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플레이아데스 - 벨레로폰 납치 사건 3
카지노 맨 꼭대기 층에 있는 귀빈실.
“ 서로 바쁜 사람들끼리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환전하고 끝내죠!!! “
천문학적인 돈을 딴 헨리는 시종 거만한 자세로 누군가를 마주보고 있었다. 헨리 맞은편에는 인간보다 1.5배 더 큰 체격을 가진 거인족이 앉아 있었다.
거인족의 두 눈은 황소의 눈알처럼 크고 부리부리했다. 눈썹은 숯검정처럼 짙었으며, 선이 굵고 높은 콧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둥근 콧방울, 두툼한 입술과 적당히 각이 진 이마와 턱선 등.
전체적인 인상은 미술실 아그리파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얼굴이었다.
“ 샤이쿼라고 했나? “
헨리 앞에 앉아 있는 거인은 처음부터 하대하기 시작했다.
헨리 입장에서는 초면에 반말을 쳐 날리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샤이쿼에게 거인족과 인간들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기에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난 연방경찰국에서 국장직을 맞고 있는 미칼이라고 하네··· “
미칼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들은 헨리의 얼굴에는 의외라는 감정이 흘러나왔다.
연방 경찰 국장과 카지노는 쉽게 연관이 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부패한 경찰이 카지노의 뒷배를 봐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 아~ 오해하지 말게. 이곳은 왕국에서 허가해 준 합법적인 장소니까··· 우리 미칼 가(家)는 대대로 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지. “
미칼을 헨리의 감정을 읽었는지 서둘러 설명을 하고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리고는 만면에 미소를 드리우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 이곳은 전전대 국왕께서 당시 미칼 가의 가주셨던 카림 올리아스 미칼에게 하사하신 곳이지. 당시에는 지역의 작은 카지노에 불과했는데, 카림 할아버지께서 지금처럼 최고의 카지노로 키워내셨지. “
“ 카지노를 즐겨보니 어떻던가? 자랑은 아니지만 이만한 규모의 카지노는 이곳이 유일하다네. 자네만 좋다면 한 얼마든지 이곳에 머물며 즐기도록 하게나. 숙박비와 식사비같은 것은 걱정하지 말고··· “
미칼은 카지노를 자랑하며 선심 쓰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메이슨 가문의 차남인 헨리에게는 그저 그런 카지노 중 하나일 뿐, 특별히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더이상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 그는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고 또다시 고개를 까닥였다.
“ 허허. 말수가 무척이나 적은 친구로군. “
미칼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자 입맛을 다시고는 다른 이야기를 넘어갔다.
“ 근데 자네 사냥꾼이라고 하던데, 사냥보다는 카드 솜씨가 더 좋은 것 같아. 하하 “
“ 내가 좀 조사해보니, 이번 달은 할당량도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하더군. “
“ 이대로라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자칫 잘못하면 사냥꾼 지위를 잃을 수도 있겠구만. “
미칼의 얼굴에 음흉하고 비열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사설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원하는 것이 많다는 것, 미칼의 구역질 나는 얼굴에서 그의 탐욕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이 새끼가 어디서 수작질을 부려···. ‘
헨리는 미칼의 수작이 뻔히 보였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압력을 가하고 상대가 자신의 권리를 자진해서 포기하게 하는 치졸한 수법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사냥꾼의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이야기였다.
“ 아 이거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칼을 향해 정중하게 목례를 올렸다.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미칼은 서둘러 헨리를 자리에 앉혔다.
“ 그럴 필요 없네. 어서 자리에 앉게. 우리 사이에 무슨 예를 갖춘다고··· 하하하 “
‘ 이 새끼야.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
헨리는 육성으로 욕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잘 참아내고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 나중에 적당한 시간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
“ 그러게. 내 언제나 환영하지··· 바쁠 텐데 이만 가 보게나··· “
분위기가 무르익자 미칼은 사람 좋은 얼굴로 헨리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물론 헨리가 정당하게(?) 도박해서 딴 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말이다.
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헨리였지만, 당당하게 외쳤다.
“ 네. 그런데 환전은 해주셔야겠는데요··· “
“ 지금 뭐라고 했나?? “
“ 좀 전에 제가 정당하게 딴 게임 돈을 환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
미칼의 이마에 굵은 주름이 패었다. 헨리를 빤히 노려보았다.
그는 ‘이 새끼 바보인가?’하는 표정으로 헨리를 노려보았지만, 생긋생긋 웃고 있는 헨리를 보자 자신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죽고 싶은 건가? 좋은 말로 이야기하니까 내 말을 이해할 수가 없나 보지? “
“ 역시 미개한 인간은 어쩔 수가 없나 보군. “
“ 지금이라도 조용히 나가면, 앞으로 자네의 곤란한 일 한번은 처리해 줄 테니 그리 알고 빨리 꺼지게. “
미칼은 적당한 타협안을 헨리에게 제시했다.
돈을 포기하고 자신을 뒷배로 두라는 이야기였다. 연방경찰국은 인간들에게는 지옥의 화신과 같은 존재였다. 인간에 대한 모든 형벌은 연방경찰국에서 집행하며, 인간의 생사를 한마디로 결정하는 막강한 권력 집단이었다.
만약 생전의 샤이쿼였다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샤이쿼로 위장한 헨리였다. 그에게 미칼의 뒷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뒷배는 이미 찬희라는 아주 미친놈이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 너야말로 좋은 말로 할 때 형 말 들어라. 이 잣 같은 인상파 새끼야··· “
“ 이 놈이 쳐 돌았니?? 그리고 인상파 그건 뭐야?? “
“ 그건 알 것 없고 돈이나 내놔··· “
헨리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찬희의 모든 것을 닮아가고 있는 헨리는 자신의 것을 날로 먹으려는 미칼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헨리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미칼의 미간에 니킥을 꽂아 넣었다.
빡.
크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칼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 잣도 아닌 새끼가 까불고 있어. “
“ 뒤지려고? “
샤이쿼가 살아 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이 모든 사단을 옆에서 지켜본 샤이쿼는 검은색 영체를 부르르 떨며 이런 미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헨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어쨌든 일을 벌어졌고, 이제 수습할 길은 이곳을 접수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 이 미친 새끼가? “
“ 죽여~ “
미칼을 옆에서 보좌하고 있던 카지노 관리인들이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헨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들은 모두 미칼의 수하에 있는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품속에서 손도끼나 대검 심지어 해머 따위를 꺼내 헨리를 향해 휘둘렀지만, 그런 것들은 강해진 헨리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영혼 정화를 통해 영혼들의 선천지기를 흡수한 그의 물리적인 능력은 보통 인간들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쇄도하며 들어오는 손도끼를 가볍게 피한 후, 상대의 인증에 잽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앞발을 뒤로 빼는 동시에 몸을 돌려 옆에서 다가오는 남자의 관자놀이에 훅을 날렸다.
헨리가 주먹을 뻗을 때마다 경쾌한 바람 소리가 났다.
눈으로는 좇을 수 없는 빠른 속도와 벽돌마저 산산조각낼 수 있는 놀라운 파괴력, 불과 며칠 만에 헨리는 눈에 띄게 강해져 있었다.
“ 슈슉~쓕~쓕~ “
“ 이거슨~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바라암을 가르는 소리재~~ ”
빠르고 날카로운 헨리의 주먹이 카지노 관리인들에게 어디 한군데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꽂혔고,바닥에는 수십 명의 관리인들이 나 뒹굴었다.
으으~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에 맞혀 헨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주먹질을 날려댔다.
“ 야~ 너 좀 크게 소리 질러··· 그리고 넌 소리를 좀 더 낮고 길게 뽑아내고~ 그리고 넌 음 안 떨어지게 주의하고··· 플랫 되지 않게... “
헨리는 쓰러져 있는 관리인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신음 소리를 직접 튜닝까지 하며 환장의 오케스트라 교향악을 완성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메리와 샤이쿼는 헨리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뭐 자신들도 정상은 아니었기에 애써 무시했다.
“ 하~ 창피하네··· 제대로 한 방 먹었어··· “
헨리가 환장의 교양곡을 완성하고 있을 때, 헨리의 일격에 바닥에 쓰러졌던 미칼이 정신을 차렸다.
두둑~
자리에서 일어난 미칼이 굳어있던 몸을 풀었다. 목을 좌우로 돌리고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그렇게 잠시 몸을 풀던 미칼의 몸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잉~
철컥철컥···
몸의 중심선인 척추를 따라 요란한 기계음을 내고 금속 장갑들이 나타나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아이언맨같은 모습으로 변한 미칼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헨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 자~잠깐, 중지··· 이거 반칙 아니야?? “
“ 갑자기 등에서 저런 게 튀어나와도 되는 거야? 근데 멋지긴 하다!! “
한눈에 봐도 멋진 아이언맨 같은 모습의 로봇 수트를 착용한 미칼을 향해 엄지 척을 시전하고는 헨리 또한 빠르게 대응 방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 눈에는 눈, 괴물엔 괴물 아니겠어··· “
미칼을 향해 치켜올린 엄지손가락은 어느새 가운뎃손가락으로 변해 있었다.
“ 마수 소환 “
왼손 약지에 낀 반지에서 환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헨리의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콰직~콰직~
머리 위로 떠오른 마법진에서 검은 번개가 번쩍이고 작은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검은 번개는 점점 자신들의 몸집을 키우더니 사방으로 쏟아지며 장막처럼 펼쳐졌다.
쿠구구···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 떠 있는 마법진이 갈라지고 한 마리 사나운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 쩌~적 “
지옥에서 부활한 마수가 균열로 발생한 틈을 찢고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마수는 온몸에 시뻘건 지옥의 겁화를 품고 있었다. 전반적인 모습은 고릴라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세 개였고 팔은 여섯 개가 달려 있었다.
쿠아아아~
모습을 드러낸 마수가 포효했다. 세 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괴성에 건물이 흔들렸다.
헨리와 미칼···
서로 최강의 패를 던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시뻘건 화염이 이글거리는 고릴라 괴수와 로봇 수트로 무장한 미칼이 맞붙었다.
콰앙~
둘의 충돌에서 기인한 충격파에 창문과 집안 집기가 산산조각이 났다.
힘과 힘의 대결.
마수와 로봇은 서로 깍지를 끼듯 맞잡고 힘 대결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로 간의 힘은 백중세였다. 철갑 장갑으로 무장한 미칼과 지옥의 겁화로 무장한 괴물 고릴라의 대결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팽팽했다. 하지만···
퍼퍼퍽~
팽팽했던 힘의 균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양손이 봉쇄된 미칼과는 달리 고릴라 괴수의 팔은 아직 네 개가 더 있었다. 남아 있는 팔과 주먹으로 미칼의 복부를 사정없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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