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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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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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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1
글자수 :
520,281

작성
12.07.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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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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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8쪽

Chapter 11. #3

DUMMY

&



적이 도주를 시도 중이라면 상황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전의를 잃고 진정으로 도망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술적 이점을 위한 도망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어떻게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마냥 추적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가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하나 존재한다.

설사 도망치는 자가 어떤 함정을 준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하더라도-

추적자가 그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 그럴 힘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적해야 한다.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정확하게, 시현은 진각을 밟았다.

붉은 왕의 기술인 신속은 단거리 공간 도약 마법인 블링크에 크게 뒤지지 않는 미친 속도를 자랑한다.

칼리번은 어느새 자신의 코앞에 나타난 별의 아이를 보고 전율했다. 무엇이든지 하기 위해 움직이고자 했다. 하지만 시현은 그런 칼리번보다 빨랐다.

어찌되었건 이 장소는 지하. 너무 큰 기술은 자제해야 한다. 놈들은 개인이 아닌 집단이니 죽이기보단 잡아서 뒤를 캐내야 한다. 보통이라면 상당히 짜증나는 조건들이었지만 다행히 놈들은 어지간한 부상으로는 죽지도 않는 튼튼한 놈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현은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

시현의 쌍수가 움직인 순간 칼리번의 양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칼리번이 채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시현의 발차기가 칼리번의 가슴을 찍어 눌렀다. 칼리번의 입과 잘려나간 양 팔에서 피가 튀었다.

“오빠!”

칼리번을 대신해 엑스칼리버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양 손에 요정검을 들고 시현에게 돌진했다.

시현은 그런 엑스칼리버를 보았다. 평소에는 순해빠진 시현인지라 여자를 때리기는커녕 욕 하는 것조차 심한 거부감을 느꼈지만 전투 중에는 아니었다. 세상 일광의 가장 위대한 검사는 엑스칼리버의 모든 동작을 읽었다. 마주 진각을 밟았다. 그리고 검과 검이 얽힌 순간, 엑스칼리버는 자신의 검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시현과 엑스칼리버의 강함이 차이는 물리적인 힘이나 영력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었다.

검왕이라 불리던 황제의 아이 일레븐조차 짓밟은 압도적인 검술 실력.

엑스칼리버의 손발이 어그러졌다. 시현의 무자비한 연격이 퍼부어졌다.

엑스칼리버는 검을 놓쳤다. 엑스칼리버의 얼굴에 시현의 팔꿈치 찌르기가 작렬했다. 엑스칼리버는 비틀거렸고, 시현은 클레이르헴 모르의 자루를 쥔 오른손으로 엑스칼리버의 쇄골 부위를 찍었다.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엑스칼리버의 무릎이 꺾였다. 시현은 무너지는 엑스칼리버의 복부를 향해 클레이르헴 모르를 전진시켰다.

“이메진 브레이크.”

모든 환상을 파하는 검이 엑스칼리버의 영적 방벽을 모두 다 무너트렸다. 바닥에 꼬치 신세가 되어 처박힌 엑스칼리버는 꿈틀거리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시현은 고개를 돌렸다. 신나게 두들겨주었던 칼리번이 어느새 양팔을 재생하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현에게 달려드는 대신 영적영지를 발동시켰다. 날카롭게 외쳤다.

“물러나! 엑스를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무너트려 버리겠어!”

이미 상당한 충격을 받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지하이니 칼리번 정도의 힘을 가진 자라면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왼손에 쥔 에잇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시간을 짓찢는 검의 송곳니,

타임 브레이크.

한줄기 섬광이 칼리번의 인지를 넘어섰다. 칼리번의 두 다리가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칼리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시현은 신속을 발휘했다. 다리를 잃은 칼리번이 바닥에 쓰러지기도 전에 그 가슴에 에잇 브레이커를 박아 넣었다. 이번에도 사용하는 기술은 이메진 브레이크.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이 나란히 꼬치가 되어 바닥에 박혔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롤랑드는 마른 침을 삼켰다. 기량이 다르다. 저건 단순히 힘의 차이가 아니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기사와 일반인의 싸움에 가까웠다.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이 힘을 잃자 체육관을 뒤덮었던 바위더미와 물들이 사라졌다. 롤랑드는 미호를 안아들며 짧게나마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는 너무나 짧았다. 체육관이 다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인슬레프!”

롤랑드가 소리쳤다. 시현이 영적 흐름의 중심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롤랑드와 시현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 피 웅덩이로부터 금발의 남자가 솟아올랐다.

“별의 아이, 그 정도로 하시지.”

다짜고짜 그렇게 말한 다인슬레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피 웅덩이로부터 두 사람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킴! 시온!”

엉망진창으로 당한 듯 한 데이비드 킴과 시온이었다. 둘 모두 붉은 촉수에 온 몸이 감싸여 있었는데, 실신이라도 한 듯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다인슬레프가 즐거이 웃었다.

“동생들이 넘어와서 내 힘이 증폭된 걸 시온 알테미스 이 앙칼진 계집이 몰랐더군.”

“노옴…!”

롤랑드는 노성을 토했지만 시현은 차가운 눈으로 다인슬레프를 보았다. 동생들이 넘어왔다. 힘이 증폭되었다. 본래는 둘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하나 껴서 셋이 되었다. 동생은 더 있는가? 그리고 넘어왔다는 것은 역시 다른 세상을 의미하는 것인가? 놈들은 달빛을 베는 자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달빛을 베는 자를 열화 복제하기까지 하였다. 혹여 세상 일광 출신인 것은 아닐까?

다인슬레프는 비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는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을 보았다. 롤랑드는 다인슬레프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진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다인슬레프가 눈을 한 차례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선 시현을 보았다.

“이쪽도 둘, 그쪽도 둘. 숫자도 딱 맞으니 공평한 거래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별의 아이.”

“먼저 넘겨.”

시현이 즉답했다. 다인슬레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넘기고 나면 그 잘난 영혼의 검으로 우릴 죽이려고? 그렇게는 안 돼. 먼저 약속해라, 별의 아이. 인질 교환이 끝나면 우릴 그대로 보내줘.”

롤랑드는 당장이라도 어림없는 소리하지 말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시온과 데이비드 킴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더욱이 이번 일의 결정을 내릴 것은 그가 아닌 별의 아이 시현이었다.

롤랑드는 입을 꾹 다물고 시현의 결정을 기다렸다. 시현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시현이 양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을 제압하고 있던 두 개의 천검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다인슬레프는 촉수들을 움직여 시온과 데이비드 킴을 시현 쪽으로 보내는 것과 동시에 피웅덩이를 확장시켜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을 확보했다.

시현의 발치에 정신을 잃은 시온과 데이비드 킴이 조심스럽게 눕혀졌다. 피 웅덩이를 통해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이 다인슬레프 곁으로 이동했다. 둘은 이미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상처를 재생하고 있었다.

“우린 일단 돌아가 보겠어. 다음에 보자고, 별의 아이. 그리고 윤미호.”

롤랑드의 품에 안긴 윤미호를 노려본 다인슬레프는 그대로 엑스칼리버와 칼리번을 끌어안았다. 확장되었던 피 웅덩이가 빠른 속도로 압축되어 세 사람을 감쌌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려는 순간이었다.

“아, 그리고 이건 작별 선물.”

다인슬레프는 화사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다음 기회에.”

다인슬레프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건물 전체가 맹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롤랑드가 당혹스런 목소리를 토했다. 시현이 재빨리 발치에 쓰러진 데이비드 킴과 시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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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6 8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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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hapter 12. #3 +21 12.07.07 5,461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6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8 63 9쪽
» Chapter 11. #3 +13 12.07.05 5,714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3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1 120 18쪽
27 Chapter 10. #2 +19 12.07.03 6,483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0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5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49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80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5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3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1 94 11쪽
16 Chapter 6. #4 +11 12.07.01 7,182 107 11쪽
15 Chapter 6. #3 +4 12.07.01 7,119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9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5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59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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