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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반도체 전쟁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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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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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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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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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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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큐브 컴퍼니

DUMMY

재벌이 반도체 전쟁을 기다림


5. 큐브 컴퍼니


이때 나는 큐브의 히트로 상당히 큰돈이 들어오고 있었다. 큐브의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해갔고 당연히 내 주머니도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제임스 케인은 큐브의 판매가 점점 늘어가자 내 소유의 회사를 따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큐브 완구회사가 만들어졌다. 당연한 일이지만 생산은 전부 하청을 주고 있어 판매관리만 회사에서 했다.


연말이 되기 전에 큐브 판매가 100만 개를 넘을 것은 확실했고 그럼 나는 50만 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된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 시대에 50만 달러는 엄청나게 큰돈이고 한국에 자기 코어 메모리 공장을 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코어 메모리는 미래에 꽤 돈이 될 게 분명하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도 분명하나 지금 당장은 그렇게 큰 소비가 보장된 물건이 아니었다. 내가 상품화를 노리는 물건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캐리어 여행 가방이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대에는 아직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 없었다. 이미 비행기를 통한 여행은 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고 공항 내부에서는 바퀴 달린 가방이 있으면 엄청 편리할 것이 분명했는데도 희한하게 바퀴 달린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내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흔히 캐리어라고 부르는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은 80년대 후반 아니면 90년대에 등장했다. 그 이전에도 바퀴 달린 가방이 있긴 했는데 손잡이를 당기는 형식이 아니라 바퀴 달린 가방에 끈을 달아서 당기는 형태였다.


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런 불편함을 느끼고 캐리어 여행 가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내가 이 캐리어 여행 가방을 상품화하려고 했을 때는 한국에서 만들려했다. 한국은 임금이 엄청나게 싸고 한국에서 만들면 이윤이 많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업역량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싶었다.


1957년 현재 한국의 산업역량은 정말 말할 수 없이 열악했다. 모든 산업 가운데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섬유산업조차 한국은 너무나 열악했다.


그러니 한국에서 캐리어 여행 가방을 만들려면 기본 골조가 되는 알루미늄 공장부터 시작해서 바퀴를 만들 플라스틱 사출공장 바퀴에 들어갈 베어링 공장 가방의 외관을 덮어줄 섬유 그리고 가방에 여닫는 지퍼까지 전부 새로 공장을 만들어야만 했다.


거기다 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품질관리까지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았고 그 대부분은 한국에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몇 가지 조사를 하면서 지금 한국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돈만 까먹기 딱 좋다고 생각하고 미국에서 캐리어 여행 가방을 제조하기로 했다.


나는 간단한 설계도를 짐 케인과 메리 케인 부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반응은 큐브 때와는 달리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메리 케인이 말했다.


“나오면 편하긴 하겠는데 그렇게 상품성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짐의 반응도 비슷했다.


“편리해 보이긴 하는데 큐브만큼 히트치지는 않을 거 같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사람들이 왜 바퀴 달린 가방을 안 만들고 있겠나. 지금 사용하는 가방에 너무 익숙해서 더 편리한 물건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 그런 거다.


사실 바퀴 달린 가방에 대한 특허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상품화되지 못했다.


특허를 딸 당시에는 길이 지금 수준으로 포장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지금처럼 항공 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아 딱히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도 못했을 거다.


하여간 내 후견인인 케인 부부의 반응은 미덥지 못했지만 일단 내가 돈이 많으니 이런 걸 한 번 만들어 보아도 나쁠 건 없었다.


“그럼, 네 소유의 큐브 컴퍼니에 가방 제작 파트를 따로 만들까? 아니면 이것도 설계만 넘겨주고 외주를 주는 게 좋겠니?”


“이젠 자금도 충분하니까 제조 공장을 만드는 게 좋겠어요.”


“그럼 일단 사장부터 먼저 구해야겠구나. 큐브는 전부 외주를 줬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 생산 공장까지 가지면 전문 경영인이 필요해.”


공장을 구하는 건 아주 쉬웠다. 지금 내가 거주하는 매사추세츠에는 2차 대전 당시에 전쟁 물자를 생산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문을 닫은 공장 부지가 엄청나게 많았고 나는 굉장히 헐값에 그런 공장 중에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그 뒤에 특허를 신청하고 기계를 들이고 하는 거 샘플 제품을 생산하는 것까지는 일사천리였다.


MIT는 졸업하자마자 혹은 졸업도 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고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굉장이 많았고 그런 학생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었다.


짐 케인도 그런 학생들은 지원하거나 방법을 알려준 경우가 많아서 일은 정말 쉬웠다.


진짜 문제는 전문 경영인을 구하는 일이었다. 나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법적인 책임을 가지는 서명조차 할 수 없었고 짐 케인도 교수로서 할 일이 많았다.


미국도 이 시대까지는 아직 족벌 경영이 많았고 자식에게 경영을 세습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기 사업은 자기가 하는 거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시대여서 전문 경영인을 구하는 일이 훗날처럼 쉽지는 않았다.


거기다 내가 워낙 어리고 또 동아시아인이라 능력만 보고 골랐다가는 나를 우습게 보고 회사 돈을 횡령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회사를 엉터리로 경영할 가능성이 높았다.


동양에서 온 어린 아이도 차별하지 않는 인품과 회사를 견실하고 성실하게 경영해 줄 사람을 고르면 되겠지만 그런 인품과 성실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라면 이미 다른 사람이 먼저 고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짐과 나는 오히려 경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새로 경영자를 목표로 하는 젊은 사람 중에서 골라보기로 했다.


다행히 MIT에는 슬로언 팰로즈(Sloan Fellows)라는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유명한 전문 경영인 양성 과정이 있었다.


슬로언은 바로 제너럴 모터스의 전설적인 경영자인 알프레드 슬로언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알프레드 슬로언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경영자 양성 과정으로 MIT가 단순한 공대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으며 워낙 성과가 훌륭해 최근에는 다른 대학에서 흉내를 내고 있었다.


훗날 미국 경영자의 상징과도 같은 경영학 석사 과정 즉 MBA가 슬로언 팰로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슬로언 팰로즈 프로그램 과정을 밟은 사람을 전문 경영자로 고용하는 건 어려웠다. 이 과정을 밟는 사람은 대부분 3-40대의 장년으로 10년 가까이 실무를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슬로언 팰로즈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바로 경영 실무로 뛰어들기로 약속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짐 케인과 나는 슬로언 팰로즈 교수들에게 추천을 부탁했고 그들은 경제학과 졸업자들 가운데 몇 명을 추천해 주었고 우리는 그들의 면접을 보았다.


우리는 먼저 비밀 서약서에 서명을 하게 한 뒤 큐브와 캐리어 여행 가방을 보여주며 우리가 판매할 상품이라고 알려준 뒤 반응을 살폈다.


큐브는 아예 본래 이름인 3x3 큐브보다 MIT 큐브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릴 정도로 유명해 나를 모르는 MIT 학생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아시아에서 온 7살짜리 천재로 원래 유명했는데 이제는 큐브의 발명자이기까지 하니 나는 MIT 최고의 유명인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큐브에는 꽤 깊은 관심을 가졌지만 캐리어 여행 가방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딱 한 사람 1936년생으로 이제 21살이 된다고 하는 고든 카파라는 청년만이 큐브보다 캐리어 여행 가방에 더 관심을 가졌다.


“이거 정말 탐이 나는데요. 한 번 끌어봐도 될까요?”


우리가 샘플 제품을 건네주자 그는 손잡이를 뽑아 들고 몇 번 면접실 안을 끌고 다녀보더니 말했다.


“이거 정말 좋습니다. 큐브는 분명히 훌륭한 상품이고 앞으로도 장수할 상품이라고 봅니다만 이 여행용 캐리어도 정말 멋진 상품입니다. 특히 이 옆에 달린 손잡이가 판매에 큰 도움을 줄 겁니다. 가방을 바퀴로 끌고 간다는 사실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도 이 손잡이가 있어 일반 가방처럼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구입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 특히 나는 그의 설명에 꽤 감탄했다. 옆에 손잡이를 붙인 건 내가 전생에서 사용하던 캐리어에 붙어 있어서 그대로 따라한 것인데 고든 카파는 이 손잡이를 단 이유를 멋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짐은 고든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사실에 잠시 망설였지만 나보다 14살이나 많다는 내 지적을 듣자 더 이상 군소리 않고 그를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고든은 큐브 컴퍼니의 사장으로 임명되자 오히려 큐브의 판매를 더 강화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큐브는 우리 큐브 컴퍼니의 돈줄이자 마스코트야. 당장 우리 회사 이름도 큐브고 상표도 큐브 모양이지. 그러니 큐브부터 먼저 팔아야 해. 생산도 지금까지 외주를 줬지만 사내 생산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겠어. 공장 부지가 넓고 생산이 간단한 물건이니 어렵지 않아. 큐브는 지금 한창 인기가 있으니 선전도 쉬워. 캐리어는 그 다음이야.”


나는 고든에게 큐브와 캐리어의 PPL을 제안했다.


“캐리어는 인기 있는 드라마 같은 데서 끌고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면 인지도가 높아질 거야. 그리고 큐브 같은 건 예능프로나 드라마 같은데서 이걸 푸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인지도가 높아지겠지. 영화 같은데 넣어달라고 해도 되고.”


고든은 나보다 14살이나 나이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이 정도 나이 차이에 존대를 하면 오히려 싫어한다.


고든 카파는 아직 PPL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지만 내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들어오는 수입이면 그 정도 광고비는 충분히 가당 가능하지. 알았어, 추진해 볼게.“


고든이 사장으로 취임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큐브의 판매는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갑자기 판매가 폭발했다.


이때 유럽은 2차 대전의 피해를 완전히 극복하고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당시 유럽인들의 특징은 미국에서 나온 것이면 뭐든지 열광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을 유럽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만든 유럽의 아류 정도로 여기던 마음은 2차 대전을 겪으며 완전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2차 대전에서 미국이 보여준 그 거대한 경제력에 완전히 압도 당해버렸다.


유럽에서는 최상류층 귀족이나 타는 자동차는 미국인들은 아무나 타고 다녔고 그것 전후 유럽에서는 립스틱 한 개나 나일론 스타킹 한 장에 여자들이 몸을 팔기도 하는데 미국인들은 립스틱이나 스타킹을 그냥 공짜로 뿌렸다. 헌옷 한 벌이면 일주일 식량을 구할 수 있는데 미국인들은 주워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미군 병사들은 징집병 주제에 돈은 왜 그렇게 많은가?


그야말로 유럽인들은 미국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사람들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었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들었다.


경제가 회복된 지금도 유럽인들의 미국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IT큐브라는 장난감은 당연히 유럽에서도 선풍적으로 팔려나갔다. 그리고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에 미국에서의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다.


고든은 큐브 컴퍼니의 두 번째 상품인 캐리어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든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게 했고 캐리어를 공항을 중심으로 팔아야 한다는 고든의 판매 전략은 정확했다.


공항 이용자들은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 공항 판매대에 놓인 캐리어를 너도나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캐리어를 공항에서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일반 도로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판매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큐브와 캐리어는 종잣돈을 마련을 위한 발판으로 넣은 것입니다.

다음 화부터 본격적으로 IT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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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트랜지스터와 TTL +19 24.06.04 9,271 2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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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한국의 산업혁명 2 +22 24.05.31 10,283 285 12쪽
28 28. 한국의 산업혁명 1 +27 24.05.30 10,274 309 13쪽
27 27. 코스코(KOSCO) +20 24.05.29 10,168 290 13쪽
26 26. 보이지 않는 위험 +23 24.05.28 10,386 298 13쪽
25 25. 아시아 시장 +18 24.05.27 10,506 305 12쪽
24 24. 워키토키 +18 24.05.26 10,399 325 14쪽
23 23. 우주에서 돈이 쏟아져 내린다. +18 24.05.25 10,738 302 13쪽
22 22. MOSFET +26 24.05.24 10,609 293 12쪽
21 21. 1959년의 사정 +12 24.05.23 10,859 28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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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대한조선공사 +27 24.05.21 11,042 2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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