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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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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471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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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8화

DUMMY

“그래. 어디 말해 봐.”



누런 하늘이 붉게 보일 정도로 피를 잔뜩 흘린 채로 바닥에 엎어진 내게, B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툭 말을 던졌다.


그래도 뭐, C에게서 이런저런 기술도 배운 김에, 한 번 싸우러와 본 것인데. 상대가 안 된다.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B랑 싸워서 이기고 그러던데? 그 B랑 이 B랑 다른 B인가? 왜지? 솔직히 이젠 이길 줄 알았는데.



“뭘요.”

“여기에 온 이유 말이야.”

“그냥이죠 뭐.”

“그렇군. 보스는?”

“이기고 왔죠. 아니, 저기 B! 왜 보스몹 보다 더 센 거예요?”

“내가 더 강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군.”



너! 지금 스왐프의 기술 유출을 위해 힘 써야 할 이 중요한 시기에 이게 무슨 일이니! 뭔가 신묘한 계책으로 기술을 빼낼 계획 아니었니?!


헤헤, 그게 가능했으면 했겠지.


이후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보았다만, 결과만 말하자면 ‘딱히 방법 없음.’ 이 되었다. 철수가 스왐프건 새시대건, 살려두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철수가 스왐프를 도발해서 끌어들인다! 라는 방법은 결국 카나 씨가 막아섰다. 너무 위험하다고. 아, 철수 말고 카나 씨 본인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너무나도 적절한 이의제기에 할 말이 없었다.


얼떨결에 탑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린 내 입장에선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쉽게 생기면 참~좋을 텐데. 철수가 갑자기 번뜩해서 뭐 하나 뚝딱 만들어주면 안 되나?


스왐프와 새시대가 무서워서 탑에서 나가지 못하게 된 내가 하다못해 연락이라도 하려고 다시 스왐프와 새시대를 끌어들여야 하는 이 모순은 어쩌면 좋을까.



“특이한 검술을 쓰더군.”

“아, 네. 신기하죠?”

“그래. 어둠을 휘두르는 검이라니. 적의 시야를 가리며 본인은 그 어둠에 몸을 숨기며 싸운다. 약자의 싸움법 같지만,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어.”

“확실히, B씨처럼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선 치사한 검술이겠네요.”

“그래. C에게서 배웠겠지? 놈은?”

“자기 층으로 돌아갔어요. 몇 층인지는 안 알려주던데요?”

“그런 놈이다. 본인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 전에는 왜 그러는지 몰랐다만, 도플갱어란 것을 알게 되니 납득은 되는군.”



C의 기술을 나는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게 익혔다. 타인의 팔을 스스로 이식한 경험이 있는 탓인지 뭔지는, 잘 몰라도.


초승달이라는 검술도, 다 익히지는 못했지만, 비급이란 것을 받았다. 부족한 부분을 나중에라도 채울 수 있지. 후후, 진짜 무협 같아서 괜히 애착이 생겼다.


나름 재미가 있다. 검을 휙휙 휘둘러서 허공에 어둠의 장막을 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 검이 어디에 있는지 속일 수 있다.


B에게는 안 통했지만. 감이 좋은 사람은 보이거나 말거나로 그냥 때려버리는 모양이다.



“B는 얼마나 강한 거예요? 레벨 같은 거.”

“글쎄. 난 그런 것은 잘 모른다.”

“음. 그렇구나.”

“다만, 강자와의 싸움은 언제나 가슴을 뜨겁게 만들지. 피가 끓어올라.”



아하, 그래서 그런 건가? B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저놈 저거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힘을 내는 스타일인가 봐. 그럼, 여기서 만나는 다른 탑험가들은 그냥 B의 입장에선 그럴 정도로 강하지 않아서?


흠, 그렇구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후우, 요즘 회복력이 너무 좋아진 것 같아. 쯧. B! 한 판 더 붙을래요?”

“그래.”



커다란 곰 수인이 입을 비틀며 손에 커다란 둔기를 든다. 웃으면서, 싸울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좋아. 아주 좋아! 나도 간다!


대검을 만들어내고 숨을 짧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뱉어낸다. 시동을 거는 것처럼 그렇게 숨을 내뱉다 보면 세상이 너무 맑게 보이기 시작한다.


좋아, 시작이다.



“초승달 하루, 장막!”



대검을 크게 휘둘러 어둠을 넓게 퍼트린다. 기술의 이름 ‘장막’ 그대로 어둠으로 장막을 쳐 나를 숨긴다.


아직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아서 내가 만들어낸 어둠을 뚫고 붉은 칼날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뭐 어때.


텅!!


B와의 싸움에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버텨야 해! B와의 싸움은 순간순간에 버니타임이 찾아온다. 이대로 조금만 더 겪어보면 다음엔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죽음의 순간이 잦다.


그래도 이젠 전처럼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얻어맞아 기절하고 쓰러지는 일은 없어졌지만, 반응해서 방어해도 정신이 날아갈 것 같다.


하지만 버텼다. 성장했다 박인수. 난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해.


B의 공격을 버텨내긴 했지만, 힘을 온전히 다 받아내지는 못해 주르륵 뒤로 밀려난 김에 그 힘을 이용해 몇 발자국 더 뒤로 물러난다.


아마 지금 고개를 들면 B가 바로 앞에 있겠지. 방어? 아니, 이땐 공격이다!



“후! 발을 제대로 딛고! 두 손으로 힘껏 손잡이를 잡고!! 온몸으로!!!”



단순히 뭔가 신기하고 새로운 마법을 배워온 것이 아니다. 이번엔 정말 검을 제대로 휘두르는 법을 배워왔다! 내게 전혀 없었던 기본기! 지금 생겼노라!


크게 휘두른 대검이 B의 둔기와 부딪친다.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힘에서는 내가 밀린다. 버텨내는 것 자체가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내 대검이 움직이는 길에 그대로 붓으로 그린 것처럼 남은 어둠 속에 여러 칼날을 숨겨 두었다.



“초승달 이틀! 동화!”



내가 익힌 두 개의 기술 중 하나. 동화는 어둠에 녹아드는 기술이다. 딱 그 정도일 뿐이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한 기술이기도 했다.


어둠에 녹아 있는 동안은 공격도 불가능하지만, 공격을 받을 일도 없다! 물론! 내 기술은 더 아직 어중간해서 절대는 아니긴 하다만!


어둠에 숨어 B의 공격을 피하고! 무거운 대검은 일단 잠깐 뒤로 하고 어둠에 숨겨두었던 혈요석으로 만든 작은 칼날을 잡아서 B를 향해 던진다!


어둠을 조종하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해지거나 혈종술에 더 익숙해진다면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장막처럼 쳐둔 어둠의 속에서 한 번에 쏟아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다!


콰작!


음! 나름 날카롭게 만든다고 만든 건데! B의 가죽을 뚫지도 못하고 부서졌다! 진짜 무슨 설탕 덩어리 부서지는 것처럼 허무하게 부서지네!



“그 기술, 짜증 나는군. 분명히 몸이 있는 곳을 때렸는데 왜 관통되는 거지?”

“비밀!”

“그래.”



쿵! 쾅!!


A와의 싸움이 안개를 붙잡는 것만 같아 답답했고, C와의 훈련은 친절하지만 깊지 않아 심심했다면, B와의 싸움은 온 힘을 다 해 부딪치는 느낌이라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대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어둠에 숨어 피하고, 어둠에 수많은 칼날을 숨겨 전진하는 B의 가죽에 많은 생채기를 만들고.


피가 흐르고 땀이 흐르는 전투 속에서 점점 뜨거워진다. 피의 광전사들이 가진 숙명. 피가 흐를수록 강해지는 우리는 전투가 길어질수록 이성이 살금살금 멀어진다.


이때를 유지해야 한다. 이성과 본능이 선 타기를 하는 지금의 이 순간. 더 길게 유지하는 인간이 더 강하다.


몰랐는데 A가 그랬다. 그 인간, 아니 뱀파이어가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항상 흥분상태였던 이유가 있었다. 괴물 같은 놈.



“감각을 더 날카롭게 벼려라. 더.”

“끄아아아!”

“혈종술은 감각이다. 네가 만들어낸 피가 너의 팔다리라고 생각해라. 그렇다면!”



쿵!


나랑 한참 신나게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던 B의 발끝에서 커다란 기둥이 솟아 나오며 나를 덮친다.


얻어맞고 날아가는 순간 거대한 붉은 둔기가 내 머리 위에 있었다. B까지 이런 기술을 선 보여주니 미칠 것 같다. 단순 피지컬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그곳에 어둠을 깔아두어 공격을 피하기는 했는데, 흐릿한 통증이 남아 은근히 신경 쓰인다.



“팔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팔을 움직여야겠다.’ ‘다리를 움직여야겠다.’ 라고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을 쌓아라!”

“?!”



끝나지 않는 B의 공세 속에서 뻗어낸 주먹을 피했더니 그 팔에 가득했던 생채기에서 뿜어나온 피가 드릴처럼 회전해서 뺨이 갈려버렸다.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창의력! 와우!


갈려 나간 뺨은 빠르게 혈종술로 지혈. 의도치 않게 하관에 빨간 가면을 쓴 것처럼 되어버렸다. 쓰읍, 재생은,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데! 기왕이면 멀쩡한 상태로 있고 싶은데!


팔에 피의 드릴이 생겨선 이젠 그것도 무기로 쓰기 시작한 B. 가만히 있어도 강한 애가 혈종술까지 쓰기 시작하니 접근도 어렵다.


게다가 휘두르는 둔기도 끝부분에서 피를 분출하는 것으로 가속하는 것인지 뭔지 순간적으로 빠르게 휘둘러서 피하기 어렵다.


으음! 이제! 슬슬! 질 것 같은 분위기!!



“오빠!”

“?!”



쾅!!


멀리서 들려오는 설이의 목소리에 B의 둔기가 나를 피해 떨어진다. 그대로 내리쳤으면 머리가 깨졌을 것 같은데?


이젠 지팡이가 아니라 채찍을 허리춤에 매고 다니게 된 설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우다다 내게 달려온다. 그렇구나. 시간이 됐구나.



“성공했어?”

“네! 반응 엄~청 뜨거워여!”

“역시. 우리 설이 잘할 줄 알았어!”

“······헤, 헤헤! 아, 아니에여······.”

“뭐지? 뭘 한 거지?”



카나 씨의 방송을 통해 새시대던 스왐프를 도발한다는 계획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아! 그렇다면! 라오를 쓰면 된다! 라는 생각이 기적적으로 떠올랐다. 라오는 어쨌거나 유명인이니까. 카나 씨보다 훨씬 더.


게다가 이건 스왐프나 새시대에게 제대로 티배깅을 할 수도 있다. 짜잔~나 살아있지롱~너희 머저리들은 옛적에 도태된 나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서 잘난 척은ㅋㅋ~이런 느낌으로.


그런 것을 설이의 신명 나는 연기를 통해 라오의 입으로 전달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하나 확실한 건 난 나중에 길드에서 한 소리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건 넘어가도록 하자. 쉽게 살고 싶다.


······두두두두······!


저 멀리 수많은 무언가가 달려오는 소리. 점점 가까워져 온다. 후우, 긴장된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중요한 부분이다. 아니 사실 중요할 이유가 전혀 없는 부분이었는데 철수가 말하길.



“형. 솔직하게 말할게.”

“응.”

“난 그런 놈들 상대로는 힘 조절 못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 정말로. 그것들을 도저히 같은 인간의 한 종류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아······.”

“눈깔괴물이랑 비슷하게 보이더라고.”



철수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본인은 어렵다는 의미로 한 말일 것이라 생각이 되어서, 이번 작전에서는 제외하게 되었다. 도망가지 못하게 퇴로를 확실하게 막아두라는 지시만 내려둔 상황이다.


게다가 철수가 너무 대놓고 자기 힘을 보여줘 버리면 도망갈 인간들도 많으니까. 붙잡아서 기술을 빼낸다! 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철수의 힘은 최대한 숨겨두는 편이 더 이로울 것이라는 느낌도 있다.



“설아! 라오랑 키즈는?!”

“키즈는 전부 죽었구 라오는 열심히 도망치고 있어여! 영희가 보호 마법을 걸어줘서 덕분에!”

“역시 영희야. 좋아, 그럼 이제!”



B의 뒤로 숨었다!



“뭐 하는 거지?”

“부탁합니다 B씨! 후배 좀 살려주십시오! 아! 죽이면 안 됩니다!!”

“············뭐?”

“못 합니까?”

“············.”



이러기 위해서, 오늘 4층에 왔지. 헤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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