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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꿈꾸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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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5.15 19:37
최근연재일 :
2024.07.08 06: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9,807
추천수 :
65
글자수 :
265,282

작성
24.07.05 06:0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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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망령의 왕 (1)

DUMMY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어쩌죠?” 사브리나가 물었다.


A급 던전의 배경을 경우의 수로 놓고 본다면, 확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해서.

A급부터는 유연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어떤 공략 영상에서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닥치니 그 말이 쉽게 와 닿았다.

물론 이 말은 B급 이하 던전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지만, 돌이켜 보면 유연함이라는 단어가 필요할 만큼의 난이도가 아니었다.


“안개라···” 나는 중얼거렸다.


안개 속에서 사브리나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그녀는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며 시야를 점검했다.


“이거 이래선 위험하겠는데요.”

“네. 볼 수 있는 게 고작 서너 걸음이네요.”

“잠시만요.”


그렇게 말한 뒤 다시금 사브리나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지마씨! 제가 스킬을 한번 써 볼게요!”


사브리나가 외치고 곧 주변으로 빛이 번졌다.


“오오오···”


감탄도 잠시 귀를 찌르는 비명이 들려왔다.


끼야아아아아아!


핑···


소름끼치는 소리에 골이 울렸다.


“윽!”


어랏.


방금 허공에서 붉은 점 두 개가 깜빡거리는 게 보였다.


끼야아아아아!


깜빡.


“후우···”


소리 외에 별다른 위협은 없는 것 같다.


“사브리나! 괜찮아요?” 내가 외쳤다.


···


대답이 없다.

어느새 사브리나의 스킬이 무효화 된 모양인지, 다시금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후···”


마음을 가다듬고 사브리나가 있던 자리를 가늠했다.


“이쯤 이었던 것 같은데···”


중얼거리는데 안개 속에서 방패가 불쑥 튀어나왔다.


“으윽!”


가까스로 몸을 틀어 방패를 피했다.


실수인가 싶었는데, 되짚어 보니 공격이었다.

사브리나가 나를 공격했다!


“사브리나! 정신 차려요!”


소리쳤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까 비명 소리가 사브리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부웅-


다시 안개 속에서 방패가 튀어나왔다.


샥.


피하기 어려운 공격은 아니었다.

다만 그 대상이 사브리나라는 게 문제였다.

방패를 피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시 방패 공격이 날아온다.


휘익, 텁.


이번에는 방패를 양손으로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반동에 사브리나가 끌려오며 넘어졌다.


털썩!


“음?”


안개가 걷히며 시야가 넓어졌다.

그런데.


“크르르···”


사브리나가 이상한 동물 울음소리를 냈다.


“저기, 사브리나. 괜찮아요?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빛난다.


“크아아악!”


언제 꺼냈는지 사브리나의 손에는 롱소드가 들려 있었다.


텅!


나는 그녀에게 빼앗은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텅! 텅! 텅!


위력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역시나 난감하다.

사브리나를 공격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나는 마법사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시간이 약이었다.


어느 순간, 사브리나가 멍하게 서 있었다.


“사브리나, 정신 차려요!”


내가 소리치자 그녀가 이쪽을 쳐다봤다.


“엉?”


얼빠진 표정.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

사브리나 옆으로 떠 있는 반투명한 형체.


나는 곧장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와락!


그녀를 안고 함께 굴렀다.


“스킬! 정신계 방어 스킬 같은 거 없어요?”


다가오는 형체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부웅!


하지만 방패는 그대로 형체를 통과했다.

난감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이라곤 물리 공격뿐이니.

유령을 상대하는 방법 따윈 모른다.


내가 위협이 되지 않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형체가 내게로 쇄도했다.


“흐읍!”


이번 타깃은 나였다.

순간 내가 녀석에게 지배당하면 간단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머리에 스쳤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눈앞에 어둠이 펼쳐졌다.

이곳에 오래 머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울림.


사브리나가 나를 공격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다.

행여라도 내가 그녀를 공격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크윽!”


나는 검집에서 마법사의 검을 꺼냈다.

뭐라도 해야 했기에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부웅-


한 번, 두 번···


몇 번이고 거듭해서 검을 휘둘렀는데.


“음?”


그러던 중.

미묘하지만 검 끝에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미묘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연거푸 검을 휘둘렀다.


그러던 중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마법.”


마법사의 검은 내가 가진 마력을 억누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검을 스왑했다.


롱소드를 휘둘렀다.


치이익!


검 끝에서 살짝 불길이 치솟았다.

그 조그만 불길에 순간 순간 검은 그림자가 스치는 게 보였다.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좋았어!”


나는 그림자를 향해 달려들며 검을 내질렀다.


퍼엉!


“끼야아아아악!”


한 방이면 충분했던 것 같다.

순간 어둠이 걷히며 사야가 밝아졌다.


“물몸 주제에 까불었던 거야?”


멀리서 잘린 방패 위로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내민 사브리나가 보인다.


“사브리나!”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검을 집어넣고 조심조심 그리로 다가갔다.


“왜 그래요?”


그녀의 눈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괜찮아요. 처치했어요.”

“아···”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사브리나의 말에 따르면 내가 혈안이 되어 자신을 공격했다고 한다.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 내 공격은 무지막지 하지.

적잖이 놀란 듯했다.

부서진 방패가 당시 상황을 대변했다.


“미안해요···”

“아니에요. 지마씨보다 내가 먼저 놈한테 당했잖아요.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그나저나 이런 녀석이 몇 마리나 더 나올까요? 저, 사지마씨가 빙의되면 공격을 제대로 막아 낼 자신이 없는데··· 방패도 부서졌구요.”

“던전에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시스템창을 좀 찾아보면 어때요?”

“오···”


좋은 아이디어였다.


A급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많지만, 일단 몬스터의 특성을 시스템에 넣으면 해당 몬스터가 무엇인지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찾았어요!”


우리가 상대했던 건 안개 유령이었다.


――――――――――――――――――――――

안개 유령: B급 이상.


정신계 스킬을 주로 사용하는 몬스터.

안개 유령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유령의 눈 색깔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됩니다.

――――――――――――――――――――――


붉은 눈.


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가 만난 안개 유령은 아주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사브리나와 나는 머리를 싸맸다.

얼마간 그러던 중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브리나. 이건 어때요?”

“네?”

“빙의 대상이 무조건 제가 되게 하는 거예요.”

“어떻게요?”

“봐요.”


나는 주변을 가리켰다.

우리가 안개 유령을 처치한 반경 200미터쯤은 여전히 안개가 걷혀 있었다.


“저 혼자 안개 속으로 들어갈게요.”

“호오?”

“사브리나는 안개가 걷힌 안전지대에서 저랑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1분. 어떻게 하든 죽을 힘을 다해서 최대 1분만 견뎌요.”

“1분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빙의되었을 때는 평소 사지마씨와는 움직임이 조금 달랐어요. 뭐랄까, 좀 막무가내랄까. 이미징 베기를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오케이.”


됐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브리나는 종잇장처럼 커팅된 방패를 들고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롱소드를 들고 안개를 향해 걸어갔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예상 대로였다.

우리가 생각한 공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안개 유령을 열 마리쯤 처치하니 자욱한 안개가 걷히며 주변 풍경이 드러났다.

우리가 지나온 곳은 폐허가 시골 마을이었다.

곳곳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밭이 보였다.

밭에는 이따금 종을 알 수 없는 허연 해골이 묻혀 있었다.


“여기도 B급에서처럼 무작정 몬스터를 처치하다 보면 클리어되는 걸까요?”


얼마간 언덕을 오르던 중에 사브리나가 물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내가 말하며 언덕 위쪽을 가리켰다.

내가 가리킨 그곳에 시커먼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 안에는 앞서 상대했던 안개 유령보다는 센 녀석이 있을 것 같군요.”


우리는 다시금 시스템창을 열어 공략을 의논했다.


얼마간 의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안개 유령 때처럼, 나 혼자 검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


“파이팅!” 사브리나가 외쳤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막상 검은 안개에 가까이 다가오니 조금은 겁이 났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막상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사브리나가 이쪽을 보고 있다.

내게 손을 흔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좋아.”


나는 자욱한 검은 안개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비석들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안개가 일종의 장막처럼 기능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부서진 비석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파직! 파직!


방금 내가 지나온 곳을 비롯해 비석들이 세워진 묘지를 제외한 곳들은 암흑에 휩싸인 채 사납게 스파크가 일었다.

마치 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무대 같았다.

안개 유령 때보다 분위기가 한결 무겁다.


꿀꺽.


나는 겨우 목 뒤로 침을 넘겼다.


한 손에는 롱소드, 다른 한 손에는 마법사의 검을 쥐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심스레 나아갔다.


넓게 펼쳐진 비석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나는 홀린 듯이 그리로 다가갔다.


어느 순간 소리가 들렸다.


고오오오오···


음울하고 소름 돋는 소리.

소리와 함께 금이 간 커다란 비석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꾸물럭꾸물럭 형태를 빚는다.


“시작되는 건가.”


마침내 빚어진 형상은 기괴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해골이 둥둥 떠 있었고, 몸에는 너절한 망또를 둘렀다.

발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망또가 휘날린다.


크르르르르···


웃는 건지, 화가 난 건지 분간하지 못할 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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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망령의 왕 (2) NEW 10시간 전 10 0 14쪽
» 망령의 왕 (1) 24.07.05 14 0 11쪽
49 마나가 없는 세계 24.07.04 20 0 11쪽
48 역겨워! 24.07.03 23 0 11쪽
47 협상의 달인 24.07.02 29 0 12쪽
46 생각으로 상대를 베는 기술 24.07.01 29 0 11쪽
45 안 벴는데··· 벤다? 24.06.28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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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24.06.25 45 0 13쪽
41 GIFT 24.06.24 45 0 11쪽
40 폭발하는 검격 (2) 24.06.21 52 1 12쪽
39 폭발하는 검격 (1) 24.06.20 56 0 12쪽
38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다. 24.06.19 60 0 12쪽
37 사일런스 우드 (2) 24.06.18 58 0 11쪽
36 사일런스 우드 (1) 24.06.17 61 2 10쪽
35 한계 돌파! 24.06.14 69 0 13쪽
34 불편한 계약 24.06.13 73 1 12쪽
33 더치페이 24.06.12 76 0 12쪽
32 말할 수 없는 비밀 (2) 24.06.11 81 1 12쪽
31 말할 수 없는 비밀 (1) 24.06.10 82 0 12쪽
30 안전제일! 24.06.09 98 2 12쪽
29 메타포 24.06.08 90 1 12쪽
28 퇴출 24.06.07 100 2 12쪽
27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4.06.06 117 1 14쪽
26 구사일생 24.06.05 116 2 12쪽
25 네임드 24.06.04 130 2 11쪽
24 인스턴스 던전 24.06.03 152 1 11쪽
23 쌍둥이 형제 24.06.02 161 1 11쪽
22 각성자 테스트 (2) 24.06.01 1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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