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일하게 평온했던 학교는 수라장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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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얼마 쯤 달렸을까.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유성이 먼저 지쳐서 멈춰버렸다. 자이크는 힘든 기색도 없이 오히려 유성을 걱정했다.
" 괜찮으신 건가요? "
" 으, 응. 괜찮아.. 너는 안 힘들어? "
" 네 이 정도는 별로 힘들지 않아요."
자이크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서 입 밖으로 예쁘다고 말할 뻔 했다. 유성은 고개를 돌리며 숨을 고르며 말했다.
" 이런……. 여자한테 체력에서 밀리다니……. "
" 방금하신 말은 성차별 발언입니다만.. "
자이크가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 유성은 자이크의 생각 못한 반응에 당황하여 급하게 사과했다
" 미안 그런 뜻은 아니었어. "
" 푸읏. "
유성이 자이크를 바라보자 자이크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입가에 웃음이 띄고 있었다.
" 자…이크? "
" 죄송해요. 웃겨서 저도 모르게. "
자이크는 계속 쿡쿡 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자이크의 미소를 바라보니 아까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린 듯 했다.
" 그래? 그럼 다행이네. "
유성은 멋쩍은 듯 뒤를 돌아서 머리를 긁었다.
" 유성님 ....고마워요. 절 계속 도와주셔서. "
뒤를 돌아선 유성의 소매를 붙잡고 자이크가 말했다. 유성이 고개를 돌려 자이크를 마주보았다.
' 역시 자이크는 미인이구나. 진짜 예쁘다. 눈물 나지만 내 곁에 있는 것이 정말 아까 울 정도야. '
유성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자이크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유성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유성은 뒤늦게 정신 차리고 자이크를 보자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유성은 살짝 당황하며 말을 꺼냈다.
" 당연하지. 그런데 왜 그런 거야? "
" 전…….그게...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남성공포증이 있어요. "
" 에? 그럼 나는 괜찮은 거야?"
유성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 유성님은 괜찮아요, "
자이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나는 남자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이렇게 상처 받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천연덕스러운 것도 무섭네. 내가 만약 일반인 이였다면 이 자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이런 욕을 많이 들어서 다행이야.'
유성은 절대 자신은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고 계속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안구에 습기가 차버려 하늘을 바라보며 쓴 눈물을 삼키며 태연한 척 했다.
" 왜 남성 공포증에 걸린 거야? "
" 그건... "
자이크는 곤란해 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 꼭 말 하지 않아도되! 네가 편할 때 말해줘도 나는 고마워. "
" 유성님.. "
자이크가 반짝거리는 큰 눈으로 유성을 바라보자 유성은 자신이 꽤 멋진 말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기분이 좋았지만 자이크의 그 눈빛이 조금 부담되다.
그때 뒤에서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버리는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유성의 몸을 휘감으며 들려왔다.
" 학생이 수업해야 되는 게 아닌가요? "
절대로 춥지 않은 날씨지만 등골은 오싹해지며 주위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두 소녀가 옥상 끝부분에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4번 째 왕 메스큐리어 티스 이었다.
모습은 그때와 같았다. 새하얀 채플린모자에 머리는 한쪽으로 긴 머리를 내린 에매랄드색의 사이드 테일, 긴 속눈썹사이의 눈은 한쪽은 호박처럼 노랗고 한쪽 눈은 사파이어처럼 푸른색인 오드아이였다.
여전히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고 있는 소녀였다. 달려가서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하지만 자신은 로리콘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유성 이였다.
" 숨 쉬지 말아줄래 쓰레기 같은 공간에서 네가 내뱉는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아 구역질이 난다고. 그렇지, 메티? "
처음 보는 소녀가 엄청나게 상처받는 말을 눈 깜빡 안하고 서슴없이 말하며 메스큐리어 티스를 메티라 부르며 달려들었다. 에메랄드색의 두 눈 그리고 흰색 포니테일의 소녀는
안쓰러운 가슴을 갖고 있었다. 뭔가 작은 자이크 버전 같은 느낌이었다. 자이크와 비교하려고 옆을 보자 자이크는 눈을 크게 뜨며 그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마리카? 혹시 네가 주인을 만났다는 게 4번째 왕이였어? "
자이크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언니? 언니야 말로 왕을 정한게 저 못생기고 초라하고 약해보이는 녀석이야? 저 녀석은 금방 죽을까라고 분명! "
마리카라고 불린 소녀는 유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이크에게 소리쳤다.
" 그, 그렇지 않아. 유성님은 강해. 저번에는……. "
자이크가 애써 유성을 감싸주지만 유성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자이크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약한 자신이 자이크에게 미안해서 자이크를 쳐다보지 못했다.
" 둘 다 조용히 하세요.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잖아요. "
메르큐리어스가 몇 발자국 앞으로 걷더니 양손을 허리에 대며 째려보았다. 자이크와 마리카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 메티……. 알겠어. 하지만 붙어볼만 하지 않아? 그때는 제대로 싸우지 못했으니 오늘 이런 장소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아무도 오지 않아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
마리카는 흥분한 듯 거침 숨소리를 내뿜으며 유성을 계속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메르큐리어스에게 애절했다.
" 안 돼요. 오늘은 그저 저들에게 다시 한 번 경고를 하러온 것 일뿐. 그 이상의 일은 벌리지 말도록 하죠. "
메르큐리어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알겠어. 메티 그런 무서운 표정도 귀여워! "
마리카가 기가 죽은 표정을 하는 듯싶었으나 다시 메르큐리어스에게 달려들었다.
" 이러지 마세요. 덥다고요. "
" 화내는 것도 귀여워! "
메르큐리어스가 마리카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지만 마리카는 더욱더 쌔게 껴안으며 얼굴을 메르큐리어스에게 비비고 있었다.
마치 여자들이 강아지를 껴안으며 귀엽다고 외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거구나.. '
유성은 팔짱을 끼고 뭔가 깨달은 듯 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자이크…….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일까.."
" 글쎄요.무슨 상황일까요?"
유성과 자이크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 소곤거렸지만 마리카에게는 들린 듯 했다. 곧바로 눈치 챈 마리카가 엄청난 말을 다시 한 번 뿜어냈다.
" 닥쳐, 쓰레기. 숨 쉬지도 말하지도 말고 그냥 죽어줬으면 좋았을 탠데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니 너그럽게 봐준 메티의 자비에 100번도 넘게 절을 하라고! "
마리카는 유성의 앞으로 다가가 가슴을 피며 양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리고 두 손은 허리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마치 군인 장교처럼 말을 했지만 귀여운 얼굴에 말하니 기분 나쁘기는 커녕 마리카를 쓰담아 주고 싶은 충동에 휩쓸릴 뻔 했다.
" 큭... 가슴이 울리는구먼……. "
하지만 그래도 이런 여자아이한테까지 심한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픈 유성 이였다.
" 죄송해요. 동생이 말이 심해서요. 정식으로 소개 하겠습니다.제 친동생인 플오이사 마리카입니다. 이번 마녀승격 시험에 합격해서 좋아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자이크가 마리카의 뒤로가 억지로 마리카의 고개를 눌러 숙이게 하며 말했다.
" 엥? 언니 이딴 녀석한테 나를 소개하지 말라고! 기분 나빠서 어제 먹은 저녁을 저 녀석 얼굴에 토할 것 같으니까! "
하지만 마리카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자이크에게서 벗어나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더니 뒷걸음질 하며 말했다.
" 내가 그 정도로 싫은 거구나."
유성은 계속되는 독설연타에 유성의 정신HP는 점점 깎여 빨간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 작년에 하교시간에 집을 갈려고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같은 반 여자아이가 복도에서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에 자신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더니 알고 보니 뒤에 있던 같은 반 친구에게 인사한 거였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로
[제 우리 반 그 이상한 애 아니야? ] [ 맞아……. 나한테 손 흔들었어 완전 기분 나빠 ] [ 그럼 빨리 가자] 이런 식으로 말하며 복도를 달려갔다. 유성은 그때 정신HP는 1% 남았었고 소리 없이 복도 창문에 기대어 울었던 기억이 났다.
유성은 애써 괜찮은 표정을 하며 침을 한번 삼켰다. 그리고 메르큐리어스에게 물었다.
" 그래.. 그래서 너희 둘이 다시 우리를 찾아온 목적이 뭐야? "
" 전 당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신을 가까이 두고 당신과 다시 한 번 싸워보고싶어요 "
메르큐리어스는 양쪽 두 손가락을 서로 부딪치며 쑥스러워하듯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 에?" " 뭐라고!? " " 네? "
세 사람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 세 사람의 목소리가 옥상 전체를 울리며 학교로 퍼져나갈 정도로 세 사람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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