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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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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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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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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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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4화

DUMMY

허은과 철수. 두 재앙의 등장에 도망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악역들이 허둥지둥 급하게 도망을 간다.


그것을 쫓아가야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도 않았다. 저들을 쫓아갔다가는 저들과는 또 차원이 다른 괴물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그러니, 상황은 충분한 소강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정말 오늘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수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길었던 사건 사고들의 끝맺음은, 놀랍게도 사건의 해결이 아닌 누군가의 해명이었다.



“사실 난 사흘 전부터 눈이 안 보였어.”

“그럼 들으면 되겠네.”

“귀도 안 들렸어.”



그런 해명을 듣고 싶지 않은 철수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허은은 우물쭈물 망설이며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방금 전까지 그 유명한 안드로이드의 군대도 쓰지 않고 직접 사람을 하나하나 조져버리던 재해와도 같은 모습을 아낌없이 폭발시키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 맞아. 내가 냐루냥이야.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곳에서 만난 건 우연이었어. 테마 전쟁을 해결하러 왔던 거였거든.”

“어머~! 은이가 냐루냥이었어? 어쩐지~묘~하게 익숙한 듯~아닌 듯~! 그런 느낌이 있더라니!”

“······어쩐지, 누나에게서 묘한 익숙함이 느껴지더라니······.”

“아하! 아하하! 철수가 그렇~게! 좋아하던 냐루냥이 은이라고 하니까 나도 냐루냥이 좋아지는데? 앞으론 나도 방송 볼까~?”

“말리진 않을게. 최근 방송은 대규모 스트리머 서버에서 노는 게 전부라 네가 재미있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어마어마한 사실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았다.


철수는 그저, 알고 싶지 않았던 냐루냥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어 아쉬울 뿐이지만, 그게 허은이라면 또 마냥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인수, 영희, 설이. 다들 인터넷 방송에는 관심도 없고 냐루냥이 어쩌고 허은이 어쩌고 하는 일에도 딱히 관심이 없다 보니 그저 ‘와아~그게 정말이니~!’ 정도의 가벼운 리액션 정도였다.



“?!!!!”



단 한 명. 신입이라고 할 수 있는 카나만이, 현직 스트리머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의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 냐루냥이 10인의 우노인 허은? 몬스터 폭주 이후 완전히 망해버렸던 사업을 순식간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인터넷 방송계의 구세주인 냐루냥이, 몬스터 폭주로 망해가던 나라를 구하고 현 정부의 전신이 되는 단군 길드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했고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그 허은이라고?


지금 이 지라에 허은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놀라운 와중에 하나하나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나열되고 있다.


철수의 옆에 있으면 이런 것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건가? 오늘 하루, 0층에서의 열흘 가량이 힘들고 괴로워 이젠 조금 거리를 둘까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아.”

“앗! 아, 안, 안녕하, 핫세요! 카, 카나! 카나입니다!”

“응, 알고 있어요. 갑자기 방송 안 켜서 걱정했었어요.”

“헉!!”



그 허은에게, 냐루냥에게 걱정 받고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이에요?’ 라는 의미의 멋쩍은 미소까지 볼 수 있다고? 카나는 철수 옆에 오래오래 붙어 있겠노라 다짐했다.


냐루냥 덕질도 하고 10인의 우노인 허은의 비호까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팬이 아니었지만 오늘부터는 냐루냥을 최애로 삼을 것이다.



“냐루냥 이야기는 이만하면 된 거지?”

“그래. 나도 굳이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냐루냥, 아니지 허은 누님. 아니 이것도 아니고. 메카닉.”

“그냥 이름으로 불러. 듣는 내가 다 혼란스럽다.”

“그래도 냐루냥을 누나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없도록 해줘, 형. 빨간약은 극비야.”

“그래. 됐고. 누님, 우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겁니까?”

“정확하게는 25시간 13분 52초 정도. 하루하고 조금이지.”

“······그러니까, 0층에 갇힌 뒤로 시간이 흘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수가 철수를 바라보자 철수도 드디어 냐루냥 주제에서 벗어나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인수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이 알아차린 사실은 하나.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중요한 점은 똑같이 내린 그 결론이 과연 큰 의미가 있는 사실인가.



“0층과 탑의 경계가 눈에 띄게 옅어졌어. 나 때는 영겁의 세월조차도 찰나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정말 말도 안 되게 차이가 줄었어. 사실상 그냥 단절된 완전 다른 세상이었던 0층이 탑의 일부가 되어버린 거야.”

“이게 어떤 문제가 되는가. 0층이 이 탑에 새로운 층으로 편입이 되는가.”

“일단 스왐프, 느와르가 눈깔괴물의 힘을 더 쉽게 끌고 올 거란 건 명확하네. 어쩌면 오늘 나처럼 0층의 다른 강력한 존재의 힘을 빌리는 녀석들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어.”

“새로운 유형의 탑험가가 생겨날 수도 있다. 탑에 새로운 시스템이 생겼다. 탑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뛰게 하는 사실이야.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0층이 탑의 일부로 편입이 된 거라면 이젠 내가 마음대로 0층을 오갈 수 없을 테니, 이제 0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느와르.”



인수가 철수를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해도 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 은근히 마음이 잘 맞는다.


싫다싫다 하면서도 은근히 싫지만은 않은 인수와, 인수가 말로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밀어붙이는 철수.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변태 같았다.



“스왐프나 새시대. 그딴 것들이랑은 엮일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데. 명분이 생겨버렸네. 와아~어떻게 이러냐?”

“어차피 당장 형이 층을 오르는 것에 애로사항이 생길 일은 없을 거야. 이번 일로 충분한 강함이 생겼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목표, 그걸 스왐프로 삼아도 될 거야.”

“나 진짜 왜 이렇게 큰 건으로만 묶이는 거냐?”

“크고 높은 계단일수록 오른 순간의 쾌감과 깨달음이 커지는 거지. 형이 처한 상황은 저주일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분명히 축복이 될 거야.”

“하여튼 그놈의 계단론.”



속으로는 분명 투덜거리고 있을 인수. 마치 철수에게 밀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속이며 설득하고 있을 것이다.


인수 본인도 모를 것이다. 지금 그의 눈이 기대로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그래. 이렇게 인수가 즐거워하는 것은 이해가 가능한 영역인데. 철수는 왜 흥미를 보이는 것일까? 그의 머리 안에서는 무슨 계획이 그려지고 있는 것인지, 그가 오르고 있는 것은 어떤 계단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그걸 궁금해할 인물은 이곳에 없다. 철수가 계단 위의 경치를 볼 때쯤에나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겠지.



“그런데, 무슨 수로 스왐프에 접근해? 아니아니, 스왐프가 문제가 아니지. 느와르가 문제잖아. 철수 너한테 당하고 난 뒤로 완전 꼭꼭 숨어 버린 거 아니야?”

“느와르 그 사람 가만히 못 있는 사람이야. 인정욕구도 강하고,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하고, 자기가 제일 잘난 사람이어야 만족하는 사람이지. 그래서 주변에 못난 놈들만 두잖아.”

“어쩐지. 스왐프 애들 왜 이렇게 다 어리고 멍청한가 했더니 그런 이유였구나?”

“예전에 같이 탑을 오를 때도 그랬지. 금이 오빠가 대장이랑 더 친하고 길드 내에서도 가장 주목받으니까 그거 질투하다가 사고 내고 도망간 거야. 나잇값 못하는 사람이지. 그때도 30대였는데.”

“누님이랑은 진짜 진득하게 옛날이야기 한번 해보고 싶네요.”



어쨌거나. 느와르가 조만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상황.


스왐프가 탑에서 난리를 쳐서 대놓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탑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스왐프의 기본 스탠스는 역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일 테니 그의 복귀는 아무도 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알 수 있겠지?


잠시 생각해보는 인수는,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정말 그럴까? 정말로 느와르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복귀해서 다시 활동하기 시작할까? 예전처럼 계속해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길까?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만족하는 사람. 질투심이 심하고 행동이 다소 갑작스러운 사람. 계획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적들. 그리고 현재 유일한 눈깔괴물의 힘을 얻어낼 수 있는 인물.


요즘 사회에서 가장 크게 거론되는 것은 스왐프가 아닌 새시대일 것이다. 느와르의 정체가 드러나고, 스왐프의 존재가 드러났음에도 여러 길드의 중역을 맡았던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시대의 이슈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웠다.


이번 5층에서 0층과의 연결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급히 움직였으나 그것이 새시대 및 다른 여러 단체에게 들켜 계획이 바라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슬슬 조급함과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먼 미래를 본 계획보다는 당장 앞만 보는 사람인 그의,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나누는 여행 계획 같은 그의 계획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계획을 세운다는 것에 신이 나서 무작정 뭔가 하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 ‘무작정’ 인 계획을 실행시킬 능력이 있고, 그 계획을 무작정 믿어주는 부하들이 있기 때문에, 그의 생각보다 일이 더 커질 것이다.


그냥 장난스럽게 던진 말에 점점 살이 붙어 명확한 실체가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 느와르는 당황할 것이다. 굵직한 신념이고 철학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버텨내기 어려운 중압감을 받게 되겠지.


하지만, 자신감이 샘솟을 것이다. 전에 없던 커다란 자신감이. 왜? 눈깔괴물이라는 탑에 없던 힘을 독점하게 되었으니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인수는 허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시작한다.



“아마 조만간. 느와르가 탑 어디에서라도 당당하게 나타날 겁니다. 탑은 지금부터 자기 거라고 선언하겠죠.”

“오늘 너처럼? 오늘 일을 보고 받을 테니까, 분명히 영향을 받겠네.”

“아마도, 사람이 가장 많은 1층에서 난리를 피우겠죠? 또 1층은 새시대가 점령에 실패했던 경험도 있으니까, 자기 힘을 자랑하고 싶어서라도 그렇게 할 거고요.”

“······동시에 이곳도 점령하려고 할 거야. 오늘 인수 네가 이곳을 네 땅이라고 선포했잖아. 게다가 너는, 저쪽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기도 하니까. 네 땅을 빼앗아서 자기 명성을 더 높일 생각일 거야.”

“나한테까지 그러는 건 그냥 열등감 같은데.”

“그런 사람이야. 자존심 높고, 자신감도 넘쳐나는데, 능력이 안 되잖아. 뭐가 잘 되는 게 없으니까 열등감이 높을 수밖에. 원래 본인 계획대로면 지금 한국 대통령 자리 자기가 꿰차고 앉아서 세계를 주물럭거리고 있었어야 했어.”

“이상이 높은 사람이군요?”

“능력 대비.”



그래. 그렇다면 분명히 자신의 앞에도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눈깔괴물, 0층과 관련된 정보나 흔적이 이곳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 그것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때마침 이곳엔 0층에서 막 올라온 설이라는 이름의 눈깔괴물도 하나 있고, 눈깔괴물 중 하나인 이배수의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인수도 있으니 눈깔괴물의 힘을 얻으려 한다면 틀린 판단은 아니다.



“일단, 이곳의 상황은 길드에서도 예의주시하는 중이야. 조만간 길드에서 찾아올 테니까, 그때 제대로 이야기해보자.”

“아, 누님도 도와주시게요?”

“난 조금, 이 이상 힘들겠지만. 냐루냥이라면 되겠지.”



다만 그 자리에 거대 길드 중 하나인 우노 길드와 10인의 우노로 칭송받는 허은이 있고.



“쯧쯧. 한 번에 두 개, 세 개의 계단을 뛰어오르기 위해선 충분한 연습과 재능이 필요한 것인데.”

“언제나 조급함이 눈을 가리는 법이지.”

“아쉬울 따름이야. 계단을 한 번만 제대로 되돌아볼 순간이 있었다면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미치광이 철수도 있었다. 그러니, 화려한 복귀 계획은, 느와르의 인생이 언제나 그렇듯, 바라지 않았던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선 특별한 일도 아니고, 억울할 일도 아니다. 그저 평소와 같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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