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7,435
추천수 :
84
글자수 :
698,342

작성
24.06.24 21:0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120화

DUMMY

“자자자! 다들 주목! 오늘은, 견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13층. 차가운 얼음의 세계. 언제나 눈보라가 몰아치고 툭 하면 산사태가 일어나 인간의 문명을 뒤덮어 버리는 차가운 공간.


그런 13층 입구, 유독 작고 초라한 마을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세계수의 안에서, 다섯명의 탑험가가 모여 있었다.


모두 우노 길드의 문장이 새겨진 장비를 걸친 이들로, 그들 하나하나가 20레벨에 근접한 베테랑 탑험가들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박 인수입니다.”



그런 그들 사이에 인수가 끼어 있었다. 모두 휘황찬란한 장비를 하고 있을 때, 두 팔에 얇은 토시 하나 입고 있을 뿐인 인수가.


아, 물론 토시‘만’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여길 둘러봐도 새하얀 눈이 보이는 전체적으로 쿨톤인 얼음의 세계인 13층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검은색의 몸에 착 달라붙는 나시는 어째서인지 등이 훤히 뚫려 있다. 설이에게 받은 것이다. 왜 설이의 옷이 본인에게 맞는 것일까. 그런 기이함은 철수 덕이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검은 토시는 또 한 번 팔이 잘렸다고 징징거리는 인수에게 철수가 준 선물이었다.


검은 카고 팬츠도 역시 일행 중 한 명인 미래 설이에게 받은 것이었다. 놀랍도록 많은 물건이 들어가는 주머니가 달려 있는 가방 대용품으로, 딱히 방어력은 기대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검붉은색의 등까지 내려오는 케이프는 영희가 인수의 마력으로 실을 뽑아내 급하게 만든 물건이었다.


출처가 모두 어디선가 받아온 물건들. 다들 인수가 새로운 파티에 견학을 간다고 하니 가서 잘 보여야 한다며 하나하나 챙겨준 것이 지금이 되었다.


뭔가 학교 입학한 아들 멀끔한 옷 입혀서 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인수는 솔직히 감동 받았다.



“오늘은 선배님들과 함께! 13층을 탐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오오, 뭐야. 소문이랑 다르게 엄청 깍듯하시네? 만나서 반가워요. 간입니다.”

“반갑습니다! 간 선배님!”

“그리고 여기 마법사가 달, 안경이 마 박사, 인수 씨 소개해준 도끼쟁이가 안정천. 파티 막내야.”

“아! 막내셨군요?”

“파티의 리더는 간 형님입니다!”



첫 만남이라 서먹서먹하지만, 의지를 불태우는 인수 덕분인지 분위기는 금방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큰 힘을 얻게 된 탑험가 치고는 드물게도 깍듯하고 예의 바른 청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가, 굳이굳이 ‘이런 경험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라며 신입인 인수를 소개했을 때는 영 마땅치가 않았는데.



“들었어. 9레벨이지만, 레벨보다 더 높은 힘을 낸다고.”

“아, 네!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 겸손?”

“아닙니다 달 선배님! 솔직히 저는 왜 저를 이렇게까지 고평가해주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얘 좀 특이하다. 그치?”



끝에 초승달 모양의 보석이 달려 있는 기다란 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달이라고 소개된 여자 마법사.


그녀는 그래도 여전히 인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얼굴은 웃지만, 말투나 태도에서부터 인수를 무시하는 모습이 조금 보였다.


별수 없었다. 이제 곧 20레벨을 넘기게 될 베테랑. 그런 베테랑들이 모인 파티의 마법사인 달의 입장에서 갑자기 길드에서 강제로 견학생이라며 꽂아 넣은 인수는 그저 불안 요소에 불과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쭉 같은 파티로 다니게 하면 어떡하지? 인수의 레벨링을 도와주라며, 시간 낭비를 하게 하면 어떡하지?


뭔가 대단한 빽이라도 있는 건가? 우노 길드에서 낙하산으로 베테랑 파티에 떨어질 수 있을 정도의 낙하산이라면 어디 10인의 우노 중 하나의 자식이라도 되는 걸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겨우 9레벨이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는 건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당한데? 왜 이렇게 당당하지?”

“저도, 그냥 가보라고 해서 온 거라서!”



참 맑다. 베테랑 네 사람이 인수에게 내린 결론이었다. 뭔가 빽 같은 것이 있을지는 몰라도, 아마 본인은 그게 뭔지도 모르지 않을까.


어쨌거나. 자기소개로 계속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우선은 출발.



“목적지는 이곳에서 쭉 길 따라 가면 나오는 ‘설인의 온천’ 입니다.”

“무난하네. 인수 씨는 뭐, 불만 있으신가?”

“뭐 아는 게 있어야 불만이 있겠지.”

“네! 모릅니다! 그런데 설인이 온천이 필요해요?”

“사람 같이 생겼으니 목욕 정도는.”

“설명하지!”



한참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마 박사가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며 씨익 미소 짓는다.


계단론을 말하려는 철수가 떠오르는 모습에 잠깐 몸이 멀어지려 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마 박사의 설명이 시작된다.



“설인의 온천은 이곳 13층에서 확인된 총 20여 개의 던전 중 12개의 폐쇄형 던전 중 하나지. 주요 등장 몬스터는 얼음의 기운을 두르고 싸우는 설인과 다른 던전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유황 몬스터다. 놀랍게도 이 차가운 층에서 뜨거운 기운을 가진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층에 어울리지 않는 탓인지 대체로 약한 편이라 13층에 처음 온 탑험가들에게 추천되는 던전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그냥 온천욕을 즐기러 가는 사람도 더러 있지. 물론! 폐쇄형 던전이기 때문에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다는 점이 있지만, 익숙한 사람들에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좀 인간아 좀, 적당히 좀 해~!”

“이해해주십시오, 마 박사님께서는 알고 있는 걸 설명해줄 때 쾌감 같은 것을 느끼신다고 하시는 분이라.”

“그래도 도움은 됐지? 감사한 줄 알아, 이렇게 친절한 파티 또 어디서 못 찾아.”

“아, 네!”



철수의 깨달음에 기초한 이해하기 어려운 계단론에 비하면 완전히 검증된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마 박사의 수다는 오히려 인수에게 반가웠다. 이렇게 친절하게 이해시켜주는 사람이 있다니. 인수는 마 박사가 좋아질 것 같았다.



“그 유황 몬스터를 던전 밖으로 데려오면 어떻게 돼요?”

“뭐?”

“설인의 온천에 나오는 유황 몬스터요! 뜨거운 기운을 가진 몬스터들을 그 던전에서 계속 데리고 나오면 이 층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폐쇄형 던전 밖으로 몬스터를 어떻게 끌고 나오니? 그런 것도 몰라?”

“영역에 넣어서 나오면 되잖아요!”

“아! 영역! 영역을 알고 있구나! 이 수많은 탑험가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그 영역! 그래서 제대로 된 연구조차 진행되지 않은 특이한 능력이자 현상! 하지만 그 영역에 생명을 집어넣을 수는 없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구나! 후후, 영역이란 밀도 높은 마력의 핵을 중심으로 그 영역의 주인의 퍼스널리티가 뭉쳐져 만들어지는 특이한 공간이야. 다시 말해, 본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실체가 부여되었다는 의미지. 그 영역의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지만, 영역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 현실이 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영역의 안에 생명체를 집어넣는다는 것은 학생의 머리로 떠올린 상상의 세계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넣는 것과 다름없지! 불가능! 그것은 불가능의 영역이야!”

“오오, 그렇군요?”



매번 영역에 살아있는 것을 넣었다고 말할 때마다 주변에서 경악해도 ‘왜 그러지?’ 정도로만 생각했던 인수, 드디어 그 경악의 명확한 이유를 알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의 영역에는 멀쩡히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존재하고 있으니. 인수는 던전에서 몰래 몇 마리 훔쳐 나와볼까 생각한다.



“설인은 차가운 기운을 가진 몬스터라고 했는데, 왜 그 던전에 있는 걸까요?”

“글쎄. 온천욕을 즐기러 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있지. 일종의, 안락사 같은 느낌일까?”

“으음~”



그럼 온천을 얼려버리면 어떻게 될까? 다음에 철수와 오면 한 번 넌지시 말을 던져볼까.


오늘은 평소처럼 몇 번이나 던전을 반복하지 않는 가벼운 산책 같은 던전 살펴보기이니, 괜히 일을 저지르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인수는 앞서 나가는 선배들의 뒤를 따라 나아간다.



“들어가면 곧장 설인이 반겨줄 겁니다. 그렇게까지 선공을 하는 녀석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하면 대뜸 죽이려고 드는 녀석이니까 조심하시고.”

“간 형님은 완벽한 방어 능력을 갖추신 분입니다. 혹시라도 위험하다 싶을 때는 차라리 형님의 뒤로 숨으세요.”

“오오, 네.”

“그렇다고 몬스터 잔뜩 끌고 와서 숨지 말고. 여긴 너 같은 초보에게는 어려운 던전이니까 괜히 나대지 마. 알아들어?”

“네!”

“그래도 가는 길에 몬스터를 만날 테니, 설인에 대한 공부 정도는 하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필드에 들어서게 되니 집중하고, 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다들 감사합니다!”



가벼운 주의를 들으며 인수는 생각한다.



‘왜 선공이 아닐까? 왜 무시하면 공격하는 걸까? 설인의 온천. 온천. 목욕탕인가 여긴? 그럼 뭔가를 지불해야 하는 건가?’



던전으로 가는 내내, 뭘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던 인수지만, 본인이 떠올렸을 법한 것을 남들이 떠올리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에 도달.


이 층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어떠한 물건을 대가로 지불해도 던전 초입의 설인은 그들을 그냥 보내주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던전의 설인은 이유 불명의 비선공 몬스터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탑이 등장하고 무려 20년이 지난 탓에, 이젠 더 연구해보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 명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후두둑.



“설인은 피가 얼음이네요?”

“굳이 말하자면 과냉각 상태라고 해야겠지. 설인들의 몸 안에서는 설인의 혈액도 마찬가지로 액체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혈액이 몸의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그 즉시 얼어붙어 딱딱한 얼음이 되어버려. 다만, 그게 명확한 원인인가? 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해명이 되지 않았어. 이것도 그저 추측일 뿐. 개인적으로는 설인들의 몸 안의 마력이 그들의 혈액을 얼지 않게끔 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하지만 참 우습지? 차가운 기운을 두르고 얼음의 마법을 쓰는 설인들이지만 혈액이 얼어붙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얼어 버리는 아슬아슬한 상태의 차가운 피를 흐르게 하다니.”

“오호.”



한참을 바닥에 떨어진 얼어붙은 투명한 설인의 피를 만지작거리던 인수의 손바닥 위로 비슷한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음. 따라 할 수 있네. 그럼 이걸로 해볼까?”



생각난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저지르고 보는 인수. 호기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던전으로 가는 길, 몬스터와 싸우며 천천히 나아간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것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고민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0층 모험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3 122화 24.06.28 3 0 13쪽
122 121화 24.06.26 8 0 14쪽
» 120화 24.06.24 8 0 12쪽
120 119화 24.06.23 8 0 13쪽
119 118화 24.06.22 8 0 13쪽
118 117화 24.06.20 9 0 13쪽
117 116화 24.06.18 11 0 12쪽
116 115화 24.06.16 10 0 12쪽
115 114화 24.06.14 8 0 13쪽
114 113화 24.06.12 8 0 12쪽
113 112화 24.06.10 10 0 13쪽
112 111화 24.06.08 9 0 12쪽
111 110화 24.06.06 10 0 12쪽
110 109화 24.06.04 7 0 13쪽
109 108화 24.06.02 10 0 13쪽
108 107화 24.05.31 10 0 12쪽
107 106화 24.05.29 11 0 12쪽
106 105화 24.05.27 10 0 12쪽
105 104화 24.05.25 10 0 16쪽
104 103화 24.05.23 11 0 12쪽
103 102화 24.05.21 12 0 14쪽
102 101화 24.05.19 11 0 13쪽
101 100화 24.05.17 14 0 12쪽
100 99화 24.05.15 12 0 13쪽
99 98화 24.05.13 13 0 14쪽
98 97화 24.05.11 12 0 13쪽
97 96화 24.05.09 10 0 12쪽
96 95화 24.05.06 12 0 12쪽
95 94화 24.05.04 12 0 12쪽
94 93화 24.05.02 1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