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수련 or 고문??? 2
“ 넌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혼자
무예를 수련해서 인지, 창술의 기본이
잡혀 있지 않다. “
“ 그저, 어설픈 흉내만 내어왔을 뿐.
지금까지는 만나는 적의 수준이 떨어지고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부터 그런 요행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
“ 해서, 나는 너에게
창술의 기본부터 가르칠 생각이다. “
척준경이 서슬 퍼런 눈동자로 찬희의 전신을 옥죄어 왔다.
차갑고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온몸을 관통당하는 느낌이 뭔가 오싹하기까지 하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는 듯한 눈빛에 찬희는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 이후 수련에서는
일체, 내력의 운용을 금한다. “
“ 오직 순수하게 육체의 능력만을 강화하여
무게 중심의 이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창술의 기본동작을 익히는데 집중한다. “
저 말을 하는 척준경의 얼굴에 잠시 동안 비릿한 미소가 머물렀다는 것을 찬희는 알지 못했다.
“ 기본 동작은
창을 잡은 손은 허리 높이에,
창끝은 상대의 배와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양손 창술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며,
찌르기를 전제로 하는 자세이다.
이를 '중단세'라고 한다. “
설명과 동시에 척준경은 자신이 직접 중단세의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중단세의 시범이 끝나자 나머지 자세들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척준경은 창을 잡은 손은 허리 높이에, 창끝은 상대의 머리 위 높이로 올렸다.
“ 이 자세는 '상단세'라고 한다.
이 자세는 창을 들어 올려 때리거나
베기를 할 때 주로 사용하며,
다음에 알려줄 '팔상 자세'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을
막아내는 역할도 한다.
" 창끝은 상대의 눈 높이까지만
들어 올려야 하며,
창끝을 적의 눈높이보다 더 높이
들어 올릴 경우,
상대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게 된다. “
상단세 다음으로 하단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척준경은 창을 잡은 손을 자신의 머리 높이까지 올린 다음, 창끝은 상대의 무릎을 향하는 자세를 취했다.
“ 이 자세는 짐작하다시피,
적의 하단을 찌르는 데에 사용되고,
반대로 하단으로 찔러 들어오는
적의 공격을 막기에 좋은 자세다. “
“ 이 자세는 특히,
고수가 하수를 놀려 먹을 때
많이 사용하는 자세다. “
“ 창끝을 아래로 향하고 있으면
간격을 재기가 힘이 들고,
무턱대고 들어오던 하수는
기습적으로 창끝을 들어 올리는 공격에
당하기 십상이지. “
척준경은 창끝을 내리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쳐올리는 공격을 보여주었다.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진 공격은 정확하게 적의 가슴 부위를 베고 지나갔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팔상 자세'라는 것을 알려 주겠다. “
창을 잡은 손을 어깨 위로 올리고, 창끝도 가상의 적의 어깨 높이로 겨누었다.
“ 이것이 '팔상 자세'이다. “
“ 창끝이 상대의 얼굴을 향하므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동시에
상대의 얼굴이나 상체 상부를
공격하기 위한 자세이다. “
“ 또한, 상대의 베기나 내려치기 공격을
방어하기가 용이하며.. “
휙
팔상 자세를 취하고 있던 척준경이 창끝을 살짝 비틀어 가상의 적의 공격을 튕겨낸 후, 그대로 상단을 찔러 들어갔다.
“ 이렇게 적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바로 반격이 가능하다. “
척준경이 이번에는 중단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중단세에서 창대로 허공을 때린 후 빠르게 팔상 자세를 취하며, 가상의 적 머리를 향해 전광석화 같은 찌르기를 넣었다.
“ 또한, 상대의 찌르기를 걷어내면서
팔상 자세로 전환하면,
상대의 찌르기가
위쪽으로 날아가 버리게 된다.
따라서 이것 또한, 적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
창술의 기본자세에 대한 설명을 마친 척준경은 전진, 보통 걷기, 측면 이동, 돌진까지 몸소 시범을 보이면서 보법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다.
“ 그럼, 이제부터 창술의 기본 동작인
찌르기, 베기, 때리기, 밀어내기,
휘돌리기에 대해 설명하겠다. “
척준경은 창술의 가장 기본자세인 중단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동작을 세 번으로 나누어 허공을 찔러 들어갔다.
가장 먼저 창대를 쥐고 있는 왼손과 창끝을 쥐고 있는 오른손의 위치가 변하지 않은 채 축을 이룬 오른 다리에서 왼 다리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하며 양팔을 쭉 뻗었다.
콰강.
우르르.
허공에 엄청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내력도 담지 않은 창끝이 폭발하듯 수련장의 허공을 터뜨렸고, 일순간 대기가 출렁이며 엄청난 파공성과 함께 지진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스륵.
허공에 찌르기를 한 척준경은 미끄러지듯 전진 보법을 밟으며 앞으로 이동하더니, 왼 다리를 앞으로 크게 나아가며 살짝 무릎을 굽히고는 창을 길게 찔러 넣었다.
왼손은 느슨하게 잡고, 오른손으로 창끝을 잘 파지한 다음 왼팔을 쭉 펴고 동시에 오른팔을 밀어 창을 찔러 넣었다.
창을 찌름과 동시에 창대를 잡고 있던 왼손과 창끝을 잡고 있던 오른손은 서로 맞붙었다.
콰지직..!
창대가 허공을 질주했다.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 공격 범위를 가진 창이 공간을 가르자,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가공할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콰가가강!
일절 내력을 담지 않은 순수한 운동 능력만으로 어떻게 이런 파괴력이 날 수 있는 것인지, 찬희는 그저 두 눈만 끔벅거릴 뿐이었다.
길게 찌르기를 보여준 척준경은 다시 창술의 기본자세인 중단세를 취했다.
후우..
짧은 심호흡을 한 후, 왼 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으며 살짝 굽히는 '돌진 자세'를 취하면서 가상의 적을 향해 창을 길게 찔러 넣었다.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이 만나기 직전에, 창대를 잡고 방향을 잡아주던 왼손을 놓아버리면서 허리를 크게 회전하며, 창끝을 잡은 오른손을 앞으로 쭉 밀었다.
콰가가강..
허공의 한점에서 파공음이 터져 나오고, 지진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대기는 찢어질 듯 괴상하게 울부짖었다.
그리고도 위력을 잃지 않은 기운은 송곳처럼 허공을 깔끔하게 관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콰지직..
대략 1m 정도 뻗어나간 무형의 기운은 마지막 힘을 짜내며 허공을 한차례 크게 흔들어버리고 사라졌다.
찬희의 얼굴에 사부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전 두 번의 찌르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공격 범위였다.
낭창낭창 뻗어가던 창이 한순간 길이가 늘어난 것처럼 쭉 뻗어나가는 모습이 살벌하기 그지없었고, 그 가공할 파괴력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척준경은 잠시 동안 창을 뻗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창을 거두어들였다.
꽉 깨물어 터뜨려 버려도 시원찮을 제자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사부의 마음이랄까?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설정이다.
창을 거두어들인 척준경은 찬희에게 세부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처음에 보여준 것이
창술의 기본인 찌르기다. “
“ 찌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의 전달이 분산되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 나아가야 하며,
기본이 되는 두다리는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척준경은 시범을 보일 때와는 달리, 창의 파지법부터 부분 동작을 보여주며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첫째로 양손의 파지법이다. “
“ 일반적으로 창을 쥘 때 양손은
정수로 쥐는데,
창끝을 잡은 오른손은 단단히 쥐고,
창대를 잡은 왼손은 비교적
느슨하게 쥐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
척준경은 창을 파지한 모습을 찬희가 꼼꼼히 보여 주었다.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찬희는 별 내색하지 않고 사부의 말을 경청했다.
왜냐고??
죽기 싫어서..
어쨌든 척준경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 이렇게 창을 쥐고
양팔을 쭉 내뻗으며 창을 찔러 넣는다. “
“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 이동이다.
몸의 무게 중심이
오른 다리에서 왼 다리로
부드럽게 이동하며 찌르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 그리고 두 번째 보여 준 동작은
기본 찌르기의 변형 동작으로
정상적인 찌르기 방법 중
창의 리치를 최대한 살린 공격이다. “
“ 이 변형 찌르기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왼손의 움직임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
척준경은 이번에도 찬희가 잘 보이도록 손동작을 천천히 하며 부분 동작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 너도 느꼈겠지만,
이 변형 찌르기는
대개의 경우,
돌진 자세(런지 자세)와 함께 한다.
오른손으로 창대를 밀어 넣을 때
왼손과 오른손은 만나게 되는데,
이때 여유 있게 잡은 왼손은
손등이 하늘로 향하기까지
창대를 쥐어짜는 느낌으로
손목을 비틀면서
창대를 지지해야 한다. “
“ 그래야 창끝이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원래의 목표물에 명중하게 된다. “
척준경은 왼손으로 창대를 쥐어짜듯이 손목을 비틀었다.
그러자 왼팔의 근육들이 서로 잘났다고 아우성을 치며 쫙쫙 갈라졌다.
사납게 성난 팔뚝을 보고 있자니, 찬희는 다시금 자신의 다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 진짜.. 진짜로, 개기지 말자..! ‘
뭣도 모를 때는 쉽게 했던 반항들이, 이제 조금씩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니 겁이 나서 엄두도 나지 않게 되었다.
“ 세 번째 동작은
창의 공격 범위 밖이라고 방심한 적에게
기습적으로 행하는 찌르기로
이것도 역시 돌진 보법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
“ 다만 이 공격은 실패했을 때에는
적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버리는
위험한 공격이니
공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척준경은 세 번째 찌르기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한 뒤, 다시금 부분 동작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 중간까지는 두 번째 찌르기와 같지만,
마지막 왼손과 오른손이 만나기 직전에
창대를 잡고 있던 왼손을
완전히 놓아버리면서
허리를 크게 회전하며
창끝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한 번 더
깊게 밀어 넣는 것이 핵심이다. “
“ 이렇게 하면,
마치 순식간에 창의 길이가 늘어난 것처럼
공격 범위 밖에 있던 적의
급소를 찌를 수 있게 된다. “
찌르기에 대한 설명을 마친 척준경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 다음은 베기에 대해 설명하겠다. “
“ 칼이나 다른 무기에 비해서
리치가 상대적으로 긴 창은
베기 또한 꽤 위협적인 공격이다. “
“ 다만 같은 창을 상대했을 때,
베기 공격은
적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보다는
적의 공격을 비켜내거나
견제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
베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마친 척준경은 창을 쥐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전진과 측면이동을 하면서, 몸을 회전하며 허공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긴 리치를 이용한 베기 공격은 적의 접근을 막는 동시에 사방을 날카롭게 공격하고 있었다.
휙휙
척준경은 베기 공격만으로 반경 3m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고 지배했다.
창날이 지나간 자리엔 칼로 오려낸듯한 무수히 많은 실선들이 허공에 새겨지고, 상처처럼 남은 잔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찬희는 그런 척준경의 모습을 두 눈에 단단히 각인시켰다.
“ 그럼, 창을 들고 나와라.. “
“ 그리고 내가 가르쳐준 대로
찌르기 공격을 해봐라. “
찬희는 척준경의 지시대로 창술의 기본자세인 중단세를 취한 후 기본 찌르기를 찔러 넣었다.
그러자 같은 중단세를 취하고 있던 척준경이 밑에서 위로 허공을 베었다.
챙..
허공을 찔러 들어가던 찬희의 창이 밑에서 올라오는 척준경의 창에 의해 막히고 궤도가 위로 틀어졌다.
퍽..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 찬희의 배에 척준경의 주먹이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숨이 막히는 고통이 찾아왔다.
크윽···
“ 같은 창을 상대할 때는 베기의 용도는
보통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
“ 들어가. “
찬희는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 때리기 또한 베기와 마찬가지다.
즉, 공격법임과 동시에 방어의
방법이기도 하지. “
“ 공격법으로써는 리치가 짧은 검을
상대할 때는 치명적인 공격의 한
방법이 되지만, 같은 창을 상대할 때는
베기와 같이 보조적인 용도에 지나지
않게 된다. “
“ 하지만 때리기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의 창을 견제하거나 적극
방어하는 데에 있다. “
“ 찔러 들어오는 창은 옆에서
가해지는 힘에 쉽게 궤도가
바뀌므로 단지 밀어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 또한, 상대의 창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빠른 반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
척준경은 몇 번의 시범을 보이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 다음은 밀어내기를 알려주겠다. “
“ 찔러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에
자신의 창을 대어 바깥쪽으로 밀면
상대의 무기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된다. “
“ 밀어내기를 할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상대의 무기를 무리하게
밀어내려고 하다 보면
상대가 무기를 확 내리면
알아서 옆으로 창을 치워주는
꼴이 된다.
“ 그러면 전면이 완전히 열려버리고
적의 반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척준경은 찬희를 상대로 몇 번의 밀어내기를 시범 보였다.
물론 그때마다 찬희의 배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다.
“ 마지막으로 휘돌리기를 알려주겠다.
이 휘돌리기는 창술의 방어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
“ 밀어내기는 앞서 말한 대로 약점이
있기 때문에 더 선호되는 방어법이
바로 상대의 무기에 대고 돌려서
치워버리는 휘돌리기이다.
“ 힘이 한 방향으로만 가해지는
밀어내기와는 달리, 위에서
눌렀다가 옆에서 밀고 밑에서
들어 올려버리는 3차원적인 방향에서
힘이 가해지므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고 확실하게 상대의 무기를
치워버릴 수 있지. “
“ 찔러 들어오는 공격뿐만 아니라
상대가 단단히 잡고 있을 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며,
상대의 무기를 치운 다음 즉시
비어있는 공간으로 찌르기를 넣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
설명이 끝난 후 척준경은 또다시 찬희를 상대로 시범을 보였고, 그때마다 누군가의 곡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졌다.
“ 이상으로 창술에 대한 기본 설명을
마치겠다. “
“ 앞으로··· “
척준경이 찬희를 불러 세웠다.
“ 중단 세에서 기본 찌르기를
넣어봐. “
찬희는 척준경의 말에 따라 중단 세를 취한 다음 그대로 기본 찌르기를 허공에 찔러 넣었다.
나름 안정된 자세로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공격이었다.
“ 그대로.. “
찬희가 자세를 풀려고 하자 척준경은 찬희에게 찌르기 자세를 유지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금속 추를 창끝에 하나씩 매달기 시작했다.
한덩이, 두덩이···.
창끝에 올려지는 금속 추의 수는 늘어갔다.
처음에는 나름 근력에 자신이 있는 찬희인지라 여유가 있었지만, 금속추가 하나둘씩 추가되자 창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10덩이째 금속추가 창끝에 매달리자···
부들부들..
팔이 부들부들 요동치고 온몸에서 굵은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 음~ 이 정도면 되겠네.. “
“ 내가 내리라는 말 할 때까지
그대로 있어··· “
이날부터 찬희에게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날 찬희는 저녁밥을 먹을 때 까지 들고 있는 창을 내리지 못했다.
한 낮의 태양 볕이 이글이글 작열한다.
정원의 꽃들은 쏟아지는 태양 빛에 웅크렸던 꽃망울을 만개하고, 고고하게 서 있는 소나무 정원수들은 온몸으로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누군가에게 시원한 나무 그늘을 내어 준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긴 혀를 쭉 내밀며 새근새근 잠이 든 라이도,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와 꿀벌도, 작은 연못 안에서 유유히 유영하는 물고기들도 모두가 평화롭다.
이렇게 모든 것이 평화로운 찬희’s 테리토리에···
“ 평화는 개뿔, 다 죽여버릴 거야···. “
누군가의 처절한 절규소리가 테리토리의 나른한 오후의 적막을 깨웠다.
헉헉헉···
모두가 나른한 오후를 만끽하고 있는 그 시각···
혼자만 유독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우리의 찬희 되시겠다.
얼굴은 햇볕에 벌겋게 익어있었고, 온몸에는 땀이 말라 허옇게 소금기가 가득했다.
척준경과 함께 수련을 시작한 지, 오늘로 일주일 째..
찬희는 성인 남자 주먹보다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진 철봉을 들고 허공에 대고 찌르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무게만 250kg에 이르는 강철봉은 들고 있는 것만 해도 버거운 무게였다.
그런 철봉으로 기본자세를 잡고 찌르고, 베고, 때리고, 휘돌리는 창술의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찬희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이 정도라면 그래도 견딜만했을 것···
악마 같은(찬희가 바라보는 시점임) 척준경은 찬희의 기의 흐름을 봉쇄해 버렸다.
척준경에 의해 강제로 봉쇄된 기의 흐름 때문에 몸 속에 있는 자연기도 신성력도 마기도 심지어 각성 때문에 찬희의 새로운 능력이 된 혼돈의 힘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기의 흐름까지는 봉쇄하지 않았었다.
250kg에 이르는 강철봉으로 수련 도중 힘이 든 찬희가 조금씩 자연기과 신성력을 온몸으로 퍼뜨려 수련을 편하게 한 것이 척준경에게 발각되었다.
" 패도의 길은 오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힘으로만 일깨우는 길이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뭣같은 맨트를 남기고 척준경은 찬희의 기의 흐름을 막아 버렸다.
그것도 에스카르네를 죽이고 받기로 한 보상을 기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괴상한 물약으로 대체하면서 말이다.
" 인간인 이상 힘이 들면 당연히
잔꾀를 쓰고 싶은 법,
널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
" 잔꾀를 쓰지 못하게 만들어
주면 될 뿐··· "
척준경이 하는 말은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찬희의 가슴에 쑤셔 박혔다.
“ 내 보상 내놔.. 이 새끼야··· “
퍽..
무거운 철봉을 들고 악다구니를 쓰는 찬희의 뒤통수에 날라 차기가 꽂혀 들어왔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땅바닥이 불쑥 솟아올랐다.
쿵···
안그래도 지친 몸이 척준경의 일격을 맞자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하지만.
그대로 놓아둔다면 한민족 최강의 돌격대장이라 불리는 척준경이 아니었다.
푸악···
찬물 한 바가지를 쓰러진 몸에 퍼부었다.
찬희는 이제 기절도 척준경의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 불쌍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린 찬희는 또다시 무거운 철봉을 잡고 허공에 대고 삽질 아닌 삽질을 반복했다.
“ 씨발.. 이게 무슨 수련이야..
고문이지··· “
“ 평생 저주할 거야..
이 썩어 문드러진 영감탱이야··· “
퍽퍽..
또다시 사부 모욕죄란 죄명으로 척준경의 응징이 시작되었다.
조금전에 비해서 강도가 약해진,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만 패는 척준경은 정말 자상한 사부였다.
이렇게 척준경과 함께하는 찬희의 창술 수련은 삽질과 구타로 점철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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