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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반도체 전쟁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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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천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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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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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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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스푸트니크 쇼크

DUMMY

재벌이 반도체 전쟁을 기다림


6. 스푸트니크 쇼크


큐브 컴퍼니가 한창 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1957년 10월 4일 미국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을 듣고 국가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바로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것이었다.


내가 있는 MIT도 당연히 엄청 난리가 나서 학교에 가자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스푸트니크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당연히 우리 전자공학 파트의 교수들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 과학기술로 뒤떨어진다는 게 말이 돼?”


“분명히 소련 놈들이 스파이를 보내서 우리의 기밀을 훔쳐간 거야.”


“우리 기밀을 훔쳐갔으면 우리가 먼저 만들었어야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소련 놈들이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다는 거야.”


“우린 인공위성을 못 날렸는데 저놈들은 날렸잖아. 현실을 인정하라고.”


“지금 소련 편을 드는 거야?”


“뭐, 또 매카시처럼 빨갱이 타령을 하려고?”


“그 말이 맞아. 그놈의 빨갱이 타령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데 또 그 소리를 꺼내면 안 되지.”


미국 과학기술 최고의 천재들이 모여 있는 MIT가 이럴진 데 다른 곳은 안 봐도 뻔했다.


결국 스푸트니크가 일으킨 소동이 미국인들에게 준 충격은 크게 두 가지 문제였다.


첫째 미국이 소련보다 과학기술이 뒤떨어졌다.


둘째 소련이 이제 미국에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2차 대전 이후 모든 부분에서 미국이 세계 최고라는 우월감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이 받는 자존심의 타격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였는데 더이상 미국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스푸트니크 발사에서 바로 무기화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는 해도 제대로 된 과학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걸 연상하지 않을 리 없었다.


짐 케인과 내가 토론하고 있는 학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주목했고 친한 교수 하나가 내게 물었다.


“큐브보이, 네 생각은 어때?”


큐브보이는 내 별명이다.


“일단 로켓 기술에서 소련이 미국을 앞섰다는 건 인정해야죠.”


“잠깐 네 얘기는 소련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건 로켓 기술에 한정된다는 이야기야?”


“저도 이제 정보를 들었는데 다른 건 모르죠. 인공위성을 날릴 정도니까 일정 수준은 되겠죠. 저도 그 이상 무슨 수로 알아요.”


여기서 내가 미래 정보를 풀어놓고 아는 척 나섰다가는 무당 꼴이 되기 쉽다. 이 머리 좋은 사람들 앞에서는 정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잘못하다가는 내 머리가 해부될지도 모르는 시대라고······.


너무 나간 거 같다고? 아니 이 시대는 진짜 자국민들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고 외국에서 첩보활동을 하다가 잡혀도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자결했어야지 정보를 털어놓고 살아 돌아오면 비겁하게 적에게 부역했다고 욕하는 시대다.


하여간 그런 시대라서 조심은 할수록 좋았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잠깐 시간이 다 되지 않았나?”


사람들이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그래 스푸트니크가 지나갈 시간이야. 주파수는 알고 있지?”


“이미 맞춰뒀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


교수들은 부랴부랴 커다란 라디오 앞에서 주파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조금 뒤 라디오 스피커에서 “띠! 띠! 띠! 띠!” 하고 주기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명망 높은 MIT의 교수들도 나도 그리고 몇 명의 대학원생도 다 같이 소리에 집중하고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소리에 집중하던 사람들은 소리가 사라지자 다들 크게 숨을 쉬고 떠들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고 난 뒤의 반응은 의외로 탄식보다는 탄성에 가까웠다.


“인간이 진짜 우주로 물건을 날려보냈어.”


“인간이 보낸 물건이 우주를 날고 있다고.”


“드디어 인간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거야.”


이들은 미국의 애국시민 이전에 먼저 과학자였다. 미국이 소련에 뒤떨어졌다는 자존심 손상 이전에 인간이 성취한 이 위대한 업적에 대한 탄성이 먼저 터져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어차피 수업이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날이 아니었고 다들 수다를 떨고 앞으로 몰려올 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미국은 싫어도 로켓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겠지?”


“아이크가 큰일이야. 이제 온갖 욕을 다 먹게 생겼잖아.”


“대통령이니 별수 없지 어쩌겠어.”


“우리도 개발 중인 로켓이 있었지?”


“있긴 있는데 위성을 날릴 수준은 안 될걸. 위성을 날린다고 해도 야구공 정도일 거야. 소련 놈들처럼 지구에 전파를 날리는 건 어려워.”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면 안 되나?”


“트랜지스터를 사용해도 지구로 전파를 보내려면 전력을 소모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어렵지. 그리고 소련도 이미 트랜지스터 정도는 만들고 있을 걸.”


“정부에서 우리에게도 뭔가 요구해 올 거 같은데.”


진짜 그 말과 동시에 학장실의 전화가 울렸고 학장의 비서가 해군에서 온 전화라고 알려주었다.


학장은 전화기를 잡고 한참이나 뭐라고 떠들다가 돌아와 말했다.


“사람을 보낼 테니까 우리가 로켓에 어느 정도 성능의 기계를 넣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군.”


교수들은 자리에 모여 앉아 뭘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계속 떠들었다.


“야구공 정도를 넣을 수 있다고 했는데 대략 몇 파운드 정도 될 거 같나?”


“무게도 무게지만 크기 제한도 더 중요할 수도 있어.”


“스푸트니크 따라하기는 불가능하니까 가능한 걸 생각해 봐.”


내가 끼어들었다.


“관측 장비는 어때요? 어차피 스푸트니크처럼 과시하는 건 불가능해도 우주로 나간 김에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아니면 관측 자료를 모아 보내는 방법도 있겠죠.”


학장은 내 의견이 마음에 든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가능한 수준의 관측기와 자료를 회수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봐.”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동안 난 다른 생각에 잠겼다.


미국은 이때부터 어마어마한 자금을 이 방면에 퍼붓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서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수 하나가 말했다.


“잠깐 이건 컴퓨터 쪽으로 필요한 거 아냐?”


“링컨 연구소에 사람을 보내는 게 어때?”


“컴퓨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누구지?”


“그러니까, 여기서는 큐브보이가 제일 잘 알지 않나?”


학장을 포함한 교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기술로 야구공 안에 컴퓨터를 넣을 수는 없어요.”


학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인공위성에 넣는 게 아니라 로켓 발사하는 계산에 필요하잖아. 지금 만들고 있는 TX-2가 언제 완성되는지 그리고 로켓 발사 계산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봐 주겠어?”


“링컨 연구소로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난 운전을 못해요.”


“누가 네게 운전을 시키겠냐. 내 비서가 운전해서 태워줄 거야.”


학장은 자신의 여비서에게 말해 나를 링컨 연구소로 태워 가라고 했다.


링컨 연구소는 MIT 소속이기는 하지만 MIT 캠퍼스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차를 타고도 제법 달려야 했다.


링컨 연구소에서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두 사람이 나와 나를 반겼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말했다.


“자네가 큐브보이로군 정말 반갑네 소문은 귀가 따갑게 들었는데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난 웨슬리 클라크라고 하네.”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소문 자자한 큐브보이를 만나니 정말 반갑군. 난 켄 올슨이라고 하네.”


“저도 두 분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웨슬리 클라크가 물었다.


“학장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도 해군이든 육군이든 독자적인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텐데 굳이 우리가 왜 나서야 하는지 모르겠어.”


“대화형 컴퓨터는 미국에서 여기밖에 없을 걸요?”


“대화형? 아 이걸 대화형이라고 부르면 되겠군. 정말 좋은 이름이야.”


이 시대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천공카드로 입력하고 같은 천공카드 아니면 타이프라이터로 출력했다.


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이 만든 컴퓨터는 타이프라이터 키보드로 입력하고 디스플레이 모니터로 출력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프로그래머는 이전처럼 천공카드에 입력할 필요없이 타이프라이터의 키보드로 컴퓨터에 명령을 넣어주고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출력되는 화면을 보고 다음 명령을 입력하면 되었다. 바로 이런 입출력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건 미국에서 여기뿐이다.


나는 그 방식을 미래에서 그렇게 부르듯이 대화형이라고 명명했고 그 시스템을 발명한 웨슬리 클라크도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칭찬했다.


“로켓 발사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건데 언제 옆에서 천공카드를 끼우고 출력물이 프린트되는 걸 기다리고 있겠어요. 이렇게 모니터를 보면서 바로바로 반응해야죠.”


내 말을 들은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켄 올슨이 말했다.


“웨슬리가 이런 장치를 그러니까 대화형 장치를 발명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지. 대화형 장치 이거 이름 정말 좋은데.”


조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정말 빠르게 친해졌다. 전생에 내가 컴퓨터를 배웠을 때는 한국에 개인용 컴퓨터가 막 도입되기 시작하던 80년대였는데 그때도 컴퓨터를 아는 사람끼리 만나면 금방 친해지곤 했는데 이 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웨슬리 클라크와 켄 올슨 이 두 사람은 내가 전생에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컴퓨터 역사에 굉장히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웨슬리 클라크는 지금 보듯이 대화형 컴퓨터 입출력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고 켄 올슨은 한때 날렸던 컴퓨터 회사 DEC의 창업자다. 바로 미니컴퓨터라는 단어가 이 사람이 만든 DEC의 PDP 컴퓨터에서 나온 말이다.


웨슬리 클라크가 물었다.


“그러니까 학장의 말과 달리 해군에서 이 시스템을 바로 채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그렇죠. 웨슬리도 기술자들 마음을 잘 알잖아요.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을 가져와서 쓰라고 하면 기분 나빠지는 거. 아마 해군의 컴퓨터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웨슬리 클라크와 켄 올슨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진짜 기술자들끼리의 미묘한 기 싸움 내지는 자존심 대결이라 이성으로 어떻게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미국은 육군 따로 해군 따로 공군 따로 각각 로켓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이건 각군의 나와바리 싸움이기도 했지만 이런 기술자들의 자존심 대결에 들어있다.


켄 올슨이 물었다.


“뭔가 좋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생각난 건데 로켓 제어용의 소형 컴퓨터를 따로 만드는 건 어떨까 싶어요. 바로 이 대화형 입출력 장치를 함께 붙여서 말이죠. 생각해 보세요. 로켓 발사는 외부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큰 컴퓨터를 어떻게 그때마다 옮기고 하겠어요. 간단하게 자동차로 옮길 수 있거나 아에 트럭 뒤에 실어놓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그런 새로운 물건이라면 새로운 입출력 장치가 붙어 있어도 자존심 상할 일은 없겠죠.”


두 사람은 내 말을 듣자 깜짝 놀라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놀랄만한 게 지금 켄 올슨은 바로 내가 말한 그 물건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그러니 내 말을 듣고 놀라서 서로 뭔가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했는지 시선을 나눈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켄 올슨이 말했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듣고 그 얘기를 하는 거야?”


나는 시치미를 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예, 뭘요?”


켄 올슨은 더 이상 나를 추궁하지 않고 말했다.


“사실 내가 방금 시누 네가 말한 그런 물건을 만들 회사를 차리려고 계획 중이었어. 그러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신형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사용해서 크기를 줄이고 대화형 입출력 장치를 단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


“앗, 그것 좋네요. 그럼 언제 만들 거예요? 회사 이름은 정했어요?”


“응, 회사 이름은 이미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이라고 정했어. 아직 사업자금은 모이지 않았지만 법인 등록은 마쳤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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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트랜지스터와 TTL +19 24.06.04 9,256 2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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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문어발을 만드는 이유   +33 24.06.02 9,763 277 12쪽
30 30. 한국의 산업혁명 3 +29 24.06.01 10,100 285 13쪽
29 29. 한국의 산업혁명 2 +22 24.05.31 10,274 284 12쪽
28 28. 한국의 산업혁명 1 +27 24.05.30 10,265 309 13쪽
27 27. 코스코(KOSCO) +20 24.05.29 10,156 290 13쪽
26 26. 보이지 않는 위험 +23 24.05.28 10,376 298 13쪽
25 25. 아시아 시장 +18 24.05.27 10,493 305 12쪽
24 24. 워키토키 +18 24.05.26 10,389 325 14쪽
23 23. 우주에서 돈이 쏟아져 내린다. +18 24.05.25 10,727 302 13쪽
22 22. MOSFET +26 24.05.24 10,597 293 12쪽
21 21. 1959년의 사정 +12 24.05.23 10,850 288 12쪽
20 20. 다시 미국으로 +16 24.05.22 10,812 299 13쪽
19 19. 대한조선공사 +27 24.05.21 11,028 2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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