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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룡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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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취룡
작품등록일 :
2012.08.20 01:36
최근연재일 :
2012.08.2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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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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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Chapter 10. #2

DUMMY

&



같은 시각 태평양 너머에 있는 미국의 하늘에는 태양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장소는 마이애미. 늘씬한 미남미녀들이 단체로 몸매자랑을 하고 있는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노인은 하얗게 샌 머리칼에 어울리지 않게 20대처럼 탄탄한 몸을 자랑했고, 새하얀 비키니 수영복으로 매력적인 몸매를 돋보이게 한 흑발의 여인은 카페에 자리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10초에 한 번은 훔쳐보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약간 붉은 빛이 감도는 선글라스를 낀 여인은 노인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이 동네에서도 어린 여자애들만 데려다가 전설의 즐거운 총기술 교실을 열고 있나?”

“…어린 여자애들이라니. 어폐가 있군.”

“너랑 내 앞에 서면 80줄 할머니도 어린 여자애야.”

여자, 메르헨의 발언에 전설의 사냥꾼은 부정하는 대신 딴청을 하며 모히티 한 잔을 들이켰다. 메르헨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그 꼬맹이는 아주 넋이 나갔더군.”

조직의 미국 지부 요원 안젤리나 요한슨. 현재 전설의 사냥꾼과 메르헨의 각종 편의를 봐주고 있는, 전설의 사냥꾼이 직접 키운 요원이었다.

“…의도한 적은 없다만.”

“언제나 그러했지.”

메르헨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이제는 알고 지낸 지 천 년도 넘게 지난 몇 안 되는 변치 않을 ‘친구’를 놀리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그래, 도로시 이후 네 가장 아끼는 제자 순위를 갱신한 아이는 누구지?”

전설의 사냥꾼은 답하는 대신 그저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메르헨이 서류철을 펼치자 방긋 웃고 있는 동양인 여자의 얼굴과 그에 대한 기록들이 담긴 서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귀엽군. 이름은 윤미호인가. 그래, 내가 이제 이 아이를 위해 ‘미호의 법’ 같은 기술을 고안해내면 되나?”

메르헨이 농담같지 않은 어조로 농담을 건넸다. 전설의 사냥꾼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풍림화산암뇌의 기술 일부가 이 아이의 잠재능력을 개발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되어서 겸사겸사 부탁해본 것뿐이다. 내키지 않는다면 그냥 네가 여기 온 목적이나 수행하고 돌아가면 돼.”

메르헨은 잠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보았다. 지나가듯 말했다.“착한 애겠지.”

“다름 아닌 내 제자니까.”

우리 집 애들은 다 착해요-류의 말을 들은 기분이 든 메르헨은 일부러 미간을 좁혔다.

“그럼 헬렌 킬러는?”

전설의 사냥꾼의 첫 번째 제자. 그리고 전설의 사냥꾼의 뒤통수를 갈긴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 전설의 사냥꾼은 힘들게 웃었다.

“…걔도 옛날에는 착했어.”

“그랬겠지. 도로시가 임신한 건 알아?”

“뭐? 정…말로 거짓말이군.”

순간 눈을 크게 떴던 전설의 사냥꾼은 고개를 젖혔고 메르헨은 피식 웃었다. 마이애미 해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런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키네네의 거울, 못 본 사이에 농담이 늘었군.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

메르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시안이란 아이한테 가끔씩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지. 네가 세상 방방곳곳에 제자를 만드는 이유를 아주 약간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메르헨은 서류철을 접고 그것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다시 전설의 사냥꾼을 보았다.

“부탁한 일이라면 해주겠다. 우선은 내 용무부터 해결하고.”

“그래,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지.”

전설의 사냥꾼과 메르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되었을 때, 상대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먼저 알아채고, 그것을 상대에게 꺼내도록 제안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별로 좋지 못한 일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래야만 할 때가 있고, 데이비드 킴과 백무원, 이시현과 클레어와 함께 빙빙 도는 회의를 진행하던 시온 알테미스는 지금이 바로 그 때라 생각했다.

“너 말고 다른 별의 아이들이 이 일에 참여할 수는 없나?”

시현은 즉답하는 대신 시온 알테미스를 바라보았다. 시현은 별의 아이가 여러 명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사바스가 말한 것일까?

“윤미호의 사촌여동생 윤현아. 그리고 오크 엄세진. 내 추측이 맞는다면 조아라.”

간단했다. 어제 시현은 미호와 대화할 때, 어째서 현아가 이렇게 변했냐는 미호의 물음에 자신도 본래는 동양인이었다고 말했다. 똑같이 모습이 변한 존재. 그리고 친한 형. 오크. 한국식 이름. 무슨 생각으로 -사실 아마 그다지 걸릴 게 없어서 그랬겠지만- 그 영화 스텝롤에 본명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확하군요.”

별의 아이는 모두 합쳐 넷이다. 그들이 모두 시현 정도의 힘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들 모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별의 아이라는 엄청난 힘을 가진 집단에 대한 경계태세를 준비해야겠지만.

클레어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시선을 모았다. 시온 알테미스에게 똑똑히 말했다.

“야한여자, 우린 도움을 주는 입장이야. 네게 아쉬운 것 따윈 없어. 그냥 당장 널 죽이고 여길 초토화 시키고 돌아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야. 시현이는 ‘전직’ 별의 아이야. 현직이 아냐. 이 세상을 지킬 의무는 없어.”

물론 클레어도 시현이 얼마나 오지랖이 넓은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현이었으니까.

시현이 부가적으로 말을 보탰다.

“세진 형하고 아라 누나는 지금 다른 세상에 있어요. 유일하게 어떻게든 연락가능한 건 현아지만… 현아를 이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세상 일광에서의 일만으로도 충분했다. 현아는 이제 위험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만 했다.

시온 알테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존중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시온 알테미스는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모두를 보며 말했다.

“다시 본제로 돌아가면, 놈들은 윤미호와 롤랑드의 피를 필요로 한다. 그날 놈들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광선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때문에 놈들은 언젠가는 결국 윤미호와 롤랑드를 노릴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그저 넋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놈들은 괴물이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량살상을 저지를지 모른다.”

놈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분하지만 현실적으로 시현 뿐이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미호를 안전하게 수호할 수 있는 것도 시현 뿐이다. 다인슬레프 하나만이라면 어떻게든 조직의 힘으로 맞서보겠지만 칼리번이 더해져 놈이 둘이 된 이상 문제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장소를 옮기지 않은 이유는 네가 있기 때문이다. 네가 있는 한 놈들은 이곳을 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기에 윤미호는 이곳에 있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안전한 방법은 놈들이 미호와 먼 곳에 떨어져 있을 때 그 위치를 파악하고, 그 위치를 떠나기 전에 시현을 투입해 놈들을 제압하는 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놈들을 찾아야만 한다.

“놈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시현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았다. 시현은 그 어떤 강대한 적과도 맞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딘가에 숨어 있을 누군가를 찾아낼 능력은 없다.

시온 알테미스는 시가를 꺼내 물었다. 제한코드를 모두 해제해주겠다던 파라켈수스 그 쓰레기의 발언을 기억했다. 불을 붙이며 대답했다.

“찾아내야지.”



&



시온 알테미스가 여러 수단을 동원할 동안 미호와 롤랑드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차마 합체 시간 재기 놀이(?)를 반복할 수는 없었으니까. 좁은 방 안에 계속 갇혀 있는 것은 은근히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주어진 유희도구들에 누군가가 선의의 장난질을 계속할 때라면.

“앨리스, 텔레비전에서 왜 멜로 영화만 주구장창 나오는지에 대해 물어도 될까?”

미호가 새로 달린 스피커에 대해 물었다. 롤랑드 또한 하루종일 사랑 노래만 불러재끼는 라디오를 가리켰다.

“라디오는 왜 또 저 모양인 거요?”

하지만 스피커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미호는 스피커를 향해 사랑이 담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고 롤랑드는 보다 점잖게 스피커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각자의 침대에 널브러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냥 하얗기만 해서 무늬도 없는 천장이라 무늬찾기 놀이조차 할 수 없었던 미호가 입을 열었다.

“얘기나 좀 하죠.”

사실 이야기라면 정말 질릴 정도로 했다. 격리실에 갇히기 전에 몇 달이나 의무적으로라도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미호는 대화를 시도했다.

“뭐, 있잖아요. 옛날 얘기 같은 거. 아니면 친구 얘기라든가. 만날 당신 손 붙잡고 창관으로 달려가던 아스톨….”

거기까지 말하던 미호는 자신이 화제를 잘못 집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꼬리를 흐렸다. 롤랑드가 침대에 누운 상태로 눈을 감았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양눈을 눌렀다.

“레이디 윤.”

“…네, 롤랑드.”

“어디까지 본 것이오?”

지난번의 합체로 미호는 롤랑드의 기억 일부를 읽어냈다. 하지만 과연 어떤 기억들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았는지는 미호만이 알 뿐이었다.

미호는 침대에서 상체를 번쩍 일으켜 세운 뒤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별 거 없어요. 거의 다 나에 대한 것들이었지.”

롤랑드는 누운 상태로 그런 미호를 보았다. 그 어색한 미소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나도 약간 본 것이 있소. 이를테면 당신 첫사랑이라든가.”

말을 마친 순간 롤랑드는 이번에는 자신이 화제를 잘못 꺼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만합시다.”

“아니오.”

미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워져 있었다. 그 단호한 표정은 롤랑드 또한 몸을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롤랑드는 한숨을 토한 뒤 두 손을 들여보였다.

“레이디 윤, 서로 캐내봐야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이오. 그냥 서로 가슴에 묻어둡시다.”

“도대체 뭘 얼마나 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여자의 비밀은 남자의 비밀보다 백배는 더 가치 있다는 것이 미호의 신조였다. 미호가 눈을 가늘게 뜨자 롤랑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당신이 그 노인네를 처음 만날 때라든가… 훈련 받을 때라든가… 그런 거 약간… 왜 그런 눈으로 보시오?”

문제 되는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미호의 시선은 엄청난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낮게 깔린 음성은 미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롤랑드에게 알려주었다. 롤랑드는 서둘러 자신의 말을 되집어 보았다. 그리고 다소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노인네라고 부른 것 말이오?”

“스승님이에요!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라고요!”

미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롤랑드가 다시 말했다.

“레이디 윤. 그는 노인이오. 노인을 노인이라 부른 것이….”

“노인네라고 했잖아요! 비하의 뜻을 담아서!”

미호가 다시 화를 냈다. 롤랑드는 억울했다. 아니 자신이 무얼 잘못했다고.

“아니 솔직히 막말로 음흉한 노인이잖소? 나도 다 봤소! 그 자가 자기 제자들을 어떻게 꼬시는지!”

영혼에 새겨진 기억을 되돌아 볼 것도 없었다. 그냥 지금까지 롤랑드가 전설의 사냥꾼을 만난 순간들을 돌이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미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꼬셔요? 지금 우리 스승님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해요?!”

미호가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음흉하다니! 그게 롤랑드가 할 말이에요? 아스톨포 손잡고 간 창관만 백 군데가 넘으면서! 안젤리카 그 년이 그렇… 헙!”

미호가 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입밖으로 나온 뒤였다. 롤랑드의 표정이 굳었다.

“…그만합시다.”

“미, 미안해요. 나는 그저….”

미호가 방금까지의 독기가 무색하게 진심으로 미안한 얼굴이 되었지만 롤랑드는 미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미호의 말을 끊었고,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담요로 얼굴을 덮었다.

“난 좀 자도록 하겠소.”

그걸로 끝이었다.

미호도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똑같이 담요로 얼굴을 덮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격리실 안은 침묵만이 가득했다.



&



태양이 지고 밤이 찾아온다. 붉은 황혼은 너울너울 세상을 물들이다 사그라들고, 새카만 칠흑의 장막 위로 별빛이 흐드러진다. 달은 떠오르고 바람은 분다.

풀벌레 소리가 드는 평원 위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엑스칼리버는 하얗고 긴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잡을 수 없는 허공의 별을 어루만지듯 밤을 끌어안았다.

“아름다워.”

저 하늘 너머에는 무지개 방벽도, 생명을 멸할 의지만으로 가득한 절망의 안개도 없다. 까만 하늘. 붉은 황혼. 푸른 하늘. 아름다운 별과 달. 찬란한 아침의 태양.

바람에는 죽음의 냄새가 없었다. 풀벌레처럼 약한 생명들도 저마다의 삶 속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엑스칼리버는 황홀한 감정을 느꼈다.

칼리번이 그런 엑스칼리버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속삭였다.

“멋지지?”

“멋져. 최고야. 아름다워.”

엑스칼리버는 오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조금 동 떨어진 곳에서 그런 남매를 지켜보는 다인슬레프에게도 미소를 보냈다.

다인슬레프가 어색하게 웃었다.

“웃는 걸 보니 좋구나.”

기억은 여전히 불완전했다. 조각난 상태였다. 하지만 다인슬레프는 엑스칼리버와 마주한 순간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었다.

“나도 다인 오빨 다시 보게 돼서 정말 기뻐.”

“그래, 엑스. 정말 다행이다.”

칼리번 아닌 다른 사람이 엑스라 불렀음에도 엑스칼리버는 화를 내지 않았다. 칼리번의 품에서 벗어나 다인슬레프에게 다가섰다. 수백 년 만에 마주한 자신의 남매를 끌어안았다.

“다른 아이들도 여전하니?”

“여전해. 아론다이트는 여전히 날 좋아하고, 아스칼론은 언제나처럼 냉철하고, 레바테인은 귀여워. 발뭉 오빠는 듬직하지.”

“그리고 넌 사랑스럽구나.”

엑스칼리버는 까르르 웃었다.

칼리번은 밤하늘을 우러렀다. 그도 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 깊은 감동을 느꼈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었다.

“다른 형제들도 볼 수 있을 거야. 우리에게 희망을 남기고 잠든 인류 또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거야.”

칼리번은 시선을 내렸다. 엑스칼리버와 다인슬레프를 보았다.

엑스칼리버는 자신의 쌍둥이 오빠 칼리번을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감정에 이끌린 맞장구를 쳐줄 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물었다.

“별의 아이는?”

“전직. 그리고 당장은 하나. 넷 중에 가장 강하고, 가장 위험하지. 하지만 그렇기에 좋아.”

“어째서?”

“다른 별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거든.”

다인슬레프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떤 약점을 말하는 거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알고?”

“다인, 넌 지금 망가진 상태야. 하지만 나와 엑스는 아니지. 그래서 우리는 알 수 있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조차 잊지는 않았겠지?”

다인은 답하는 대신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칼리번은 빙긋 웃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달빛을 베는 자. 이계의 성검.”

검은 하늘에 한 자루 검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허상이었다. 저 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 검은 놈에게 있어 슈퍼맨의 크립토나이트야.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저걸 박아 넣으면 거의 게임이 끝날 정도지.”

“저걸 손에 넣을 수 있나?”

“아니, 불가능해. 다른 세상에 있거든. 그리고 그 세상으로 다녀올 수 있다해도… 현 소유주와 그 친구들이 만만찮은 놈들이라 강탈해오기도 쉽지 않아.”

다인슬레프가 미간을 좁혔다.

“그럼 약점이라고 해봐야 쓸모없는 것 아닌가?”

“아니, 그렇지 않아. 다인, 우리의 본질을 떠올려봐. 그리고 나와 엑스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봐.”

다인슬레프는 깨달았다. 허탈하게 웃었다. 칼리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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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어 해설 #4 +31 12.07.09 5,437 8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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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Chapter 13. #2 +38 12.07.08 5,627 94 13쪽
36 Chapter 13. +12 12.07.07 5,254 83 10쪽
35 Chapter 12. #4 +23 12.07.07 5,498 104 11쪽
34 Chapter 12. #3 +21 12.07.07 5,462 99 8쪽
33 Chapter 12. #2 +16 12.07.06 5,737 100 7쪽
32 Chapter 12. +31 12.07.05 5,810 105 10쪽
31 용어 해설 #3 +21 12.07.05 5,719 63 9쪽
30 Chapter 11. #3 +13 12.07.05 5,715 95 8쪽
29 Chapter 11. #2 +29 12.07.04 6,054 111 13쪽
28 Chapter 11. +45 12.07.03 6,242 120 18쪽
» Chapter 10. #2 +19 12.07.03 6,484 99 17쪽
26 용어 해설 #2 +9 12.07.03 6,711 80 20쪽
25 Chapter 10. +30 12.07.02 6,546 121 9쪽
24 Chapter 9. #3 +7 12.07.02 6,253 99 3쪽
23 Chapter 9. #2 +18 12.07.02 6,550 99 22쪽
22 Chapter 9. +8 12.07.02 6,480 102 16쪽
21 Chapter 8. #3 +14 12.07.02 6,787 101 17쪽
20 Chapter 8. #2 +3 12.07.02 6,396 102 15쪽
19 Chapter 8. +4 12.07.02 6,513 106 12쪽
18 Chapter 7. #2 +16 12.07.01 6,832 100 14쪽
17 Chapter 7. +7 12.07.01 6,883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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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hapter 6. #3 +4 12.07.01 7,119 98 16쪽
14 Chapter 6. #2 +13 12.07.01 7,409 96 21쪽
13 Chapter 6. +5 12.07.01 7,348 93 14쪽
12 Chapter 5. #4 +34 12.06.30 7,577 120 16쪽
11 Chapter 5. #3 +7 12.06.30 7,760 9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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