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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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일 끝나고 집에서 심심할 때면,
내게는 생각 없이 놀 거리가 필요했다.
힐링 게임은 재미가 없고. 스포츠는 흥미가 없다.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 그건 아예 사람이 할 게 못 된다. 같은 팀이 내뱉는 무한 남탓을 듣다보면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니까.
그러면 싱글 게임은 어떨까?
단지, 그러한 마음이었을 뿐이다.
내가 플레이한 게임.
‘챔피언 로드’
콜로세움의 노예 검투사가 되는 게임.
연이은 도전자를 상대로 싸워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데, 종국에는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내 생각에 이 ‘챔피언 로드’야말로 나를 위한 게임이었다. 적당히 자극적이면서. 적당히 긴장감 있는.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는 점차 경쟁심이 붙기 시작했는데.
이 게임. 한 번 죽으면 캐릭터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 YOU DIED ]
[ 당신의 캐릭터 ‘별똥별’이 부르할라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
나는 게임 속 화면을 노려보았다.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는 온데간데없고 비석 하나만 놓여 있었다.
거의 한 달의 플레이 끝에 드디어 도착한 챔피언전이었다. 그런데 한번 삐끗한 걸로 캐릭터가 삭제된 것이다.
“···아오. 내가 이걸 어떻게 키웠는데.”
열이 뻗쳤다. 게임 초기에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젠 투입된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화가 나기 시작한다.
어쩌겠어. 앞으로 더 잘 하면 되지.
오늘 패배를 교훈삼아 다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면 된다.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캐릭터는 삭제되어도 유저는 성장하니까.
그리고 이때까지 열심히 성장한 유저는 이제 챔피언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두고 보자······.”
나는 패배한 악역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컴퓨터를 껐다.
다음번엔 다르다!
.
.
.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와아아아아아아!!!””
““싸워라!! 나와서 싸워라!!””
““싸워라! 피 흘려라! 죽이고 죽여라!!””
나는 투기장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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