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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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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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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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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DUMMY

“나 대체 팔이 몇 번을 부서지는 거야 진짜.”

“그러니까 말이야~이제 진짜 멀쩡한 옷 하나 장만해줘야 하나?”



허금에게 당한 것으로 마음이 꺾여버린 인수가 품에 영희를 안은 채로 우노 길드의 어딘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뭐?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혔는데 어디 경찰서도 아니고 길드?! 우노 길드도 결국 부패한 권력자였던가! 세상을 살기 위해선 우노 길드에 가입해라! 오직 우노만이 이 세상 유일의 인간이다!


는, 당연히 아니고. 마땅한 보상은 당장 인수가 지불하기가 어려워 우노 길드가 대신하게 되었을 뿐이다.


왜? 인수가 탑에서 새시대와 스왐프를 대량으로 토벌했다는 것이 새롭게 알려졌기 때문에.


바로 조금 전까지 문제아 취급당하다 순식간에 길드의 영웅이 되어버린 인수였기에. 우노 길드는 우선 인수를 보호하기로 한다.


경찰들 입장에서도 그 많은 탑험가를 한 큐에 썰어버렸다는 인수를 붙잡고 있기에는 무섭기도 할 테지.


지이이잉.


인수와 영희가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방의 안으로 우노 길드의 누군가가 들어온다.


쫙 빼입은 정장에 멀끔한 생김새. 최근 인수가 만나야 했던 양아치 같은 스왐프 애들이나 판타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새시대의 누구와도 다른 점잖음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얼굴에 조용히 경계하는 인수는, 아무래도 본인이 우노 길드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아직 약한 듯하다.



“박인수 님, 맞으시죠?”

“네. 누구신데요?”

“전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입니다.”

“뭐 그런 게······아 그렇군요.”

“말이 이상하긴 한데, 그냥 인사담당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길드라는 특수성 탓에 부르는 명칭이 그럴 뿐이죠.”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그것은 또 무엇인가!


지금 이 세상. 탑험가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대다수는 공격 전문, 딜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다른 파티원이 없거나 길드가 없어도 1층에서 솔로 플레이하며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대체로 그렇다 보니 첫 재능이 전투와 관련이 없는 탑험가도 다음 재능에 전투 관련 재능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가 잦다.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의, 일은 그리하여 발생하게 될 힐러, 탱커, 및 기타 등등 인원의 품귀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일한다!


딜러의 재능이 없는데도 꾸역꾸역 딜러의 재능을 얻으려 하는 이들에게 ‘너, 재능 없어.’ 라며! 단호하게 말해야 하는 직업!


그리고 성격 따위의 이유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인원을 초기에 구별해 같은 파티가 되지 않게끔 조정하는 일이나 자신의 직책에 의문을 품는 이들의 멘탈 케어 및 파티 내에서 발생하는 기타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일도 하는 등 길드 내에서 여러 파티들이 잘 유지될 수 있게끔 노력하는 중요한 직책이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아아, 인사······어어, 그러면 저, 어디, 뭐, 다른 파티에 가게 되나요?”

“아, 아닙니다. 현재 박인수 님의 경우엔 그 특수성도 있거니와, 본인의 성향이 현재 다른 어떤 파티와도 맞지 않으셔서 다른 파티에 갈 수 없습니다.”

“예? 제 성향이 뭐가 어떤데요?”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이고 그만큼 충동적인 성향도 강하시죠. 파티를 이끌거나 파티에 속하기에는 너무 솔로 성향이 짙으시고요.”

“왜요!”

“음, 오마탑의 일이라거나, 스왐프 하위 조직에 침투한 행위, 3층에서의 테마 전쟁. 튜토리얼 던전, 졸업 던전, 이번 5층에서도 테마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자리를 피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테마 전쟁의 중심으로 뛰어 들어가셨죠?”

“······.”

“사실, 박인수 님의 성향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박인수 님의 새시대와 스왐프에게 동시에 원한을 사고 있는 상황 때문이더라도 다른 파티를 추천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더 자세하게 본인의 업적이 보고되고 있었구나, 괜시리 부끄러워지는 인수.



“그런데, 그러면 저는 왜 찾아오신 건가요?”

“제가 맡은 여러 업무 중 하나인 전투력 측정을 위해서 입니다.”

“오오. 왜요?”

“보고 된 것보다, 그리고 동 레벨 대의 통상적인 전투력보다 박인수 님이 월등하니까요.”

“그래요?”



매번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왔던 인수에게는 어리둥절해지는 말이었다.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나? 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되돌아보고 거꾸로 서서 봐도 본인이 걸어온 길이 평범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등하다. 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스왐프에서는 본인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레벨도 더 높고 더 강한 경우도 있었고, 마찬가지로 새시대에서도 나이 차이가 커 보이지 않는 이들이 보였다.


평균보다는 조금 더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이지 월등? 그건 좀 너무 호들갑이 아닌가?



“이동하시죠.”

“오오, 그, 뭐시냐, 트레이닝 룸이죠! 다큐에서 봤어요!”

“아, 그건 외부 공개용이고요. 더 깊은 곳에 공간을 격리한 곳이 있습니다. 괜히 힘을 쓰다가 외부에 충격이 전해져도 괜히 시민들의 불안감만 자극할 뿐이니까요.”



아하 그렇구나~하며, 이미 그녀의 존재에 납득한 인수는 다 풀어진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인수는 알 수 없고 관심도 없을 무언가 복잡한 기계 장치 같은 것들을 통과하여 도착한 곳은, 새하얀 공간.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은, 무언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다 문득, 인수는 그 묘한 기분, 위화감의 존재를 눈치챈다.



“탑이에요?”

“그게, 느껴지시나요?”

“신기하다. 여기서 뭐 하는데요?”



탑의 일부를 떼어내 탑의 바깥에 가져오다니! 말도 안 돼! 위험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노 길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인수가 상당히 눈치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녀가 혹시라도 인수가 이 방의 정체를 알아차렸을 때를 대비해 여러 변명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그녀.


하지만 아쉽게도, 인수는 이미 5층이 0층으로 통째로 이동되는 것을 보았기에, 딱히 새롭지도 않았고, 특별히 문제라고 인식되지도 않았다.


물론, 그런 상황이 문제가 되지 않는 인수는 문제가 되었지만. 모두가 그냥 넘어가니 다들 그냥 그러려니.



“이것들이 미쳤네.”



아, 아니. 영희는 아니었다.



“미쳤니? 제정신이야? 세상 사는 게 우습지? 레벨 좀 오르고 힘 좀 생겨서 권력 좀 손에 넣으니까 세상 모든 게 자기 손안에 있는 것 같을 거야~그렇지?”

“이건 그런 것이 아니라.”

“닥쳐. 내 앞에서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 요즘 자꾸 주제넘은 것들이 보여. 눈에 거슬려. 너희들이 얼마나 위험한 짓을 했는지 내가 직접 보여줄까?”



5층의 일부가, 탑의 일부가 0층에 떨어지는 것으로 탑의 시스템에 속해 있지 않던 그 0층에 탑의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탑은 그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공간이다. 지금이야 격리된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바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일지 모르지만, 위험한 것은 분명했다.


상자 안에 불을 넣었다고 해서 불이 불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 불이 꺼지지 않고 점점 뜨거워지는 불이라면 아무리 두껍고 불에 강한 상자를 쓰더라도 언젠가는 한계에 닿게 될 것이다.


결국 불은 상자를 불태우고 나올 테고, 그 상자보다 연약한 것들을 모조리 불태우겠지.


우노 길드의 입장에서야 본인들이 이 공간을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테지만, 그 자신감이야말로 영희가 말한 오만이었다.


거대 길드.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 선의의 집행자. 위대한 탑험가.


분명 어디까지나 선의에 의한 것이 분명했다. 오만이라 부르지만 악한 것이라 부르기에는 어려웠다.


실수. 굳이 부르자면 그렇게 불러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안에 있다는, 무지가 불러온 자신이 자아낸 실수.



“영희야. 괜히 건드렸다가 더 탈이 나면 어쩌려고?”

“······.”

“내가 요즘 느끼는 게 있는데, 생각나는 걸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면 분명히 탈이 난다는 거야.”

“······뭐래. 안 어울리게 뭘 깨달은 척이나 하고. 웃겨 정말! 너! 봐주는 게 아니라 뒤로 미뤄주는 거니까 일 커지기 전에 이거 정리해!”

“이 공간의 위험성이라면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충분한 인력과 돈을 들여 관리와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것 없을 겁니다.”

“웃기고 있네. 너희들 철수한테 다~말할 거야!”

“걔도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할 것 같은데.”

“······씨잉, 진짜 그럴 것 같네! 그럼 말 안 해!”



무지한 그들은 아마 지금, 그들의 운명을 인수가 구해주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자 조금 화가 났는지 괜히 인수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영희가 날카롭게 고함을 지른다.



“그래서 뭐! 여기서 뭐 할 건데!”

“참, 종잡을 수 없는 분들이네요. 네, 여기서는 인공 몬스터를 불러내어 박인수 님의 수준을 알아볼 것입니다.”

“싸우라는 거죠? 뭔가 되게, 쉴 새 없이 싸우고 있는 느낌인데.”



평소라면 꽤나 타오를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허금에게 당한 것이 어지간히도 충격이었는지 인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차분해 보였다.


그래도 휙, 하고 대검을 꺼내 드는 것을 보면 그의 마음 어딘가에 분명히 피의 광전사의 마음가짐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단한 무기로군요. 마력을 집어넣는 것으로 완성되는 건가요? 혹시 따로 명칭이 있을까요?”

“명칭? 아, 이 대검에요? 명칭이, 있나?”

“없지. 철수 귀찮아서 그런 거 잘 안 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쓸 거니까 이름 하나 붙여두면 좋을지도?”

“흐음, 그렇단 말이지? 오오, 뭔가 좀, 좀 의욕이 생기는데?”



피를 집어넣는 것으로 검의 모습을 완성하는 대검. 많이 집어넣을수록 무거워지고 날카로워지는 대검.


어떤 이름이 좋을까. 고민하는 인수의 앞에 몬스터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조금 갑작스러움 감이 있다.


다만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도 어딘가를 노려보는 모습으로 보건대 딱히 그녀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는 다른 누군가의 실수로 보였다.


우르르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심지어는 수도 많아? 이 정도라면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 아닌가? 특별 대우받는 인수가 마음에 안 들었던 누군가의 실수를 가장한 악의?



“별수 없지. 이름이야 나중에 천천히 붙여도 되니까!”

“내가 그의 이름으로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이름이란 언제나 소중하지!”

“그런 것치고 철수 설이 이름 되게 대충 지었지?”

“괜히 이런 곳에 있지 말고 저 어딘가에서 평범한 누군가로 살아가라는 의미 아니었을까?”

“꿈보다 해몽이라더라.”

“아하하! 하지만! 해석함으로 이유가 생겼지! 아하하!”

“결국 큰 뜻은, 아니 뭐야, 지금 나랑 쳇바퀴 돌자 이거야?”

“집중하시죠! 상대 몬스터는 평균 8레벨의 괴물들입니다! 아니, 일단 지금은 제가!”



쾅!!


대검을 바닥에 꽂아넣는 인수. 그리고 곧,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다.


콰직!


새하얀 바닥의 아래에서부터 새빨갛고 커다란 입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모조리, 한 번에 삼켜버린다. 정확하게는, 커다란 입의 안에 집어넣었다.



“버니버니!”



몬스터를 집어삼킨 거대한 입의 꼭대기에 커다란 토끼의 귀가 나타나고, 하늘로 풀쩍 뛰어오른다.



“좋아! 일단은 이런 이름으로 하자! 피를 주입하는 형식으로 쓰니까! 주사기!”



펑!


높이 뛰어오른 토끼와 연결된 관을 통해 피를 주입. 잠시 후 토끼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집어삼켰던 몬스터의 살점과 피가 섞인 붉은 피의 비가 내린다.



“얘, 주사기가 뭐니 주사기가?”

“왜? 괜찮지 않나?”

“흐으음~! 하여튼~! 철수나 인수 너나! 이름 짓는 실력 하나는 정말!”

“웃기시네! 영희 너는 그러면 뭐 얼마나 멋진 이름 짓는데!”

“나라면 엘리자베스 드라나스 팔로인이라고······!”

“관둬라 관둬.”



팡!


피를 굳힌 혈요석으로 만든 우산을 쓰고 그 피의 비 아래에서 태연자약하게 영희와 잡담을 나누는 인수.


코를 건너뛰고 바로 머리에 때려 박히는 지독한 피의 냄새는 그에겐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물건이었고, 어지간히 잔인한 광경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으음, 역시. 다른 파티에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파티 밸런스 조정 전문가! 는, 자신의 안목이 정확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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