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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릎

노예검투사는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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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릎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4
최근연재일 :
2022.06.08 20: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6,169
추천수 :
461
글자수 :
138,314

작성
22.06.04 20:36
조회
167
추천
16
글자
11쪽

5편 후원자(4)

DUMMY

5편 후원자(4)




“다우드 이샤이, 노예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

“그 목이 떨어지고서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분노한 가짜의 목소리. 응접실에 긴장감이 흐른다. 웃으면서 소년의 목을 베어버린 자가 금방이라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아직은 진짜 세미어의 취향을 특정하기 이른 단계였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는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좋아한다는 것뿐.


‘일단 시키는 대로 따르는 건 무조건 틀린 답인데···.’


머릿속으로 빠르게 귀족들의 패턴에 대한 정보가 흘러갔다.

가장 일반적인 ‘절대적 순종’부터, 검투사의 야성성을 좋아하는 타입, 강자를 선호하는 타입, 약한 검투사를 좋아하는 언더독형 등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세미어의 타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설마 ‘조커형’···?

머리에 떠오른 것은 가장 까다로운 유형이었다.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그 기준도 제멋대로인 거지같은 유형.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지우고, 테이블 건너 가짜를 바라보았다. 나를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이 자리의 가짜 주인. 가짜라고는 해도 말 한 마디로 나를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세미어가 정말 ‘조커형’이라면 그 위협에 굴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까딱 잘못해서 기분이 상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는 줄 위에 서있는 것이다.

솔직히 정말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하나 말고는 들어맞는 게 없다.

나는 이미 기세를 탔다. 질러버리는 수밖에.

에라, 모르겠다.


“제정신이 아닌 건 네놈이겠지.”

“······!”

“손님 접대를 이따위로 하는 가문이라면 볼 것도 없다. 네놈의 후원은 이쪽에서 거절하지.”

“이 비천한 놈이, 정말로 미쳐버린 모양이군.”


노예가 귀족을 능멸한다. 그 정신 나간 행동에 사만과 카일록, 그리고 테일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 완전히 미친놈을 보는 것 같은 시선에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나이프에 비친 진짜 세미어가 고개를 숙였다.

설마, 실수한 건가?

죽음이 눈앞에 그려졌다. 아랫배가 싸늘해지던 그때, 눈앞에 상태로그가 떠올랐다.


[ 인물 ‘세미어 코스텔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1단계) ]


나이프에 비친 진짜 세미어가 입을 가리며 끅끅 거리고 있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정답이다!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가짜를 향해 물었다.


“노예는 가축이나 다름없다면서? 가축이 하는 말에 뭘 그리 성을 내나? 어련히 주인된 것들이 이해해야지.”


그러면서 나는 가짜 옆에 서있는 기사에게 주목했다.

그래, 저 놈만 이쪽으로 오지 않으면 된다. 이 자리에 칼을 차고 있는 것은 소년의 목을 쳐버린 기사뿐이다. 저 놈이 가까이 온다는 것은 내 운명도 그와 같아진다는 소리니까.

사색이 된 카일록이 채찍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다우드, 이 미친 자식아. 당장 엎드려 빌어라! 세미어 님께 대체 무슨 말버릇이냐!”

“윽!”


촤악!

내 등 위로 카일록의 채찍이 떨어졌다. 이 등신 같은 새끼가, 내가 지금 네놈 살려주고 있는 거라니까?

쇳조각 달린 채찍이 계속해서 등이며 팔을 때렸다. 온몸이 걸레짝이 될 지경.

머리가 새하얗게 질리는 고통에 비명을 참을 수가 없었다.

채찍질은 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고서야 멈추었다.


“악! 아악! 아, 알겠소. 내가 잘못했소!”


나는 바닥에 웅크린 채 분을 삭였다. 화끈거리는 등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제기랄, 정말 거지같은 세상이다.

다짜고짜 콜로세움에 떨어져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것도 거지같은데, 알량한 귀족의 장난에 놀아나야하다니.

카일록이 또다시 채찍을 휘들렀다.


“당장 대가리 박고 사죄해라! 빌어먹을 버러지 새끼.”

“크윽. 사, 사과하겠소. 내가 잘못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굴복하려던 순간, 세미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세미어는 가짜를 향해 한숨 쉬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쿵, 가슴에 무거운 것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린 그녀. 한창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을 때 보여줬던 표정이었다.

이래선 안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떨어지는 채찍을 낚아챘다.


“엇···!”


채찍을 빼앗긴 카일록이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나는 네놈이 게라드 전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나는 무릎을 꿇은 추진력으로 놈에게 박치기를 먹였다.

빡!

머리에 시큰한 통증이 퍼지며, 카일록이 눈알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젠장, 살아서 돌아가도 큰일이겠는데.’


저 양아치 자식이 무슨 짓을 할지 걱정되었으나, 나중일은 나중에 걱정해도 늦지 않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빠르게 세미어의 표정을 살폈다. 이게 정말 맞는 행동인지 확인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다.

세미어는 깜짝 놀란 눈으로 쓰러진 카일록과 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활짝 뜨인 그 눈에는 다시금 흥미가 깃들어있었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이건 한 발 더 나가야한다. 나는 의자에 몸을 실은 채 헤롱대는 주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그러면서 가늘게 뜬 눈으로 주변을 훔쳐보았다. 기사 놈, 저놈만 오지 않으면 된다. 다행히 기사는 가짜의 곁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인물 ‘세미어 코스텔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2단계) ]


먹혔다!

입을 가린 채 쿡쿡 거리는 세미어를 보며, 나는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

귀족의 호감도는 최대 3단계까지 있다. 3단계를 쌓으면 최대한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 그러나 나는 보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저 정신 나간 년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였다.


‘또라이 년···.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볼 일 없을 줄 알아라.’


손에 쥐고 있던 채찍을 기절한 카일록의 얼굴로 던져버렸다. 이건 필요 없지.

사만과 테일러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악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표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미, 미친놈 같으니. 너 그러다 죽어.”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이 상황을 즐기는 귀족은 더 싫고.


‘안 하면 진짜 죽어 미친놈들아.’


아무튼, 여기까지는 순조롭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짜 세미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뭣들 하느냐! 저 추악한 작자를 당장 뭉개버려라!”


철컥거리는 갑옷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였다.

조, 조졌다! 너무 설쳤나···?

전신을 갑주로 가린 기사는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왔다.

퍽!

건틀릿에 감싸인 주먹이 어찌할 새도 없이 배에 꽂혔다. 신음이 터지기도 전에 망치와 같은 충격이 전신을 두드렸다.


“컥! 마, 망할! 대화로 합시다. 대화로!”


기사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가운데, 검을 뽑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행은 지랄! 진짜 미친년, 미친년···.’


후두려 맞는 와중에도, 나는 세미어의 표정을 살폈다. 무감정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 뭔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목이 잘려 죽기 전에 맞아서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기사를 꺾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직접 맞아보니 검투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도망칠까?’


그런 생각도 해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당장 이곳에 있는 병사들을 뚫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저택 안에는 더 많은 병사가 깔려있었다. 그걸 모두 뿌리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능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세미어의 표정은 심드렁하게 변해갔다. 재미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세미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자기 목을 긋는 것이 보였다. 그 동작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제 됐다. 죽여라.


가짜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

제길, 뭐라도 해야 한다. 도대체 뭘 해야···.

그때, 어떤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아니, 그건 진짜 미친 짓인데.’


그러나 이것저것 가릴 시간이 없었다. 가짜의 신호를 받은 병사들이 우릴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나는 모든 힘을 다해 기사를 들이받았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밀려난 틈을 타, 뒤쪽을 향해 돌진했다.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다.

당황 섞인 고함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멈춰라!”


챙!

수십 개의 검이 칼집을 빠져나오는 소리였다. 대기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나는 세미어를 끌어안은 채,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동작 그만!”


번쩍거리는 날붙이들 너머로 가짜의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다. 사만과 테일러는 놀란 듯했으나 어리둥절한 얼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갑자기 하녀의 정체를 모르니까.


“지, 진정해라 다우드!”

“닥쳐라! 입 다물지 않으면 이 여자의 목을 긋겠다!

“히익!”


들고 있던 나이프를 세미어의 목에 들이밀었다. 그와 함께 하녀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하녀의 비명에, 병사들의 움직임이 뻣뻣하게 굳었다.


‘제기랄, 이게 정말 맞나? 귀족을 인질로 삼는 게?’


기사들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틈이 보이면 바로 나를 쳐 죽이겠다는 얼굴이었다. 살기 어린 수십 개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서늘한 기운이 등을 타고 흘렀다.

시야 구석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병사.


“어이, 멈추라니까!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

“그, 그만둬라. 그러다 다 죽어!”


공포에 질린 것은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맞다. 이 여자의 몸에 생채기라도 나는 순간 우린 다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까 보내 달라고!

심각해지는 분위기에, 사만 일행 역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다우드. 죄 없는 하녀를 겁박해서 무엇한단 말이냐. 네놈이 빌기만 하면 아무 문제없이 끝날 일이다.”

“닥쳐라! 지금부터 입술 하나 벙긋거리는 놈이 있으면 이 여자는 죽는다!”


빌기만 하면 끝난다고? 그랬다간 너네 목숨도 다 끝이라고.

답답해서 미치겠다. 이 자식들은 협조하지는 못할망정 나만 나쁜 놈으로 몰고 앉았고.

그 와중에 하녀의 반응을 알 수 없어서 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이 자세로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속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푸, 푸훗!”


품에 안긴 하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 인물 ‘세미어 코스텔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3단계) ]


목을 감싸 안은 팔에서 그녀의 맥박이 느껴졌다. 두근, 두근, 그녀의 심장이 신난 듯이 맥동하고 있었다.


‘미친년, 진짜 미친년···.’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2 su******..
    작성일
    22.06.05 00:17
    No. 1

    묘사가 너무 부자연 스럽다...여귀족의 사이코 설정을 위해 무려 몇 페이지나 중복해서 묘사, 설명하냐??
    묘사는 핵심만 지적해 1번에 간단명료하게,, 성격묘사에 설명은 필요 없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부릎
    작성일
    22.06.05 00:22
    No. 2
  • 작성자
    Lv.28 대왕미르
    작성일
    22.06.05 00:59
    No. 3

    흠....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히 수작의 반열에 들만 합니다. 명확하게 강해지는 주인공과 검투사물 특유의 개같은 분위기, 미치광이 귀족에 대한 묘사도 조금 루즈했던 거 빼고는 볼 만했습니다. 물론 저 귀족이 메인 히로인이거나 하다면 전혀 루즈한 게 아니겠지만요 ㅎㅎ 다만 검투사가 주요 플롯이니만큼 약간 로마풍의 배경 묘사가 있으면 이입이 더 잘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9 널보면한숨
    작성일
    22.06.09 02:01
    No. 4

    별로인 소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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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편 희생양(4) 22.05.27 189 16 14쪽
15 4편 희생양(3) +1 22.05.26 198 12 15쪽
14 4편 희생양(2) 22.05.25 193 13 12쪽
13 4편 희생양(1) +2 22.05.24 205 15 12쪽
12 3편 개인교습(5) +2 22.05.23 204 16 13쪽
11 3편 개인교습(4) 22.05.22 211 15 12쪽
10 3편 개인교습(3) +2 22.05.21 221 19 13쪽
9 3편 개인교습(2) +2 22.05.20 223 18 14쪽
8 3편 개인교습(1) 22.05.19 258 20 15쪽
7 2편 검투사의 삶(3) +4 22.05.18 274 27 16쪽
6 2편 검투사의 삶(2) +1 22.05.17 323 23 12쪽
5 2편 검투사의 삶(1) +2 22.05.16 312 25 17쪽
4 1편 노예 검투사(3) +1 22.05.13 342 25 13쪽
3 1편 노예 검투사(2) 22.05.12 404 25 14쪽
2 1편 노예 검투사(1) +1 22.05.11 527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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