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니들 뭐하니?? 2
잠시 후, 16마리의 괴물들이 찬희에게 적의를 나타내며 이빨을 드러냈고, 가소로운 실소를 머금고 있던 찬희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 다 죽어 비틀어진 놈들을 믿고
그렇게 나댔던 거예요?? “
“ 어이구~~ 든든하시겠네요.. “
“ 빠가야로~!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
“ 이 빠가사리 새끼가 뭐래??
직접 나설 용기도 없어서
죽은 놈이나 대타로 내 보내는 새끼가.. “
“ 하여튼 쪽바리 새끼들,
얍삽한 건 종특이야.. 쯧! “
조롱 섞인 찬희의 비아냥에 잔뜩 모욕감을 느낀 사내는 16마리의 괴물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크아아.
괴물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찬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들은 강시나 좀비들처럼 움직임에 특별한 제약을 받거나, 느리다거나 하지 않았다.
공격 명령을 받은 순간, 두 눈에서 붉은 귀기가 흘러나오면서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찬희를 향해 돌진해 들어왔다.
스릉.
서슬 퍼런 카타나(일본도)가 차가운 소리를 내며 칼집에서 빠져나왔다.
16마리 중 가장 앞에 있던 괴물은 빠르게 움직여 다른 괴물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찬희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카타나를 빼어 들고 날카롭게 휘둘렀다.
붉은 귀기가 서려있는 카타나가 찬희의 몸을 횡으로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연이어 도달한 괴물들의 카타나가 사방에서 찬희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휙휙휙~~~
도합 16번의 칼질이 남긴 상처는 허공에 붉은 실선을 남겼고, 남겨진 붉은 실선을 따라 찬희의 몸도 16조각으로 나누어졌다.
“ 요시!! (좋아!!) “
괴물들이 눈부신 속도로 찬희를 난도질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사악하게 웃기 시작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낀 사내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 벌레보다 못한 조센징 놈.. 죽어라..! “
한층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던 사내의 두 눈이 어느 순간 튀어나올 만큼 커져 버렸다.
헉.. 사라졌다!
괴물들의 난도질에 의해 16조각으로 잘라졌던 찬희의 몸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설렜냐? “
“ 막 흥분되고 그래?? "
등 뒤에서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 분명 칼에 베였는데.. 어떻게? ‘
사내는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삐걱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온몸에 황금빛 스파크가 튀고 있는 찬희가 서 있었다.
“ 뒤지기 전에 살짜기 재미 좀 보라고
쵸큼 놀아봤는데, 어때? 즐거웠지??
크크크크크 “
“ 표정이 아주 가관이더라.. 맹추 새끼.. “
“ 무서워서 죽은 놈 뒤에 숨어서는,
‘ 죽어라!! ‘하는 모습이
완전 코미디든데.. 크크 “
13레벨로 상승한 찬희의 뇌영보는 스킬 시전 시에 순간속도를 120%나 높여주고, 민첩을 13이나 상승시켜 주었다.
이동 및 공격 속도와 순간 대처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민첩 수치가 481인 찬희에게 뇌영보는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다 드라큘라의 신속의 부츠까지 신고 있는 찬희에게 괴물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
허접한 검정 정장의 사내 눈에는 엄청난 속도처럼 보였겠지만 말이다.
하품을 하며 괴물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다 문득 장난기가 동한 찬희는 한 가지 장난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괴물들의 칼이 휘둘러지는 순간과 뇌영보를 시전하는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교차시켜, 괴물들이 찬희의 잔상을 베게 만드는 것이었다.
허접한 각성자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장난이었겠지만, 찬희는 여유롭게 타이밍을 맞추며 허공 속으로 사라져 검은 정장의 사내 뒤편으로 이동했었다.
그리고 남겨진 잔상은 괴물들에게 난도질되었고, 그것도 모르고 장난에 놀아난 사내는 좋다고 방방 뛰었던 것이다.
“ 요시~ 죽어랏~ “
찬희는 과장님 몸짓과 말투로 사내가 했던 언행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 주~ 죽여 버리겠다..!! “
사내는 다시 괴물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고, 이에 카타나로 무장한 16마리의 괴물들은 일제히 방향을 틀어 찬희에게 달려들었다.
하암~
그걸 본 찬희가 과장된 몸짓으로 길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다분히 사내를 조롱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지만, 실제로 찬희의 눈에는 괴물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느려 보였다.
그동안 숱한 전장에서 마왕에 의해 흑화 된 몬스터들을 상대해 왔던 찬희에게 이들은 너무나 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 느려도 너~~무 느려···. 진짜로··· ‘
‘ 에혀··· 재미없네.. ‘
장난도 반복해서 치다 보면 질리는 법, 장난에 싫증이 난 찬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 이제 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줘 볼까? ‘
찬희는 오행신공과 봉황진기를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찬희의 몸에서 황금빛 정광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단전에서부터 터저 나오는 기운은 폭풍처럼 휘몰아쳐 찬희가 입고 있는 옷과 망토가 거세게 휘날리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황금색 기운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망토와 옷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 소~ 손오공??? “
사내의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왔지만, 가볍게 무시한 찬희는 순식간에 드래곤본 폴액스를 휘둘러 괴물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괴물들을 해치우는 것은 단 1초도 필요 없었다.
정말 눈 깜박할 정도의 시간 만에 괴물들을 도로 땅속으로 돌려보낸 찬희는 검은 정장의 사내 앞으로 다가왔다.
공포에 질려버린 사내의 멱살을 잡고 인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인부들은 바닥에 웅크려 벌벌 떨고 있었다.
저항의지는 모두 사라졌고, 그저 선처만 베풀어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찬희는 바닥에 웅크려 떨고 있는 인부 한 명을 완력으로 끄집어내서 사내 앞에 세웠다.
그리고 사내의 몸을 구석구석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입과 코 사이에 있는 인중에 해당하는 태단혈부터 이마에 있는 신정혈, 머리 중앙 정수리에 있는 백회혈, 목덜미에 있는 아문혈 그리고 척추를 따라 신주혈, 명문혈, 양관혈까지 차례대로 혈도를 집으며 자신의 기운을 난폭하게 쑤셔 넣었다.
지금 찬희는 역천의 방법으로 사내의 혈자리에 기를 억지로 쑤셔 박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는 기가 흐르는 정해진 길이 있는데 이것을 사람들을 흔히 '혈도'라고 부른다.
기가 흐르는 길.
단전에서 시작한 기는 정해진 혈자리를 따라 몸 전체를 순행하게 된다.
이것을 오랜 수련을 통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할 수 있게 되면 몸이 건강해짐은 물론이요, 더욱 수련에 매진하여 임독양맥이 타통되면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데, 지금 찬희는 정해진 길을 따라 기를 흘러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기를 쑤셔 넣고 있었다.
이는 순행을 거스르는 역천의 방법이었다.
역천을 당하게 되면 기의 흐름이 꼬여 사지가 뒤틀리고 창자가 꼬이는 지독한 고통을 받게 된다.
크아아아아···
찬희가 행한 역천의 영향으로 사내는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비틀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입에는 게거품이 흘러나오고 까뒤집어진 눈은 충혈된 흰자위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역천은 고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문법으로 기의 흐름을 막거나 꼬이게 만들어서 엄청난 고통을 주는 고문 기술이었다.
찬희는 또 다른 인부를 끌 고와서 사내 앞에 세웠다.
그리고 똑같이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사내가 보는 앞에서 역천의 수법을 펼쳤다.
크아아아..
역천에 당한 인부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고, 온몸을 비틀어대며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검은 정장 입은 사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서 또 한 명의 인부가 찬희가 시행한 역천에 의해 바닥을 굴렀다.
찬희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인부들을 가차 없이 끌고 나와 사내가 보는 앞에서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고문을 할 때마다 찬희는 사내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사내의 두 눈은 어느새 공포로 물들었다.
이것은 명백한 경고요, 협박이었다.
곧, 너의 차례다. 조금만 기다려라..
자신을 바라보는 찬희의 두 눈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10여 명의 인부들이 차라리 죽여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악다구니를 쓰며 비명을 질러대는 인부들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터져 나오고 엉덩이 주위에는 더러운 분비물들이 흘러나왔다.
고통에 울부짖는 인부들의 비명소리와 배설물의 악취가 어우러진 이곳은 일종의 사형장과도 같았다.
뚜벅뚜벅..
찬희가 의도적으로 발소리를 크게 내며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 사~ 살려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
사내는 간절한 눈빛으로 찬희에게 애원했지만···.
찬희의 손은 사내의 혈자리를 무심한 표정으로 두들겼다.
사내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면서 이내 찢어질 것 같은 절규가 땅굴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렇게 11명의 일본 황민회 소속 각성자에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안겨 준 찬희는 검은 벽을 향해 다가갔다.
“ 이제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
“ 그냥 부수고 안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 “
처음에는 한두 명만 맛보기로 보여주고, 겁을 주어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이놈들의 짓거리가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서 그만.....
그냥 저질러 버렸다.
“ 잠깐만···. “
“ 여긴 어떻게 한다고 쳐도,
저놈이 미쳐버리거나 이대로 죽어버리면
황민회 본거지는 알 수가 없는 거네.. “
찬희는 아차! 하며 서둘러 돌아가 사내의 점혈을 풀어주었다.
또 급한 성격에 일을 그르칠 뻔한 찬희는 사내의 상태를 확인했다.
으으으으~
눈동자에 상이 맺히지 않고,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느라 목 안이 터져 버려 입속에 피가 한가득 고여 있었다.
그나마 배설까지는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쨌든 사내의 상태를 확인한 찬희는 작업장 한쪽에 있는 전깃줄을 잘라와 사내의 손과 발을 묶었다.
“ 나중에 깨어나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좀 쉬고 있어. “
찬희는 사내를 땅굴 벽에 기대어 놓고 다시 검은 벽으로 다가갔다.
조금 전까지 검은 벽을 뚫기 위해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공업용 드릴과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산소용접기는 어느새 차갑게 식어있었다.
검은 벽에는 일본 황민회 소속 각성자들이 파놓은 깊이 1m, 폭 50cm 가량의 홈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뚫었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벽은 아직까지 자신의 속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절개가 대단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어.."
투로(鬪路).
말 그대로 싸움의 길을 알려주는 찬희의 새로운 스킬.
적의 약점뿐만 아니라, 그 약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찬희가 투로를 시전하자 그의 눈동자에 작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벽면에는 무수히 많은 검은 점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심지어 공업용 드릴과 산소용접기로 작업을 해 놓은 곳도 마찬가지.
검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벽면은 철옹성처럼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 와~ 나도 못 뚫는 거야? 미친..! “
“ 도대체 이게 뭐길래?? “
찬희는 조금 뒤로 물러나 노출되어 있는 검은 벽 전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벽면에는 오로지 검은 점들만이 빼곡했다.
다시 벽면 가까이 다가온 찬희는 작업을 해놓은 홈부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아주 작은 붉은 점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진짜 미세한 점..
1mm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붉은 점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찬희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지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 여길 맞추라는 거야? “
하~!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찬희가 아니었기에 그는 미세하게 반짝이는 붉은 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청각을 제외하고 모든 감각을 닫아버렸던 것처럼, 찬희는 시각에 의지한 채 다른 모든 감각을 닫아 버렸다.
오로지 모든 신경을 시각에만 집중했다.
역천의 수법에 당해 일본 황민회 소속 각성자들이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찬희의 뇌리에서 지워졌다.
그다음은 땅굴 입구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지워지고, 종래에는 그의 숨소리마저 뇌리에서 지워졌다.
땅굴 특유의 축축한 느낌도 쾌쾌한 냄새도 모두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시각뿐.
그러자 1mm도 채 되지 않던 작은 점이 조금씩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찬희의 집중력은 점점 극한으로 치달았다.
후~
자신도 모르게 길게 호흡을 내뱉은 후, 찬희는 오행신공과 봉황진기를 극상으로 끌어올렸다.
황금빛 정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폭풍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기운이 다시 내부로 갈무리되자, 찬희는 들고 있던 드래곤 본 폴액스를 붉은 점을 향해 꽂아 넣었다.
검은 벽면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붉은 점을 향해 드래곤본 폴액스가 한줄기 빛이 되어 나아갔다.
콰광···.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폭발음이 들려오고, 후폭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쩌저적..
찬희의 일격에 검은 벽에 작은 균열이 갔다.
“ 됐다.. “
찬희의 얼굴에 희열이 일었다.
조금의 어긋남 없이, 희미한 붉은 점 한 중앙을 맞추기 위해 찬희는 끝까지 드래곤 본 폴액스를 인도했고, 붉은 점과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 그는 드래곤 본 폴액스를 놓아 버렸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찬희는 드래곤본 폴액스에 귀속되어 있는 투창과 거대화를 동시에 시전했다.
어쩌면 도박 같은 행동이었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투창과 거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드래곤본 폴액스의 공격력은 무려 60%나 뻥튀기 되며, 100%의 확률로 치명타가 발생하고, 치명타 데미지가 50% 상승한다.
찬희의 500에 근접한 근력, 오행신공의 능력치 버프, 드래곤본 폴액스에 귀속된 투창과 거대화의 스킬이 시너지를 일으켜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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