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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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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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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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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9
글자수 :
652,565

작성
24.05.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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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0화

DUMMY

“우와 겁나 높아.”



안에 있을 때는 가늠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정말, 정말 압도적인 저 크기에 말문이 다 막힌다.


이런 거대한 크기의, 한 눈에는 다 들어오지도 않아서 거대한 절벽처럼도 보이는 이 세계수를 보고 나니 저 위에 있는 거인 요정이 딱히 거인 취급은 아니겠구나 생각된다.


이미 문 한 짝만 하더라도 아파트 정도의 높이는 될 것 같은 커다란 문. 내가 밀어서는 꼼짝도 하지 않는 문.


쿠구구구구!!


천천히 열리며 만들어지는 진동이 무슨 지진 같아서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다. 이렇게 이것도 저것 다 크니까 사람이 이렇게나 초라해진다.



“얘 철수야. 우리 바로 돌아가는 거야?”

“글쎄. 할 수 있으면 그, 10년 뒤 설이는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저,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여······?”

“우와! 10년 뒤의 나?! 으으 보고 싶지 않은데······.”

“32살이겠네.”

“구체적으로 말하지 말아줄래?”



다른 일행들은 저 큰문을 가볍게 열어버리는 철수에게 익숙해져서 아무런 감흥도 없어 보이는 것이 아쉽다. 나의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데.


어쨌거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진짜, 이것도 마치도록 거대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1층 로비는, 좌우로도 위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뭔가 가구 같은 것도 엄청 많은데, 음, 으으음, 기이하다. 잘도 이런 곳에서 살았구나 철수야. 이제서야 네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확실히.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기에는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 누구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모델 하우스에 처음으로 들어간 듯한 이 느낌.


인데, 단 한 곳. 지나치게 인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하나 있다.


커다란 천을 걸어두어 임시로 방을 만들어둔 것 같은 그건, 아마 냐루냥이 있는 공간이겠지.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냐루냥 어디 아파?”

“죽었어.”

“······어?”

“죽었다고.”

“······어, 어······.”

“왜. 나가면 부활할 수 있잖아.”

“······.”

“철수 첫날에 눈물 한 방울 흘렸어요.”



아이~난 또! 철수 저놈 저거 암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 건가 싶어서 실망할 뻔했네~ㅎㅎ! 너도 사람이잖아~! 괜히 부끄러워서~!


그래도 일단은, 조심스럽게 천을 걷어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철수가 냐루냥에게 가진 팬심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세상을 구한 영웅이 죽었대도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장식해서 보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새하얀 꽃들의 위에 다소곳하게 누워있는 냐루냥. 죽은 게 아니라 잠에 든 것처럼 살짝 미소 지은 그녀는 요정들의 화원에서 잠시 낮잠이 든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산들바람에 은은하게 향긋한 꽃내음. 철수가 전에 없던 노력과 최선을 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본인도 하다가 재미가 들려서 괜히 더 열심히 했겠지. 어쨌거나 자기 위주인 놈이라.



“야, 다른 사람들은? 그러니까 저기, NPC들.”

“도시 째로 이동되면서 세계수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 애가 쳐냈어. 아마 0층 어디에 떨어졌겠지.”

“아니, 그럼 너도 같이 이동됐어야 하는 거 아니야?”

“빌딩이랑 도시랑은 또 따로 이동이 돼서. 호수 아래에 빌딩 잠겨 있을걸?”

“응? 그럼 설이나, 카나 씨도 빌딩에 들어와 있었던 거야?”

“네! 철수 근처가 가장 안전하잖아요.”



맞긴 하지. 현명하네.


어쨌거나. 냐루냥은 뒤로 하고 세계수를 올라볼까 한다. 올라, 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긴 한데. 음. 저거 있겠지 저거, 워프 게이트.



“우리 워프 게이트 못 써.”

“왜!”

“그거 요정들만 조작하는 거라서.”

“여, 영희! 영희 불러!”

“영희도 평범한 요정은 아니라.”

“크아악! 뭐 하나! 뭐 하나가!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어!!”

“수희가 해줘야 하는데, 걔는 또 많이 써본 적이 없어서.”

“수희가 누구야?!”

“여기 층주. 알아?”

“······알지.”



그래. 잘 알고 있다. 그 미숙한 거인 요정의 미숙한 조작을 봤지.


그러면 뭐, 저기, 뭐, 계단을 이용하냐?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어우,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리 내 계단의 길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법도 충분히 익힌 사람이야. 뭐랄까, 한순간의 치기? 두 번 찾아온 사춘기? 그런 느낌이었지.”

“나 이제 슬슬 네 계단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친구야.”

“친구 좋다는 게 뭐니?”



열흘 동안 퍽 사이가 좋아진 분위기다. 카나 씨도 철수도, 서로를 편하게 여기는 것이 느껴진다. 진짜 친구가 되어버린 건가? 의외네.


그래서, 그러면. 이제 우리 안고 뛰어 오를 생각인 거야? 그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네.



“너무 놀라거나 그러진 마.”

“살살 뛰던가.”

“뛰다니. 형. 내가 여기 애들 데리고 뛰어서 올라가면 다들 어디 한 군데 부러져서 죽어. 갈대보다 연약하면서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거야?”

“으음~너한테 우리는 그런 느낌이구나?”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갈 거야.”



다음에 내가 제정신이 되었을 때는 이미 생명의 호수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직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철수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밟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뭔가, 뭔가······그냥, 철수의 신비라고만 생각하자.



“이건 최근의 깨우침이야. 함께 올라간다는 것. 그 의미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지. 나를 따라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놈들의 도태가 아닌 저들과 함께 올라가며 함께 성장함을 표현한 행위야.”

“모르겠어.”

“현상에 이름을 붙이자면, 층오름. 이라고 할 수 있지.”

“모르겠다니까 미친놈아.”

“함께 올랐으나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못하고 독선적인 계단 오르기를 했음이지. 동료, 친구. 그런 개념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그래선 안 되는 일이지만, 참 어려워. 일평생을 영희와 단둘이 살아온 탓일까.”



묘하게 말이 많은 듯하더라니. 자기 홈그라운드에 온 데다가 새로운 깨달음이니 뭐니 때문에 흥분한 상태였구나. 어쩐지.


어쨌거나. 그래. 나는 다시 한번 거인 요정, 수희라는 이름의 요정 앞에 도착했다.


어쩐 일인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훌쩍이며 무릎을 꿇은 채로 두 팔을 높이 들고 벌을 받고 있었다. 영희에게.



“왔어?”

“왔어. 왜 그래?”

“아니~얘가~! 철수를 전 세계수에 보냈다니까? 하여튼 잘 못 하면 물어보고 해야지! 내가 너 뭐 물어본다고 뭐라고 하니?!”

“아니, 아니, 아니 난, 이, 이익, 칭, 찬, 받으, 려고, 한, 한 건데······!”



꽤 호되게 혼이 난 것인지 진짜 애들 우는 것처럼 서럽게 울먹이는 수희. 내가 뭐라고 하기 조금 난감해졌다.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불고 딸꾹질까지 하는 애한테 더 뭐라고 해.


쯧. 이배수가 수희의 실수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저런 애가 날 죽이려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뭣보다, 날 정말 죽일 생각을 품을 애라면 영희가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영희에게는, 그런 묘한 믿음이 있다.


그래서 철수 내버려 둘 때마다 짜증이 나는 거고!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안 할 텐데!



“형.”

“······쯧. 됐어. 10년 뒤 설이 이야기나 하자.”

“그렇다고 하네. 팔 내려.”

“어우 정말! 이놈의 남자들이란 진짜!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니까!”

“흐아아아앙!”

“울지 마! 뚝!”

“철수야. 네 주변엔 어째 아이들이 많다?”

“형도 포함이야.”

“야 나는······아 네가 보기엔 그런가?”



뭐든. 그래 뭐든 어때.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된 뒤. 다소곳하게 앉은 수희의 무릎 위에 앉아 평소의 장난기가 보이는 미소를 띤 영희에게 앞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어머, 큰일이었겠다! 하마터면 우리 인수 끌려갈 뻔했네?”

“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운 나쁘게 이배수한테 얻어맞은 덕에, 운이 좋았지.”

“아하하! 친구 잘 둔 덕이라고 생각해~! 아니었으면, 이배수가 널 그냥 살려두지도 않았을 테니까! 덤빈다고 기특하게 여기지도 않았을 테고!”

“쓰읍, 그렇지? 잘 보이겠다고 덤볐으면 한 번에 죽였겠지?”

“응!”



무서운 놈이야. 무서운 곳이고.



“그렇구나. 10년 뒤의 설이라. 흐음. 아마, 0층의 또 다른 진화체들일 텐데. 그렇게 똘똘한 애가 나타났단 말이지?”

“진화체?”

“응. 우리가 0층을 떠난 뒤로 많은 눈깔괴물들이 진화를 거듭한 것 같더라고. 이배수처럼.”

“아무것도 없던 0층에, 이배수나 수희같은 것들이 생겼잖아. 당연한 변화지. 다만, 아주 천천히 일어나던 변화인데. 탑에서 만났던 눈깔괴물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0층의 변화가 탑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거야? 큰일 아니야? 그럼, 그럼 그때처럼 사람들이 그 괴물로 변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고, 그 이배수? 인가 뭔가 하는 괴물들도 나타날 수 있단 거야?”

“······그건, 아니에요.”



퉁퉁 부은 눈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지 얇은 베일을 꺼내 뒤집어쓴 수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나를 실수로 위험한 곳으로 보내버린 아이의 말을 마냥 믿기는 어렵지만, 일단 들어보자.



“제가 층주가 되고 난 뒤로, 이 층은 모두 제 영역이에요. 몬스터 하나하나에 간섭할 수는 없지만, 이 층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깥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은 막을 수 있어요.”

“어, 그러면 1층에서는 왜 그 괴물들이 나타난 거야? 눈깔괴물들.”

“그건. 정당한 거래를 통해 이곳의 힘을 받아 간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죠.”

“거, 거래! 느와르! 역시 그놈들이었구나!”



잠깐! 그렇다면, 느와르는 지금 0층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0층의 존재는 모르지만 이런 거래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가?


아니, 어느 쪽이든 느와르가 이 0층을 대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게 들린다.

혹시라도 내가 만났던 그 큰입이나, 땅속에서 물대포를 쏘아내던 괴물이나, 그나마 느긋한 편이라 조금 덜 위험하겠지만 이배수마저도. 탑에 나타난다면, 재앙이다.



“그리고, 빠른 변화라는 건 전 들어본 적 없어요. 다들 한참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강해진단 말이에요.”

“그럼, 내가 본 10년 뒤 설이는 원래 이곳에 있던 괴물인가?”

“아니요? 이곳에 독을 쓰는 몬스터는 없어요. 그러니까, 신종인 거죠!”

“신종? 왜!”

“이곳에 온 건 여러분뿐만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탑에서 나타났던 눈깔괴물은, 빠르게 진화했다면서요?”

“······아!”



그, 그렇다면, 그렇다면! 함께 이동되었던 도시의 사람들이! 전부?!



“그런데, 왜 설이를 따라 한 거지? 설이 너 뭐 알아?”

“몰라여.”

“이배수의 말을 들어보면 설이만 그런 게 아니라, 카나 씨나 철수 너나 영희도 있을걸?”

“······우리를 따라 했다?”

“함께 이동했지만 살아남은 존재들. 강한 모습을 따라 하고, 더 강하게 진화한 거지.”

“잠깐, 그러면, 그러면 지금 이 층에는, 철수랑 똑같은 게 하나 더 있단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철수에게 향한다. 저런 게 하나가 더 있다고? 진짜로?


“재밌겠다. 보러 가자.”



나도 흥미가 당긴다. 당장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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