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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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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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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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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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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1화

DUMMY

“난 이런 게 좋아.”



뭔가 좀, 이런저런 고민이 없는 게 좋다. 편하게 살고 싶다! 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어, 그게 그건가? 아, 아니 하여튼!


뭐 스왐프니 새시대니 뭐니 알고 싶지 않다. 탑 바깥의 정치 따위도 전혀 관심이 없다.


난 탑이나 올랐으면 한다. 탑을 오르며 세월을 보내고 싶다. 이 탑의 끝이 있다면 일단은 그 끝을 바라보고 싶다.


모험. 새로운 경험. 철수와 함께 있으면 힘들지만 그럼에도 계속 함께하는 이유는, 단언컨대 이 새끼만큼 탑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0층이 좋아?”

“아니 0층 말고. 모험.”

“저도 좋아여!”

“저도 이런 거 좋긴 해요. 어느 방향으로 찍어도 사진이 좋잖아?”



저 하늘에 뜬 SF 도시를 보라. 바로 저곳에 우리와 함께 이동되었으나 수희에 의해 튕겨 나가버린 이들의 말로다.


어떻게 되었을까 고민할 것도 없다. 저들은 모두 눈깔괴물에게 당했을 것이다. 죽어서 영혼이 되어 탑에 흡수되어버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곳은 0층. 탑과는 또 명백하게 다른 공간.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을 이들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지도 없이 그저 무작정 서로에게 이끌려 모여들었을 테고, 눈깔괴물은 그렇게 모인 영혼에 접촉했을 것이다.


눈깔괴물은 주변 환경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이배수가 철수에게 맞춰 그토록 강해졌듯이, 저 도시에 나타났던 눈깔괴물들도 주변의 환경에 맞춰 진화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 진화에는 죽은 이들의 원한과 소망이 함께 했겠지.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도시에 있던 모두가 죽었다. 도시의 그 어떤 누구도 진화의 표본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찾아야 했다. 목표로 삼을 모습을.


찾아낸 것은 철수들. 분명 같이 이동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살아서 자유롭게 0층을 활보하는 저들의 모습을 보라. 강하고 자유롭다.


눈깔괴물의 진화라고 해봐야, 내가 만났던 그 큰입이나 이배수처럼 눈깔괴물의 그 검은 육체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은 되지 못할 테지만 설이의 모습은 지극히도 인간다웠다고 한다.


즉, 저들의 진화에는 죽어 영혼이 된 5층 시민들의 영혼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래서 훨씬 더 인간에게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겠지.


다만, 여전히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왜 10년이 지났다고 한 것인가? 이배수는 정말로 저들을 10년 동안 만난 것일까? 이배수마저 속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사실 저곳에 있는 모두가 진짜고 내가 여기서 만난 이들이 가짜일까?


10년이라는 기간이, 설이나 카나 씨를 막상 따라 하고 보니 약해서 0층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 도달한 결론이라고 하면 납득은 되지만.



“저기는 그런데 무슨 수로 올라가지?”

“날아가면 요격당하겠지? 이 나의 완벽한 날개짓을 뽐낼 수 없다니. 아쉬워라~”

“떨어뜨리자.”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것까진 아직 생각 안 했는데."

"대책없는 거 보니 네가 진짜 철수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의심 중이야?"

"넌 백 번 의심해서 손해 볼 거 없는 사람이잖아."

"가슴 아픈 말인데."

"어? 다들 저기 좀 봐봐. 뭐가 반짝이는데?"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하늘에 뜬 거대한 도시의 아래에서 수많은 반짝이는 포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으음~그런 느낌?


하긴. 원래가 5층 컨셉 자체가 SF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았을 테니, 그런 사람을 잡아먹고 흡수한 눈깔괴물이 있다면 저런 날아다니는 거대한 함선이 되어버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게다가 철수 같은 뛰어난 장인을 따라한 가짜가 있다면 충분히 이해······이해······쓰읍~! 진짜 저쪽이 가짜인가?


아니. 그렇잖아. 이런 말 굳이굳이 입에 담고 싶지도 않고 머리에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나는 나름 철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일단 당장 철수를 아는 사람들 중에선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럼 의미에서, 만약 철수가 저 위에 있고 그런 철수가 저 위에서 자신들과 똑 닮은 사람들을 발견했다면, 직접 내려왔을 게 분명하다.


아니 10년 동안 나 기다린답시고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는데 대뜸 나랑 자기들 똑 닮은 일행이 나타난다? 철수로서는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공격하자고 마음 먹었다면 조금의 주저도 없이 쏴버렸을 테고. 10년이란 시간은 내가 알아차릴 틈도 없이 죽여버릴 성능의 함선을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다.



“사과야!”



사과. 라는 이름이 되어버린 라오가 설이의 등에서 꾸역꾸역 비좁은 틈을 비집고 나오듯이 나타난다. 다 어디에 숨어 있나 했더니 어쨌거나 설이 몸에 들어 있는 거였구나? 진짜 기생충이네.


으음~그런데~



“설아 너 옷이 그게 뭐니?”

“어머? 어머머! 얘는! 내가 저거 입히지 말랬지!”

“편하잖아.”

“편해여!”

“얘 좀 봐?!”



흠, 잘 몰랐는데, 설이 옷 등 쪽이 훤히 파여 있구나? 나중에 철수 혼내야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설이가 쭈욱 뽑아낸 채찍을 착착 휘둘러 사과를 몇 번 때리자 녀석이 경기를 일으키며 지팡이를 휙휙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지팡이의 끝을 따라 허공에 수 놓이는 수많은 마법 술식들. 머리가 사라지고 오히려 마법에는 더 능숙해진 듯 순식간에 우리들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보호막을 만들어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저런 마법들을 연속으로 쓰기 시작하는데, 저 마도서는 전혀 사용하는 낌새가 없다. 저건 뭘까?



“야야, 저 마도서는 뭐야?”

“아. 내가 예전에 세계수에서 살 때 찾은 금서.”

“······금서? 금지된 책?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했지. 원래는 책에 무슨 악마 같은 게 살고 있었거든. 사용자를 현혹해서 미치게 만든 뒤에 몸을 빼앗으려 드는 녀석이어서, 죽였어.”

“어?”

“안에 들어 있는 마법의 내용도 대부분이 죽음과 관련된 위험한 마법이라 되도록 사용을 피하라고 해뒀지.”



으음~그랬구나? 금서에 잠들어 있던 악마가 사용자를 죽이려고 해서 그냥 죽이고 안의 내용물만 쓰고 있구나?


허허, 무슨, 복어 독 제거하고 회 떴다는 소리 듣는 기분이네. 철수 실력 아니까 마냥 반대는 못 하겠지만 역시 불안해.


투두두두두두!!


저 높은 하늘에서 쏘아대는 것인데도 내가 서 있는 이곳까지 그 떨림이 전달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탄의 비가 떨어진다.


그냥 대충 보기엔 죽겠구나 싶은 광경인데, 내 버니타임은 조용하다. 안전한 건가?


몇몇은 닿기도 전에 요격되어서 터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우리들 근처까지 와서 멈추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퉁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가기도 하고.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저지되고 있다.


과연, 원래가 라오는 하나의 완벽하고 강력한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여러 마법을 뭉쳐 쓰는 게 특기였지. 이런 식이었구나? 어쨌거나 포탄을 막아낸다는 결과는 내는 거야. 대단하네.


그렇지만 포탄의 비는 끝나지 않고 쏟아지고, 저 마법이 언제까지고 우리를 지켜주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응? 계속 쳐다보기만 할 거야? 야, 철수야? 친구야?”

“응, 보기만 할 거야.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진짜?”

“물론이지. 아, 너도 도와야 해.”

“와아, 너 정말······.”

"카나 씨가 아직 철수에게 완전 익숙해지진 않은 모양이네요."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요?"

"아마, 그렇게 되실 거예요."



딱!


카나 씨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우리들의 바로 옆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것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가까이에서 보니 살짝 반짝이는 것이, 으음,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조금 있다.


······그렇구나. 저걸 미끼로 삼아서 포격을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


좋아, 그렇다면 다음은 내 차례겠네!


검을 뽑아 들고 날을 모조리 뜯어낸 뒤 땅에 깊숙하게 처박는다. 지금이다. 나의 얼마 되지 않는 장점인 미치도록 풍부한 마력을 지금 여기서 뽐내야 한다.


전에 내가 큰입에게 쫓기고 있을 때 땅 아래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쏘아냈던 그 괴물처럼 강력한 물대포를 아래로 쏘아내서 위로 솟아오를 것이다. 아! 그 전에! 친구들이 올라타고 있을 확실한 발판을 만들어두고!


꽉!


한 손으론 대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팔을 붙잡고, 대검의 특성으로 계속해서 피를 모으면서 타이밍을 맞춰 폭발시킬 준비를 하고~!



“? 인수 씨 뭐 하시는 거야?”

“영희야, 설이 챙겨.”

“알았어~어우~! 저 기지배 등은 다 내놓고 뭐하는 거람? 야! 김설!”

“응? 응? 왜? 뭐야? 응? 철수야 뭔데 이게?”

“형도 은근 생각 안 하고 저질러. 누굴 닮은 거람. 너는 이리 와. 분신들 공격 당하면 바로 신호 줘.”

“어머! 어머어머! 얘, 얘가?! 아무 데나 막 잡고 그러지 마!!”



헉! 카나 씨가 소리를 질렀다! 신호인가?! 제대로 상의도 안 하고 저지른 건데 뜻이 통했나 보다! 철수가 알려준 건가?


오케이! 그럼! 간, 다!!!


팡!


공기가 가득 찬 비닐이 터지는 것 같은 짧고 강렬한 소리가 귀에 들리는가 싶더라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사이엔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 순간적으로 의식이 끊겼던 모양이다! 대검을 붙잡고 있던 팔은, 오, 생각보다 멀쩡하다! 너무 꽉 잡고 쓸어내린 바람에 오른팔이 파랗게 질리기는 했다만, 이건 오히려 내가 정신이 날아간 와중에도 할 일을 했다는 의미인가?


아니, 그런데. 꽤 넓은 범위를 이 높은 곳까지 쏘아 보내는 충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하다면, 그러면 여기에 올 때의 충격이나, 5층에 처음 떨어졌을 때의 충격은 대체 어느 정도였던 거지?



“확실히. 형은 몸을 너무 막 쓰는 것 같아. 맷집 단련 시간을 더 늘렸어야 했는데.”

“으어어어!! 철수야!! 여기 어디냐!!”

“도시 위. 곧 떨어질 거야.”

“하아! 하아! 인수 씨 뭐예요?! 어떻게 한 거예요?!”

“와아~! 온 세상이 오빠다~!”

“어머머, 우리 애기 마력에 취했다!”

“형이랑 연결이 강한 것도 생각해볼 일이야.”

“어? 나랑 설이 연결되어 있었어?!”

“몰랐어?”



대체 언제?! 졸업 던전에서 내 마력을 빨아들이거나, 이후에도 내가 만들어준 혈요석을 긴급 마력 충전 포션쯤으로 쓰고는 있었지만, 이젠 아주 연결이 되어 있다고?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가?


온몸에 느껴지는 속도감. 서서히 줄어들고, 순간 멈추는 듯싶더니, 떨어진다!


정말 한참을 날아올랐던 모양인데, 막상 도시는 상당히 가까이 보인다. 대체 얼마나 높은 곳에 있었던 걸까? 이곳에서는 내 거리 감각이 모조리 무너진다.



“철수야! 이거! 떨어지는 거는?! 착지는?!”

“알아서 해야지.”

“진짜 볼수록 정 떨어진다 너!”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편이.”

“물고기 잡아줘!!”

“······.”



그 철수가 말문을 잃게 만드는 카나 씨. 이미 철수에게 익숙해진 듯해서 괜히 내가 다 뿌듯해진다.


그리고 한편으론 또 부럽다. 저렇게 땡깡을 부려도 되는 입장이라니. 나는, 나는! 내가 저러면! ‘흠. 형이 망가졌네. 많이 가지고 놀긴 했지.’ 라면서 버릴 거잖아! 야!!


쩝. 그렇다면 나. 철수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 받고 있는 내가 뭐라도 한 번 해보도록 할까. 카나 씨는 도와줘도 나는 안 도와줄 테니까!



“바니바니!”



오늘 따라 많이 부르게 된다만, 공중에서 영역을 최대로 열어서 토끼들을 쏟아낸다. 이제 저걸 쿠션으로 쓰면 된다는 거지.


더 빨리, 더 많이 꺼낼수록 나를 받아줄 쿠션의 푹심한도 달라질 것이다. 도시에서 우리를 요격하려고 할 테니 어느 정도 방패로 쓸 필요도 있고.


그러니까 꺼낸다! 내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많이! 아주아주 많이!


아마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다면, 커다란 운석이 도시 위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까? 기왕이면 나도 구경하는 입장이 되고 싶다. 아래가 아니라 옆에서. 떨어지는 운석, 옆에서 본다면 어떨까?


쾅!!!



“우왁!!”

“뭐야?!”



쿠션으로 쓸 생각으로 꺼내두었던 토끼 덩어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세상에! 이게 뭐람!


아래를, 아래를 보아야 할 것 같은데,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를 향했다. 그곳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엇, 그, 그리고······.



“철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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