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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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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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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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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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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DUMMY

한국에서 일어난 지랄 같은 일 중 대부분은 스왐프를 찍으면 대체로 정답이다.


그만큼 스왐프가 뿌리 뻗은 곳이 많다는 의미기도 했고, 그만큼 큰 단체이다 보니 인수 일행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도 했다.


설마 자기들에게 겨우 서넛이 덤빌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다리에 먼지 한 톨 앉는다고 뭐 딱히 느껴지는 거 없는 것과 비슷하다.



“카나 씨! 전에 했던 것처럼 분신 만들어서 시선 분산 좀!”

“아, 네! 지금 즉시!”



그리고 지금도, 설마하니 아직 제대로 유포하지도 않은 물건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유통되어서 이렇게 세상에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겠지.


대장인 느와르가 그렇게 능력이 좋은 인물이 아니다 보니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난 스왐프라는 거대한 그릇에는 그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려는 인간들이 늘어날 때마다 규모도 함께 커져갔다.


커진 규모에 아이 좋아라 하고 있을 느와르, 지금처럼 아래에서 아직 유출되면 안 되는 물건을 사고팔고 유통하고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더 기뻐할까.


쿵!


사람 머리 하나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입이 주욱 늘어난다. 소리를 통한 공격을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진화하는 걸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에 스피커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피부는 혈색을 잃고 보라색이 되어간다.


덩치도 배로 커지고 눈의 초점을 제대로 맞지 않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린다. 곧장 공격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어찌 된 건지 조용하다.



‘이성을 잃었다. 내가 이배수의 피를 따라 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인 건가?’



눈깔괴물의 힘을 몸에 주입하는 것으로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지만, 눈깔괴물 자체가 이성이 없는 괴물인 탓인지 이성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깔괴물에게 완전히 몸을 빼앗긴 것이라면 그것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저들의 본능은 상대를 향한 완전한 살의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인수 씨! 준비됐어요!”

“네! 상대는 소리로 공격합니다! 지금 바로 달려 피해도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순 없을 겁니다! 각오하세요!”

“네, 네!”

“그럼!”



또 고막이 찢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냉큼 귓구멍을 피로 틀어막고 달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토커가 그렇지 않아도 커다랗게 찢어진 입을 더 크게 찢으며 소리를 질러댄다.


쨍그랑!!


순식간에 근처의 모든 유리창이 깨지고 도로가 조금이지만 갈라진다. 어마어마한 진동, 소리, 충격.


소리가 충격이 되어 몸을 때리고 뇌를 흔든다. 수인들이 반사적으로 두꺼운 방벽이 되어주는 카나마저도 덮쳐오는 충격에 헛구역질한다.


탑험가로 이미 일반인의 수준은 초월한 두 사람이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파트에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27살 취준생 김모 씨가 받았을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으아아! 경찰 언제 와!!!”

“으에에 속이 뒤집어진다······!”

“이이, 영희 불러야 하나?”



분명 그런 마음이 굴뚝 같은데도 묘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으니, 우선. 인수는 검을 꺼내려다, 괜히 일이 복잡해질 것 같은 느낌에 주먹을 든다.


얼마 전 있었던 도깨비가 알고 보니 채원이라는 인간이더라, 라는 것과는 다르게 이쪽은 명백하게 원래 인간이었던 탓에 뭔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었다.


물론, 저번의 도깨비 사건에서 채원을 죽이게 된 것도 문제의 소지는 있었지만, 도스 길드에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 준 덕분에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다.


이번엔? 보나 마나 저 멀리 보이는 스토커 무리가 인수를 귀찮게 할 것이 분명했다.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가 즉결처분이 용인될 정도의 소동을 피워야 하는데, 사고 칠 때까지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소리를 무기로 쓰는 인간이랑은 어떻게 싸워야 하지?’



일단은 자리를 피하고, 상대를 잘 보이는 곳으로 끌어낸 뒤에 제압한다. 여기까지가 인수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인데, 초장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상대를 자극해서 더 이상 목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라는 계획도 있었지만, 몸 이곳저곳에 솟아난 스피커로 보건대 목 하나 망가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저 녀석은 멀쩡할까?’



소리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쭉쭉 뻗어가는 성질이었던가? 오른쪽을 보고 소리 지르면 왼쪽에 있는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던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내 귀에 담긴다. 비록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테지만, 분명히 들린다.


그런데, 왜 저 녀석은 자신이 지른 소리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육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마법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하기에는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재능이란 것은 신체의 특징을 바꾸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따라 할 수 있겠네?



“오케이 결정! 카나 씨는 대피! 보조 부탁드릴게요!”

“네! 저 위에 있던 스토커 무리는 어떡하죠?”

“흔적 남길 수 있어요?”

“아, 아니요! 하지만 감시라면!”

“그거 해주세요! 너무 저쪽에 집중하진 마시고! 아차차! 이거! 이거 가지고 있으세요 영희 호출기! 후우!!”



쾅!


발바닥에서 피를 폭발시켜 순식간에 스토커의 앞으로 돌진, 이후 곧장 주먹을 휘두르지만, 스토커는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한다.


핏!


그러나 그냥 주먹이 아니라 뾰족하게 가시를 세운 혈요석의 장갑을 낀 주먹이었기에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주먹의 끝에는 스토커의 피가 몇 방울 맺혀 있었다.


쿠웅!!


묵직하게 몸을 덮쳐오는 충격. 몸의 내부를 흔들어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그 파동의 충격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서 터져 나왔다.


피할 수도 없었던 그 놀라운 충격, 그 안에서 인수는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똑바로 스토커를 바라본다. 따라 했다. 그 찰나에.



“이게 되네.”

“!”



펑! 퍼벙!


폭발로 돌진해 발사되듯이 스토커에게 다가왔던 인수는 몇 번의 폭발을 더 해 공중에서 몸을 빙글 돌리며 손을 활짝 펼친다. 그리고!


짝!


폭발로 만들어낸 순간적인 회전력이 더해진 강력한 뺨따귀를 피하지도 못한 채 스토커의 머리가 땅으로 훅 떨어진다.


눈깔괴물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갔을 충격에도 피부가 조금 찢어져 근육이 보이게 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갑작스러운 충격에 자세가 무너진 스토커는 결국 쓰러지고 만다.


펑!


아니, 쓰러지려던 그의 앞에, 분명히 그보다 위에 있던 인수가 먼저 땅으로 내려와 스토커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진동에 강한 육체구나. 덮쳐오는 진동에 맞춰 몸에 피해가 가지 않게 같이 진동해. 소리는 진동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이야. 공격은 소리가 아니라 진동이었던 거지!”



사실 그게 그거였지만 과학적인 이유 따위를 알 리가 없는 인수의 머리로는 소리와 진동이 다르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피를 압축해서 강하게 쏘아내는 법을 몰랐던 그가, 어느 사이엔가 자유롭게 폭발을 일으키며 이동하는 것처럼, 그의 힘은 인식이 꽤 중요했다.


영역에서 꺼낸 토끼에게 피를 주입해 폭발을 일으킨다. 그 과정은 어느 사이엔가 스킵 되었고, 상대의 피를 따라 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건마저도, 한 번의 성공 이후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퉁퉁!


탑에 존재하는 모든 탑험가들 중 가장 상식을 벗어난 존재가 되어버린 인수.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지금 그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퉁퉁퉁퉁!


몸을 진동시키고 손바닥의 끝에서 진동을 쏘아낸다. 동시에 그 맞은 편에 마찬가지로 진동을 쏘아내는 손바닥을 둔다.


작은 공을 잡은 것처럼 둥글게 모은 손바닥의 안에서는 어마어마한 진동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곧 인수 본인이 버티지 못해 둥글게 모였던 손이 펼쳐지는 순간.


쿵! 콰가가각!!


그를 중심으로 그 어마어마한 진동이 공기로 땅으로 퍼져, 건물이 물결치듯 흔들리고 땅은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친다.



“어라.”



단순히, 정말 단순히 스토커를 기절시켜 둬야겠다. 정도의 생각으로 일을 저지른 인수. 생각보다 커지는 사태에 당황하고 만다.


그나마, 정말 그나마. 몬스터 폭주 당시 정말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태를 겪었던 이 사회가 갖은 고민과 노력 끝에 만들어낸 이 위대한 건축물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엥? 엥? 나, 나 뭐지? 내가 한 거야?”



아직 레벨은 10도 되지 않았다. 네 번째 재능을 얻게 되는 16레벨까지도 거리가 멀고, 인수 본인은 여전히 본인이 강해졌다는 인식이 전혀 없다.


기준이 정말 순수하게 약했던 시절 마주쳤던 라오. 어느 정도 강해진 뒤에는 평균 30레벨의 괴물들이 득시글한 새시대.


게다가 길드에서 아는 사람도 10인의 우노라고 불리며 추앙받는 허은과 그 우노 길드의 공략대의 일원인 파펀.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 쪽으로 이동해도 그는 항상 본인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고 만나왔다.


선배인 ABCD가 그러했고, 3층 테마 전쟁 사건 당시의 도깨비, 졸업 던전에서 마주쳤던 검은 토끼, 우연히 떨어진 0층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들이나 이배수도 만났다.


물론 그런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바로 옆에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감이 안 잡히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강함의 기준이 처음부터 잘못 잡혀 있고, 본인은 언제까지나 약자였던 인수의 입장에선,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말 기껏해야 9레벨의 공격인걸. 그야 인간을 초월한 괴물의 공격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재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탓에, 뭣도 모르고 무작정 힘을 터트려 사고를 몇 번이나 내어도 쉽게 체감이 안 되는 것이다. 그저 탑이나 철수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삑!”

“······아, 아! 카나 씨! 카나 씨는?!”



본인이 가진 힘에 대한 고찰을 길게 할 새도 없이, 자신을 향해 소리 지르는 모자 토끼의 외침에 기겁하며 카나를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인수는, 허공에서 새하얀 팔이 뻗어 나오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새하얀 팔은 비좁은 틈을 비집어 열듯이 움직여 곧 허공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내었고, 그 안에서, 카나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와아! 와아아아! 정령이 구해준 거예요?!”

“예? 아, 아니요, 그, 어, 저기······.”



뭔가 말을 망설이던 카나는 곧 주변이 난장판이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그 난장판의 원인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게 된다.



“······저, 괴물 같은 철수나, 영희랑은 다르게 인수 씨는 되게 뭔가, 인간적이고 친근하다고 생각했어요.”

“어, 그래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내가 느꼈던 동질감 돌려줘요! 똑같이 철수에게 빌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네?”

“어쩐지! 어쩐지이이~!! 어쩐지 철수가 인수 씨는 안 도와주고 내버려 두는 것 같더라니! 이유가 있었네!!”

“???”

“그렇게 힘을 숨기고 다니면 재미있어요?!”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이거는, 저기, 그, 제 실수기는 한데!”



서걱!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참격. 허무하게 잘려 나가는 인수의 한쪽 팔.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TV에서 자주 보았던 얼굴. 붉은 머리카락의 뭔가 사자 같은 인상의 큰 덩치의 남자. 우노 길드의 길드장이자 허은의 오빠, 예명 강천위, 본명 허금.


그는 한 손에 커다란 중식도 같은 것을 든 채 하늘에서 인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곧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인수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만다.


······그래, 이렇게 한 번 더. 인수의 강함의 기준이 갱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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