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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아니시모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크로노미터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6
최근연재일 :
2020.05.22 18:4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395
추천수 :
171
글자수 :
108,781

작성
20.05.2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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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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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1장.

DUMMY

가상화된 유체 시뮬레이션.

순간 제이앤은 자신을 거대한 송신탑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폴리아미드 재질의 전신이 에메랄드처럼 녹색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짧은 시스템 음성을 뱉어냈다.


[위치 정보 검색. 포지션 컨텍트]

[탐지거리 무제한. 시뮬레이션 가동.]


이후 광역 전산망과 연결된 그녀의 의식은 투명한 전류를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갔으며 각 지역 CCTV에 접속해 도심 속 주요 빌딩의 정보를 한 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기관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좀처럼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자 그녀는 탐지 속도를 최대한도로 올리게 된다.


[통신 전자기 웨이브가 하이퍼소닉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유지되는 동안 모든 기기의 제어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러자 마치 낙뢰가 구름 사이를 이동하듯 순식간에 지구 반바퀴를 돌며 목적지를 탐색하던 그녀는 잠시 뒤 DNC 인스티튜트라는 초정밀 제어 기술과 관련된 과학 기관에 유틸되었고 이내 전체 시스템을 통괄하는 메인 폴(pole)에 접속을 성공시켰다.


[접속이 정상 확인 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연결. 목록을 확인합니다.]


검색을 시작하자 주루룩 쏟아져 나오는 자료들.

수 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뽑아낸 결과물이다. 이 과학 기관은 역사가 깊은 만큼 방대한 자료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초당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내는 그녀의 인공두뇌 앞에선 그리 많은 양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열람 가능한 모든 자료 확인을 마쳤습니다.]

[비열람 목록이 남아 있습니다.]

[목록을 검색하시겠습니까?]


2분간의 자료 검색과 수집. 하지만 이는 인류가 이룩한 업적의 90%에 달하는 연구 결과일 뿐이다. 나머지 10%는 내부 보안 비밀 문건으로서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도록 락(lock)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내용을 확인 할 수 없습니다.]

[암호를 해독해 주십시요.]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선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제이앤은 보안 시스템을 뚫고 해킹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시스템 보안 모듈에 접근합니다.]

[174개의 블록 컨트롤 타워가 발견되었습니다.]


국가 기밀 급의 기술력을 숨기기 위해 수백 개가 넘는 블럭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설령 세계 최고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는 집단이라고 해도 겹겹이 막아선 방화벽을 뚫는다는 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제이앤은 눈앞의 블록들을 하나하나 손쉽게 제거해 나갔다.


[37번째 블록 해제.]

[38번째 블록 해제.]

[47번째 블록 해제..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달아 삭제되는 블록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본래 해킹이란 인간과 컴퓨터와의 두뇌싸움. 다양한 연산기호와 알고리즘이 난무하는 곳에서 누가 먼저 고급 언어를 해독해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결국 컴퓨터의 시스템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소리다.

제이앤은 안드로이드이다. 인공지능의 끝판왕이자 컴퓨터 자체인 그녀에게 이보다 쉬운 일은 없지 않을까.


[모든 블록 컨트롤 타워가 해제되었습니다.]

[시스템 보안 모듈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비열람 목록의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후 제이앤은 1급 비밀로 내정된 모든 자료를 입수했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로 나노 섬유와 양자역학 에너지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 논문들이 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나마 흥미로운 가설인 액체 신소재와 초마이크로 반도체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개발 단계로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신소재 그리고 마이크로 칩이라.."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제이앤은 뭔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인다. 그리곤 곧바로 나머지 자료들을 데이터에 저장하며 접속을 해제시켰다.


[나노 탄소 섬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폴리머 액체 금속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양자역학 마이크로 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DNC 인스티튜트와의 연결을 해제합니다.]


#


"들어가십시요. 레이먼드님."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올리는 에이커의 모습에 레이먼드는 평소와 다른 어색함으로 조용히 답했다.


"그래 고생했다. 가서 쉬거라."


에이커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든든한 보디가드가 생겼다는 사실은 좋은 현상이지만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전투 능력은 레이먼드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신변 보호를 원하시면 언제든 시스템 콜 버튼을 눌러주십시요. 항상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것 참 든든하군. 그런데 항상 가까운 곳이라고?"

"원하시면 이곳에서 대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 아니 그 정도까지는 좀 곤란하군."


과민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레이먼드는 기억하고 있다.

과거 군사용 전투 로봇이 처음 선보일 당시 무장한 수십 명의 특수 요원들을 무력화시키던 에이커의 모습을 말이다. 비록 시뮬레이션 상황이었지만 그의 반응 속도와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요."


딸칵.


방문이 닫히고 침대에 오른 레이먼드는 생각했다.

에이커는 이제 자신과 제이앤의 신변을 최우선으로 행동한다고 말했었다. 안드로이드에게 데이터는 절대적인 법규나 마찬가지. 무작정 그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도리어 곁에 있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한배를 탄 아군인데 내가 너무 경계하는 건가."


평소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인생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더니 언제부터 이리 겁쟁이가 되었는지. 아마도 제이앤 때문일까. 그녀를 만나고 여러 가지 심적 변화를 겪은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까지 생길 정도로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건 다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속 바램이었던 것이다.


"내가 돌아간다고 하면 허락해줄텐가? 마리안느.."


#


저벅저벅.


계단을 오르는 에이커의 뒷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역삼각형의 딱 벌어진 어깨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쭉 빠진 기럭지까지. 남자가 봐도 부러운 몸매의 그는 완벽한 인간형 안드로이드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희대의 살인 머신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그는 전장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반란군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전쟁 종결 후에도 다양한 첩보 작전의 비밀 암살대원으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그의 주력 무기는 총도 미사일도 아닌 강인한 신체.

인체 관절에 해당하는 특수 합금 재질은 뛰어난 탄성과 신축성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으며 플라즈마와 폴리아미드 신소재 합성의 결과물인 메카닉 파츠는 엄청난 근력과 스피드를 가능케 했다.

게다가 동체시력을 수십 배로 올릴 수 있는 메가스캔 인공 망막은 사물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0.01초 대의 블랙아웃 타임을 정복했으니 그의 존재는 적들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만약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자가 있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팔이 먼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삐빅! 반경 35m이내 고에너지 반응.]

[위험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그 순간 난데없이 울리는 경고 메시지에 에이커는 걸음을 멈췄다.


[대상의 정보 분석을 요청합니다.]

[오류코드 확인. 탐지 가능거리가 아닙니다.]


한밤중의 침입자. 에이커는 의문을 품는다.

누군가 2층에 숨어있다. 저번과 같이 부품을 노리고 들어온 좀도둑들인가. 아니면 설마 사이버트로닉스가 벌써 이곳까지?

하지만 어느새 에너지 유입량이 1320k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아무리 봐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테라헤르츠 초음파 센서 가동.]

[범위 내 모든 물체를 스캔합니다.]


에이커는 곧 광범위한 디텍팅이 가능한 첨단 레이더를 가동시켰고, 이내 탐지 스코프가 감지하는 정체불명의 에너지 반응을 따라 위쪽으로 이동했다.


[탐지거리 50m.]

[탐지거리 20m,]

[탐지거리 10m,]


센서에서 출력되는 에너지원을 따라가 보니 어느새 2층.

창가 쪽에 위치한 방문 앞까지 오게 된 에이커는 잠시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이곳은 제이앤이 머물고 있는 방이 아닌가.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더 확실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금 레이더를 가동시켜 방 안쪽을 조사했다.


[스캔 가능한 개체 1개가 발견 되었습니다.]

[대상의 상태를 분석합니다.]


그러자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시스템 음성들.

숨죽여 이곳까지 걸어온 이유를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도파민 수치 35%초과.]

[감정 과잉 상태. 에피트로젠이 폭증합니다.]

[시각 인지 불안정. 대상이 흥분 상태입니다.]

[주의 요함. 대상의 공격에 대비하십시요.]


에이커의 인지 기능 소프트웨어는 즉시 경고 조치에 따른 전투 모드 가동을 명령했고 이를 받아들인 하드웨어는 신체 각 기관에 대처 방안에 따른 행동을 지시했다.


[전투 모드 On.]

[다이나믹 비젼 시스템 가동.]

[스킨 강화. 포스 어빌리티 가동.]

[동작 가능 유효범위. 매개변수 활성화.]

[대상의 움직임을 예측합니다.]


잠시 뒤.


콰쾅! 격렬한 파괴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며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

고출력의 에너지 반응을 보이며 반복되는 경고음으로 전투 모드까지 가동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제이앤이었다.

분명 강력한 적이 숨어있을거라 생각했던 에이커는 예상 밖 상황에 즉시 전투 모드 가동을 중지시켰다.


"제이앤님 맞으신가요?"


의아한 듯 묻자 그녀는 천천히 돌아보며 답했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에이커님?"


그러자 잠시 그녀의 모습을 살피던 에이커는 냉랭하게 말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


마치 심문을 진행하는 형사가 진술을 요구하듯 거칠게 뱉어낸 그의 말에 제이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갑자기 남의 방에 들어와서 그게 무슨 소리죠? 문까지 부수고."


하지만 에이커는 대답을 회피한 채 방안 내부를 둘러본다.

특별이 달라진 건 없었지만 여기저기 미세한 원소 입자가 반짝이는 것을 놓치지 않은 그는 곧바로 스캔을 시도했다.


[삐빅! 스캐닝 확인 불가.]

[고출력 전자기장이 경로를 막아서고 있습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시스템은 계속해서 탐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었고 그제야 에이커는 그녀의 모습이 평소 같지 않다는걸 느꼈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제이앤님?"


그러자 그녀는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네 문제없습니다. 단지 조금 피로할 뿐이네요."


반쯤 감겨있는 눈.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개운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순식간에 에너지 반응이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저택을 날려버릴 정도의 고주파를 발산하던 그녀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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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5장. 20.05.17 115 5 11쪽
15 제14장. 20.05.16 125 4 13쪽
14 제13장. 20.05.16 136 5 10쪽
13 제12장. 20.05.15 141 6 11쪽
12 제11장. 20.05.15 142 6 11쪽
11 제10장. 20.05.14 148 6 13쪽
10 제9장. 20.05.14 150 8 10쪽
9 제8장. 20.05.13 157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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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장. 20.05.11 193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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