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침묵
kyj
만물이 시인을 만든다.
마음이 시인을 만든다.
변하는 모든 것들이 시를 태어나게 하고
마음은 모든 걸 매 순간 변하게 만든다.
글 봉오리의 절제는 시인을 길들이고
온 만물이 시인의 눈에 글로 쓰일 때
듣는 이는
시가 말하던 풍경을 보지 않아도 본 듯 그리고
작은 봉오리만 전해
만발한 꽃을 상상하게 되면
시는 침묵해야 한다.
시는 작은 봉오리만 전해야 한다.
작은 봉오리 안 세계를
상상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때론 보여 주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여 줌을 알기에
시의 침묵을 위해
시인은 묵언의 고행을 걷는다.
하지만
시의 침묵은 오래가지 못한다
풍경은 어제와 또 다르고
보는 시인의 마음이 풍경을 시시각각 다르게 한다.
변하는 모든 것은
또다시 시의 침묵을 깬다.
변하는 것이 있는 한
시의 침묵도 영원할 수 없고
시도 세월 따라 변하고
보는 이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변하면 안되는 것은
시는 저 꽃까지 전하지 말아야 한다.
ps.함축적 의미의 시는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남기고 여운을 남기는 듯 합니다
001. Lv.33 gr*****
23.02.10 21:35
오 넘 감동적인 시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진짜 시인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