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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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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61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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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1
글자수 :
520,281

작성
12.07.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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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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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10쪽

Chapter 13.

DUMMY

모든 환상의 정수.

모든 신비의 정점.

그 수맥을 올곧이 이은 자들.

그 정당한 후계자들.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켜, 이렇게 불렀다.



&



“드, 드….”

“크롸라라라라라라라-!”

뇌성을 연상케 하는 포효가 대기를 찢어발겼다.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공포에 떨게 할 그 외침은 실로 신의 포효와도 같았다.

미호는 자신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데이비드 킴이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를 간신히 끄집어냈다.

“SG-005. 1개체지만 출현한 적이 있다. 저것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어림잡아도 백수십 미터. 거대하고 거대한 그것이 하늘을 우러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봐도 실로 태산같은 크기였다.

“어, 어떡하죠? 울트라맨이라도 불러야 하나요?”

록허트가 멍청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개중 시현이 제일 먼저 정신줄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미 저런 괴물을 몇 번인가 보았고, 실제로 싸워본 적도 있었으니까. 시현은 모두가 관심을 잃어버린 소환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인큐버스!”

“루크.”

인큐버스가 나름 여유있게 답했다. 시현은 재빨리 말했다.

“좋아요, 루크. 당장 돌아가서 더스트에게 말 전해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니까!”

“ok, 특별히 후불 받아들이지.”

씩 웃은 루크는 바로 역소환진의 구성을 짜내기 시작했다. 시현은 더 이상 그쪽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시온 알테미스가 말했다.

“막아야 한다.”

당연한 소리였지만 누군가는 소리 내서 말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기가 떠야할 겁니다.”

타당한 말이었다. 저 무식하게 거대한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현대전에 걸맞는 화력이 필요했다. 백무원이 말을 보탰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 통할지도 의문이고. 어찌되었건 최소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전투기가 출동하려면 절차라는 것을 밟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절차가 모두 진행되어 전투기가 수원 상공에 나타날 즈음이면 이면 수원은 불바다가 된 이후이리라.

모두가 흥분한 가운데 유일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던 클레어가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보였다.

“워워, 너무 쫄지들 마. 난 옛날에 혼자서 아홉 마리나 조졌다고.”

모두들 클레어를 보았고, 이내 시현을 보았다. 시온 알테미스가 물었다.

“상대할 수 있겠나?”

“해내야죠.”

시현이 답했고 시온 알테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일행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총수님! 총수님!”

창천의 조직원인 도깨비 바우가 헐레벌떡 수련장으로 달려 들어왔다. 백무원은 크고 거대한 자신의 수하에게 손바닥을 내보이며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나도 보인다. 그러니까 진….”

“한 마리가 아닙니다!”

바우가 소리쳤다. 백무원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서울이랑 부산에도!”

바우의 외침을 끝으로 일순간 침묵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미호가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벌렸다.

“…세, 세 마리?”

저런 괴물이 세 마리나? 그것도 서울과 부산에?!

별의 아이인 시현조차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패닉의 한가운데서 롤랑드가 침묵을 부쉈다.

“전력을 나눠야겠군.”

“롤랑드?”

미호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롤랑드는 그런 미호에게 대답하는 대신 모두를 보았다. 수많은 전장을 헤쳐 나온 야전 사령관인 자신을 기억했다. 클레어에게 물었다.

“혼자서 아홉 마리 잡았다고 했지?”

“옛날에.”

클레어가 답했고 롤랑드는 만족했다. 시현에게 말했다.

“별의 아이. 서울로 가라.”

별의 아이는 강하다. 아마도 여기서 홀로 저 괴물에 맞설 자를 찾자면 별의 아이 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별의 아이의 기동력은 한정적이다.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롤랑드는 시온 알테미스를 보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롤랑드가 말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부산을 맡지.”

“시온?!”

미호가 소리쳤고 시온 알테미스는 작게 웃었다. 흥분과 공포로 달아오른 미호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아기 고양이, 난 4대 아크메이지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부산까지라면… 오랜만에 초음속 비행하면 된다.”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 괴물을 혼자서 막겠다니!

“그래, 그리고 입씨름 할 문제도 아니지. 부산은 내가 간다.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다. 해군도 있을 거고.”

미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그런 미호의 뺨을 다시 어루만져 주었다.

롤랑드는 그런 미호와 시온에게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대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좋소, 그럼 여긴 내가 맡겠소.”

“롤랑드?!”

이번에도 미호였다. 롤랑드는 듀렌달을 움켜쥐며 답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와 스승님과 록허트와 사바스와 자네와 윤미호겠고?”

데이비드 킴이 빠르게 물었다. 롤랑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오, 맙소사. 오, 맙소사!”

미호는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성적으로는 현재 오가는 대화가 타당하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미호의 감성이 그 같은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롤랑드가 그런 미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단호하고 우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적은 저 괴물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것이오. 난 이 세상의 무력을 믿고 있소.”

롤랑드가 미호를 보았고, 미호는 그런 롤랑드를 보았다. 미호의 어깨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백무원이 씩 웃었다.

“그래, 포방부가 좀 대단하긴 하지. 믿자고.”

롤랑드 또한 웃었다. 모두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소. 저것들이 곧 활동을 개시할 거요.”

지금 당장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게 다였지만 저 괴물이 언제 도심을 불바다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시현이 두 자루 천검을 소환했다. 양손에 하나씩 거머쥐고 돌아섰다.

“먼저 가겠습니다.”

시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대로 지면을 박차 도약했다. 실로 번개 같은 속도로 기동했다.

시온이 미호를 끌어안았다. 그 등을 두드려준 뒤 얼굴을 마주하고 말했다.

“아기 고양이, 몸조심해라.”

“시온도요.”

시온은 미소로 대신 답했다. 하늘을 노려보았고, 룬마법을 발휘해 황금빛 용으로 탈바꿈 했다. 날개짓을 해 날아올랐다.

“시온! 꼭이에요!”

미호가 마지막으로 외쳤고 시온은 날아올랐다.

시현과 시온이 떠났다. 이제 남은 사람들이 수원 상공에 나타난 드래곤을 막아야 했다.

록허트가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생각보다는 많을 거다.”

록허트의 어깨를 두드려 준 백무원은 롤랑드를 보았다. 롤랑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전 사령관답게 말했다.

“갑시다.”



&



전장에 서게 되면 결과적으론 반드시 두 가지 일 중에 하나가 일어난다.

죽거나, 살아 돌아오거나.

이미 수많은 전장을 헤쳐 나온 롤랑드였지만 언제나 후자의 상황만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롤랑드가 미호와 함께 수원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당도했을 때, 드래곤은 파괴활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건물들이 무너지고 도로가 불탔다. 이미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고 다쳤을 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미호가 몸을 떨었다.

롤랑드는 이해했다. 그래서 미호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자신을 보게 했다.

미호가 숨을 헐떡였다. 롤랑드는 미호의 뺨을 어루만졌다. 무어라 말을 늘어놓는 대신 그저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 주었다.

미호가 숨을 골랐다. 롤랑드를 보았다.

롤랑드는 전장의 절대 진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렇기에 전장에 뛰어들기 전에, 지금 이 순간에 무언가 전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레이디 윤. 아니, 미호.”

롤랑드는 진지하게 말했고 미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롤랑드는 미호를 보았다. 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제일 먼저 본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가씨를 보았다.

지금 말해야 한다.

지금 말해야만 한다.

“…아니오, 다 끝난 다음에 이야기 합시다.”

롤랑드는 말을 집어삼켰다. 어떤 사실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롤랑드는 지금 혼자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미호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미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자의 감이랄까?

“잠깐만요, 지그….”

“크롸라라라라라라-!”

포효가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미호는 추궁하기를 포기했고 롤랑드는 잠깐이지만 씩 웃었다. 두 사람이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준비 됐소?”

“언제든지.”

혀를 깨물어 피를 낸 미호가 용감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럼 미호의 모습에 롤랑드는 기어코 입을 벌려 말하고 말았다.

“미호! 내가 아무래도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소!”

미호가 눈을 껌벅였다. 보라색 눈동자엔 흥분과 공포에 이어 새로운 감정이 깃들었다.

“지, 지금 무….”

미호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롤랑드가 미호를 끌어안았다. 입술을 맞추었다. 미호는 몸부림치는 대신 롤랑드를 마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혀가 섞였다.

피와 타액이 하나가 되었다.

피는 영혼의 통화.

순백의 빛이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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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38 Chapter 13. #3 +18 12.07.08 5,603 95 9쪽
37 Chapter 13. #2 +38 12.07.08 5,626 94 13쪽
» Chapter 13. +12 12.07.07 5,254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3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79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5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2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8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9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5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9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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