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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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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7.05 06: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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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258,918

작성
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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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협상의 달인

DUMMY

C급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은 널널한 일상을 보냈다.

소파에 늘어지거나 침대를 뒹굴거리며 시스템창을 띄워 놓고 영상을 보거나 공부를 했다.

스킬에 관한 공부도 좀 했는데, 클래스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와아··· 이건 완전 사긴데?”


고위 마법사들은 짧은 거리지만 순간 이동을 한다.


“점멸··· 이라고?”


전사는 돌진을.

암살자는 은신을 한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그런 게 꼭 필요한가 싶다.

단순한 걸 괜히 복잡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그냥 빠르게 움직이면 되잖아.”


사실 스킬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면허상으로 나는 아직까지 직업이 없었다.

스킬 중에는···


――――――――――――――――――――――

돌진: 전사 전용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코앞으로 이동합니다.

깜짝 놀란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사라면 무조건 탑재해야 할 국민 스킬입니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돌진 거리가 늘어납니다.


요구 수치: A

마나 소모: 5%

지속 시간: -

쿨다운: 10초

――――――――――――――――――――――


이처럼 직업 전용 스킬들이 대부분.


“휴···”


검사의 스킬 중에는···


――――――――――――――――――――――

연속 베기: 검사 전용


최소 두 번, 최대 열 번까지 베기가 중첩됩니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중첩 횟수가 늘어납니다.


요구 수치: A

마나 소모: 5%

지속 시간: -

쿨다운: 1분

――――――――――――――――――――――


이런 게 있었다.


쓸모없다.

그냥 열 번 빨리 베면 되잖아.

게다가 주로 가는 C급 던전에서는 두 번 베는 경우조차 극히 드물었다.


“하암···”


하품이 나온다.


“됐다, 됐어.”


그러고 시스템창을 띄운 채로 침대에 늘어져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사브리나나 웡 말고는 올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읭?”


문 뒤로 고개를 내민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레미.”

“사지마씨, 오랜만이에요! 어휴, 안에 들어오느라 애먹었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 웬일이에요?”

“뭐야. 별로 반갑지 않은 표정인데?”

“아니에요··· 그냥 갑작스러워서.”

“연락 못 받았어요? 피디님이 촬영 재개한다던데.”

“에에?”


금시초문이었다.


“이따 저녁에 여기서 보기로 했어요.”


뭐야, 제멋대로.

방 주인한테는 말하지도 않고···


레미의 말이 사실이었다.

저녁 즈음 베르폰트가 도착한 것.


“형한테 얘기 들었어요. 정식으로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신 것 축하합니다. 그리고··· C급 각성자가 되셨다는 것도요.”


흠, 총장이 입을 털었군.


베르폰트가 말을 이었다.


“하던 촬영은 마무리해야죠. 콘텐츠가 마땅치 않아서 중단했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때가 온 것 같고요. 그럼···”


베르폰트는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내가 자신의 촬영에 협조하는 것이 기정사실인 양.


“싫은데요.” 내가 말했다.

“흠,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 할 수 없죠.”


베르폰트는 시스템창으로 계약서를 띄웠다.

그중 조항 하나를 확대했다.


――――――――――――――――――――――

하나. 을은 해당 프로그램이 종결될 때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갑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


나는 시스템창을 보며 턱을 만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베르폰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특별한 이유요? 뭡니까. 말씀해 보세요.”


나는 시스템창을 열었다.


――――――――――――――――――――――

제 ■조. 헌터로 등록된 종은 헌터 업무를 가장 우선으로 할 의무를 가진다.

――――――――――――――――――――――


내가 연 것은 헌법이었다.

22층에서 가장 강력한 법률.

헌터 법률.


자, 어떠냐 베르폰트.

예상 대로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깃들었다.


나는 일부러 조금 틈을 두었다가 말했다.


“협조할게요. 단, 조건이 있어요.”


내가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내게 지시하지 말 것.

그리고 촬영 일정에 맞춰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스케줄에 맞춰 움직일 것.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 블루박스 영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큰돈을 부가적으로 벌게 되었다.


사실 돈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베르폰트가 돈에 관해서는 관대하므로.

지금껏 봐 온 모습을 생각하면 그는 돈을 물 쓰듯 한다.

궁금했다.

그가 내게 어디까지 돈을 쓸 수 있나.


“그쪽에서 한번 제안해 보세요.”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말했다.

보험 영업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베르폰트는 잠시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시스템창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눈치 싸움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하루 20만.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 금액입니다. 참고로 이건 22층 최고 톱스타들이 받는 액수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욕심이 더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 금액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좋습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대신에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음?


“말씀하세요.”

“대금 지불은 블루박스 영상에서 유효한 콘텐츠가 있을 때만 하겠습니다.”


오호라, 짱구를 굴리시겠다.


나는 생각했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거절합니다.”

“예?”

“거절한다구요. 콘텐츠가 있든 없든, 그건 그쪽 사정이죠. 콘텐츠가 없다고 해서 내가 블루박스를 제공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이거 내 사생활이라구요.”


베르폰트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알겠습니다. 말씀 대로 지급하겠습니다.”


짜식.

이렇게 간단히 꼬리를 내릴 거면서.


베르폰트가 방을 나서고 나서도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이것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여우새끼.”


처음부터 베르폰트는 돈을 지급할 생각이었다.

소위 한번 ‘떠본’ 것.

다행히 그의 세 치 혀에 말려들진 않았지만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분했다.

두고 보자, 이 쪼꼬미···


*


그전 촬영 때처럼 베르폰트는 아카데미에 머물지 않았다.


C급 던전을 보름째 공략할 즈음 웡이 희소식을 전했다.

서른 번에 열다섯 번이니 C급 던전만 마흔다섯 번째였다.


“됐어요! 이제 B급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아요!”


웡의 말에 사브리나가 그녀를 껴안았다.


“꺄아! 축하해요! 아니, 잘 됐어요!”


방방 뛰는 둘을 보니 나 역시 흐뭇했다.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 말을 하는 웡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불길한데···


“사일런스 우드에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허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일행 모두가 뱀에 삼켜지고, 하지마에게 빙의를 당한 끝에 겨우 살아남았던 악몽.

벌써 두 달 넘게 지난 일이었지만 그 사건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명치가 답답해졌다.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어요.”

“다른 방법은 뭔데요?” 사브리나가 물었다.

“탈것을 구매하는 거예요.”


웡이 말하는 것은 음속 탈것이었다.


시스템창을 뒤져 보니 음속 바이크가 매물이 가장 많았는데, 문제는···


“캑!”


우리 셋의 탈것 가격이 1지구 20평형 집 한 채 가격이었던 것이다.

음속 바이크 한 대가 무려 100만 골드!

탈것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가격은 급격히 올라갔다.

100만이면 그나마 저렴한 탈것이었다.


“중고는 없나요?” 내가 물었다.

“중고도 있어요. 요기 보시면···”


웡이 시스템창을 띄웠다.


“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바이크를 각각 구매기에는 아무래도 여력이 없어서 대안을 찾은 것이 중고차였다.

중고차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완전 고물처럼 보이는 것도 100만에 육박했으니.

그럼에도 각각 중고 바이크를 구매하면 적어도 200만이 드는 것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확실히 싸긴 싸네요. 그런데 저거 굴러가긴 하는 거겠죠?”


사브리나와 웡이 동시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의논 끝에 100만 수준의 음속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각각 34만씩 내고, 남은 돈은 공금 계좌를 터서 거기에 넣었다.


“됐어요! 이미 결정 난 거니까 갑시다!”


우리는 중고차 딜러를 카페테리아로 불렀다.

안 온다고 하는 것을 바짓단을 붙잡고 늘어지다시피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고객인데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드네요!”


사브리나가 툴툴거렸다.


우리는 음료를 마시며 딜러를 기다렸는데, 그는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어휴, 차가 막혀서요.”


차가 막히긴 쥐뿔···


“뭐 타고 오셨는데요?”

“아, 음속 열차를··· 그건 됐고, 시간 없으니 얼른 거래나 마무리하죠.”


중고차 딜러는 뾰족한 귀를 까딱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저쪽이 좋겠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카페테리아 밖으로 나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헉! 사브리나가 이렇게 험한 말을 입에 담다니,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저 딜러 놈의 태도를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딜러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우와···”


그렇게 큰 인벤토리는 처음이었다.

딜러는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끼힝힝힝힝, 끼리리리릭!


커다란 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양, 시동을 거는 소리가 요란했다.


“저거 아무래도 불량품 같은데요.”


그런 웡의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바로 시동이 걸렸다.


달달달달···


“타시죠.”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딜러가 손짓했다.


내가 조수석, 두 여인이 뒷좌석에 탔다.


언덕에서 두어 번, 시동이 꺼졌다.


“하하, 저도 이런 고물··· 아니, 이런 클래식한 녀석은 오랜만이라서요.”


딜러가 핸들을 텅텅, 때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사브리나가 웡에게 건네는 귓속말이 들려왔다.


타랄, 탈탈탈탈···


숙소 언덕을 내려와 몇 번의 높고 낮은 언덕을 넘는 힘겨운 여정을 끝낸 녀석이 노인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앞으로 적갈색 필드가 펼쳐져 있었다.


씨익.


중고차 딜러가 웃는다.

아직 우리는 그 웃음의 의미를 몰랐다.


“자, 다들 안전벨트 단단히 맸죠?”

“네?”


나는 그제야 안전벨트를 맸고, 뒤의 두 여인은 맨 안전벨트를 확인했다.


“어, 여기 안전벨트가···”


쿠와아아아앙!


웡의 목소리가 굉음에 묻혔다.


“흐읍!”


몸이 뒤로 쏠리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사이드 미러에 서 있던 산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오와아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했다.


중고차는 우물을 지나, 사일런스 우드를 우회해 쭉쭉 잘도 뻗어 나갔다.


“이 근처예요. 오와··· 이렇게 간단히··· 오오···”


웡이 말한 것은 B급 던전의 위치였다.

1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고작 십여 분만에 주파했다.


딜러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었다.


차가 완전히 멈춰 선 뒤 딜러가 물었다.


“어때요? 구매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딜러의 이마가 항성빛에 반들거렸다.

딜러의 얼굴이 달라 보였다.

왠지, 잘생겨 보이는데··· 착각이겠지?


구매는 만장일치였다.


100만 골드가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를 매일 같이 B급 던전에 데려다 줄 중고차에 조금은 반해 있었다.

찌그러지고,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데다 범퍼도 조금 내려앉았지만 상관없었다.

성능 하나는 확실했으므로.


“이름을 지어 주면 어때요?”


사브리나가 제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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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53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58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56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59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6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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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78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79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92 2 12쪽
29 메타포 24.06.08 86 1 12쪽
28 퇴출 24.06.07 97 2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113 1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112 2 12쪽
25 네임드 24.06.04 126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44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58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82 1 12쪽
21 각성자 테스트 (1) 24.05.31 21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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