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3
노틸러스 호에 거주하는 자들 가운데 전화하기 전의 인류와 엇비슷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의 수는 적었다.
다섯 자루의 검이 한 자리에 모였다.
키가 크고 근육이 잘 발달한, 신화시대의 전사를 연상시키는 백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의 이름은 신검 발뭉이었다.
요염하면서도 성스러운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갖춘, 눈동자 색이 매일 변하는 적발의 미녀의 이름은 요정검 엑스칼리버였다.
검은 머리칼에 다부진 몸을 가진, 언제나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날렵한 남자의 이름은 명검 아론다이트였다.
무지개 방벽이 펼쳐지기 전의, 그 옛날의 하늘을 연상시키는 하늘색 머리칼을 단정하게 자른, 무테 안경으로 녹색 보석안을 가린 여자의 이름은 용검 아스칼론이었다.
검정에 가까운 진청색 머리칼을 길게 기른 큰 키의 붉은 눈동자의 미녀는 지옥검 레바테인이었다.
발뭉이 말했다.
“엑스칼리버를 보내면 우린 많은 시간을 잃는다. 다섯 자루가 지탱하던 무지개 방벽과 네 자루가 지탱하는 무지개 방벽은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엑스칼리버를 보내야만 한다.”
지옥검 레바테인이 손가락을 들었다.
“언니 말고 내가 가면 안 돼?”
“아직 좌표가 불안정해. 우리 중에서 칼리번의 유도를 가장 잘 받아낼 수 있는 건 쌍둥이 동생인 엑스칼리버야. 레바테인 네가 아니라.”
아스칼론이 흘러내린 무테 안경을 밀어올리며 말했다. 엑스칼리버가 자기보다 한 뼘은 큰 레바테인의 뺨을 꼬집었다.
“내가 금방 가서 문 열게. 조금만 기다려.”
“힝.”
엑스칼리버가 중앙에 섰다. 네 자루의 검이 그 주위에 섰다. 마법과 과학이 한 데 얽힌 세상간 이동 장치에 노틸러스 호의 동력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몸 사려. 오빠 앞이라고 괜히 설치다가 다치지 말고.”
아론다이트가 딱딱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하지만 얼굴이 걱정 되서 죽겠다는 얼굴이다.
엑스칼리버는 피식 웃었다.
“걱정 하지 마. 얼른 쫓아나 오라고. 빨리 오면 어젯밤처럼 키스해 줄 테니까.”
아론다이트는 얼굴을 붉혔고 엑스칼리버는 까르르 웃었다.
엑스칼리버가 눈을 감았다. 네 자루의 검 또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인류가 최후의 희망을 담아 빚어낸 일곱 자루의 검 가운데 다섯 자루.
세상간 이동이 실현되었다.
챕터 10으로 이어집니다.
- 작가의말
크윽... 즉흥적으로 쓰다보니 분량조절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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