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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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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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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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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1
글자수 :
520,281

작성
12.07.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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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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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글자
8쪽

Chapter 12. #3

DUMMY

&



다행히 추가적인 붕괴는 없었다. 지하 9층에 무사히 안착한 일행은 통신망을 통해 외부와 접속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일행을 방 하나에 몰아넣은 시온 알테미스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가 무너진 것 같다. 생각보다는 양호하군.”

양호하다는 발언에 일행들 사이로 쓴웃음이 번졌다. 일반적인 건물이었다면,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이었다면 패닉을 일으켜도 옛날에 일으켰을 상황이었으니까.

시온 알테미스가 다시 말했다.

“내일쯤이면 백무원이 기문둔갑을 위한 진을 복구할 거다. 하루만 머물면 된다는 뜻이지.”

이번에는 안도의 미소가 일행들 사이에 번졌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아 모두가 ‘초인’인 일행들이었지만 이런 공간에 계속 갇혀 있는 것은 마찬가지로 고역이었으니까.

시온 알테미스 또한 작게나마 미소를 그린 뒤 진지한 목소리를 토했다.

“그럼, 지금부터 자리를 정하자.”

일행들이 서 있는 방에는 매트와 담요가 깔려 있었다. 딱히 인간형의 신비를 격리하는 구간도 아닌 지라 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다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손가락으로 자리 하나하나를 지정하며 말했다.

“맨 왼쪽에 아기고양이, 그 옆에 나, 그 옆에 별의 아이의 부인, 그 옆에 별의 아이, 다시 그 옆에 데이비드 킴, 맨 구석진 자리는 롤랑드가 누우면 되겠군.”

참으로 깔끔하지 않냐는 듯 시온 알테미스가 마지막에 작게 웃었다. 하지만 롤랑드가 인상을 구겼다.

“…뭔가 사심이 느껴지는 것 같소만?”

특히나 세 사람의 위치가.

하지만 시온 알테미스는 마주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남녀가 유별한 법이지.”

남녀를 떨어트려 놓는다. 기본 중의 기본. 하지만 미호는 자신의 바로 옆자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시온 알테미스라는 사실에 눈썹을 꺾었다.

“아니, 이 배치도 좀….”

“왜? 낭군님 옆에서 자고 싶어?”

기회는 이때라는 듯 클레어가 까르르 웃으며 끼어들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진 미호가 빽 소리를 질렀다.

“낭군님 아니라니까요!”

“아이고, 그래요? 알았어요~.”

클레어는 미호의 뺨을 꼬집었고 시현은 쓰게 웃었고 롤랑드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 가운데 가장 상식인인 데이비드 킴은 한숨과 함께 손을 들었다.

“그보다 애당초 다 같이 일렬로 누워서 잘 필요가 없… 컥!”

데이비드 킴을 걷어차서 말을 잘라버린 시온 알테미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모두를 보았다.

“그럼 다른 의견이라도 있나?”

클레어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귀염둥이가 제일 구석에 자고, 그 옆에 내가, 그리고 우리 시현이가, 그 옆으로 근육쟁이, 그리고 야한여자, 맨 끝에 빛돌이가 누우면 된다고 보는데?”

단순 명쾌한 별명들이 누구를 가리키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시온과 롤랑드는 동시에 인상을 구겼다.

남자들 사이에 시온이 낀다. 더욱이 롤랑드 바로 옆자리다. 하지만 클레어는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 밤사이 절대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은 조합 아니야?”

‘데이비드 킴이 널 건드릴 리는 없고, 그렇다고 네가 롤랑드랑 운우지정을 쌓을 리는 없잖아?’가 내포된 발언에 시온은 벌레 씹은 얼굴이 되었다.

“불쾌하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클레어는 팔짱을 꼈다. 말 안 듣는 아이 둘을 척척 한 번씩 돌아본 뒤 말했다.

“허허, 그럼 공평하게 귀염둥이가 가운데 눕고, 그 양편에 야한여자랑 빛돌이가 눕는 건 어때?”

타협 아닌 타협안. 시온과 롤랑드가 서로를 노려보는 그 순간 미호는 어깨를 늘어트렸다.

“저기요? 제 의사는 없나요?”

누구도 미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미호는 흐규흐규 울며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게 무슨 ‘내가 엄마 옆에서 잘래’ 싸움도 아니고.

데이비드 킴이 얻어맞은 뒤통수를 매만지며 - 동시에 비틀거리며 -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튼 나도 롤랑드와 윤미호가 떨어져서 누워야 한다는 의견 자체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대체 왜 우리가 일렬로 누….”

데이비드 킴은 다시 쓰러졌다. 아무도 데이비드 킴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갑론을박이 이어진지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에는 클레어가 크게 양보하여 맨 끝에 미호가, 그 옆에 클레어가, 다시 그 옆으로 시온, 데이비드 킴, 시현, 롤랑드 순으로 자리를 잡고 눕게 되었다.

그리고 여우 불을 거두는 것으로 소등 완료.

“안녕히 주무세요.”

미호가 선창했고 목소리가 줄줄줄 뒤를 이었다.

“잘 자라, 아기 고양이.”

“잘 자요.”

“안녕히 주무시오.”

“잘 자, 귀염둥아.”

“…잡시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잔뜩 묻어나는 데이비드 킴의 인사를 끝으로 모두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데이비드 킴이 입구를 열었고 백무원이 출구를 열었다. 기문둔갑의 술을 이용해 일행들은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부 건물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 자체는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록허트가 미확인 SG들과 싸우다가 부상을 좀 입은 게 다랄까.

긴급지령 01호에 따라 조직의 대한민국 지부는 사실상 해체되었고, 시온 알테미스는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의 단말인 창천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온 알테미스 자신과 별의 아이 내외, 데이비드 킴과 롤랑드, 미호, 사바스, 록허트 뿐이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시현과 클레어, 데이비드 킴과 같은 차에 탑승했다. 데이비드 킴에게 운전을 맡기고 어제는 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달빛을 베는 자가 뭐지?”

미호에게 대강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본인에게 듣는 것보다 확실할 수는 없을 터였다. 시현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그냥 요점만 말해도 된다.”

시현은 한숨을 쉬었다. 간단하게 말했다.

“제 절대적 약점이에요. 근처에 뽑혀져만 있어도 힘이 빠지는 수준이랄까.”

“…굉장하군. 놈들이 그걸 가지고 있는 건가? 혹시 그 달빛을 베는 자란 검이 많나?”

시현 대신 클레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한 자루 뿐이야. 놈들이 가지고 있는 건 열등한 복제품이고. 대신에 숫자가 좀 많았어.”

시온 알테미스는 턱을 괴었다.

“만들기가 쉬운 건가?”

“아니, 사실 놈들이 어떻게 복제품을 만들었는지도 의문이야. 굉장히 특별한 물건이거든, 그건.”

“…아무튼 놈들이 그런 물건을 만들 수 있다면 네게만 의존할 수는 없겠군.”

시온 알테미스는 시현을 돌아보았고, 시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아나 아라 누나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세진 형을 부르는 게… 최선일 것 같아요.”

룰 브레이커를 제외한다면, 사실 시현보다 그다지 전투력에서 밀리지도 않는 세진이었다. 어제 직접 놈들과 교전해본 결과 세진 정도의 힘이라면 충분할 터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이 묻었다. 별의 아이가 말하는 세진이라면 분명 ‘SG-019 엄세진’ 작년에 대한민국 수원에 갑자기 출현한 SG였다.

“부를 방법은 있나?”

“더스트를 경유해서 어찌어찌 부를 수 있을 거예요. 부른다고 당장에 오기는 좀 힘들지도 모르지만.”

천마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으면 우리 세상으로 세진을 불러오는 것이 가능은 할 터였지만 이래저래 시간이 걸리는 일이란 것만은 분명했다.

시온이 물었다.

“더스트는 또 누구지?”

“…현아 남편이요. 사바스의 상관이에요.”

“그렇군, 악마 소환으로 더스트라는 자를 불러내 사정을 전할 계획이군.”

“네.”

시온 알테미스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아침 해살이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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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38 Chapter 13. #3 +18 12.07.08 5,603 95 9쪽
37 Chapter 13. #2 +38 12.07.08 5,626 94 13쪽
36 Chapter 13. +12 12.07.07 5,253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3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79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5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2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8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8 9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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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hapter 5. #4 +34 12.06.30 7,574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8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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