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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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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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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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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DUMMY

아파트 단지 내에 폭주 중인 탑험가 출현! 경찰에서 도움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신원미상의 탑험가 두 사람이 대치 중!! 그 중 한 사람은 길드원인 박인수로 보입니다!


폭주 중인 탑험가가 몬스터로 변화! 최근 길드에서 연구 중이었던 그 검은 진액의 괴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 중!


박인수! 몬스터와 전투에 돌입합니다! 그의 레벨은 겨우 8! 구조바랍니다!


진원지 불명의 지진이 발생!! 어? 바, 박인수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추, 추정 중!


박인수에게서 눈깔괴물, 아, 아니 검은 진액의 괴물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뭐지?


그런, 과정 속에서.


때마침 그 근방을 지나가고 있던 우노 길드의 허금. 눈깔괴물의 이름을 듣고 냉큼 달려와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박인수의 팔을 베어낸다.



“이상하군.”



박인수. 그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동생인 허은과 꽤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


바로 옆에서 김철수라는 괴인이 키워주고 있으니 분명히 크게 될 인물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동생의 얼굴이 아직도 머리에 어른거릴 정도로 멀지 않은 과거다.



“이게, 크게 될 인물이란 말이지?”



잘려 나간 팔의 단면에서 흘러나온 피가 기절한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여 떨어져 나간 팔을 붙잡아 슬금슬금 몸으로 끌고 간다.


검은 진액의 괴물. 눈깔괴물이라는 상당히 상스러운 네이밍 대신 임시 명칭을 얻은 그 괴물의 아우라 같은 것을 뿜어내던 것이 분명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또 잠잠하고.


분명 레벨이 8이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 레벨에서는 처리하지 못할 눈깔괴물을 제압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피를 조종하는 혈종술 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들었는데 지진의 근원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아무리 탑을 오르는 탑험가의 수만큼 기이한 이야기가 쓰인다고는 하지만, 탑 발생 후 20년이 지난 지금, 어지간한 것들은 정형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금 이런 기이한 인물이 나타날 줄이야.


딸깍.



“앗, 실수······.”

“응? 당신은 동료입니까?”

“네? 아아아, 네! 그렇, 긴 한데~그으으으, 죄송해요······.”

“뭐가 죄송하죠?”

“제가, 친구를 불렀는데요~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를 친구라서요. 실수를 조금, 할 지도······?”



바로 옆의 카나. 그 유명한 우노 길드의 길드장 강천위를 보고 놀란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영희 호출기를 누른 카나.


허금은 그녀가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럴 법했다. 갑자기 아파트 단지 내에 나타난 폭주한 탑험가가, 몬스터가 되는 모습을 보다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자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먼 하늘을 바라보거나 하는 것은, 아 그래. 어쩌면 인수가 저지른 잘못에 같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탓일까?


그런데 친구를 불렀다니? 어디로 튈지 몰라? 진상이라는 의미인가?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는 우노의 강천위. 위대한 우노. 지금 이 자리에 선 순간 그에게는 이 사태를 정리할 의무가 생기고 만다.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 친구분의 실수 정도야 지금 벌어진 사태에 비하면.”

“아! 영희야아아!!!”



하늘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손을 휘젓는 카나. 이런 식으로 허금을 무시하는 사람이 카나가 처음은 아니었기에 그는 코로 짧게 숨을 뱉어내며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고.



“설명.”



살면서 만나면 안 될 존재 중 하나인 살의를 품은 영희를 마주하게 된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피부가 따끔거리는 듯한 오한을 온몸으로 느낀 허금은, 저도 모르게 당장 싸우려고 들 뻔했지만, 오랜 시간 길드장으로 있었던 덕인지, 그의 인내심은 상상을 초월해 있었다.


게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이 요정은 한때 세 거대 길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요정이다. 그렇다면 심기 건드려서 좋을 것은 없다. 진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하자. 상대는 무려 일단 말을 들으려 하는 보기 드문 인격자다.



“그래. 충분히 납득이 가게 설명해주지.”



그리고 이어지는 깔끔한 설명. 듣는 카나조차 감탄의 표정을 짓게 되고 설명을 요구했던 영희는 충분한 납득이 가는 설명!



“아이 난 또! 미안해~?”

“그래. 그렇다면 이 박인수 씨를 끌고 가는 것도 이해해주겠지?”

“으음~! 아쉽지만, 별수 없지! 아하하! 자기 잘못에 대한 처벌은 필요한 거 아니겠어?”

“글쎄. 처벌이라고 할 것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네. 그야 물론 현재 상황에 대한 변상은 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이 괴물을 저지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렇게 큰 처벌은 아닐 거야.”

“오오, 나름의 융통성?”

“그런 것이 없다면 누가 나서려고 할까. 세상이 이 모양일 때 선의에 의한 피해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선 안 될 거야.”



몬스터 폭주의 시대, 이후 전혀 정리되지 않았던 혼돈의 세계를 보내었던 허금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과거, 아직 허금이 20대 청년이던 그때는 선의를 위해 가진 힘을 썼다가 되레 본인이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잦았던 탓에 몬스터들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사람을 죽이고 돌아다녀도 돕는 사람이 없었다.


선의를 위해 힘을 쓰는 사람이 대우 받아야 한다. 그것을 부정하기엔 지금 세상은 상당히 위험했다. 순전히 악의를 위해 거침없이 힘을 쓰는 사람도 많으니까.


······물론, 지금의 인수처럼 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본인이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지 몰랐다지만 너무 과했다.


꾸드득!


아니, 조금 더 과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고 있던 스토커가 다시 한번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것도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쉭!


짧은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스토커.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서글픈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박살이 났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사라졌다!”

“잘 죽지 않는다. 분명 그렇게 듣긴 했었다만,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몰랐군.”



딱!


허금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영역이 열린다.


다만 인수처럼 영역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영역을 뒤집어 세상에 영역을 드러내는 형태.


인수의 지옥을 연상하게 만드는 영역과는 다르게, 뭔가 상당히 많은 공간. 대체로 먹을 것들로 가득한 풍족한 공간이었다.


다리 달린 사과가 걸어 다닌다거나, 인수 탓에 생긴 아파트의 균열에서 솟아나는 덩굴식물에서 고기가 열린다거나.


다소, 특이한 광경이었다. 탑을 오르던 탑험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는 탑험가. 그런 이들 중에서도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허금의 영역은, 다소 평화롭고 동화적인 느낌이 들었다.



“음속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라. 사냥하는 재미는 있겠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탑에 들어가질 못해 답답하던 참이었어.”



그런 영역의 안에서, 도망가려던 스토커는 멀리 도망가지도 못하고 일단 잡히지 않으려는 듯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허금의 눈은 정확히 스토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주방이고. 난 주방장이다. 내 주방에서 먼지 나게 뛰지 마라.”



강한 힘이 담긴 명령. 다만 그저 말뿐인 그 명령에 따를 리가 없는 눈깔괴물은, 어째선지 다리를 멈추고 부들부들 몸을 떨 뿐이다.


공포? 아니. 저들이 공포를 느낄 리가 없다. 허금의 말에 저항하기 위해 힘을 주고 있지만, 움직이지 못할 뿐이다.



“와아~이것들 다 뭐야?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그래. 그러기 위한 영역이다. 우리 팀원들이 굶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니 만들어져 있더군.”

“어머머 뭐 그런 게 다 있담? 우리 인수는 영역 만들려고 몬스터보고 선배님 스승님 소리하다 왔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나?”



허금이 칼을 뽑아 든다. 지금까지의 거대한 여러 종류의 식칼들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크기의 식칼.


그의 영역은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요리를 한다. 오직 그뿐이지만 탑에서는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의 문제였다.



“우선은. 먹을 수 있는 재료인가 아닌가. 종종, 살아있을 때는 멀쩡했다가 죽어서 독을 만들어내는 녀석도 있었지. 불에 익히면 빠르게 썩어버린다거나, 시한폭탄처럼 위장에 들어가 터지는 경우도 있어.”



허금에게는 다소 작아 보이는 식칼의 끝을 스토커에게 향한 채로 잠시 그를 노려본다.


쿵!


그러자 곧, 허공에 생겨난 도장이 스토커의 이마에 ‘식용!’ 이라 글자가 찍혀 나온다. 먹어도 된다고 한다.



“어? 먹어? 저걸?”

“식용 도장에 느낌표까지 붙었으니 꽤 맛이 있는 모양이야.”

“으아악!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걱정하지 않아도 먹을 생각은 없어.”



다음 단계. 허금이 움직이지 못하는 스토커에게 다가가자 그 검게 물든 몸의 위로 절취선 따위가 짙어진다.


허금이 스토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절취선이 보였고, 허금이 가볍게 식칼을 절취선에 맞춰 움직이자 아주 부드럽게, 스토커의 가죽이 벗겨진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닐 것 같았지만 주변을 동화적인 모습으로 물들였던 허금의 영역은 그런 살벌한 장면조차도 꽤 순화하여 보여주었다.


영역에 이런 기능이 추가되면 괜히 영역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가 함께 탑을 올랐던 동료들은 대체로 10대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도축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면 먹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기에 이렇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허금. 그는 그 위대한 최초의 탑험가들 사이 유일의 요리사.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팀원들은 허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강력한 검사도, 든든한 기사도, 위대한 마법사조차도 아무거나 집어 먹다가 죽는 저 탑의 안에서, 그의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높아져만 갔고, 기어이 지금에 이른다.


철퍽!


스토커, 눈깔괴물을 도축하자 그 안에서 툭 떨어지는 검은 진액으로 범벅이 된 인간 모습의 스토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초췌한 몰골이었던 그는 이젠 거의 미라처럼 보였다.



“어!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처음에 저를 공격한 사람이에요!”

“그렇습니까? 공격에 대한 방어 행위였군요. 박인수 씨의 처벌이 더 가벼워지겠어.”



어디에서 꺼낸 것인지 모를 거대한 접시 위로 정갈하게 해체된 눈깔괴물이 올라온다. 이젠 저걸 요리해야 할 테지만, 요리한다 해도 누가 먹을 사람은 없으니 허금은 영역을 종료한다.


영역이 해제되는 즉시 해체되었던 눈깔괴물이 퍼덕이며 재생하려 하니, 허금은 신속하게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상자를 꺼내 재생하는 눈깔괴물에게 가볍게 던진다.


마치 거대한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 작은 금속 상자의 안으로 눈깔괴물이 후루룩 빨려 들어가니.



“아이스박스. 저런 걸 가두기 위해 얻은 힘이 아니었는데.”

“능력이 전부 먹는 거 관련인 거야?”

“난 요리사야. 아니, 요리사였지. 가게 출근하다 말고 탑에 끌려가서 얼마나 놀랐다고.”



깔끔한 처리. 인수가 세상 부술 것처럼 싸워도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던 눈깔괴물을 완벽하고 안전하게 제압했다.


뭔가 압도적인 힘의 폭발 없이 깔끔하게 절제된, 마치 기계라도 되는 양 신속 정확하게. 이미 이런 일을 너무나도 많이 겪었다는 듯이.


지난 20년, 그야말로 별의별 일을 다 겪어온 베테랑 중에서도 탑 클래스인 그에겐,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이 이미 너무 익숙했다.



“······흡! 으어어어! 느억!!”

“······벌써 깬다고? 8레벨이?”



그런 그도 이런 인수는 익숙하지 않은지 참 흥미롭다는 듯 그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니, 철수는 오죽할까.



“내 파아아알!! 또! 또 망가졌어엉!!”

“아이구~우리 인수, 아직 제정신이 아니네~인수야~누나 왔다~”

“으어어어어! 왜 나만! 왜 나마아아아안!!”


“······조금, 미안해지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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