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squer_R

무채색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414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4.04 20:42
조회
72
추천
1
글자
11쪽

모든 마법은 머리에서부터#7

DUMMY

늑대들이 울부짖으며 신호를 주고받는다. 능동적으로 먹잇감을 구석으로 몰아내고, 차근차근 방어막을 깎아내린다. 그 안에 있는 일행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동원했다.


"마력으로 만든 짐승이 지능이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진짜 동물도 아니야."


여전히 당황한 듯한 세라스는 폭염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거대한 불길을 퍼트릴 때마다, 얼굴에 맺어지는 땀이 늘어났다. 얼음 결정을 소용돌이치듯 주변을 쳐내는 나르시아는 왼손을 움켜쥐었다. 얼어붙듯이 성에가 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공기 중에 수분이 없는 사막인데 마력까지 이렇게 낭비해서야...."


아직도 시오르 일행은 엘더리움 사막을 탈출하지 못했다. 뒤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동은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갑자기 지각이 뒤틀리며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시야가 흐트러지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이 일어나는 곳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칠 뿐이다.


"에나스, 마흐니...."

"레아, 무슨 일이야?"

"분명 둘 다 종복들일 텐데...."

"그야 당연하지."


나르시아는 얼음창으로 늑대 한 마리의 숨통을 끊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에나스는 몰라도, 마흐니는 죽었다는 기록까지 있는데 어떻게 된 거죠?"

"뭔가 있는 건가?"

"그럴 거야. 이건 지금 엄청난 문제야."

"언니, 앞에!"


세라스의 경고에 나르시아는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로 이뤄진 늑대가 방어막을 물어뜯으며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이에 그녀는 마력을 쇠사슬 모양으로 만들어서 목에 걸었다. 짙은 마력이 쇠사슬을 몇 번이고 튕겨내고 밀어냈지만, 결국 사슬에 묶인 채로 저 멀리 내던져졌다.


시오르는 벽처럼 마력을 만들어서 늑대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같은 방식이 너무 반복된 것인지, 늑대들은 점차 시오르의 벽을 넘어서 접근했다. 그런 적을 향해 레아가 구체를 맞추긴 했으나, 피해를 거의 주지 못했다.


일행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졌다. 늑대들 탓에 전혀 진전되지 않은 상태가 제법 오래 유지됐다. 게다가 시오르와 레아의 체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갑작스레 강화 마법이 꺼지자, 시오르의 발은 족쇄가 걸린 듯이 멈춰 섰다.


"레아?"

"아, 괜찮아. 너무 오래 마법을 쓰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둘 다 괜찮아?"


무척 더웠는지, 화염을 거두며 단추를 몇 개 푼 세라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하필이면 네가 마법을 못 쓰게 됐다니."

"미안."


잠시 숨을 돌린 그는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마력이 빠져나간 탓에 정신적으로 지친 것도 한몫했다. 우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자, 늑대들이 그들을 뒤덮은 보호막을 물어뜯었다.


아까부터 방어막을 공격했지만, 그들이 이빨이 방어막을 찢지 못했다. 하지만 몸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부 늑대들은 몸통으로 그들을 넘어트리려 했다. 어떻게든 보호막 범위에서 끌어내면 그들의 이빨이 물렁한 살점을 뜯을 수 있다는 뜻이다.


라흐벨이 펼쳐준 방어막이 자꾸만 밀려드는 마력 탓에 온전히 유지되지 못한 탓이다. 그렇기에 시오르는 방어막에 손을 얹었다. 만약 자신이 이 마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탈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마력이 그의 머릿속에 심상으로 나타났다. 검은 마력이 맥동하며 실처럼 보호막을 붙들고 있었다. 마력이 느껴지자 시오르는 즉시 자신이 몸에 있는 마력을 끄집어냈다. 이미 반을 라흐벨에게 넘긴 만큼, 살짝 졸린 듯이 눈이 감겨왔다.


"시온!"


그 순간, 레아는 시오르의 팔을 붙잡았다.


"더는 위험해."

"어?"

"마력이 네가 아무리 많아도, 마력의 반을 썼어. 숙달된 마법사한테도 위험한 일이야."

​​

이 모습을 보는 세라스의 표정도 걱정스러워 보였다.


"칫, 그딴 계약만 없었어도."

"대체 무슨 계약이길래 시온이 이 고생을...."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레아의 마법이 시오르를 감쌌다.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늑대들과 거리가 좁혀지는 속도를 늦춰냈다. 하지만 그런 와중, 세라스가 자꾸만 시오르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라스, 내가 무슨 계약을 했던 거야?"

"...하긴, 우릴 만나겠다고 일찍 나온 것 때문에 체이든 가문에게 전해 듣지 못했댔지."


조금은 어두운 표정의 세라스는 애써 시오르를 바라봤다.


"네가 맺은 계약은 절대적인 충성이야. 물론 네가 해치지 말라고 하면 그 여자는 멈춰야만 하고, 네가 위험한 게 아니면 함부로 힘을 쓸 수 없지만...."

"그녀가 명령하면 넌 그걸 지켜야만 해. 그게 무슨 일이든."


나르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늑대를 죽여나갔다. 하지만 땅바닥에 널브러진 검은 마력은, 곧 뒤로 빠지더니 다시 늑대의 형태로 돌아왔다.


"정확히 설명해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이대로면 따라잡힐 거야."

"그럼 돕게 해줘요."

"그 정도면 충분히 돕고 있는 거야."


시오르는 어째선가 나르시아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 물론 1년간 만났던 사람이 겨우 둘에 불과했기에, 이런 관계가 서툴러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오르가 느낀 것은, 그녀가 자신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생각에 붙잡힐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는 침착하게 걸음을 이어나가며 말했다.


"내 마력이 남들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면, 분명 이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지 몰라요. 기회를 주세요."

"남의 마법에 끼어드는 건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나 하는 거야.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 방어막, 제 마력으로 이뤄져 있어요."

"뭐?"


방어막이 흐트러지는 와중에도, 시오르는 자신의 마력을 불꽃처럼 손바닥 위에 띄워냈다.


"분명 방어막 같은 지속되는 마법은 마력만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마법 자체를 유지할 수 있죠?"

"그건 시전자가 어떻게 걸어놨냐에 따라 다르지만...."

"마법을 사용한 건 그 여자잖아."

"분명 벨 언니라면 그 정도 수준은 갖추고, 이런 상황도 생각했을 거예요."


급히 의논하던 일행은 발걸음을 멈췄다. 때마침 늑대들이 길을 막아서며, 또다시 포위된 상황이다. 나르시아는 얼음을 빠르게 늘려나가며 뒤를 돌아봤다. 시오르의 푸른 눈동자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좋아. 해봐. 방어막만 유지된다면 소로그까지 가는 건 일도 아닐 테니."

"시온, 거들어줄 테니까 무리하지 마."


얼음은 사슬이 되어서 늑대들을 속박하고 꿰뚫었다. 난폭하게 방출되는 마력은 파괴적이긴 했으나, 그만큼 유지되는 시간이 짧았다. 온갖 방향으로 흩어진 마력 탓에 나르시아의 얼음 사슬은 맥없이 끊어지곤 했다.


세라스는 그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붉은 불길을 내던졌다. 자신의 재능을 자부하듯이 마력을 불로 바꿔내고 그것을 내던져서 늑대들의 포위망에 틈을 만들어냈다. 멈출 줄 모르는 불길은 어두운 사막을 등불처럼 밝혀줬다.


레아는 마법진을 시오르의 앞에 펼쳐내고 빠르게 원을 채워나갔다.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듯, 자꾸만 시오르를 바라보는 그녀.


"시온, 말했지만 난 거드는 거에 불과해. 남의 마법에 마력을 더하는 중, 잘못 넣거나 낭비되는 마력을 약간 붙잡아 줄 뿐이야."

"하지만 내 마력으로 만든 마법이고, 내가 느낄 수 있을 만큼 구조는 간단해. 분명 잘 될 거야."

"알려준 것들 다 기억하지?"

"그럼. 좋은 스승 둬서 다 기억한다고."


시오르의 긍정적인 대답에 레아는 살짝 웃었다.


"그럼, 부탁할게."

"알겠어."


그는 손을 뻗어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공간에 걸려있는 마법을 자신의 마법으로 붙잡았다. 손을 돌려서 손바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검은 산양이 새겨진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치 공명하듯 왼손에 새겨진 산양 문양이 검게 빛났다.


어쩌면 자신이 계약자라서 계약주의 마법을 인지하고 쉽게 인지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시오르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아무리 짧은 기간이더라도, 그가 배운 것은 몇 번이고 확인했다. 모든 마법은 그의 머릿속에 들어와서, 책을 펼치듯이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도 자신이 있다.


시오르의 푸른 마력이 거대한 마법 안으로 스며든다. 다가온 마력을 더듬은 마법은 탐욕스럽게 시오르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시오르는 그런 반응에 살짝 놀라며 움찔했다. 짙은 마력은 무채색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자신의 손끝에서 나온 마력이 검게 물드는 것 같기도 했다.


레아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마법으로 시오르의 마력이 옆으로 새지 않게 막아냈다. 막대한 마력을 보유한 시오르가 흘리는 것은, 일반적인 마법사에겐 엄청난 낭비다. 비율은 자신이 미흡하던 시절과 같겠지만, 총량이 달라서 시샘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정도다.


그렇게 시오르의 마력을 빨아들인 마법을 시오르는 놓아주었다. 진땀을 흘리던 레아도, 이렇게까지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간 것에 놀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는 시오르의 재능이 뛰어났다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창 만족한 얼굴로 자매들을 향해 소리쳤기 때문이다.


"성공했어!"

"뭐?"


세라스는 놀라서 손 위에 불꽃을 남긴 채로 고개를 돌렸다. 빠르게 손에 붙은 불을 꺼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방어막이 점차 견고해지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늑대들은 방어막을 물어뜯어 댔으나, 일행 쪽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튼튼했지만 물렁했던 방어막이 온전히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센 마력 파동을 맞아도, 방어막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마력이 손실이 적지 않았기에, 일순간 마력이 팟 하고 튀는 경우도 있었다. 일행은 그 즉시, 늑대들을 무시하고 소로그를 향해 달려갔다.


"잘했어! 이제 그냥 방어막만 믿고 가면 끝이야!"

"게다가 녀석들도 왠지 추적을 포기하는 눈치야. 시온, 이제 천천히 가자."

"휴, 다행이다."


시오르 일행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바라봤다. 마법을 남발한 탓에 전원이 지쳐 보였다. 하지만 저 멀리, 도시의 흐릿한 빛도 들어왔다. 희망이 솟아나는 만큼,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걷기 시작한 일행. 언덕 위의 검은 늑대는 실패를 한탄하듯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것의 몸은 서서히 마력으로 환원되어갔다.


여전히 엘더리움 사막은 거대한 마력의 충돌로 혼란스러웠다. 일행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들을 위해 싸워주는 것에 대한 경의일지, 그저 뒤를 볼 생각이 없었는지는 서로 알 수 없다. 이 순간, 네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전부 다른 것처럼.


작가의말

건강이니 피로함이니 뭐니 하다보니, 남들한테 만우절 거짓말도 못하고 드러누웠네요.

역시 건강이 최고로 좋은 게 맞나 봅니다.

오늘도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채색의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휴재 안내 20.04.02 48 0 -
공지 2월 휴재 공지 20.02.20 61 0 -
공지 12월 휴재 공지 19.11.28 62 0 -
공지 금주 휴재 공지 19.10.28 21 0 -
공지 8월 격주 휴재 공지 19.08.12 56 0 -
공지 4/25 휴재 공지 +2 19.04.11 91 0 -
공지 미리 말씀드리는 공지 19.03.14 253 0 -
공지 1/17 휴재 19.01.10 77 0 -
공지 업로드 관련 18.08.02 159 0 -
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4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7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2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2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1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3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5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61 정말로 잃어버린 것#6 19.10.17 3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