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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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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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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7.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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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Chapter 9.

DUMMY

세상에게는 뚜렷한 자아가 없다. 하지만 세상의 시스템은 스스로를 보호할 자구책을 종종 만들어내곤 한다.

시스템의 관리자인 ‘신’들의 계산 하에 그러할 때도 있고, 거대한 무의식의 집합으로 만들어진 작은 의식의 주관 하에 그러할 때도 있다.

세상군 운명의 타로에 속한 세상 월광과 일광은 그러한 수호자를 별의 아이라 불렀다.

별의 아이.

세상의 수호자.

세상의 결전존재.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위협이 다가올 때마다, 별의 아이는 세상에 등장하였다.



&



“…그러니까 결론은 격리조치란 소리네요?”

“그래, 아기 고양이.”

언제나처럼 하얀 격리실. 침대에 걸터앉은 미호는 어깨를 늘어트렸고 삐딱하니 선 시온 알테미스는 눈썹을 팔자로 꺾으며 시가 연기를 뱉었다.

미호가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반대쪽 벽에 붙어 있는 침대와 그 위에 미호와 비슷한 자세로 걸터앉아 있는 남자가 하나.

“롤랑드랑 둘이요?”

격리실엔 침대가 두 개였다. 양쪽 벽에 하나씩. 시온 알테미스는 더더욱 눈썹을 꺾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미호클레스에 대한 완전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시온클레스 합체를 안정화 시킬 방안도 찾아야만 하고.”

별의 아이라는 미지의 존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는 하나 조직 자체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시온 알테미스의 수중에 있는 카드 가운데 최강은 윤미호를 중심으로 한 합체였다.

“그보다….”

말끝을 흐린 시온 알테미스는 허공에 시가를 내려놓았다. 그대로 양 팔을 벌리더니 미호를 꼭 끌어안았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평소라면 소름이 돋았겠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미호는 결국엔 허탈하게 웃으며 시온 알테미스를 마주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시온 알테미스는 미호의 뺨에 키스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없이 따스하던 눈빛을 순식간에 싸늘하게 바꾸더니 롤랑드를 노려보았다.

“한 방을 쓴다고 허튼 짓 하지 마라. 침대는 두 개다.”

침대는 두 개다. 하나가 아니다.

“듣고 있나?”

“알겠소.”

짧게 답한 롤랑드는 고개를 들어 그런 시온 알테미스를 마주했다. 불꽃과 스파크가 튈 것 같은 그렇고 그런 눈싸움. 미호가 얼른 헛기침을 했다.

“어흠, 어흠.”

다행히 조금이라도 더 어른(?)인 시온 알테미스가 먼저 시선을 거뒀다. 다시 미호를 보더니 손으로 격리실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기, DVD 플레이어, 그리고 E-BOOK이다. 저 놈팽이 놈이랑 어른의 놀이 빼고는 뭐든지 해도 된다, 아기 고양이.”

미호는 이번에도 어설프게 웃었다. 슬쩍 롤랑드 쪽을 돌아보더니 짐짓 애교섞인 목소리로 시온에게 물었다.

“그보다… 그건요?”

미호가 따로 부탁했던 물건. 시온 알테미스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상자를 가리켰다.

“저 안에 있다. 그럼 나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지. 조만간 돌아오겠다.”

“네♡ 안녕히 가세요~♥”

깨어나자마자 격리실에 격리당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어째 미호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애교까지 부리며 시온 알테미스를 배웅한 미호는 사악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우후후후후….”

“레, 레이디 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가엾이 떠는 롤랑드를 흘겨 본 미호는 종이박스를 개봉했다.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 사이에 자리한 검고 얇고 네모진 물건을 꺼내들었다.

“…그건 내 노트북 아니오?”

롤랑드가 당황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호가 화사하게 웃었다.

“아~주 아~주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특별히 부탁했죠.”

“재, 재밌는 영화?”

되물었지만 미호는 답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열고 전원을 넣었다.

“어머나, 암호도 안 걸어났네?”

그리고 터치패드로 손가락을 옮긴다. 폴더를 열고….

“영화 파일은 그 폴더가 아….”

롤랑드는 식은 땀을 흘렸다. 미호는 키득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어떤 폴더. 미호는 노트북을 빙글 돌려서 롤랑드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 폴더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요?”

까르르 웃으며 말하는게 여간 잔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롤랑드가 최대한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디 윤, 진정하시오. 진정해야 하오.”

“뭘 진정하나는 걸까? 이 폴더 안에 뭔가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나요?”

“레이디 윤, 개인에게는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오.”

“아… 사생활?”

미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롤랑드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크크큭. 그래 바로 이거다. 바로 이거야. 롤랑드 이 나쁜 자식 어디 혼쭐을 나봐라!

“왜요, 신실하고 용맹한 성기사 롤랑드 경. 어머나, 설마 그 성聖이 그 성性은 아니겠죠?”

“레이디 윤, 우리 침착합시다.”

미호는 다시 노트북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키보드 엔터 키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롤랑드를 보았다.

“잘못했죠?”

“…무엇을.”

“잘못했잖아요?”

롤랑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진심을 담은 사죄라면 이미 아까 전에 다 했다. 미호가 요구하는 사과가 무엇인지는 뻔했다. 그런데 왠지 사과하기가 싫다. 뭔가 지금 사과했다가는 주도권(?)을 몽땅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롤랑드는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켰다. 진지한 얼굴로 강수를 두었다.

“매혹 한 번 걸어주지 않겠소?”

“헝, 그렇게 나왔단 말이죠?”

미호가 다시 눈을 가늘게 하더니 손가락에 꾸욱하고 힘을 주었다.

그리고 1초, 2초.

롤랑드는 눈을 꽉 감았고 미호는 순간 얼굴을 붉혔다.

제, 제목들이 뭐 다 이 따위야!

읽는 것조차도 민망해질 원색적인 제목들에 미호는 얼른 폴더를 닫았다. 잠시 쉼호흡한 뒤 빠르게 키보드를 조작했다. 다시 롤랑드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제법 컴퓨터에 익숙해진 롤랑드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한 문장.

‘정말로 드라이브를 포맷하시겠습니까?’

“이게 서로를 위해 좋겠죠?”

미호가 약간은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롤랑드는 한숨을 토했다.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하오.”

윤미호는 엔터키를 눌렀다.



&



격리실을 나온 시온 알테미스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별의 아이 건부터 시작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시온 알테미스는 작업에 착수하는 대신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조명을 어둡게하고 주문을 외우자마자 수정구로부터 뿜어진 빛이 영상을 송신했다.

“시온 알테미스.”

짙은 녹색 로브를 입은 중년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머리칼은 반백이고 눈동자는 금빛에 가까운 옅은 갈색이었다. 다소 살집이 오른 얼굴은 건강하고 부유해 보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는 증오를 억누르며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파라켈수스.”

조직의 중추인 십인중의 일원이자 연금술의 아버지.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 때로는 스베덴보리란 이름으로 살았고, 때로는 생 제르몽이란 이름으로 살았던 남자. 시온 알테미스 자신의 실질적 창조주.

파라켈수스는 옅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보고는 잘 보았다. 윤미호를 제거해.”

시온 알테미스는 순간 이를 악물었다. 예상했던 대로의 지령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다시 입을 벌렸다. 약해지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쥐며 말문을 열었다.

“파라켈수스, 당신도 알다시피 전설의….”

“전설의 사냥꾼. 그래 그 영감. 그런데 네가 지금까지처럼 일을 처리하지 않는 건 그 영감 때문이 아니야. 윤미호라는 아기 고양이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시온 알테미스는 이를 갈았다. 차가워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불길이 일고 있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으르렁거렸다.

“내 방식이 뭔데?”

“다 쓸어버리는 거지. 아이 어른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모조리 다.”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간단해진다.

신비에 중독된 마녀를 재활할 필요는 없다. 그냥 죽이면 된다.

신비에 속하는 전염병이 돌았다. 치료해주고 부작용이 일지 않을까 감시하고 변종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감염자를 그냥 다 죽이면 된다.

시온이 조직원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인 것은 이 때문이었다.

마인 시온 알테미스.

신비의 살해자.

“나는….”

“그래, 대부분 내가 시켜서 그런 거지. 그러니 이번에도 내가 편해지도록 명령해주려고.”

파라켈수스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정하게 웃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언제나처럼 애걸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이런, 이런. 우리 가엾은 시온의 인질 목록이 하나 더 늘었군.”

빈정거림이 가득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고개를 숙인 채 뇌까렸다.

“넌 쓰레기야, 파라켈수스.”

“넌 그 쓰레기만도 못한 걸레짝이야, 시온 알테미스.”

시온 알테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온 알테미스의 실질적 창조주인 파라켈수스는 자신의 제자가 만들어낸 호문클루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어떤 기분에 빠져 있을지 알았다. 그래서 유쾌하게 웃었다.

“그럼 본제로 넘어가도록 하지. 별의 아이와 함께 SG-012와 SG-020 ‘칼리번’을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라. 지금 시간부로 네 제한 코드를 풀어주겠다. 마음껏 날뛰어봐, 시온 알테미스.”

“…알겠다.”

시온 알테미스는 고개를 들었다. 굴욕을 삼키기 위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보기 싫은 얼굴을 치워버리기 위해 수정구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파라켈수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런 시온 알테미스를 제지했다.

“아, 깜박 잊고 전하지 못 할 뻔 했네. 어제 유니온 11이 죽었다. 그 끔찍한 괴물이 죽으면서 네 이름을 부르더군. 앙증맞았어. 그럼 이만. 잘 지내 유니온 7.”

장난스럽게 손 인사까지 한 파라켈수스는 연락 마법을 해제했다. 수정구에서 뿜어지던 영상이 사라졌고 방안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눈을 감았다. 의자 등받이에 등을 깊이 묻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유니온 11. 자신들끼리 지은 이름은 베키.

“안녕, 베키.”

시온 알테미스. 유니온 시리즈의 유일한 성공작. 그녀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않았다. 실험실에 갇혀 평생토록 실험만 당하다 죽은 자신의 자매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



“팔짱을 껴? 이게 누구한테 꼬리를 치고 앉았어!”

또 다른 격리실-이라기보다는 응접실에 가까운 공간.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은 붉은 머리를 가진 미녀가 헐벗은 차림의 흑발 미녀를 학대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붉은 머리 여자는 평범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악을 쓰고 있었고, 흑발 미녀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손 없이 엎드려뻗쳐, 소위 말하는 원산폭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원산폭격은 누가 해도 힘들다. 그리고 굴욕적이다. 마침내 참다 못 한 흑발 미녀-사바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짜증나 죽겠다는 얼굴로 악을 썼다.

“꺼져 씨발! 계약 관계는 옛날에 끝났거든?! 너네 이제 내 계약자 아니거든?!”

“그래서?”

적발 미녀- 붉은 왕 클레어 데스필드를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섰다. 도발적으로 묻자 사바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클레어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이! 나도 다 안다고! 너 그 모습으로 나오면 힘도 하나 없잖아!”

맞는 말이었다. 이미 모양이 확정된 천검을 억지로 재변형 시킨- 천검 클레어 데스필드는 보통의 인간 여자보다도 육체능력이 떨어졌다. 지금 만약 클레어와 사바스가 싸우면 클레어는 1초도 되지 않아서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클레어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나 부른다?”

“…부른다니?”

클레어는 씩 웃더니 방구석에 앉아 지금의 사태를 조금은 질린-혹은 포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남편, 별의 아이 이시현에게 손을 뻗었다.

“시현아?”

“…그래.”

시현은 잠시 품을 뒤적이더니 이내 양피지 한 장을 꺼내 클레어에게 건네주었다. 클레어는 그 양피지를 다시 사바스에게 내밀었다.

“계약…서?”

D&P사의 양식이 고스란히 적힌 양피지는 무척이나 눈에 익었다. 그리고 소환대상에 적힌 이름은 더더욱 낯이 익었다.

아일더스트 테일.

그 이름만으로 사바스가 얼어붙었다. 클레어가 사악하게 웃었다.

“부른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바스가 영업용 미소를 그리며 귀엽게 고개를 기울였다. 클레어는 표정을 싹 지운 뒤 방구석을 가리켰다.

“단추 채우고 저기 찌그러져 있어.”

사바스는 웃으며 얼른 거진 다 풀어두었던 블라우스 단추를 채운 뒤 방구석에 가 등을 보이고 쪼그려 앉았다. 소리 없는 욕지거리를 토하며 세상을 부정했다.

그 모습을 보며 클레어는 의기양양했고 시현은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렸나?”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시온 알테미스였다. 책상에 걸터앉아 있던 시현은 얼른 자세를 바로 한 뒤 웃으며 말했다.

“아니….”

“기다렸지, 이 야한 여자야. 왜 뻔한 걸 묻고 그러냐.”

말을 끝맺지 못했고, 뒷말은 당연히 클레어의 것이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화를 내거나 맞받아치는 대신 클레어를 보았다. 단조로운 어조로 말했다.

“영체군.”

“이쪽은 클레어, 제 부인이에요.”

시현이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하지만 클레어가 다시 이었다.

“그러니까 엄한데다가 색기 뿌리며 꼬리치지 마. 허튼 짓 하려고 하면 너는 죽고 네 조직은 사라져. 시현이네 부모님 털끝 하나만 건드려도 너는 죽고 네 조직은 사라져. 여기서 내 기분 상하게 해도 너는 죽고 네 조직은 사라져.”

어떻게 보아도 힘 하나 없는 여자였지만 목소리에 담긴 울림은 진실을 전하고 있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시가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며 되물었다.

“…누가 그렇게 하지?”

“내 남편이.”

클레어는 똑바로 시온 알테미스를 노려보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롤랑드와 시온이 눈싸움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불꽃과 스파크.

“…그쯤 해두고….”

시현이 두 사람의 시선 사이로 은근히 끼어들었다. 시온으로부터 클레어를 가리며-동시에 클레어로부터 시온을 가리며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였다.

시온 알테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 이야기를 하지.”

시온 알테미스가 이시현을 조직의 시설로 데려온 것은 그 부인과 신경전을 벌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중대한 일을 해결해야만 했고, 조직 외의 인간-그것도 조직을 끝장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자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시현은 시온 알테미스의 말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이 먼저 말했다.

“네, 일 이야기를 해야죠. 하지만 그전에 윤미호라는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시온 알테미스는 시가 연기를 토했다. 별의 아이 이시현에게 윤미호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윤미호를 언급하고 만나게 해 달라 말한다?

클레어가 웃으며 방구석을 가리켰다.

“쟤가 다 불었어. 계약금 깎아버려.”

구석에 쪼그린 가엾은 사바스는 말이 없었고 시온 알테미스는 피로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시가 연기를 삼키며 시현에게 물었다.

“윤미호를 만나서 뭘 하려는 거지?”

“지켜야 할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죽이기보단 지키는 게 전문이라서요.”

시현은 웃으며 말했지만 그 눈동자엔 물러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목을 뒤로 젖혔다. 혀끝으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피곤했다.

“…따라와라. 만나게 해주지.”

시온 알테미스는 돌아섰고, 클레어와 시현은 그 뒤를 따랐다. 혼자 남은 사바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세상을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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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Chapter 14. +15 12.07.09 5,661 99 8쪽
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38 Chapter 13. #3 +18 12.07.08 5,603 95 9쪽
37 Chapter 13. #2 +38 12.07.08 5,626 94 13쪽
36 Chapter 13. +12 12.07.07 5,254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3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 Chapter 9. +8 12.07.02 6,480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5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2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9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9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5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9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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