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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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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7.08 06: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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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2
추천수 :
65
글자수 :
265,282

작성
24.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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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나가 없는 세계

DUMMY

우리 셋은 다시 소닉을 타고 B급 메타포를 찾아나섰다.


신성 부적의 효과는 확실했다.

B급 공략을 끝낸 뒤에도, 그 후로도 역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고작 1,000골드짜리 부적이 이렇게 큰 효과를 내다니, 믿기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각자 인벤토리에 10장씩 쟁여 놓죠!” 내가 외쳤다.


스무 장이면 2만 골드.

공금 계좌에서 인출해서 구매했다.


이후 거칠 것 없는 B급 던전행이 나날이 이어졌다.


*


부적을 쟁여 놓길 잘했다.

B급 던전에서는 구울, 좀비 출몰이 잦았다.

이놈들은 기본적으로 그 수가 많다.


일단 최초로 나를 발견한 녀석이 포효하며 달려들면.


“꾸웨에에에에!”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영향을 받아 함께 달려든다.

금세 세 마리, 여덟 마리, 열다섯 마리가 되는 것이다.


슥(삭)!


쇽(삭)!


내 검격에 이미징 베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내가 한 번 검을 휘두르면 두 번이.


슥삭(쇽삭)!


두 번을 휘두르면 네 번이 나가는 것이다.


“하하하핫!”


구울, 좀비 녀석들이 역겹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신성 부적 덕분에 속은 괜찮았다.

속이 괜찮으니 이미징 베기도 곧잘 나갔다.


“후우··· 후우···”


실컷 검을 휘두르는 동안 리듬감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마흔 마리쯤 잡았나?


“저 녀석이 마지막인 것 같아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사브리나가 말했다.


비틀거리며 헤매는 구울 한 마리가 보였다.

나는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그으으··· 죽여···”


음?

뭐지, 말을 한 건가.

나는 들어올렸던 검을 내렸다.


“너. 뭐야? 말을 할 줄 알아?”

“죽여··· 줘.”


녀석은 다른 구울과 달랐다.

나를 보고도 공격하지도 않았다.


털썩!


급기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건 또 무슨 경우냐.


뒤에 있던 사브리나가 나를 지나쳐 갔다.


“어어, 잠깐만···”


푸학!


자비 없는 일격이었다.


파스스···


띵!


*


어젯밤, 참지 못한 나는 하지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여즘 소식이 없어욥? 무슨 일 있어욥?


아으···

나는 언제쯤 시스템 메시지에 제대로 된 말을 쓸 수 있는 걸까.


답장은 없었다.


나는 여느 날처럼 사브리나, 웡과 함께 아점을 먹고, B급 던전에 다녀오고, 회의를 했다.


산책을 했고, 오늘은 러닝도 처음 해 보았지만···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지루하다···


믿기 어려웠지만, 보험쟁이 시절 느꼈던 권태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는 아카데미 숙소 근처를 달리다가 제자리에 서서 외쳤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나를 쳐다본다.


“죄송합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다.


털썩!


나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침대까지 가는 것조차 귀찮았다.


“뭐가 문제지···”


조금 늘어져 있다 보니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꾸벅꾸벅.


어느새 졸고 있다.


소파에 축 늘어져 자다가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우당탕!


소파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으으···”


나를 향해 뻗은 손.

나는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입니다.”


하지마였다.


우리는 소파에 마주앉아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호록, 호로록.


하지마가 믹스커피를 마신다니, 신기했다.

그것도 맛있게.


“그래, 던전 공략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네··· 덕분에요. 그럭저럭···”


하지마가 내 얼굴을 본다.


“수심이 있어 보이는데.”


헉, 들켰다.


“그게··· B급을 공략하다 보니 조금 현타가 와서요.”


쿡쿡.


하지마가 낮게 웃었다.


“스마트폰은요. 사용하지 않고 있나요?”

“한 번이요. 딱 한 번만 사용한 뒤로 쓰지 않았어요.”

“흠···”


하지마는 베일을 살짝 걷어서 커피를 마셨지만, 귀찮았는지 이내 왕관을 벗어서 옆에 두었다.


“어어···”


그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이 보였다.


분명 나와 닮은 얼굴인데 광이 났다.

아니, 빛이 난다.

턱선도 나보다 훨씬 또렷한 것 같고, 눈썹은 진하고 매서웠다.

머리카락도 나보다 훨씬 거뭇한 듯한···

지난번에 바깥 세상에 다녀온 직후와 확연히 달라졌다.


“그곳에는 마나가 없어요.” 하지마가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인지···”

“말 그대로예요. 그저 잠깐, 바깥 세계에 있었을 뿐인데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었어요. 숨쉬기조차 어려웠죠. 하지만 동시에 다른 것도 느꼈습니다.”

“다른··· 거요?”

“네. 이걸 뭐라고 해야 할는지···”


나는 잠자코 그의 말을 기다렸다.


“향수.”

“향수···”


나는 그의 말을 멍청하게 따라했다.

뿌리는 향수는 아닐 테고.

그리움··· 같은 건가?


나는 그러한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그리운 감정이라는 것은 몹시 낯선 것이었다.


“지금이 가장 좋은데···”


중얼거리는데 순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울게 한 여인.

스마트폰에 무수히 쌓인 이미지, 그리고 동영상에 이따금 등장하는 여인.

지금도 여인을 생각을 하니 가슴 한 켠이 아릿하다.


“뭔가 기억났나 보군요.” 하지마가 말했다.

“스마트폰 때문에요.”


나도 모르게 말하긴 했지만, 이 얘기를 하지마한테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했다.


아니, 이 얘기를 하지마한테 안 하면 누구한테 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검정 스마트폰의 존재를 아는 것은 하지마와 내가 유일하다.


“거기에 낯선 인간들이 나오는데, 그중에 한 여인. 그 여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내 말을 들은 하지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비슷하군요. 저도 스마트폰의 등장인물이 익숙합니다. 그녀가 당신의 스마트폰 인물과 같은 사람인 줄은 모르겠지만요. 스마트폰이 어떻게 제작된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예측할 뿐이지요.”

“그 예측이라는 거··· 들어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마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다른 세상의 기억이다.

그 기억이 어떻게 마나로 치환될 수 있는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마는 다음을 기약하며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뒤에 검정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에 깊게 잠겨 있었다.


“사지마씨?”


사브리나가 오기 전까지.

문 옆으로 고개를 내민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향수···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지마가 꺼냈던 단어가 떠오른다.

내가 22층에 존재한 뒤로 가장 큰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인물은 한 여자였다.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엘프.


나의 눈은 기억한다.

그녀의 가늘고 긴, 금발의 화사한 머리카락과 구슬처럼 파란 눈동자를.

코와 입매, 그 모두를 담은 얼굴선을 기억한다.

무엇보다 올망졸망한 얼굴이 만들어 내는 온화한 미소를.


“좋아합니다···”

“응? 뭐라구요?”


헉!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아, 아닙니다! 얼른 저녁 먹으러 가요.”


나는 허둥지둥 말을 얼버무렸다.


*


다음날이 되자 확실해진 사실이 하나 있었다.


스마트폰.


나는 쥐고 있던 검정 스마트폰을 자물쇠가 담긴 상자에 넣었다.

그런 뒤 인벤토리 구석에다 짱박았다.


절대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와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다른 세계라는 것을 믿지는 않았지만 직감 같은 것이 강하게 발동했다.


일단은.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강해진다.


‘다음 한계점은 언제쯤 돌파할 수 있을까요?’ 나는 물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겠군요.’


지금은 아니다라.

그럼 언제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진 존재.


나는 사브리나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똑똑똑.


‘네, 나가요!’


그녀의 방 문이 열린다.


“갑시다.”


잡생각은 없다.

지금 상황에 최대한 집중한다.


*


서른 번째 B급 던전 클리어.


“꺄아!”


사브리나가 함성을 지르며 나를 얼싸안았다.

나도 그녀를 꼭 껴안았다.


“좋았어!”


그 즈음의 나는 조금 다른 헌터가 되어 있었다.

나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사브리나도 몇몇 스킬을 익혔고, 수많은 전투 경험이 생긴 탱커가 되었다.

우리는 단순한 팀이었다.

탱커와 딜러.

하지만 내 공격은 어떤 딜러보다 빠르고 날카로웠고, 사브리나의 방어는 거산처럼 든든했다.


B급 던전을 서른 번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많게는 두 번을 클리어하면서 총 열흘 가까이 단축했다.

D급 던전과 C급, B급 클리어 경험을 합하면 100회가 훌쩍 넘었다.


이제 A급 던전을 준비할 차례다.


하나 의문이 있었다.

하지마가 나를 각성시켜 준 직후는 고작 C급에 달하는 마나 수치였다.

테스트실에서 확인해 본 결과, 여전히 나는 C급 각성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B급 던전을 이렇게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던 걸까.

돌아보니 이상하다.

이상해도 많이 이상해!

으윽, 이것에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하지마뿐···


―저 궁그만 게 이써용.


시스템창에다 메시지는 남겨 놨다.

이건 답장이 오는 대로 물어봐야지.

그나저나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A급 던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사브리나와 나, 그리고 웡.

각각이 제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메타포의 에너지량을 면밀히 측정해야 해서 새로운 도구가 필요해요.”


웡에 따르면 에너지량 계산에 실패하는 경우, 심각한 경우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돈을 아낄 수는 없지.


“공금으로 사죠. 그런데 그 도구라는 거, 얼마죠?”


땋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우물쭈물하는 걸 보니 벌써부터 불안하다.


웡이 말했다.


“10만 골드요···”

“10만이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고작?

어휴···

괜히 쫄았네.


“사요, 사. 우리가 B급 돌면서 번 돈이 얼만데.”


웡은 바로 해당 아이템을 구매했다.


사브리나는 아이템과 스킬을 손보았고, 나는 간단히 아이템만 점검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자, 갑시다.” 내가 말했다.


소닉을 타고 A급 던전을 향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C급 주제에 A급 던전에 도전한다니, 뭇 각성자가 들으면 코웃음 칠 일이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믿었다.

그 믿음은 함께한 시간에서 오는 것이리라.


메타포는 숙소에서 300km가량 떨어진 필드에 있었다.

메타포를 증폭해 포탈을 여는 동안 사브리나와 나는 웡을 빈틈없이 경호했다.


“됐어요. 예상보다 조금 높은 측정치를 가진 던전이 나왔는데···”

“괜찮습니다.”


웡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대답했다.


자신 있었다.

A급 던전에 대한 스터디도 충분했고, 다른 준비도 제법 철저히 했으므로.

무엇보다 이제 이미징 베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사브리나와 나는 포탈을 지났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어어? 어디있어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저, 여기요.”


서로의 목소리만으로 방향을 가늠해야 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어쩌죠?” 사브리나가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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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45 0 13쪽
41 GIFT 24.06.24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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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56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61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58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61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69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73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7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81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82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98 2 12쪽
29 메타포 24.06.08 90 1 12쪽
28 퇴출 24.06.07 100 2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117 1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116 2 12쪽
25 네임드 24.06.04 130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52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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