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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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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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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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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6.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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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Chapter 5. #4

DUMMY

연사를 퍼붓던 전설의 사냥꾼은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 챘다. 세계와의 계약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힘을 써야할지 말지를 망설이고 있던 그는 쓰게 웃었다.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다시 한 번 레전드의 조준을 가다듬었다.

“가라, 미호.”

그리고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미호와 시온 알테미스를 뒤덮었던 핏덩이가 폭발했다. 태양과도 같은 황금빛이 주변 모든 것을 장악했다.

핏빛 파도로 자신을 감싸고 있던 다인슬레프도 파도의 일부를 개방하고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존재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압박하는 초월적인 마력.

황금빛이 거둬진 자리에 시온 알테미스가 서 있었다. 머리 위로 한 쌍의 여우귀가 돋아있었다. 다섯 개의 꼬리가 황금빛을 뿌리며 저마다 자리했다.

정령합체, 시온클레스!

시온 알테미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세를 낮추고 진각을 밟았다. 폭발적인 도약으로 단숨에 다인슬레프에게 접근했다.

“------------------!”

다인슬레프가 급한 김에 입을 벌려 괴성을 토했다. 정신에 직접 타격을 입히는 텔레파시 공격. 하지만 어림없었다. 시온 알테미스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발동시킨 룬 방벽이 정신공격을 막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동시에 영창했다. 오른손과 왼손에 각기 다른 룬마법이 형성되었다. 평소라면 4대 아크메이지 가운데 하나인 시온 알테미스라도 결코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었다. 마력과 영력이 넘쳐흘렀다.

다인슬레프가 피의 파도를 일으켰다.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한 방벽. 하지만 시온 알테미스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오른주먹과 함께 룬 마법을 내질렀다.

황금 번개, 파사의 룬!

황금빛 뇌인이 피의 파도를 산산이 분쇄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그 틈을 향해 뛰어들었다. 당혹으로 물든 다인슬레프의 얼굴을 향해 왼 주먹을 내질렀다.

백색 불꽃, 파멸의 룬!

하얀 불꽃이 다인슬레프를 뒤덮었다.

“---------------------!”

다인슬레프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바닥의 피 웅덩이로부터 수십, 수백 개는 되는 손들이 튀어나와 시온 알테미스를 붙잡아 해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온 알테미스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입을 벌려 지지 않겠다는 듯 노호성을 터트렸다.

“드래곤 폼, 강림의 룬!”

시온 알테미스가 다시금 거대한 용으로 변모했다. 시온 알테미스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던 붉은 손들은 그 급격한 크기 변화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시온 알테미스는 다인슬레프를 내려다보았다. 용의 숨결을 내뿜었다.

‘이대로 밀어 붙인다! 아기 고양이!’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드높은 고양감에 흥분한 시온 알테미스가 소리쳤다. 미호와의 합체는 그만큼 굉장했다. 그러니 지금 끝내야 했다. 다인슬레프가 당황한 지금 공격을 퍼부어 그 전력을 꺾어나야 했다.

미호는 그런 시온 알테미스의 마음을 알았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녀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얼마나 큰 만족감을 느끼는지 모두 다 알았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미호는 너무나 괴로웠다. 합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롤랑드와의 합체와는 달랐다.

합체하고 있으면 포근함이 느껴지던, 진정 하나가 된 것 같은 만족감을 주던 합체와는 달랐다.

시온 알테미스의 영혼은 독이었다. 100명분의 영혼이 짜깁기된 그녀의 영혼은 결코 순수하지 못했다. 그 조각 하나하나가 미호의 영혼을 파고들었다. 미호의 영혼을 상처 입혔다.

하지만 미호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아니, 지르지 않았다. 참았다. 인내했다.

다인슬레프를 쓰러트려야 한다. 저 괴물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비명을 지르면 시온 알테미스는 또 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인 여자였지만 미호는 그게 싫었다. 세류가 알았다가는 성녀났다고 빈정거릴 게 분명했지만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다. 미호는 참았다.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결코 정신적인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황금과 백색의 불꽃이 다인슬레프의 육신을 태운다. 용의 이빨과 발톱이 다인슬레프를 난도질한다. 하지만 다인슬레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미호의 피를 통해 힘을 회복한 그는 죽음의 왕이었다.

피 웅덩이로부터 피의 거인 여럿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제멋대로 날뛰는 황금용을 제압했다.

다인슬레프는 존재감을 발휘해 황금과 백색의 불꽃을 꺼트렸다. 불타고 파괴된 육신을 재생시켰다. 피웅덩이로부터 검과 창과 활이 솟아올라 용을 덮쳤다. 붉은 피가 폭발해 다인슬레프의 적을 공격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룬 마법을 발동시켰다. 미호와의 합체를 통해 할 수 있게 된 트리플 캐스팅으로 다인슬레프와 대등하게 맞섰다. 룬의 방벽으로 피공격을 막고, 룬의 불꽃으로 거인을 불태우며, 룬의 힘으로 상처를 재생시켰다.

시온 알테미스도, 다인슬레프도 싸우면 싸울수록 더 힘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미호는 달랐다. 합체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결국엔 미호도 정신적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참고 참았던 찢어지는 고통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호의 비명을 듣는 순간 시온 알테미스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이 바보가!’

영혼이 합체한 상태였기에 일단 방벽이 무너지고 나자 그 생각과 마음이 모조리 전해졌다. 시온 알테미스는 화가 났다.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미호에 대한 분노는 아니었다. 감히 자신을 동정한 것이냐는 그런 종류의 분노도 아니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다시 한 번 용의 숨결을 내뿜었다. 미호가 한계였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최대급의 공격을 퍼부어 다인슬레프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견뎌라! 윤미호!’

시온 알테미스는 크게 홰를 쳐 순간적으로 날아올랐다. 핏빛 파도에 감싸인 다인슬레프를 내려다보았다. 트리플 캐스팅으로 삼중첩의 마법진을 순식간에 형성해냈다. 쏘아내는 것은 순수한 마탄.

‘하늘의 노여움-! 신벌의 번개!’

세 개의 마법진으로부터 황금색의 광선이 내뿜어졌다. 직경 2미터에 달하는 그것은 시온 알테미스가 알고 있는 모든 마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피 웅덩이로부터 피가 일어났다. 붉은 것과 황금이 어울렸다. 빛을 뿌리고 파괴를 일으켰다.

“시온 알테미스!”

피가 끝내 번개를 막아냈다. 다인슬레프는 마력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소모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은 시온 알테미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를 대신하듯 피 웅덩이로부터 이십여 미터에 달할 거대한 손이 폭풍처럼 일어 하늘의 용을 덮쳤다.

“트랜스 폼! 해제!”

시온 알테미스는 재빨리 변신을 풀어 피의 손을 피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추락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대한 피의 팔 부분에서 돋아난 수십개의 붉은 팔들이었다.

미호의 영혼이 신음과 비명을 토했다. 시온 알테미스도 강한 마법을 쓴 후유증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끝인가?

아니다.

전설의 사냥꾼의 마탄들이 붉은 손들을 파괴했다. 그리고 그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데이비드 킴이 열어놓은 기문둔갑의 문. 그 문을 통해 격리실에 갇혀 있어야 할 롤랑드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효하며 순백으로 빛나는 듀렌달을 휘둘렀다. 시온 알테미스에게 접근하려는 붉은 팔들을 모조리 베어낸 뒤 추락하는 시온 알테미스를 공중에서 낚아챘다. 다인슬레프는 그런 롤랑드에게 재차 피를 뿌렸지만 새로운 마법 장벽이 그것을 막았다. 서큐버스 사바스. 이계의 악마가 펼친 마법은 다인슬레프가 급조한 마법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레이디 윤!”

롤랑드가 자신의 품에 안긴 시온 알테미스를 보고 소리쳤다.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지면을 박차 다인슬레프로부터 멀어지려 했다.

“어림없다!”

다시 한 번 다인슬레프가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용을 잡기 위해 형성되었던 거대한 붉은 팔이 그대로 롤랑드를 향해 쏟아졌다. 그 막대한 질량은 척 보아도 아까와 같은 마법으로 막기에 버거워보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하긴!

겨우 운신이 가능해진 시온 알테미스가 거칠게 손을 뻗었다. 정신없이 달리는 롤랑드의 머리를 붙잡았다. 핏덩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키스했다. 롤랑드의 입 안에 혀를 밀어넣었다.

이게 무슨?!

롤랑드가 경악했지만 시온 알테미스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대강의 메카니즘은 합체한 순간 파악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가져가!’

시온 알테미스 자신과의 합체는 미호에게 있어 독이었다. 하지만 롤랑드와의 합체는 다르다.

피의 팔이 롤랑드와 시온 알테미스를 덮치는 순간 이번에는 순백의 빛이 일었다.

빛.

빛.

빛.

“정령합체, 미호클레스!”

한 쌍의 하얀 귀와, 다섯 개의 꼬리. 순백으로 빛나는 롤랑드가 피의 팔을 폭발시키고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괜찮소?!’

‘괜찮…아요!’

미호가 신음을 삼키며 호응했다. 확실히 시온과의 합체와는 달랐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롤랑드와 합체하는 순간 영혼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포근함과 충만감이 미호의 영혼을 뒤덮었다.

“간다!”

듀렌달이 맹렬한 빛을 뿜었다. 사바스의 마법이 롤랑드를 보호했다.

“노오옴!”

다인슬레프가 피의 저주를 내렸다. 다인슬레프의 시야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피를 폭발시키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마법사는 그만이 아니었다.

시온 알테미스가 최후의 기력을 짜낸 룬 방벽이 롤랑드를 지켜주었다. 시온 알테미스 자신은 몸 내부에서 피가 폭발해 죽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자체 회복 마법을 믿는지, 아니면 그 자신보다 미호와 롤랑드가 중요했기 때문인지 결코 마법을 풀지 않았다.

롤랑드가 다인슬레프에게 접근했다. 이젠 결코 거리가 멀지 않았다. 높이 도약한 롤랑드는 부러지지 않는 검 듀렌달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일륜의 힘을 하나로-!”

롤랑드는 샤를마뉴 대왕의 12 성기사 가운데 하나. 신의 축복이 그런 롤랑드에게 내렸다. 듀렌달이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지는 것은,

시온 알테미스와의 합체를 통해 강제적으로나마 다섯 개의 꼬리를 각성한 요호의 힘.

다섯 개의 꼬리.

그렇기에 쓸 수 있는 힘.

목화토금수, 오행.

다섯 개의 꼬리로부터 다섯 개의 여우 불이 일었다. 듀렌달을 휘감았다.

성력과 요력.

하나 되어 섞인 그것.


“‘오행합일- 정령기도탄-!’”


듀렌달의 검신에 응축될 대로 응축된 힘을 롤랑드가 개방했다.

다인슬레프는 본능적으로 이 힘이 조금 전 시온 알테미스가 발현했던 삼중첩 신벌의 번개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공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남은 전력을 모두 끌어 모아 막고자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타앙-!

전설의 사냥꾼은 전설이었다. 신조차 사냥했던 그 남자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삼라만상 모든 것을 꿰뚫는 마탄이 다인슬레프의 심장을 관통했다. 방어 마법을 발동할 순간을 흐트러트렸다.

“--------------------!”

다인슬레프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무방비 상태인 그에게,

순백의 기운이 작렬했다.




빛이 폭발했다.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다. 너무나 밝은 빛이 모두의 시야를 차단했다.

“--------------------!”

비명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파장이 공간을 가득 메울 기세로 뻗어나갔다. 그야말로 최후의 단말마. 그 어마어마한 정신 공격에 100여 미터 밖에 서 있던 데이비드 킴 조차도 휘청거리다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룬 마법으로 미호와 롤랑드를 보호하느라 스스로에게는 그 어떤 보호마법도 걸지 못한 시온 알테미스는 귀에서 피를 흘렸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는 비명을 토했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그 모든 정신공격을 뒤집어 쓴 롤랑드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귀에서 피를 흘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두 눈을 똑바로 떠 걷히기 시작한 빛 사이에 있어야 할 표적을 찾았다. 듀렌달을 단단히 움켜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시야가 돌아왔다. 순백으로 가득 찼던 그 장소에 다인슬레프라 추정되는 핏덩이가 있었다. 신체의 80% 이상이 소멸하였고, 그나마 남은 부위도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완전히 끝장을 본다.

“레이디 윤! 한 발 더 가능… 레이디 윤?!”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느낀 롤랑드가 급히 외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미 시온 알테미스와 합체해 많은 힘을 소진한 미호였다. 연이어 롤랑드와 합체한 것도 무리한 일이었거늘, 거기에 정령기도탄까지 사용했으니 미호의 상태가 정상일 리가 없었다.

‘…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한 울림이었다. 롤랑드는 이를 악물었다. 미호에게 기댈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롤랑드 자신 혼자만의 힘으로라도 끝을 내야했다.

롤랑드는 듀렌달을 높이 들어올렸다. 듀렌달에 내재된 성스러운 힘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 힘이 채 반도 모이지 않았을 때였다.

“물러서!”

저 멀리서 전설의 사냥꾼이 소리쳤다. 롤랑드는 반사적으로 지면을 차 몸을 뒤로 날렸다. 이 주변 일대를 뒤덮고 있던 피웅덩이가 요동쳤다.

츠르롸라라라라라라-!

기괴한 소리와 함께 피 웅덩이를 구성하고 있던 핏물들이 다인슬레프에게 돌아갔다.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피가 뭉친다. 다인슬레프의 잔해를 감싼다. 그리고 그것이-

“오행진 가동!”

데이비드 킴과 백무원이 동시에 외쳤다. 영적영지 피 웅덩이가 해제된 지면에서 오행의 기운이 용솟음쳤다.

“주박!”

“금제!”

목과 금의 기운이 일어 은빛 그물을 형성했다. 그대로 다인슬레프의 잔해를 압박했다. 한데 뭉쳐 폭발하려던 핏덩이들은 그물에 갇혀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물 안에서 요동치며 날카로운 돌기 수백 개를 동시에 분출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끔찍한 비명을 끝으로 부풀어 올랐던 핏덩이들이 부피를 줄였다. 가로 세로 2미터 정도 되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변하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검붉은 고체와 그 위를 뒤덮은 오행의 그물.

롤랑드는 숨을 몰아쉬었다. 듀렌달로 다인슬레프라 추정되는 고체를 겨누며 등뒤를 향해 물었다.

“끝난 건가?”

“…대…충은.”

대답한 것은 시온 알테미스였다. 눈과 귀와 입에서 피를 쏟아낸 그녀는 몇 번인가 일어서려고 시도하다가 결국엔 포기했다. 그대로 지면에 몸을 눕혔다.

롤랑드는 듀렌달을 내렸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붉은 고체와 거리를 벌린 뒤 숨을 길게 내쉬었다.

“레이디 윤, 합체를 풉시다.”

롤랑드가 말하기가 무섭게 미호의 영혼이 롤랑드로부터 분리되었다. 따로 합체를 풀 주문식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미호는 한계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나신을 고스란히 드러낸 미호가 롤랑드의 발치에 쓰러진 상태로 나타났다. 롤랑드는 서둘러 듀렌달을 갈무리 한 뒤 웃통을 벗었다. 부족하게나마 미호의 몸을 가려줄 셈이었다. 하지만 막 옷을 덮어주려는 찰나였다.

“실례.”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더니 대체 언제 여기까지 온 것일까. 전설의 사냥꾼은 쓰게 웃으며 자신의 코트를 벗어 미호에게 덮어주었다.

“스…승님.”

미호가 반쯤은 감긴 눈으로 겨우겨우 목소리를 꺼냈다. 전설의 사냥꾼은 자세를 낮춰 그런 미호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다, 미호.”

“헤헤….”

칭찬에 만족한 듯, 미호는 작게나마 웃으며 눈을 감았다. 전설의 사냥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그 시선은.”

“아니, 아무 것도.”

어째 못마땅한 얼굴로 미호와 전설의 사냥꾼을 바라보던 롤랑드는 뚱하니 답하며 시선을 돌렸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는데 트로피를 엉뚱한 놈이 채간 기분이랄까.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삐쭉인 롤랑드는 저만치서 데이비드 킴과 백무원, 사바스와 기동부대원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롤랑드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미호를 보았고,

결국엔 미소를 그렸다.


작가의말



덧글과 추천과 감상은 글쟁이에게 힘을~!!!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덧1) 사실 덧글이 고파서 블로그 연재하다 문피아 연재로 돌린(...)

블로그에는 보통 10~20개 정도만 남으니까요. 그런데 블로그 덧글이 더 많은 상황 =ㅁ=!!!

아무튼 챕터 5끝. 블로그에는 현재 챕터 9를 연재중입니다.

그럼, 이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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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3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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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8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8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 Chapter 5. #4 +34 12.06.30 7,575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8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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