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무기를 만들다
“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 “
페리온과의 볼일을 상큼하게 마무리한 찬희의 입에선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활짝 편 가슴은 세상이라도 품은 듯이 웅장한 기상이 흘러넘쳤다.
페리온에게 마지막 썩소를 날려 줄 때의 그 쾌감이란···.
크크크..
찬희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이제, 정신 좀 차리고 살려나?? “
“ 다음에 또 걸리면,
그땐 빈털터리로 내쫓아 버릴 테다..
돈 귀신같은 놈!! “
찬희는 기분 좋게 숙소에 돌아와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번 슬라임 던전 임무로 인해 변한 자신의 스탯이 너무나 궁금했다.
이름 : 고찬희
종족 : 인간
레벨 : 10
【 스탯 】
근력 : 61, 체력 : 46, 민첩 : 66,
마력 : 16, 지혜 : 46
【 스킬 】
《 액티브 스킬 》
오행신공 Lv. 1, 연금술 Lv. 1, 뇌영보 Lv.1,
봉황진기 Lv. 1, 질주 Lv. 1
《 패시브 스킬 》
근성 Lv. 1, 십독불침 Lv.1
찬희의 레벨이 6개나 상승해 있었다.
근력과 민첩은 추가 보상을 포함해서 도합 +21씩 상승해 있었고 나머지 체력과 마력, 지혜는 +6씩 증가했다.
그는 미분배 스탯 포인트를 마력에 모조리 쏟아부어 마력을 36으로 상승시켰다.
이제 스탯치는
근력 : 61, 체력 : 46, 민첩 : 66,
마력 : 36, 지혜 : 46 이 되었다.
이것이 어찌 레벨 10짜리 저레벨 던전 탐험가의 스탯이란 말인가??
실로 어처구니없는 수치였다.
찬희는 스탯을 다 찍고, 스킬창에 근성을 터치하여 스킬 내용을 확인했다.
[패시브 스킬 : 근성 Lv. 1]
- 시전자의 체력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근성 스킬이 발동하여
시전자가 받는 피해가 50% 감소합니다..
1층 던전 클리어 때와 마찬가지로 근성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1층에서는 던전을 클리어할 때 ‘쉬지 않고 달려서’ 「질주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2층에서는 시간 안에 클리어해야 한다는 조건을 ‘끈질기게’ 달성하고자 해서 「근성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논리를 맞추어 가니 스킬을 획득한 것이 설명이 되었다
이것은 어떠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행하여 일정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 우와~~! 이게 말이 돼? “
스킬북 하나에 수 억, 비싸게는 수백억씩 하는 것도 있었다.
스킬이 그렇게 비싼 이유는 단 한 가지, 스킬북이 극악의 확률로 드랍되기 때문이었다.
한데, 던전에서는 어떠한 행동을 조건에 맞게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그것이 스킬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 신 님들.. “
“ 모두 감사합니다. 흑흑··· “
찬희는 그렇게 세상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모든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잠시 동안 신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 찬희는 인벤토리에 있는 드래곤본과 스킨 그리고 힘줄을 꺼내었다.
은백색 영롱한 광채를 띠는 드래곤본과 청백색의 스킨 그리고 붉은빛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힘줄까지..
“ 내 앞에 놓여있는 이 드래곤 세트는 우주 엔트로피 제3법칙과 알파와 오메가의 형이상학적 융합을 통한 내적 갈등을 태양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초고온 플라즈마로 날려버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해 주는구나.. 크하하하 “
무슨 소리냐고?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이 좋다는 말인 것 같은데
미친놈 넋두리에 크게 신경 쓰진 말자.
한참 동안 미친놈처럼 웃어대던 찬희가 드래곤본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일종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숨넘어가듯 헐떡이던 찬희는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두 눈을 반짝였다.
두 눈이 광기로 가득 찬 찬희가 공헌창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대장간을 클릭하고, 대장일에 필요한 화덕과 기타 재료를 선택하였다.
화아~
환한 빛이 집 밖에 모이더니 이내 대장간이 만들어졌다.
중앙 벽에 화덕이 설치되어 있고, 화덕 앞으로 무쇠로 된 모루가, 모루 위에는 무쇠 망치가 놓여 있었다.
[ 아직 다 사용하지 않은
공헌도가 남아 있습니다. ]
[ 남아있는 공헌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찬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 원하는 것을 말씀하세요. ]
“ 화덕 안에 피어오르는 불꽃. “
찬희의 대답은 간단했다.
화르륵.
찬희의 대답과 동시에 중앙 화덕에 새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 B급, ‘꺼지지 않는 불꽃’을 획득하셨습니다.]
새하얀 불꽃이 찬희에게 인사하듯 출렁이자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 안녕 “
찬희가 ‘꺼지지 않는 불꽃’에게 인사하자 찬희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살짝 출렁였다.
“ 근데 ‘꺼지지 않는 불꽃’이 너의 이름이야?“
그러자 불꽃은 세차게 흔들렸다.
정말 이름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불꽃은 새로운 이름을 원한다는 것을..
“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 줄게!! 좋아? “
불꽃은 정말 기쁜 듯이 세차게 출렁였다.
찬희는 조용히 불꽃의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 EL LOHEN 엘로헨 어때..?
"신이라는 뜻의 EL과 불꽃이란 뜻의 LOHE."
" 부드러운 어감을 위해서 N을 붙여서,
‘엘로헨’ “
꺼지지 않는 불꽃,
아니 엘로헨은 너무나 기쁜 모양인지 작은 주먹만 하던 불꽃이 커지며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너무나 밝았지만 동시에 눈부시지 않고 포근했다.
[ 이름이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증명입니다. ]
[ 아무리 모잘 것 없는 무생물이라 할지라도 ]
[ 이름을 가지는 순간, ]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
[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
[ B급 꺼지지 않는 불꽃이 이름을 얻어 ]
[ A급 네임드 불꽃 엘로헨으로 진화합니다. ]
[ 엘로헨은 고찬희에 영원히 귀속되며, ]
[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진화가 가능합니다.]
메시지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 오우야~ 대박..!
이름이란 게 그런 의미였어?? “
“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
찬희는 천천히 엘로헨에게 다가가 불꽃에 손을 가져갔다.
너무나 포근했다.
마치 불꽃이 찬희 손을 어루만지는 것만 같았다.
“ 엘로헨 ‘
찬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엘로헨을 불렀다.
화~악
그러자 엘로헨은 찬희의 말에 대답하듯이 순간적으로 크게 타올랐다.
“ 이름 어때?? 마음에 드니? “
화~악
엘로헨은 또다시 크게 출렁이며 몸집을 키웠다.
“ 앞으로 잘 지내자.. 엘로헨 “
엘로헨은 기쁨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밝게 빛나더니 천천히 찬희의 손을 타고 올라와 손등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운이 손등을 타고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손등에 붉은색 불꽃 모양의 문신이 새겨졌다.
손등으로 들어와 새겨진 엘로헨의 문신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 우와~
이거, 밤에 후레쉬가 필요 없겠는데!! 하하 “
“ 엘로헨~ “
찬희가 다시 엘로헨을 부르자 손등에 새겨진 문신에서 하얀 기운이 몽글몽글 뭉치더니 어느새 귀엽고 깜찍한 불꽃이 되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찬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엘로헨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화르륵~~~
찬희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은 엘로헨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소녀처럼 화르륵 타올랐다.
“ 자, 엘로헨.
만남의 기쁨은 잠시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땀을 흘릴 차례야.. ”
찬희는 엘로헨을 화덕으로 돌아가게 한 후, 인벤토리에서 도끼와 드래곤 본 그리고 듀라한의 마석을 꺼내었다.
그리고 듀라한의 도끼를 화덕 위에 올려놓았다.
“ 우선 도끼를 녹이고~~~”
“ 엘로헨, 부탁해. “
엘로헨은 찬희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엘로헨이 찬희의 손으로 귀속되는 순간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엘로헨의 불꽃이 몸집을 키우며 거세게 타올랐다.
듀라한의 도끼를 집어삼킬듯한 기세로 몸집을 불린 불꽃은 세상의 모든 물질을 녹여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듀라한의 도끼가 엘로헨에 의해 천천히 자신의 형체를 잃고 녹아내리자 찬희는 미리 준비한 두 개의 각기 다른 거푸집에 그것을 옮겨 담았다.
그 후로 40분이란 시간이 흐르고, 거푸집을 제거하자 찬희가 원하는 1차적인 모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뾰족한 창끝과 그 밑으로 양옆에 큼직한 도끼날과 해머가 붙어있는 창의 머리 부분과 1.5m 정도의 길이를 가진 사각뿔 형태의 창자루가 나란히 무쇠 모루 위에 놓여있었다.
“ 오케이,
이 정도면 얼추 형태는 잡힌 것 같네.. “
찬희는 거푸집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 창머리와 창자루를 꼼꼼히 체크하고는 창자루를 한쪽으로 밀어 놓고 창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보통 대장장이들은 거푸집에서 형태를 갖추고 나온 금속을, 금속의 강도와 경도를 올려주는 담금질, 그리고 담금질로 인해 높아진 취성(쉽게 부러지는 성질)을 낮추기 위한 뜨임 작업 그리고 담금질과 뜨임 작업 중간에 정교한 모양을 잡아주는 단조작업을 여러번 반복하며 원하는 무기나 농기구를 만들지만..
찬희는 그런 과정을 모두 생략했다.
‘ 어차피 연금술을 이용해서
드래곤본으로 물성 변환 시킬 거니,
굳이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지.'
찬희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들은 모두 생략한 채, 도끼의 날을 갈고, 창끝을 더욱 뾰족하게 그리고 해머 부분의 형태를 다듬기 시작했다.
쓱쓱..
쾅쾅..
한동안 요란한 소리가 대장간 안을 가득 메웠다.
뜨거운 엘로헨의 열기에 맞물려 거칠어진 찬희의 숨소리와 금속을 갈고 두드리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 휴~ “
창의 머리 부분을 모두 다듬은 찬희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뾰족한 창끝과 날카로운 도끼날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해머를 보며 땀에 젖은 찬희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다음은 창자루의 차례였다.
한쪽에 치워져 있던 창자루를 가져와 엘로헨의 열기로 어느 정도 가공을 할 수 있게 녹인 다음 무쇠 망치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창자루를 이러 저리 돌리며 무쇠 망치로 내려치며 원하는 형태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바로 둘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쓰윽..
창머리 부분에는 창자루와 연결할 수 있는 20cm 깊이의 홈이 파여 있었고, 그 홈에 창자루를 넣고 둘을 연결했다.
그리고 연결한 부분을 다시 화로 위에 올렸다.
엘로헨의 불꽃에 창의 연결 부위가 어느 정도 녹자 다시 모루 위에 올렸다.
깡깡깡···
그리고 연결 부위에 십여 개의 강철못들을 때려 박기 시작했다.
준비한 모든 강철못을 때려 박고도 찬희는 계속해서 엘로헨의 열기로 연결 부위를 녹이고 다시 두드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자 연결 부위의 금속들이 서로 엉겨 붙으며 본디 한 몸이었던 것처럼 단단하게 결합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등을 보며 두 눈에 새긴 찬희였다.
또한 15살부터 직접 망치를 들고 해 온 대장 기술은 명인급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일정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찬희는 가지고 있는 대장 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자신의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엘로헨의 불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땀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망치질을 한 번 할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서로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는 연결 부위에 미세한 틈과 기포 같은 것들이 생기지 않게 힘 조절을 하며 계속해서 무쇠 망치를 내려쳤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원하는 모양의 창을 만들었다.
그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해두었던 그 모습 그대로.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사각뿔 형태의 창 자루와 뾰족한 창날의 바로 밑으로 큼직한 도끼날과 해머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흔히 말하는 창의 일종인 폴액스.
이것이 찬희가 생각해둔 자신만의 무기였다.
찬희는 한동안 감격에 겨운듯 물끄러미 창을 응시하다 그것을 한쪽으로 치웠다.
“ 그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볼까? “
찬희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드래곤 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엘로헨의 불꽃이 타오르는 화로 안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 엘로헨, 부탁해. “
그러자 다시 엘로헨이 자신의 불꽃을 키우며 드래곤 본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드래곤의 뼈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쉽사리 녹지 않고 불꽃에 저항했다.
엘로헨은 더욱 자신의 몸집을 키우며 드래곤 본을 녹이려 하였지만, 한참 동안 서로 간의 팽팽한 대치만 이어지고 있었다.
“ 엘로헨. 조금만 더. “
찬희는 초조함을 감추고 밝게 엘로헨을 응원했지만 그의 손에 맺히는 땀은 어쩔 수 없었다.
드래곤 본이 왜 꿈의 재료에 속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이름까지 얻어 A급 네임드 불꽃이 된 엘로헨의 화력조차 드래곤 본을 녹이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화로에 넣었던 그 모습 그대로 드래곤 본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스르르···
엘로헨의 불꽃이 작게 사그라들었다.
밝은 얼굴로 엘로헨을 응원하는 찬희조차 초조한 얼굴로 바뀌는 순간, 엘로헨은 자신의 불꽃을 나누어 작은 불꽃을 만들고 화덕 옆 테이블에 있던 듀라한의 마석을 냉큼 삼켜 버렸다.
“ 헉~!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
그 순간 마석을 삼킨 엘로헨의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화력이 대장간 전체를 녹여버릴 정도로 강렬하게 변했다.
“ 돼, 돼, 돼, 돼! 돼!! 많이 먹어.. 또 먹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
“ 엘로헨, 대박 짱!! 우.유. 빛.깔. 엘.로.헨!! ”
옆에서 피캣까지 흔들며 응원하는 찬희, 그리고 그의 응원에 신이 나서 더욱 강력한 열기를 뿜어내는 엘로헨, 인간과 불꽃의 하모니는 점차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듀라한의 마석을 삼켜버린 엘로헨은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고, 예의 그 새하얀 불꽃이 점점 투명해져갔다.
반투명한 하얀색 불꽃은 신화 속의 불꽃처럼 신비로웠으며 더 나아가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 오~ “
악착같이 버티고 있던 드래곤본이 아주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그래.. 그거야!! “
드디어 드래곤 본은 엘로헨의 투명한 불꽃을 이기지 못하고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드래곤 본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녹아버리자 찬희는 그 위에 좀 전에 만든 폴액스를 올렸다.
“ 수고했어. 엘로헨.. 좀 쉬고 있어. “
쉬라는 찬희의 말에 엘로헨의 불꽃이 어린아이 주먹 크기로 작아졌다.
“ 이제 다시 내 차례인가···후훗~~”
찬희는 허공에 연성 마법진(鍊成魔法陣)을 소환했다.
연성 마법진은 포개진 두 개의 원 안에 육 망성이 그려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기괴한 기호와 문자들이 그림처럼 박혀있었다.
연성 마법진을 다시 불러낸 찬희는 또다시 오행신공을 끌어올려 오행지기를 소환했다.
다섯 가지 원소들이 폴엑스 주위를 불규칙적으로 회전하고 그 위로 연성 마법진이 떠 있는 형상을 이루었다.
소환된 자연계의 다섯 원소 물, 불, 나무, 대지, 금속의 기운들은 점점 더 빠르게 폴액스 주위를 회전하자 폴엑스의 물성이 변환되기 시작하였다.
원래 연금술로 물성 변환(물리적 성질 변환)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연성 마법진과 4대 정령이다.
불의 정령으로 물체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성질을 없애고 물, 바람, 대지의 정령은 기존의 성질이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한다.
거기에 연성 마법진으로 마력을 보충함으로써 물성 변환이 완료된다.
하지만 정령을 소환할 수 없는 찬희는 오행신공의 수련을 통해 몸속에 가지게 된 자연계 오대 원소 (물, 불, 대지, 나무, 금)의 기운을 빌어 연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존의 연금술의 법칙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찬희만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 이제, 마석 안에 있는 마나를 통해
연성 마법진을 강화하면 완성이다.. “
찬희는 인벤토리에서 벨자르의 마석을 연성 마법진에 가까이 가져갔다.
원래는 듀라한의 마석을 사용하려고 준비했지만, 엘로헨이 날름 먹어버려 벨자르의 마석으로 대체했다.
그러자 마석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마법진에 흡수되고, 마나를 흡수한 마법진은 그 크기를 더욱 키우며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복잡한 수식과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허공 속에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오행지기들은 폴액스의 주위를 맹렬하게 돌며 물성을 변환시키고 있었다.
스으으으..
오행의 기운 중 화속성 기운이 금속의 고유 성질을 조금씩 녹여 없애고, 금속의 성질이 없어진 자리에 액체처럼 녹아있는 드래곤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검은색 금속 덩어리가 조금씩 은백색 드래곤본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찬희의 이마의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초조한 듯 꽉 쥔 두 주먹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하지만 애타는 시간은 여지없이 흐르고,
엘로헨에게 녹아서 액체 상태인 드래곤 본이 서서히 스며들며 폴액스의 물리적 성질을 차츰 변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드래곤 본이 모조리 흡수되고 강철로 만들어져 있던 폴액스의 물리적 성질이 드래곤의 뼈로 완전히 변환되었다.
“ 해냈다..!! 우하하하하하하하~~~ “
[ 축하합니다!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
연성에 성공했습니다. ]
[ 스킬 연금술이 Lv. 2로 상승하였습니다. ]
드래곤본 폴액스의 연성에 성공한 찬희의 머릿속에 성공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는 전체 길이가 1.8m였고, 단면이 사각형인 자루의 양쪽에 도끼와 해머 그리고 날카로운 창날이 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자루의 중간에는 상대의 무기가 손으로 미끄러져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원반이 달려있었다.
찬희는 화로 위에 올려져 있는 드래곤 본 폴액스를 손에 쥐고 휘둘러 보았다.
“ 무게 중심도 잘 잡혀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만들어졌구나.. 하하 “
“ 이 세상에
창보다 뛰어난 개인병기는 없지! "
찬희는 폴액스를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그가 쓰고 있던 듀라한의 도끼는 그 자체가 스킬이 인챈트 되어있던 마도구여서 주력 무기로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 그는 창술에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많은 병장기를 다루어보아 도끼술(부법)에도 능숙했지만, 능숙한 것과 편한 것은 또다른 문제였다.
찬희는 폴액스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모양을 관찰한 후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를 정보를 확인했다.
[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 ]
《 공격력 》
2500 ~ 7500
《 옵 션 》
공격력 30% 증가
화속성으로 공격시, 순수 공격력 30% 증가
《 인첸트 》
Earth Wave, 거대화(Gigantic), 투창
찬희는 자신이 만든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를 확인한 후에 말을 잇지 못했다.
“ 미친··· “
찬희는 정보 창이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 최소 공격력이 2500에
최대 공격력이 7500··· “
아직 연금술 레벨이 높지 않아 공격력 최소 공격력과 최대 공격력의 편차가 심하게 났지만, 최소 공격력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수치였다.
간단하게 드래곤본 폴액스의 최소 공격력에 옵션을 추가해 보면 이게 얼마나 가공할 수치인지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소 공격력 2500에 30% 공격력 증가 옵션을 합치면 3250이 된다.
거기에 화속성 공격 시에는 다시 750을 추가하여 토탈 4000의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다.
즉, 창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최소 공격력 4,000에 시전자의 스탯과 스킬 등이 합쳐진다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
이런 거 들고 있는 놈한테
나 따위는 그냥 한방이네.. “
“ 그리고, 이거보다 더 좋은 무기를 들고 있는
놈을 만나게 된다면?? “
“ 와~ 장비빨에는 답 없다더니,
고인물들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진짜..“
찬희는 서늘해진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폴액스에 인챈트되어 있는 스킬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원래 듀라한의 도끼는 거대화 마법과 회수 마법 그리고 Earth Wave 스킬이 인챈트 되어 있는 하나의 아티팩트였다.
그래서 찬희는 듀라한의 도끼를 자신이 사용하고 있었고 이번에 연금술로 ‘원한의 드래곤 본 폴액스’로 변환시키자 도끼에 걸려 있던 마법들이 창에 맞게 수정되어 있었다.
회수 마법은 투창으로 변경되었고, 나머지 거대화와 Earth Wave는 그대로 승계되었다.
[ 거대화 (Gigantic) ]
- 시전자의 마나를 50% 소비하여,
크기와 중량을 300% 증가시킨다.
- 투창과 함께 사용할 경우,
공격력에 30%의 추가 데미지를 부여한다.
- 부가 옵션 : 공격력 30% 상승.
[ 투창 ]
- 투창 시, 100% 확률로 치명타 발생.
- 거대화 스킬과 함께 사용 시,
치명타 데미지 50% 상승.
[ Earth Wave ]
- 폴액스로 지면을 강타하여
충격파와 대지의 쓰나미를 일으키는
광역 공격 기술.
- 10% 확률로
적에게 상태 이상 (스턴)을 발생시킨다.
- 부가 옵션 : 공격력 10% 증가.
“ ··· “
찬희는 할 말이 없었다.
한마디로 우주 결전 병기의 탄생인 것만 같았다.
물론 나중에 우주 대전에서 인간이 보기에 신격인 존재들과 싸워야 한다지만, 지금 시점에서 찬희가 보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이 강한 무기였다.
“ 정말 이게 내가 만든 건가?? “
모든 스킬들은 폴액스로 변화되면서 바뀌어 있었다.
거대화 스킬은 새로 만들어진 투창과 연계 시 더 높은 효율을 보였고, Earth Wave에는 전체적인 추가 공격력의 상승효과는 줄어들었지만 상태 이상 (스턴) 효과가 추가되었다.
“ 그래. 고맙다, 고마워..
우리 끝까지 같이 가자···”
찬희는 존재 자체가 고마운 폴액스에게 큰 절을 하며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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