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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02 20: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6,641
추천수 :
69
글자수 :
619,034

작성
24.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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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DUMMY

​ 쿵!


아프다! 아파! 뭐지?! 뭐야! 뭔가, 엄청나게 좁은 틈에 끼어서! 끄아아아! 압착 당하면서! 밀려나는! 끄으윽!


텅! 터텅!


발사됐다! 거대한 힘이 나를 좁은 틈에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젠 나를 뱉어냈다! 으아아아!!



“크학! 으아아!! 아파! 으으으!!! 아파 뒤지겠네!”



다리가 이상한 방향을 꺾이고 피부는 벗겨져서 돌돌 말려버렸고 뼈는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고. 팔 두 짝만 멀쩡하다. 단단한 새 팔에 찬사를.


혈종술의 응용으로 어떻게 어떻게 몸을 치유한다. 워낙 생명수를 많이 뒤집어썼던 탓인지 내가 고치기도 전부터 조금씩 고쳐지려는 낌새가 보였다.


어째, 나도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면 몸이 이렇게 바뀔 일도 없었을 텐데. 철수가 미워진다.


아, 뭐, 어쨌거나.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자. 복기라고 하나? 복기 그거 바둑 용어인가? 어쨌거나,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자.



“실수했다.”



D를 어디론가 보내버린 철수가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당장 마음 같아선 ‘또야?! 또 너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번만은 철수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안다.


저것을 탓한다면 나도 3층에서 일어났던 테마 전쟁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수할 수도 있지.



“부수고 나가자.”

“잠깐. 여긴 인체를 모방한 공간이고 지금 빌딩 전체에 마법이 발동되어 있어. 함부로 부수는 건 오히려 위험할지도 몰라.”

“괜찮아요. 압도적인 힘은 복잡한 마법을 소멸시킵니다.”

“너 이 빌딩 한 번에 통째로 없앨 수 있어? 우리 두 사람에게 피해 없이?”

“아니요.”

“그럼 관두는 게 좋아. 차라리 지금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 몸을 지키는 편이 좋을 거야.”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전의 오마탑에서 철수가 그냥 힘으로 오마탑에 걸려있던 마법을 부쉈을 때 내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한다면, 마법이란 건 함부로 대할 물건이 아닌 게 확실하다.


하물며 이곳은 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던 D가 2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빌딩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의외로 D라는,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 그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잖아 있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일을 당하는 것도 싫다.



“위로 가자!”

“뇌 부분으로 가자는 거지?”

“올라가다 사고가 날 것 같은데?”

“시간이 없는 관계로!”



철수가 내 뒷덜미를 붙잡고 퉁퉁퉁, 뭔가 과격하게 휙휙 바뀌는 방향 전환의 끝에 이 빌딩의 가장 높은 곳에 떨어뜨려 주었다.


너 여기가 얼마나 높은 빌딩인 줄 알아? 정말, 알고는 있었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압도적인 육체다.


자, 그래서. 여기가 가장 높은 공간인데. 있는 것이라고는, 아주 작은 네모난 상자 하나뿐이다. 쓰읍, 어어어. 큰일이네.



“철수야 저거 어떡하냐?”

“그러게. 일단 한 번 볼까?”

“어우, 이게 뭐야?”

“컴퓨터 같은데? 되게 대충 만들었네.”

“야야, 뭐라고 뜬다. 무슨, 어느 나라 언어야 이거?”

“탑에서만 쓰이는 언어야. 고대 드워프들이 쓰던 언어인데, 해석하면 ‘너의 근원은 어디인가.’ 수수께끼인가?”

“근원?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수수께끼 같은 건가?”



쿵! 쿵쿵!


빌딩이 더 요란스럽게 흔들리고! 경고음은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떡하지?!


타닥타닥. 그런 소란을 뚫고 들어오는 조용한 타자 소리. 철수가 컴퓨터에 뭐라고 쓰고 있었다.



“내 근원은 0층이지.”

“흠······어! 야야! 그걸 그대로 쓰면 어떡해!”

“? 묻잖아.”

“묻는다고 그걸!”



그리고, 이후. 지금이다.


······어? 여기 0층? 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호수다. 그 호수를 가득 채운 물은, 단언하건대 생명수가 분명하다. 많이 써봐서 안다.


서서히 회복되어가던 몸, 이지만 냅다 호수에 몸을 던졌다. 저 안이 회복이 더 빠르다. 여기가 어디인가 보다는 여기서 살아나갈 걱정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하는 김에 생명수도 좀 넉넉하게 꿀떡꿀떡 삼켜준 뒤 다시 나온다. 진짜 더럽게 넓은 공간이다. 무섭다.


자······자~? 자!



“아 머리야······.”



일단, 일단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위의 다리를 건너자. 일단은, 이곳을 나가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이곳이 철수가 말하던 0층이라면, 어, 어어어, 나로서는 방법이 없다. 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철수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세계수는 끝도 없이 성장하는 나무라고 했다. 처음엔 분명 한 눈에 다 담길 정도는 되었던 생명의 호수가 어느 사이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어졌다고 할 정도로.


지금의 내가 그렇다. 무슨 망망대해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참을 걸은 뒤에야 저 멀리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세계수라면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워프 게이트가 보여야 하는데 여기선 그것도 멀리 있겠지?



“아니네.”



숲에 들어가고서도 한참을 걸어야 할 줄 알았다. 괜히 시간만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바로 마주했다. 끝에서 끝까지 몇 분은 걸어야 도착하는 폭의 계단에.


······아니, 뭐, 이런 수준의 계단을 끝도 없이 계속 봤다면 그렇게 계단계단 하는 것도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 경이롭다. 자연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여기서 느낀다.



“이 넓은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라고. 내가.”

“그게 싫다면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시면 되겠죠?”

“!!!!!”



텅!!


0층! 눈깔괴물! 철수에게 들은 것이 있다 보니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검을 꺼내 휘둘렀는데!! 도중에 검이 멈추었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것은, 요정, 인데. 나보다 크다. 아니 엄청나게 크다. 거인인가? 거인이 요정 코스프레를 한 건가?


내 검, 철수가 만들어서 진짜 미치도록 날카로운 이 검이 멈춘 이유도 저, 거인 요정의 손톱에 가로막혀서라, 어어, 범상치 않다. 혹시 난 거인들만 있는 층에 떨어진 건가? 0층이 아닌 건가?



“워프 게이트, 이용하시겠어요?”

“······.”



갑자기 공격당해서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도, 거인 요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기며 싱긋 웃는다.


······그런데, 어째, 가만 보다 보니, 조금 영희를 닳은 것 같기도 하고, 철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묘한 생김새다.



“······네.”

“와아~! 고마워요! 저, 이걸 사용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처음?”

“조금 흔들릴 수도 있어요~! 일단! 워프 게이트로~!”



짝!​


뭔가 소녀 같은 느낌을 팍팍 뿜어내는 거인 요정이 손바닥을 짝 마주치자 주위의 환경이 휙 바뀌더니 순식간에 워프 게이트의 앞으로 이동했다.


순간이동인 건가? 요정들의 마법이 굉장히 신비롭다는 것은 영희를 보며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보고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동할 준비가 시작되는데, 어! 잠깐! 뭐 좀 물어보고!



“저기 잠깐만요!”

“네!”

“쓰읍, 으음······여기, 몇 층인가요?”

“1층이요!”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여기가 1층? 여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뭔가, 그, 다른! 평행세계의 1층이라고 한다면 또 몰라! 그것도 거인국의 평행세계이자 1층이라면 말이지! 말이 안 되잖아!


쓰읍, 그래. 0층에는 눈깔괴물이 잔뜩 있다고 했지. 밤이고 아침이고 세계수를 나가면 보인다고. 그래그래, 그렇다면 일단 나가고 보자.



“로비로 부탁드립니다!”

“네! 최선을 다 할게요!”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일이었구나. 세계수는 많이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워프 게이트, 그 안으로 척척 걸어 들어가자, 나는, 어떤, 휑하게 뚫린, 하늘이 보이는, 뭔가 불에 타고 부서진 세계수의 안에 도착했다.


흠······빈티지? 그, 약간. 노출 콘크리트 그거? 아아, 알지알지. 이야~센스 있네. 어어, 인테리어 좋다~힙한데?


스르륵.


뻥하니 뚫린 천장과 마찬가지로 박살이 나서 너덜거리는 커어어어어다란 대문을,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눈동자가 빨리 감기 한 것처럼 스르륵 흘러나와 가득 채운다.


······쓰읍······흠.


대검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한쪽 날에 구멍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곧장 허공을 향해 휘두르자!


서걱!


나를 향해 미끄러지듯이 달려 나온 녀석들이 내가 미리 휘두른 검에 베였다. 지성이 부족하구나!


펑! 퍼퍼펑!


B의 싸움법에 감명 받았다. 날에 만든 구멍들을 통해 피를 분출, 휘두르는 속도를 배로 끌어 올린다.


우직! 우지직!


팔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30레벨 대의 팔과 검을 손에서 놓아도 한동안은 붙어 있게 해주는 장갑이 없었다면 이미 진즉에 팔이 부서지고 검은 날아가고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검을 손안에서 휙휙 돌려가며 분출 방향을 바꿔 내가 휘두르지 않아도 자기가 혼자 로켓처럼 날아간다.


어마어마한 예리함에 눈깔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베여나가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숫자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어떻게 되지 않을 정도의 숫자. 이야기로 들은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수라고!


쾅!


대검을 땅에 박아 넣고 그대로 피를 분출! 카가가각!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앞으로 뻗어나간다. 동화 같다. 마법 대검을 타고 세상을 유랑할 차례일 듯하다.


텅!



“!”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수가 너무 많아서 힘으로 억지로 밀고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그 한계마저도 높게 설정했다며 한 소리 하려는 것처럼 이 층은 또 다른 벽을 하나 내 앞에 두었다.


새까맣고 거대한 몸집. 달리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의 몸인데, 번들거리고 끈적한 점액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그것은, 커다란 입의 위로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태어나길 목 위에 입만 달린 채 태어난 것처럼 생긴 그것은 이전까지의 눈깔괴물들과 명백하게 달라 보였다.


씨익.


하고,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은 그 괴물은 그 커다란 입의 위아래를 잡아 찢어버릴 듯이 크게 벌린다. 계속, 계속. 아니 뭐 팔도 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무인가?


천이라도 되는 것처럼 펄럭펄럭 흔드니까 펄럭거리면서 늘어나고 있다. 여긴 뭐 하는 곳일까? 왜 저런 괴물이 존재하는 거지?



“바, 바니바니!!”



이대로 먹히고 싶지 않아! 급하게 영역의 문을 열고 토끼들을 쏟아낸다. 지금까지 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리고 냅다 뛰어가게 시켰다. 어디로든 멀리! 뭉텅이로 뛰어가라!


내 생각이, 그래도 어느 정도 들어맞기는 했던 모양인지 큰입 괴물이 토끼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그물을 던지듯이 윗입을 던지고, 아랫입을 땅에 박아 넣는다. 그리고.


텁. 꿀꺽.


순식간에, 전부 집어삼켰다. 몸의 변화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 같은 낌새다.


······진짜 무슨 지옥에 떨어진 건지 가늠이 안 된다. 뭐,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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