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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478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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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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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7화

DUMMY

“이게 뭐람.”



내가, 내가 한참을 토끼와 마력을 쏟아낸 다음의 일이다. 그저 아주 잠깐 눈을 깜빡이고 난 뒤의 일인데.


······주변이 온통 꽃밭이다. 왜?


게다가 0층은 온통 평야뿐인 곳이었는데, 이곳엔 언덕이 보인다. 물에 젖은 흙냄새도 나고,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이상하게도 햇살이 기분 좋다.



“진짜 뭐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넓은 꽃밭과 언덕, 그리고 없다. 나, 혼자만 이곳에 있다.


흠. 뭔가 또 내가 실수를 한 것 같기도 하고. 0층에서 뭔가 새로운 설정 같은 걸 만든 건가 싶기도 하고.


사박.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딱 한 발, 발을 떼자마자 누군가가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삑!”

“으악! 아! 야! 깜짝 놀랐잖아!”

“삐빅!”

“그래 하긴, 너도 놀라긴 했겠지. 갑자기 싹 다 호출했으니까.”



쯧. 내 영역에 있던 토끼 수인. 그중에서도 내가 모자를 선물했던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니 넌?


뭐, 어쨌거나. 이제 완전 혼자는 또 아니게 됐네?



“하아······이거 뭔 것 같아?”

“삐익!”

“범람하는 마력과 풍부한 생명에 의한 새로운 창조라. 나름 합리적인걸? 이 0층은 5층의 일부가 들어온 것만으로 머리 아픈 변화가 일어났으니까.”

“삑!”

“맞아. 어느 정도 노리기는 했지만, 내가 노린 건 정확히는 테마 전쟁, 그러니까, 탑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였어. 설마, 이렇게 한 지역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네?”

“삐빅! 삐익! 삑!”

“아니야아니야. 마력 많이 안 썼어. 1리 정도.”

“삑?”

“거리 단위가 아니라 할푼리의 리. 숫자로 따지면 0.001 정도겠네.”

“!”

“맞아. 나도 요즘 실감하고 있어. 분명히 처음엔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혈요석을 우르르 만들어내는 걸로 버틸 수 있었던 건데. 내 마력이 이젠 너무 많아졌어. 그 사이에 오마탑을 클리어한 인원이 그렇게나 늘어난 건가?”



쩝. 복잡해진 마음에 생각나는 걸 저질러본 것인데, 상당히 큰일이 되었다. 내가 이런 일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니 그야 물론, 3층에서 테마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 나기는 하지만, 거, 뭐, 0층은 수준이 전혀 다른 곳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지.


일단은. 철수나 영희를 찾으러 가자. 여기서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시련이다!”

“엉?”



갑자기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뭐 얼마 이동하지도 않았고, 분명히 주변을 잘 둘러보며 걷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방금 전의 토끼 수인도 그렇고, 이번의 목소리도 그렇고. 분명히 내 모든 감각 속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


짜잔~!


그런, 효과음이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대검을 든 채로 머리를 이리저리, 기척을 잡아보려 돌리다가, 무슨 시장 좌판 같은 것을 펼쳐놓은 토끼들과 눈이 맞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 눈으로 잔뜩 격앙되어서 외쳤다.



“시련이야!”

“시험이야!”

“바라는 게 있다면 내놓아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시련이야!”

“왜 토끼지?”

“삑!”

“아니아니. 내 마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참. 아니 참. 에라이.”

“이곳은! 시험의 땅이야! 난 첫 번째 시련! 입니다!”



꿈이라도 꾸는 건가 난.


음. 어쨌거나. 잘은 모르곘지만 녀석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래, 그냥 뛰어다니고만 있다. 누가 토끼 아니라고 정신없는 것 봐. 어휴.


······아니 정말 계속 빙글 빙글 뛰고 있어! 뭐, 뭔데! 뭐야! 나 좀 무서워! 토끼에게는 트라우마가! 너, 너희들! 뭘 하려는 거야!



“첫 번째 시련!”



그렇게 외친 토끼의 뒤로, 그러니까 빙글빙글 돌던 녀석들이 만들어낸 원의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꺄악!”

“어머! 머머! 뭐야! 이게!”

“시련인가.”

“ㅁㅁㅁㅁㅁ”

“······카나 씨?”



어, 음. 카나 씨다. 아니지. 카나 씨, 들? 카나 씨가 우르르 솟아났다. 뭐지? 무슨 일이지?



“첫 번째 시련! 누가누가 진짜일까~요!”

“???”

“고르세욧!”



지금 내가 얼마나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 거울이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 너무, 갑작스럽고, 어이가 없고.


······그렇지만. 이해는 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폭주는 누가 진짜 설이인가. 그것을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나의 그러한 폭주와 감정의 해소를 위해 무작정 저지른 행위 속에서 만들어진 이 현상은, 내게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명확한 기회를 주고 있다.


다만, 난. 그때 그 자리에서도 딱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지 못했었는데? 이런 기회를 준들······하물며, 카나 씨라니? 난 카나 씨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저분.”

“알겠습니다~! 훌륭한 선택!”



물론, 지금처럼 명확하게 차이가 난다면 말이 다르긴 한데.


하나는 지나치게 삐쩍 마르고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일렁이는 거울의 앞에 서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또 하나는 너무 장군감이고, 하나는······묘사하고 싶지 않다. 눈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멋지게 선택한 당신에게는 카나를 선물!”



토끼의 외침에 카나 씨가 원의 바깥으로 퉁 튕겨져 나왔다. 이런 시스템이구나?


어리둥절한 표정의 카나 씨는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다 조심조심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 죄송해요······?”

“네?”

“아니, 그,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아아. 네.”

“······.”



괜히 철수 건드려서 이 사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맞긴 맞으니 그 사과 부정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다시는 괜히 철수를 자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니 뭐. 카나 씨에게 딱히 불만은 없다. 아직은 여전히 어색한 사이기도 하고, 어차피 그렇게 오래 볼 사이도 아니고 당장은 철수 다루는 것에도 능숙하고 하니, 괜히 사이가 틀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


내가 그만하자고 해도 철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겠지만 카나 씨가 말하면 다르게 반응하니까.


흥. 친구인 카나 씨와 육성하는 제자 비스무리한 나는 다르다 이거지?



“잠깐!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진짜라고!”

“······.”

“ㅁㅁㅁㅁㅁㅁ.”

“남은 카나 씨는 이 영역에 살아계시면 되겠습니다~!”

“난! 인정! 못해!”



기이하게 뒤틀린 가짜 카나 씨가 지팡이를 휙 치켜들고 무언가 시작했다. 아! 정령 마법은 쓰는구나! 이런! 이런 종류의 시련이었나? 싸워야 하는 거야?


콰직!


대, 대검을, 들자마자, 장군감이라고 말했던 거대한 카나 씨가 뒤틀린 카나 씨를 주먹으로 찍어 죽이고 마찬가지로 옆에 있던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카나 씨도 짓밟아 죽였다.



“잘 알아들었다. 감사를 표하지. 그럼 이제. 이 영역 유일의 카나는 나 뿐이겠지?”

“네! 맞습니다!”

“좋군. 기회를 주어 고맙다, 박인수 군.”

“네, 네?”

“알 수 있다. 네가 이 영역을 만들어낸 인간이란 것을. 네 덕에 난, 하나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 당연히. 감사를 표함이 옳지.”

“······.”

“카나.”

“나, 나? 나도?”

“아름답군. 진짜는 저런 생김새였던 건가. 참고하지.”

“······나, 이제야 철수가 가짜 설이를 죽이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쿵! 쿵! 할 말만 하고 떠나는 장군 카나는,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에는 내 옆의 카나 씨와 비슷한 실루엣이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더 무서운 상대를 마주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뒤틀린 카나 씨나 검열 카나 씨도, 장군 카나 씨에게 쉽게 죽어버리기는 했지만, 과연 정말 우리를 죽이려 들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감도 안 잡힌다.



“두 번째 시련 준비하겠습니다!”

“아, 아니! 아니아니 잠깐!”

“네! 시간이 필요하신가요?”

“질문! 질문 좀 할게!”

“네네~! 대답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대답하겠습니다!”

“······규칙이 뭐야!”



만약. 만약에. 계속 이런 식으로 친구들의 진짜와 가짜가 나타나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라면 그걸로 괜찮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하나. 남은 카나 씨는 이 영역에서 살아가면 된다. 그러니까, 그 말은 즉.



“규칙은 간단합니다! 이 원의 안에 당신의 친구들이 나타날 거예요! 그럼 선택하시면 됩니다!”

“······잠깐. 진짜를 고르는 게 아니라?”

“모두가 진짜인데 진짜고 가짜고가 있나요? 선택 받지 못한 분들은! 버릴 수는 없으니 저희와 함께 이 영역에서 살아가시게 될 겁니다! 그러니~박인수 님께서는 마음의 짐을 덜고! 편히 선택하시길! 굳이 진짜와 가짜를 말하자면, 당신이 선택한 것이 진짜일 테니까요!”

“?!”



뭐, 뭐 이런 미친! 뭐 이딴 미친!



“자! 그럼 두 번째 시련!”

“어어! 자, 잠깐! 선택 받지 못한 녀석들이 우리나 너희를 죽이려고 하면!”

“아하하! 알아서 해야죠! 참참! 선택 받으신 분은 시련이 끝날 때까지 보호되니 안심하세요! 대신 박인수 님을 도와주지는 못하겠지만요!”



뭐? 뭐? 뭐?


알아서 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당장 그 미래 설이라거나, 도시에서 봤던 가짜 철수, 영희, 카나 씨 같은 수준의 가짜가 나타나면 난, 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게, 게다가! 게다가!! 지금 남은 건 철수 영희 설이! 설이야, 뭐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둘을 따라 한 가짜가 있다면?!


철수나 영희를 도저히 완벽하게 따라 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 발톱 때만큼이라도 따라 했다면 나에게 미래는 없다.


이 빌어먹을, 내가 선택한 애들이 날 도와줄 수 있다면 괜찮았을 텐데! 사악한 토끼 놈! 그딴 길은 없다 이거냐! 내내, 내 저럴 줄 알았지! 토끼 놈들이 그러면 그렇지! 어어어! 난 다 알고 있었어!



“삑!”

“아! 불청객이 한 명 있었네요!”

“삐익!”

“으음~타당하고 논리적인 자기변호로군요! 알겠습니다! 당신은 박인수 님의 힘의 일부로 받아들여 참가를 인정하곘습니다!”

“너는 뭐야?”

“삐익!”

“아아, 그래. 하나라도 손이 많은 편이 더 좋기는 하지. 쓰읍······애들한테 검술을 가르쳐야 하나?”

“삑삑!”

“너무 그렇게 좋아하지는 말고. 솔직히 당장은 쓸모 없으니까.”

"!"



토끼 수인과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토끼들이나 토끼 수인이나 다 내 영역의 일부라 내 힘이니까 큰 의미도 없고, 당장은 큰 도움도 안 되지만, 괜히 듬직하긴 하네.


······아니 그래도 영희나 철수와 싸우게 되는 건, 의외로 장군 카나 씨처럼 깔끔하게 물러날지도 모르지만, 으음.


가짜들 대부분이 진짜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을 것이다. 그 장군 카나 씨도 본인이 이 영역에서 유일무이의 카나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우리를 내버려 두는 것이지 아니었다면 장군 카나 씨는 우리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자자자자~! 두 번째 시련 들어갈게요! 이번엔 안 멈춰요!!”

“아이 씨······! 씨이이이! 오냐 그래! 와라!”



후우······탑을 오른다는 그거 하나가,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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