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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릎

노예검투사는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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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릎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4
최근연재일 :
2022.06.08 20: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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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9
추천수 :
461
글자수 :
13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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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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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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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편 든든하다 든든해(1)

DUMMY

6편 든든하다 든든해(1)




‘챔피언 로드’ 육성법의 정석은 무엇인가.

커뮤니티에 그런 질문이 올라오면, 뉴비 냄새에 환장한 고인물들이 입을 모아 외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캐릭터는 밸런스형이며 그것은 통계로도 증명할 수 있다!’


민첩에 몰빵한 멸치 놈들은 치명타에 의존하는 쓰레기이며,

마력에 몰빵한 샌님들은 검투사라고도 할 수 없는 저질 날먹충이며,

체력 몰빵형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가장 낮은 고기방패이다.

그러나 ‘챔피언 로드’에 존재하는 유형 가운데 가장 악질은 근돼형으로, 한방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꾼들은 게임에서 씨를 말리는 것이 게이머의 밝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생각인가?

즐기려고 하는 게임에서 캐릭터로 우열을 가리고 있다니.

그러나 실제로 가장 성능이 뛰어났던 밸런스형들은 이런 고인물의 주장에 미친 듯한 박수갈채를 보내왔으니, 더욱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박수갈채를 보내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후원자, 세미어 코스텔로와의 만남이 끝난 뒤. 양성소로 돌아온 나는 멍하니 방에 앉아 있었다.


<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합니다. >

< 플레이어 : 다우드 이샤이 >

나이: 30세

스킬: [근력폭발 lv.2] [초회복 lv.2]

능력치: [근력 lv.5(UP!)], [체력 lv.1], [정신 lv.??(가변)], [민첩 lv.1], [마력 lv.1]

(* 세부 정보 확인)


밋밋한 능력치 중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힘!

추가보상인 검은 오브로부터 100의 근력치를 얻은 결과물이었다.


“내가 올힘 전사가 될 줄이야···.”


급격히 높아진 근력 수치로 인해, 내 체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약간은 물렁한 감이 있던 신체 전반에 단단한 근육이 들어찼으며, 스킬로 강화하지 않아도 몸에서 힘이 끓어 넘쳤다. 기분 탓인지 키도 좀 커진 것 같다.

분명 기본 공격력이 장난 아니게 올랐을 것이 분명했다. 어지간한 검투사는 단 한 방에 골로 갈 정도로.

맞다. 강해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근력을 다른 능력치가 전혀 받쳐주지 못한 다는 것.


“공격력이 세면 뭐하냐고. 안 맞으면 그만이잖아. 안 맞으면!”


공격력이 미친 듯이 높으면 뭐하나? 명중률에 관여하는 민첩 레벨이 낮으면 한방한방 맞힌다는 사실 자체가 기도와 운의 영역에 들어서 버린다.

그렇다보니 커뮤니티에서 ‘근돼형’은 소위 도박꾼이라며 조롱당하곤 했다. 게임을 운으로 할 거면 실력이고 나발이고 무슨 의미가 있냐며.

그런데 내가 그 도박꾼이 되어버렸네?


‘조금이라도 스탯을 나눠받았다면 완벽했을 텐데···!’


그리 생각하니 속이 탄다. 앞으로 헤쳐 나갈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답답한 가슴에 냉수라도 한잔 들이키기 위해, 나는 방에 비치된 수통으로 손을 뻗었다.

우드득


“이런 제기랄.”


쇠로 만들어진 수통이 형편없이 우그러져있었다. 지난번에 [근력폭발]의 성능을 확인하겠답시고 뭉개버린 이후로 새로 받은 수통이었다.

그게 이렇게 종이컵마냥 찌그러져 버린다고?

완전히 구겨진 수통 위로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다. 무심코 쥐어버린 것만으로 쇠를 구부릴 정도로 힘이 강해진 것이다. 스탯을 분산 투자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힘!

그 모습을 확인하자, 나는 또 다시 열불이 터졌다.


“아오, 똥캐 주제에 물 한 잔도 못 마셔?”


갑자기 근력이 강해진 탓에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 상태면 싸우기는커녕 일상생활도 어려움이 꽃필 것이다.

그나저나, 요전엔 스킬까지 써서야 겨우 구겨졌던 물건이 이번엔 힘 좀 줬다고 이렇게 돼버리다니. 신체능력 2레벨의 차이가 크기는 하다.

내가 세지긴 했어. 이 힘이면···!


“아니 그러면 뭐하냐고!”


우지끈!

손에 잡힌 수통이 깡통마냥 완전히 찌그러졌다.

아주 그냥 분리수거 최적화 능력이야. 어?

나는 다시금 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래, 힘캐라고 다 똥캐는 아니지.”


못 피하게 때리면 되는 거 아니야. 다른 것을 잃은 게 아니다. 걸리기만 하면 적을 분쇄시켜버릴 힘을 얻은 거지. 여기는 단순히 게임 속이 아니다. 엄연히 현실이었다.

어떻게든 극복할 방법은 있다. 모든 건 내 노력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다.

특화형 캐릭터가 생존률이 떨어질 뿐이지, 망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말이다.

덕분에 앞으로의 육성 방향이 정해졌다. 강점인 힘을 키우며, 단점을 보완하는 것.


“그 전에 수통 하나 새로 달라고 해야겠군.”


나는 찌그러진 구멍으로 물이 줄줄 새는 수통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선, 이 힘에 익숙해지기부터 해야겠다. 이대로는 일상생활에도 힘이 주체가 안 될 것 같았으니까.

일단은 정확히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단련장으로 가자.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나는 그렇게 되뇌며 방을 나섰다.


우드득!


“아오, 젠장. 문은 또 왜 박살나고 지랄이야!”



*


카일록 양성소의 단련장. 평소라면 훈련을 이어갔을 검투사들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하던 일을 멈추게 만드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다우드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기초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베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 그러나 기초훈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의 훈련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바로 목검이 아닌, 나무망치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 그가 들고 있는 철봉 끝에는 육중하고 거대한 통나무가 고정되어 있었다.

막대한 무게의 나무망치를 마치 목검처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검투사들은 기가 질리는 듯했다.

다우드의 귓가에 검투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저거 들 수 있냐?”

“말이라고 하냐? 저 정도 못 드는 자식이 여기 어디 있다고.”

“아니 저렇게 들 수 있냐고.”

“다, 당연하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으나, 솔직히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 몇 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다우드처럼 한 시간을 반복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허세를 부리기가 무섭게, 다우드의 자세가 바뀌었다.

역시 슬슬 쉴 때가 됐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하, 한손으로?”


끼기긱―

쥐어짜는 듯한 악력에 철봉이 비명을 질렀다. 근육이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렸으며, 단단한 팔뚝 위로 굵은 핏줄이 성내듯 부풀어 올랐다.


“조상님이 철봉이라도 들어주시나···.”


연차가 쌓인 선임들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근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다우드의 옆에는 또 다른 이질적인 인물이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흡!”


소년 노예, 한스였다. 다우드와 보조를 맞춰 목검을 휘두르길 수십 분, 한스의 턱 아래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두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엉거주춤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적당히 해야지 인마. 그러다 병난다.”


지켜보던 선임의 충고에도 한스는 멈추지 않았다.


“더, 더 할 수 있어요. 한 세트 마무리는 하고 쉬어야죠···!”


그러면서 또 다시 허공을 베는 소년. 다우드는 흘긋, 그 모습을 바라보았으나 뭐라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제멋대로 자신의 훈련에 쫓아오는 것뿐인데 참견하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힘들면 알아서 그만두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우드는 철봉을 내려놓았다.

쿵!

묵직한 소리가 단련장에 울려 퍼졌다. 쉬기 위함은 아니었다.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목표치를 다 채웠으니까.

한스는 훈련도구를 챙기기 위해 이동하는 다우드의 뒤를 쫓았다.


.

.

.


다우드는 단련장을 달렸다. 몸에는 20여개의 무게 추가 주렁주렁 달려있었으나, 그의 발걸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해진 근력 덕분에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은 듯한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끝없이 달릴 것만 같았던 다우드가 멈추었다. 뒤에서부터 들려온 소리 때문이었다.


“아앗!”


철푸덕!

한스가 엎어지는 소리였다. 모래 위로 얼굴을 처박은 한스 주변으로 무게 추 몇 개가 흩뿌려져 있었다.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달릴까 하던 다우드는 걸음을 돌렸다.


“왜 갑자기 무리하는 거지?”


다우드의 손에 일으켜진 한스는 멋쩍은 듯이 땀을 훔쳤다. 자기 페이스 이상으로 달린 탓에 숨을 헐떡이고, 얼굴에는 핏기마저 사라진 상태였음에도 한스는 웃으며 말했다.


“강해져야 살 수 있으니까요.”

“원래는 훈련도 자주 빼먹곤 했다고 들었는데.”

“그랬던 적도 있었죠···.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한스는 많은 노예들이 그러했듯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 보다 자포자기하는 케이스였다.

여태껏 살아남은 것은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 상대로부터 도망치거나, 항복 선언 따위로 목숨을 부지해온 것이다. 모두 변변치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혹시라도 관중들의 사형선고가 떨어지거나, 황족 같은 권력가가 경기를 참관했다면 항복 여부에 관계없이 시체가 되었을 터였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바뀌었다면 그럴만한 계기가 있을 법했다.


“저도 선배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나처럼?”

“절대 안 될 것 같아도 이겨내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에요···.”


다우드는 이전, 장례식 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자신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마음대로 해라.”


민폐였을까? 무뚝뚝한 다우드의 말에 한스는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우드는 쓰러진 한스를 내버려둔 채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10개는 너무 많다.”

“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그리고 억지로 내 페이스에 따라오지 않아도 돼.”


그 뜻을 이해한 한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훈련에 동참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이다.


“네, 네!”


다시 돌아온 다우드가 한스의 무게 추를 덜어주었다.

한스에게 손을 뻗는 다우드. 아직 넘어진 채였던 한스는 그 손을 굳게 붙잡았다.

다우드가 한스를 훅 잡아 일으켰다.

우득―


“그아아악!”


수통처럼 찌부러진 한스의 손. 기겁한 다우드는 곧장 소년을 들쳐 업고 치료소를 향해 달려야했다.


‘···힘 조절 연습 좀 해야지.’


*


손끝의 감각에 모든 의식을 집중한다. 신경이 곤두서며, 숨 쉬는 것마저 잊혀져갔다.

극한의 집중 상태! 이른바 전집중의 상태에서, 나는 천천히 손을 옮겼다.


‘콩 하나. 콩 둘. 콩 셋···.’


콰직!

젓가락 끝에 잡혀있던 콩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너무 강해진 힘 때문에 콩 옮기기조차 쉽지가 않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힘 조절 연습에는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근력을 키우는 도구는 많아도 힘 조절을 익히는 도구는 없더란 말이지.


“야 멧돼지. 먹을 것 가지고 대체 뭐하는 거냐?”

“이 몸은 바쁘다. 땅콩.”

“이 새끼가···.”


시비를 걸어오는 알브레이를 무시하고 다시금 젓가락에 집중하려는 찰나, 나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이름 모를 선임 검투사였다.


“다우드. 주인님께서 찾으신다.”

“카일록이?”


세미어와의 대담 때 박치기를 먹인 걸 이제 와서 따지려는 건가? 속 좁은 놈 같으니. 돌아오는 길 내내 그러지 않았으면 다 죽었을 거라고 설명해줬음에도 알아듣질 못하니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뭐 채찍질이라도 하려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추첨식에 간다던데.”

“추첨식을? 내가?”


추첨식.

대진 일정을 만드는 것은 운영측의 권한이지만, 모든 대진이 그런 식으로 짜이는 것은 아니다. ‘드레이크’가 흥행을 위한 몇 가지 이벤트만을 계획한 뒤, 나머지 일정은 추첨에 의해 정해지는 방식이다.

그 자리에 나를 불렀단 말이었다.


“어, 지금 바로 오라더라.”


작가의말

장염으로 인해 어제는 연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공지로 한 차례 말씀드리기는 했으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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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편 든든하다 든든해(1) +2 22.06.08 199 11 12쪽
23 5편 후원자(5) +1 22.06.06 126 11 14쪽
22 5편 후원자(4) +4 22.06.04 168 16 11쪽
21 5편 후원자(3) +2 22.06.02 164 14 10쪽
20 5편 후원자(2) +2 22.06.01 167 13 13쪽
19 5편 후원자(1) +2 22.05.31 189 15 15쪽
18 4편 희생양(6) +3 22.05.30 220 18 12쪽
17 4편 희생양(5) +2 22.05.29 219 18 12쪽
16 4편 희생양(4) 22.05.27 190 16 14쪽
15 4편 희생양(3) +1 22.05.26 198 12 15쪽
14 4편 희생양(2) 22.05.25 194 13 12쪽
13 4편 희생양(1) +2 22.05.24 206 15 12쪽
12 3편 개인교습(5) +2 22.05.23 204 16 13쪽
11 3편 개인교습(4) 22.05.22 211 15 12쪽
10 3편 개인교습(3) +2 22.05.21 221 19 13쪽
9 3편 개인교습(2) +2 22.05.20 224 18 14쪽
8 3편 개인교습(1) 22.05.19 258 20 15쪽
7 2편 검투사의 삶(3) +4 22.05.18 274 27 16쪽
6 2편 검투사의 삶(2) +1 22.05.17 323 23 12쪽
5 2편 검투사의 삶(1) +2 22.05.16 313 25 17쪽
4 1편 노예 검투사(3) +1 22.05.13 342 25 13쪽
3 1편 노예 검투사(2) 22.05.12 405 25 14쪽
2 1편 노예 검투사(1) +1 22.05.11 527 37 12쪽
1 프롤로그 22.05.11 605 3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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