 구겨 넣는다.
슈퍼 아줌마가 안쓰러운지
물을 드린다
좋은 사람
오늘은 수확이 좋은가 보다
싱글벙글 돌아오는
수레는 무겁고 발걸음은 가볍다
어르신 4350원입니다.
수고하셨어요!
늙은 낙타는 그 돈으로 손주 공책을 사들고
"왜 이리 비싸노 왜 이리 비싸노" 하면서도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늙은 낙타는 눈을 감지 못한다
하나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까 봐.
둘은 잠든 그 후로 눈을 뜨지 못할까 봐.
늙은 낙타 눈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가
오랫동안 비치기를 기도한다.
ps. 평상시 폐지 주우시는 노인분들이 너무 안타까워
그 모습을 묘사만 했어요
시적으로 더 슬프게도 덜 슬프게도 아니고 팩트만 썼어요
그래도 시처럼 그려지는 건 손주를 향한
사랑이 있어서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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