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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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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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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0,281

작성
12.07.0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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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hapter 7.

DUMMY

죽어버린 망망대해에 강철의 배 한척이 지상에 얼마 남지 않은 생명들을 수호했다.

움직이는 도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인류 최후의 전함 노틸러스.

대기권 전체를 뒤덮고 있는 재앙의 안개는 호시탐탐 인류를 절멸할 기회만을 노렸고, 그에 대한 대비책인 무지개의 방벽은 하루하루 그 내구력을 소모하며 간신히 그 형태를 유지했다.

무지개의 방벽의 영향으로 하늘은 푸르지 않았다. 재앙의 안개에 가려진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붉은 바다는 전화轉化하기 이전의 생명들을 거부했다.

그런 세상.

유일한 보금자리인 전함 노틸러스의 내부 시설들 가운데 하나.

기름내 나는 칙칙한 파이프들로 가득 찬 발전기 실에 탱크 탑에 핫팬츠 한 장만 걸친 늘씬한 백인 미녀가 멍하니 서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선명한 붉은 머리칼은 한줄기로 묶여있었고, 붉은 눈동자는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작고 얇은 안경 너머에 자리했다. 멍하니 선 그녀는 눈을 계속해서 깜박였다.

그런 그녀의 맞은 편, 낡은 간이 의자에 앉아 해저 2만리를 읽고 있던 남자는 책을 덮었다. 이쪽은 눈처럼 하얀 머리칼에 진청색 눈동자였다. 선이 굵고 다부진 느낌을 주는 건장한 청년이랄까. 여자와 마찬가지로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보았다. 기다렸다. 이윽고 여자가 눈 깜박이기를 멈추었다. 이쪽 세상으로 시선을 돌린 증거라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소식이 있나 보네, 엑스칼리버.”

남자가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언제 생각해도 엑스칼리버는 부르기 너무 까다로운 이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애칭인 ‘엑스’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 이름을 자신의 하나뿐인 오빠에게만 허락하고 있었다.

“그래, 괜찮은 소식이야. 아론다이트.”

엑스칼리버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가느다란 허리 위에 두 손을 올리고 기분 좋게 말했다.

“오빠가 다인슬레프와 접촉에 성공했어. 그리고… 명확한 내용을 전송받진 못했지만 갑자기 다인슬레프의 신호가 강해진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그거 참 다행이군.”

아론다이트는 맞장구치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별로 기쁜 눈치가 아닌데?”

“아니, 기쁘다. 다만 다인슬레프 소식을 듣는 게 하도 오랜만이니까. 신호가 왔을 때도 긴가민가했었고. 그런데 칼리번이 무사히 도착한데다가 접촉까지 했다니… 정말 놀랍군.”

“다름 아닌 우리 오빠니까. 다른 세상 돕겠다고 힘 다 써버린 멍청한 세상에 안착하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지.”

그래 이 브라더 콤플렉스 계집아-라고 답해주는 대신 아론다이트는 다시 해저 2만리를 펼쳤다.

“아무튼 기다리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이니까.”

“그래,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무력하게 중얼거린 엑스칼리버는 어깨를 살짝 늘어트렸다.

말라 죽어가는- 아니, 이미 죽어버린 세상.

인류 최후의 희망을 담은 일곱 개의 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



“랄라라랄라라~ 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미호는 사뿐사뿐 걸었다.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하고 눈동자엔 활기가 넘쳤다. 보는 사람이 다 기분이 좋아질 정도랄까?

“아주 신났구나. 광년이가 따로 없네.”

직원 휴게실 소파에 앉아 그런 미호를 바라보던 사바스가 중얼거렸다. 저 계집애 요새 너무 기분이 업되어 있달까? 보기 나쁜 건 아니었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행복에 겨워하는 윤미호라니!

“안녕~ 사바스~”

미호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사바스 옆에 앉았다. 사바스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윤미호 요원, 요새 무에 그리 기분이 좋으신가요? 신사적이고 잘생겼다는 칼리번 씨와 잘되어 가기라도 하나요? 영국 이민 가나요?”

“칼리번 씨라면 잘생겼지요, 예의도 바르지요, 매너도 좋지요, 하지만 하지만 그보다는~”

미호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바스를 보며 유쾌하게 말했다.

“롤랑드 그 고자 새끼 놀려먹는 맛이 어찌나 좋은지! 능구렁이 자식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사람의 자식이라고 놀려먹을 구석이 있었구나~ 아이 좋아♡”

너무 좋아서 방방 뜨는 게 귀엽다 못해 질릴 정도였다. 사바스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미호를 보더니 쓰게 웃었다.

“아주 푹 빠지셨네, 이 아가씨.”

“응? 빠지다니? 뭘?”

“아냐, 아냐. 모르면 됐어.”

사바스는 손을 탁탁 털었다. 미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귀엽게 인상을 쓰든 말든 그 말캉말캉한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놀려먹는데 주로?”

“응? 아, 그게 있지 있지 말이야.”

미호가 신이 나서 수다의 포문을 열려는 찰나였다.

“사랑하는 요원님, 담소 중에 죄송하지만 시온 알테미스 님의 호출입니다~ 지하 7층에 위치한 실험실로 달려가주세요.”

스피커 너머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사르르 흘렀다. 기분 좋게 떠들려던 미호는 어깨를 움츠렸다.

“윽… 그 합체 건인가….”

롤랑드와 미호의 합체 시간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조만간 하겠다고 선언했었으니까. SG-012 사건 이후로 꽤나 바빠진 시온 알테미스는 사적인 용무로 미호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 물론 일단 부른 뒤에는 사적인 감정을 마구 드러냈지만 -

미호가 울상을 짓자 사바스는 그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래, 이래야 우리 미호답지. 얼른 가봐. 이번에도 맛있는 거 얻어오고.”

“흥이네요! 나 혼자 다 먹을 거다.”

사바스에게 으르렁 거린 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지하 7층으로 향했다.



“왔나.”

언제나와 같이 새하얀 SM 본디지 복장-처럼 보이지만 파라켈수스 학파의 비보 중에 하나인 아케인 슈트였다.-을 한 시온 알테미스가 미호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실험실 안에는 무뚝뚝한 표정의 롤랑드가 서 있었다.

‘윽…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나.’

속으로 꿍얼거린 미호는 시온 알테미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롤랑드 근처에 가 섰다. 힐끔 곁눈질로 보았지만 롤랑드는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바대로 합체 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보겠다. 내키진 않지만… 합체해라.”

시온 알테미스가 썩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시가를 하나 입에 물며 명했다. 그럼 그렇지 하고 어깨를 늘어트린 미호는 롤랑드 쪽으로 돌아섰다. 롤랑드 또한 돌아섰는데 그 표정이 참으로 미묘했다.

‘뭐야, 이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은! 누군 자기랑 키스하고 싶은 줄 아나?’

까라면 까는 게 하급자의 숙명인지라 꾹 참고 있는 건데!

“합체해요.”

혀를 깨물어서 피를 낸 미호가 약간은 불만 섞인 어조로 말하자 롤랑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상체를 살짝 숙였고, 미호는 까치발을 들어 그런 롤랑드와 입술의 위치를 맞추었다. 그리고 입맞춤. 이게 벌써 네 번째인가?

하지만 서로의 혀를 섞은 순간 미호는 눈썹을 꺾었다.

‘이 인간 갑자기 왜 또 이래?’

전직이 의심될 정도의 혀놀림(?)을 보여주던 롤랑드가 지금은 무슨 목석이 따로 없었다. 혀가 꼼짝도 안 한달까? 더욱이 안 그대로 까치발 들고 해야 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평소랑 달리 허리도 받쳐주지 않았다.

‘삐쳤나?’

미호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롤랑드를 보았다. 롤랑드 또한 눈을 뜨고 있어서 눈이 마주쳤다.

그 민망함이란.

“합체 안 하나?”

서로 혀를 섞은 지 10초가 넘었는데도 합체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온 알테미스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몇 번인가 더 혀를 굴려보던 미호는 결국 입술을 떼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키스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던 숨을 한 번에 내쉬며 롤랑드를 올려다보았다.

“롤랑드, 제대로 좀 해요.”

차마 평소처럼 적극적(?)으로 하라고는 말할 수 없는 지라 대충 그렇게만 말했다. 그러자 롤랑드가 표정을 진지하게 했다.

“제대로 하라 말하셨소?”

“어… 으… 네.”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또 무섭다. 키스를 제대로 한다니. 이 인간이 뭘 하려고 이러….

순간 롤랑드의 오른손이 미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깜짝 놀라서 움찔하는 미호를 단단히 옭아매더니 그대로 입술을 맞추었다. 비어있는 왼손으로 미호의 뒷머리를 받친 뒤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읍!”

미호가 롤랑드의 등을 탁탁 쳐댔지만 롤랑드는 동작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혀놀림이 진짜 예사롭지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정신 줄을 놓아버릴 뻔한 미호는 재빨리 합체를 위한 영력을 발동시켰다.

피는 영혼의 통화.

하나 되는 영혼.

순백의 빛이 지나간 자리에 미호클레스-롤랑드가 차분한 표정으로 섰다. 이전처럼 포즈를 잡거나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합체 과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시온 알테미스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그럼 그대로 대기. 지금부터 시작을 재겠다.”

롤랑드는 멀뚱히 서서 고개만 끄덕였다. 머릿속에서 미호가 소리쳤다.

‘롤랑드! 방금 그거 뭐예요!’

‘제대로 하라 하지 않았소?’

‘그, 그래도 정도가 있지! 정말이지 남자가 좀스럽게 삐쳐서는! 이 소인배!’

‘삐쳤다니 무슨 소리요? 그리고 내가 삐칠 이유라도 있소?’

‘오리발 내밀기는! 그거 좀 놀렸다고 이러기에요? 자기가 나 놀린 건 생각도 안 하나?’

‘아까부터 모를 소리만 하는 구려. 레이디 윤의 어떤 행동이 나를 놀렸다는 거요?’

‘이이! 내가 칼리번 씨랑 친하게 구니까 안절부절 못 한 주제에!’

‘누가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시오? 그리고 내가 왜?’

‘아, 그래요? 내가 칼리번 씨랑 상담 끝날 때마다 귀신처럼 나타나서 흥흥거린 주제에!’

‘알다가도 모를 소리요. 난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소.’

‘격리실 앞을 왜 만날 그 타이밍에 지나가는데요?’

‘그 길이 마음에 들더이다.’

‘하, 진짜. 남자가 솔직하지도 못하고. 좀 칼리번 씨 반의반만이라도 닮아 봐요!’

‘그 무식한 석상 놈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닮는단 말이오?’

‘누구랑 달리 매너란 게 있거든요?’

‘매너란 게 그렇게 아무데서나 손등에 키스하며 사탕발림을 늘어놓는 거요?’

‘그럼 주먹질하는 게 매너에요? 처녀의 알몸을 봐놓고는 몸매가 훌륭하니 어쩌니 술주정뱅이 아저씨 같은 말이나 늘어놓는 게 매너고?’

‘훌륭한 것을 훌륭하다 말하는 것이 무에 잘못 되었소. 그럼 내가 그때 몸매가 참 빈 하오-라고 하면 만족했겠소?’

‘야 이 자식아!’

미호가 노성을 터트린 그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순백의 빛이 일더니 롤랑드의 몸으로부터 미호가 튕겨져 나왔다. 합체 한지 이게 겨우 1,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

반사적으로 중얼거린 미호는 얼른 두 팔로 가슴 부분을 가리며 주저앉았다. 롤랑드는 그런 미호를 힐끔 곁눈질로 보더니 썩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참 빈하구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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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38 Chapter 13. #3 +18 12.07.08 5,603 95 9쪽
37 Chapter 13. #2 +38 12.07.08 5,626 94 13쪽
36 Chapter 13. +12 12.07.07 5,254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4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50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80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5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3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 Chapter 7. +7 12.07.01 6,882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9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9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5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9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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