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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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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613,485
추천수 :
8,501
글자수 :
520,281

작성
12.07.08 16:41
조회
5,602
추천
95
글자
9쪽

Chapter 13. #3

DUMMY

&



경박하고 유쾌한 친구 아스톨포는 재미난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 누구보다도 미신에 대해 많이 알았다. 전장에 나서게 되면 그는 늘 병사들과 동료들 사이를 오가며 ‘오, 젠장. 그런 말 하면 백방 죽는다고!’라든지, ‘이 부적이면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오 해피데이!’라는 소리를 떠들고 다녔다.

롤랑드는 친구의 취미를 존중했기에 그같은 아스톨포의 행동을 말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뇌란 가끔 생각지도 못한 잠재능력을 보이기 마련이고, 롤랑드는 아스톨포가 떠들어댄 수많은 징크스 가운데 하나를 떠올렸다.

‘전장에 나서기 직전에 사랑 고백을 하거나, 고향에 돌아가면 결혼할거라고 말하는 거지. 와우, 이건 진짜 직방이야! 마음에 안 드는 놈 있으면 유도해 보라니까?’

그래, 친구. 자네 말대로 이거 정말 직방인 것 같군.

아직 미호에게 대답도 듣지 못했는데….

‘…드!’

뭐… 그쪽도 수락하겠지? 그래, 그러면 됐….

‘…랑드!’

마지막은 멋졌….

‘일어나 이 등신아!’

롤랑드는 눈을 떴다. 미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호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레이디 윤!”

소리치며 일어서려던 롤랑드는 신음을 토하며 다시 나자빠졌다. 온 몸이 박살난 것처럼 아팠다.

“지금 대체 어떻게… 드래곤은?!”

‘별의 아이가 맞서고 있어요!’

미호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롤랑드는 밝게 달아올랐을 미호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낙담했지만 아주 잠깐 뿐이었다. 이내 다시 되물었다.

“별의 아이? 시현 말이오?”

벌써 서울에 있는 드래곤을 쓰러트렸나?

‘아뇨! 시현 씨가 아니에요! 또 다른 별의 아이!’

롤랑드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씹어 삼키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상공.

녹색을 띈 한줄기 섬광이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며 거대한 드래곤을 사방팔방에서 요격하고 있었다.

“별의 아이라면….”

‘엄세진! 세류 언니 훔쳐간 도둑놈!’

롤랑드는 다시 한 번 신음을 삼키며 눈을 똑바로 떴다. 자신의 처형이 될 지도 모를 자들을 유심히 시켜보았다.



“내 손이 불타고 있다! 네놈의 가죽을 벗겨버리라고! 폭렬! 샤이닝 핑거-!”

세진의 외침에 호응하듯 오른손에 돋아난 다섯 개의 돌기에서 녹색의 빛이 흡사 검날처럼 뻗어나갔다. 세진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드래곤에게 돌진해 그 목덜미에 돌기들을 박아넣었다. 기합을 내지르며 가죽을 크게 갈라놓았다.

“크롸라라라라-!”

드래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비틀거리는 모양새가 당장이라도 바닥에 곤두박질 칠 것 같았다.

라므가 소리쳤다.

‘세진! 가죽이 너무 두텁다! 내부로 파고들어야 해!’

마법적인 능력도 초능력도 뭐도 없었지만 그 가죽 두께만은 진짜 드래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더욱이 크기 차가 압도적이다 보니 이런 식의 자잘한 상처 입히기는 의미가 없었다.

세진 또한 라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았다. 그랬기에 드래곤의 목덜미를 박차고 도약했다. 하늘 높이 솟구치며 소리쳤다.

“라므! 세류! 너희가 내 날개다!”

‘헛소리 좀 작작해!’

세류가 마음속에서 부끄러움 가득한 비명을 질렀다. 라므가 혀를 찼다.

‘포기하면 편하다, 세류.’

세진은 즐겁게 웃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반전했다. 드래곤을 내려다보며 오른 주먹을 높이 들어올렸다.

“기가-”

다섯 개의 돌기가 하나가 되었다.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드릴-”

돌기가 확대되었다. 녹색의 불꽃이 돌기를 휘감았다. 회전하는 불꽃!

“브레이크-!”

세진이 드래곤을 향해 돌진했다. 드래곤이 불의 숨결을 내뿜었지만 무시했다. 녹색의 섬광으로 불꽃을 갈랐다. 그대로 드래곤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크롸라라라라라-!”

가죽을 뚫고 뼈를 부쉈다. 그 내부로 파고들어 계속 돌진했다. 목덜미로 파고들어 옆구리를 통해 빠져나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드래곤이 포효가 아닌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지상에 추락했다. 고통에 겨운 몸부림을 쳤다.

머리 끝에서 꼬리 끝까지 백 삼십 미터에 달하는 괴수가 몸부림을 치니 지면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세진은 접근하는 대신 처음 나타났던 지점으로 몸을 옮겼다. 멀찍이서 드래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하곤 심장 위치가 다른가?”

‘합체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시간 끌 여유 없다고!’

세류가 다급하게 외쳤다. 제아무리 세진이라도 십인합체 하이퍼 라므클레스 - 세류는 격렬하게 반대한 이름이지만 -를 15분 이상 유지하기는 버거웠다. 벌써 5분 넘게 싸웠으니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이나 되려나?

고개를 끄덕인 세진은 다시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라므가 말했다.

‘세진, 의식을 차린 것 같다.’

세진은 급히 고개를 돌려 엉거주춤한 자세로 상체만 세우고 있는 롤랑드를 보았다.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계속 누워 있어. 친구, 금방 해치울 테니까!”

세진은 다시 드래곤을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약하지 못했다.

“세류 언니!”

등 뒤에서 날아온 외침은 세진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세진의 입을 통해 세류가 소리쳤다.

“미호?!”

“처제야?!”

뒤이어진 것은 당연히 세진의 목소리. 하지만 그 발언에 미호가 격렬한 반감을 쏟아냈다.

“맘대로 떠들지 마, 이 오크자식아!”

세진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고 세류는 신음을 삼켰다. 라므가 한숨 섞어 말했다.

‘놈이 다시 일어섰다.’

세진은 쓰게 웃으며 돌아섰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드래곤을 보며 중얼거렸다.

“처제와의 오해는 나중에 풀고… 일단은 제 2라운드.”

세진은 그대로 도약했다. 아홉 개의 여우 불을 소환해 녹색의 섬광과 어울리게 하며 소리쳤다.

“여우들의 시간이다!”



&



서울과 수원과 부산이 난장판이 되고 있는 그 시간, 초토화된 지 오래인 조직의 대한민국 지부 건물 위에서 엑스칼리버는 어깨를 으쓱였다.

“새로운 별의 아이가 나타났어. 그리고 죄다 유사 드래곤에 정신 팔고 있고.”

계획은 순조로웠다. 별의 아이도, 조직도 모든 신경을 드래곤에 쏟고 있었다. 이제는 무슨 이변이 일어나도 눈치 채기 힘들 터였다. 설사 눈치 채더라도 드래곤을 내버려 두고 여기로 달려오기는 무척이나 버거울 것이다.

조직의 대한민국 지부에는 매우 강력한 영맥이 흘렀다. 세 자루 검들은 그 영맥 위에 자리를 잡았다.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아 원을 그렸다.

영맥의 힘으로 다인슬레프의 부족한 출력을 어떻게든 보완한다. 신호를 발송하는 시간을 늘려 계획보다 낮은 출력을 보완한다.

칼리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세 자루 검들은 동시에 힘을 발산했다. 하늘을 보았다.

삼색의 빛기둥이 솟아올랐다.



&



“신호가 왔어.”

아스칼론이 언제나처럼 냉정침착하게 말했다. 아론다이트가 긴장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핥았다.

“그럼 가는 거야?”

“그래, 처음 계획과는 많이 다르지만 수가 없구나.”

고개를 끄덕인 발뭉은 동생들을 보았다. 인자하게 웃었다.

“엑스와 다인, 번에게 안부 전해다오.”

“금방 일 끝내고 오빠도 부를게! 조금만 견뎌줘!”

레바테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발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칼론이 레바테인과 아론다이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

아론다이트와 레바테인이 아스칼론의 손을 잡았다. 저 너머의 세 자루 검들처럼 손을 맞잡고 동그랗게 섰다.

발뭉이 전송기를 가동시켰다.

“가라, 사랑하는 동생들아! 우리들의 사명을 위하여!”

아론다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스칼론은 눈시울을 붉혔고 레바테인은 울음을 터트렸다. 계획대로라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지만 자신들의 장형을 죽어버린 행성에 홀로 남겨두어야만 했으니까.

빛기둥이 솟구쳤다.



&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시현과 세진과 시온과 롤랑드는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빛과 빛이 이어졌다.



&



인류가 최후의 희망을 담아 만들어낸 일곱 자루의 검이 있었다.

일곱 자루의 검에게는 사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일곱 자루의 검들은 죽어버린 행성에서 방법을 모색하고 또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찾아낸 한 가지 방책.

“엑스칼리버!”

“아론다이트!”

반갑게 소리쳤다. 서로를 끌어안았다.

일곱 자루 가운데 여섯 자루의 검.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명을 이루기 위해.






챕터 13 끝, 챕터 14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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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 Chapter 13. #3 +18 12.07.08 5,603 95 9쪽
37 Chapter 13. #2 +38 12.07.08 5,625 94 13쪽
36 Chapter 13. +12 12.07.07 5,253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0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3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09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4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79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4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2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1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8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8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4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8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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